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엔트로피

[ Entropy ]

엔트로피는 열역학상태함수(state function)의 하나로서, 열역학적 계에서 로 전환될 수 없는, 즉 유용하지 않은 에너지를 기술할 때 이용된다. 무질서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엔트로피는 자연현상을 열역학제일법칙으로만 설명하기가 충분하지 않아 등장한 개념이다. 열역학제일법칙은 곧 에너지보존법칙인데, 이 법칙만 본다면 모든 에너지는 서로 간에 쉽게 변환될 수 있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에너지간 변환에는 어떤 자발적인 방향이 있다는 것이 오래전부터 경험적으로 알려져 왔다. 쉬운 예로 마찰로 발생하는 열에너지는 발생하면서 흘어져버리고 말지, 그 열에너지들이 스스로 모여 마찰 중인 물체의 운동에너지퍼텐셜에너지 형태로 변환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방향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클라우지우스(R. Clausius, 1822-1888)가 1850년대 초에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고안하였으며, 엔트로피의 도입과 더불어 열역학제이법칙이 성립되었다.

열역학제이법칙은 고립계의 엔트로피는 절대로 줄어들지 않는다는 법칙이다. 엔트로피는 어떤 열역학적 (thermodynamic system)의 무질서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이며, 엔트로피가 높을수록 계의 무질서도가 높다. 고립계가 아닌 계에서는 엔트로피를 인위적으로 줄어들게 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방 안에 놓인 에어컨이 작동하여 방 안 공기의 온도를 낮추는 경우, 방 안 공기의 엔트로피는 줄어든다. 그러나 이 경우 방 안팎을 모두 포함하는 전체 계를 보면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 에어컨이 작동함에 따라 방 바깥으로 배출되는 열에너지가 발생시키는 엔트로피의 양이 방 안에서 줄어드는 엔트로피의 양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림 1의 경우 뜨거운 커피가 식으면서 커피와 주변 공기를 포함하는 전체 계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고립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열적 평형상태, 즉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는 상태 쪽으로 변화한다. 이 법칙은 어떤 이론적 추론을 통해 성립된 법칙이 아니며, 순수하게 경험에서 나온 법칙이지만 열역학의 가장 중요한 기본 법칙 중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그림 1. 엔트로피 증가에 따른 열 손실에 따라 컵에 담긴 뜨거운 커피가 시간이 지나면서 차가운 커피가 되어 더 이상 김이 올라오지 않게된다. 이 때 뜨거운 커피의 열은 외부로 흩어지며 전체 계의 무질서도가 증가한다.()

어떤 계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사용 가능한 에너지와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사용 가능한 에너지는 그 계가 외부에 일을 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에너지이며,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는 존재하기는 하지만 외부에 일을 하는 데 쓰일 수는 없는 에너지를 뜻한다. 엔트로피는 어떤 계의 전체 에너지 중에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와 관계가 있지만, 엄밀하게는 에너지가 아니다. 엔트로피의 단위는 에너지를 온도로 나눈 J/K로, 엔트로피는 에너지와는 차원이 다른 물리량이다.

열역학제이법칙에 따르면 엔트로피는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거시적으로 보면 세상에는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는 열역학적으로는 전 우주의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는 상태에 도달할 것이며, 이 상태는 어떠한 자발적 운동이나 생명 등이 유지될 수 없는 극단적인 무질서의 상태로, 우주의 열역학적 종말을 뜻한다. 이 상태를 열죽음(heat death)이라고 부른다. 이 상태에서는 모든 것이 소립자로 분해되고 사방이 구분되지 아니하며, 넓은 우주 공간에 소립자만 무질서하게 돌아다니게 된다.

엔트로피를 정의하는 방법은 크게 열역학적 방법과 통계역학적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역사적으로는 열역학적 정의가 먼저 정립되었고, 19세기 말 ~ 20세기 초에 통계역학이 발달함에 따라 좀 더 엄밀하고 근본적인 통계역학적 정의가 정립되었다.

열역학적 정의에서는 엔트로피의 절댓값은 정의할 수 없으며, 그 상대적 변화만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NAMATH_DISPLAY@@dS = dQ/T > 0 .@@NAMATH_DISPLAY@@여기서 @@NAMATH_INLINE@@S@@NAMATH_INLINE@@는 주어진 계의 엔트로피, @@NAMATH_INLINE@@dQ@@NAMATH_INLINE@@는 그 계에 가해진 열에너지, @@NAMATH_INLINE@@T@@NAMATH_INLINE@@는 그 계의 절대온도이다. 위 식을 풀어서 설명하자면 어떤 계가 평형을 이룬 상태에서 @@NAMATH_INLINE@@dQ@@NAMATH_INLINE@@ 만큼 열에너지를 공급받으면 엔트로피는 @@NAMATH_INLINE@@dQ/T@@NAMATH_INLINE@@만큼 변하며, 그 양은 항상 0보다 크다.

위 정의에 따르면 엔트로피는 온도의 함수이며, 주어진 열이 일로 전환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낸다. 엔트로피가 최대일 때 열에너지가 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은 최소이고, 반대로 엔트로피가 최소일 때 열에너지가 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최대가 된다. 앞에서 설명한 사용 가능한 에너지와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를 이 정의와 연관시켜 보자면, 엔트로피는 전체 에너지 중에서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를 그 계의 온도로 나눈 물리량이다. 따라서 주어진 계에서 조건에 따라 사용 가능한 유용한 에너지를 나타내는 깁스 자유 에너지(Gibbs free energy)나 헬름홀츠 자유 에너지(Helmholz free energy)를 나타내는 수식을 보면 항상 엔트로피에 온도를 곱한 값 @@NAMATH_INLINE@@TS@@NAMATH_INLINE@@를 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식으로 보자면, @@NAMATH_DISPLAY@@G=U+pV-TS \ \ \ ( \text{또는} \ G=H-TS) ,@@NAMATH_DISPLAY@@@@NAMATH_DISPLAY@@A=U-TS @@NAMATH_DISPLAY@@이다. 여기서 @@NAMATH_INLINE@@G@@NAMATH_INLINE@@는 주어진 계의 깁스 자유 에너지, @@NAMATH_INLINE@@A@@NAMATH_INLINE@@는 계의 헬름홀츠 자유 에너지, @@NAMATH_INLINE@@U@@NAMATH_INLINE@@는 계의 내부에너지, @@NAMATH_INLINE@@p@@NAMATH_INLINE@@는 계의 압력, @@NAMATH_INLINE@@V@@NAMATH_INLINE@@는 계의 부피, @@NAMATH_INLINE@@H@@NAMATH_INLINE@@는 계의 엔탈피이다. 깁스 자유 에너지는 일정한 압력과 온도를 유지하는 조건 아래에 있는 열역학적 계에서 뽑아낼 수 있는 유용한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며, 헬름홀츠 자유 에너지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조건 아래에 있는 열역학적 계에서 뽑아낼 수 있는 유용한 에너지의 양을 나타낸다.

통계역학적 정의에서는 엔트로피의 절댓값도 정의할 수 있으며, 열역학적인 정의는 열역학적 평형 상태에 있는 계에서만 정의될 수 있는 반면, 통계역학적인 정의는 모든 계에 적용할 수 있다. 통계역학적 정의를 위해서는 어떤 계가 가질 수 있는 미시 상태(microstate)의 모임인 앙상블(ensemble)을 먼저 도입해야 한다. 즉, 이 계는 주어진 앙상블 속에 있는 미시 상태를 어떤 주어진 확률적 분포를 가지고 차지하게 되는데, 여기서 미시 상태 @@NAMATH_INLINE@@i@@NAMATH_INLINE@@의 확률을 @@NAMATH_INLINE@@P_i@@NAMATH_INLINE@@라고 하면, 주어진 앙상블의 엔트로피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NAMATH_DISPLAY@@S=-k\sum_i P_i\ln P_i .@@NAMATH_DISPLAY@@여기서 @@NAMATH_INLINE@@k@@NAMATH_INLINE@@는 볼츠만상수이다.

고립계의 경우, 모든 미시 상태가 동일한 확률을 갖는다고 가정하면 @@NAMATH_INLINE@@P_i=1/\Omega@@NAMATH_INLINE@@ (@@NAMATH_INLINE@@\Omega@@NAMATH_INLINE@@는 가능한 모든 미시 상태의 개수)가 되고, @@NAMATH_DISPLAY@@S=k\ln\Omega @@NAMATH_DISPLAY@@이다. 이 식은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볼츠만(L. Boltzmann, 1844-1906)의 묘비에 새겨져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열저장체(heat reservoir)와 열적 평형을 이룬 계의 미시 상태는 볼츠만분포 @@NAMATH_INLINE@@P_i\propto\exp(-E_i/kT)@@NAMATH_INLINE@@를 따르며, 이 확률분포를 엔트로피의 정의에 대입하면 @@NAMATH_DISPLAY@@S=k \frac{\partial}{\partial T}(T\ln Z(T))@@NAMATH_DISPLAY@@가 된다. 여기서 @@NAMATH_INLINE@@Z(T)=\sum_i\exp(-E_i/kT)@@NAMATH_INLINE@@를 분배함수(partition function)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