분산적 복제

분산적 복제

[ Dispersive replication ]

분산적 복제(Dispersive replication)란 부모 DNA 이중나선으로부터 딸 DNA분자가 어떻게 합성되는 지를 설명하는 DNA 복제 모델 중 하나이다. 이 모델에서는 모세포의 원래 DNA 이중나선 중 일부는 보존되지만 일부는 보존되지 않고 새로 합성된 DNA로 채워진다고 설명한다. 즉, 분산적 복제 모델에서는 복제 이후 4개의 DNA 사슬 모두 원래 DNA와 새로 합성된 DNA의 혼합물 상태로 유지되는 것을 의미한다. DNA 복제 기작에 대한 모델에는 이외에도 보존적 복제(conservative replication) 모델과 반보존적 복제(semiconservative replication) 모델이 있다. 보존적 복제 모델에서는 DNA 복제 과정 이후 두 개의 모사슬(parental strand) 끼리 어떻게든 다시 이중나선을 형성하여 원래의 모 DNA분자로 복원되어 보존되는 것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반보존적 복제 모델에서는 DNA 복제 후 모세포의 원래 이중나선의 DNA가 딸 DNA분자에서 절반씩만 보존되는 것을 말한다. 즉, 새로 만들어진 이중나선의 DNA에는 모사슬 하나와 딸사슬(daughter strand) 하나가 포함된다.

목차

DNA 합성 기작의 기본 개념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란시스 크릭(Francis Crick)은 1953년 네이처(Nature) 지에 발표된 논문에서 DNA구조는 이중나선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밝혔다(그림 1). 이 논문의 말미에 이중나선간의 특별한 염기쌍 결합 (A=T, G≡C)을 통해 유전물질의 복제 기작을 예측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즉, DNA 분자는 염기 사이의 특별한 결합을 통해 형성된다는 아이디어는 이중나선 구조에 대한 영감과 함께 염기쌍 결합 규칙이 가지는 기능적 중요성을 깨달게 해 주었다.  

1953년 같은 호에 실린 두 번째 논문에서는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지니는 유전학적 함의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들은 DNA가 어떻게 복제되는지에 대한 가설을 제시하였다. 모세포가 세포 분열을 통해 두 개의 딸세포로 나누어질 때 유전물질의 복제가 선행되어야만 유전정보의 온전한 복사본이 딸세포로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것이다. 왓슨과 크릭이 제안한 DNA 복제 기작은 DNA 사슬의 분리와 상보적 염기쌍 결합으로 요약된다(그림 2).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왓슨과 크릭이 제안한 DNA 복제가설에서는 이중나선이 풀려서 DNA 분자의 각 사슬에 포함된 염기들이 노출되는 것이 필요하다. 분리된 두 가닥은 각각 독립적으로 새로운 DNA 사슬 합성을 위한 주형(template)으로 기능하게 된다. 모사슬의 노출된 염기와 상보적인 염기들이 배열되면서 새로운 DNA 가닥이 형성된다. 즉, 모사슬 위의 염기 A는 새로 합성되는 사슬에서 T를 첨가하도록 지시하는 신호 역할을 한다. 모사슬의 T는 A 첨가를 유도하게 된다. 이와 유사한 원리로 G는 C를, C는 G의 첨가를 유도하는 상보적 염기쌍 결합(complementary base pairing)이 일어난다고 제안하였다. 주형인 모사슬의 염기순서에 따라 상보적 결합을 할 수 있는 염기를 포함하는 뉴클레오티드가 인산이에스테르(phosphoester) 결합으로 연결되면서 연속적인 사슬이 형성된다. 결국 DNA 복제과정이 마무리되면 두 개의 딸 이중나선 DNA가 만들어지게 되는 데, 각 이중나선은 모사슬 하나와 완전히 새로 합성된 사슬로 구성된다. 

그림 1. DNA 화학적 구조를 탐구하는 왓슨과 크릭 (출처:Gettyimages)

그림 2. DNA 복제의 기본 개념에 대한 모델 (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DNA 복제 기작에 대한 세 가지 모델

왓슨과 크릭의 DNA 이중나선 구조에 대한 논문 발표 이후에도 DNA 복제 기작에 대한 해답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DNA 복제 원리를 입증할 실험의 개념은 간단했지만 수행하기는 어려웠던 탓이다. 1950년대 말 과학자들은 DNA 복제의 최종 결과물을 설명하기 위해 3 가지 모델을 놓고 고민하였다 (그림 2).

앞서 설명한대로 왓슨과 크릭이 제안한 DNA 복제 가설은 반보존적 복제 모델이라고 한다. 이 모델에서는 DNA 복제과정이 마무리되면 새로 만들어진 이중나선의 DNA에는 모사슬 하나와 딸사슬 하나가 포함된다. DNA 복제 기작에 대한 모델에는 이외에도 보존적 복제 모델과 분산적 복제 모델이 있다.

보존적 복제 모델에서는 2개의 딸 DNA 분자 중 하나는 원래 모세포의 DNA 분자로 구성되고 나머지는 완전히 새로운 DNA만으로 구성된다. 즉, DNA 복제 후 주형으로 사용된 부모 DNA 분자의 두 가닥이 하나의 딸 DNA 분자로 남게 되므로 모사슬의 원래 배열이 바꾸지 않고 보존되는 특징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분산적 복제 모델에서 앞서 언급한 대로 모세포에 포함된 DNA 분자의 2개 사슬이 여러 절편으로 나뉘어진 후 새로운 DNA 절편의 합성을 위한 주형으로 이용된다. 그런 다음 DNA 절편들이 연결되어 2 개의 완전한 DNA 분자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분산적 복제 모델에서는 복제 이후 4개의 DNA 사슬 모두 원래 DNA와 새로 합성된 DNA의 혼합물 상태로 유지되는 것을 의미한다(그림 3).

이런 3가지 모델 에 대한 논란을 잠재운 것은 생물학 역사에서 가장 우아하다고 평가받는 1958년 메셀슨(Meselson)과 스탈(Stahl)이 고안한 실험 덕분이다. 그들은 모사슬과 새로 합성된 딸사슬을 구별하기 위한 방법을 독창적으로 고안하였다. 그들은 DNA의 염기에서 많이 발견되는 질소 원자를 서로 다른 동위원소인 무거운 15N과 가벼운 14N으로 표지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실험 전에 대장균을 먼저 15N이 포함된 배양액에서 여러 세대동안 키워 세균세포 속의 모든 DNA가 무거운 15N 동위원소로만 표지되도록 하였다. 이렇게 준비된 대장균을 가벼운 14N만 포함된 배양액으로 옮겨 키우면서 지정된 시간 간격으로 표본을 수집하였다. 일반적인 배양 조건에서 대장균은 30분마다 1번씩 분열하여 2개의 딸세포를 생성하므로 1번 분열 후 생성되는 새로운 딸세포는 새로운 세대의 일부로 특정된다. 대장균은 14N가 포함된 배양액에서만 분열하게 되므로 새로 합성된 DNA 사슬은 모두 가벼운 14N으로만 표지된다. 반면 주형으로 사용된 원래 모세포의 DNA 사슬은 무거운 형태로 남게 된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염화세슘(CsCl) 농도구배를 이용한 원심분리를 통해 DNA의 밀도를 분석하였다. 만약 두 개 DNA 사슬 모두 14N를 포함하면 가장 가벼운 밀도여서 DNA분자를 포함하는 밴드는 원심분리용 튜브 상단에 위치하게 된다. 반면 하나의 사슬은 14N을 그리고 다른 사슬은 15N을 포함하는 잡종(hybrid)인 이중나선 DNA의 경우는 중간 크기의 밀도를 가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DNA 사슬 모두 15N을 포함하면 가장 무거운 DNA로서 원리분리용 튜브의 바닥 가까이에 위치할 것이다. 그들의 실험결과는 1차 복제 후(즉, 30분 후 수집한 표본)에는 중간 크기의 밀도에 해당하는 밴드만 관찰되었다. 이것은 15N-14N DNA(잡종)임을 의미한다. 이런 결과는 가벼운 DNA(14N-14N)와 무거운 DNA(15N-15N)을 예상하는 보존적 모델이 배제되었다. 두 번째 복제가 완료된(1시간 후에 수집한 대장균 표본) 경우는 잡종 DNA(15N-14N)와 가벼운 DNA(14N-14N)의 두 개 밴드가 확인되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1차와 2차 복제 결과물 모두에서 신구 DNA의 혼합물로 구성된 잡종 DNA만 나올 것으로 예측한 분산적 복제 모델을 파기시켰으며, 따라서 최종적으로 반보존적 모델이 입증되었다. 이상의 결과는 DNA 복제는 왓슨과 크릭이 예상한대로 반보존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림 3. DNA 복제를 설명하는 세 가지 모델 (출처: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관련용어

분산적 복제(dispersive replication), 보존적 복제(conservative replication), 반보존적 복제(semiconservative replication)

참고문헌

  1. Genetics (R. Brooker 저, 5판(2015), pp. 261-265, McGraw-Hill)
  2. Biology (Campbell et al., 저, 10판 (2015), pp. 374-376, Pearson)
  3. Genetics (L. Hartwell 외 4인 저, 4판, McGraw-Hill)
  4.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