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은 거들 뿐” ‘막슛’의 비밀

“왼손은 거들 뿐” ‘막슛’의 비밀

주제 생명과학
칼럼 분류 일반기사
칼럼 작성일 2008-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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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은 국내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리는 날이다. 올스타전은 수비를 느슨하게 하기 때문에 정규 경기보다 화려한 볼거리가 많다. 백보드가 부서질 것 같은 육중한 덩크슛과 링을 향해 곡사포처럼 작렬하는 3점 슛의 향연을 눈앞에서 지켜볼 생각에 농구 팬들의 가슴은 설렌다.

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슛이다. 고액의 연봉을 받는 스타플레이어들은 슛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그들은 가장 기본인 점프슛, 성공률이 높은 레이업슛은 물론 몸을 비틀어 던지는 훅슛이나 화려한 덩크슛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농구 슛에 숨어있는 과학 원리를 알아보자.

가장 기본적인 슛은 ‘원 핸드 점프슛’이다. 만화 ‘슬램덩크’를 본 사람은 초짜 농구선수 강백호가 던진 마지막 슛을 기억할 것이다. 무릎을 굽혔다가 수직으로 점프한 뒤 정점에 이르면 팔과 손목을 사용해 던진다. 정점에서 던지는 이유는 이 순간 몸의 속력이 ‘0’이 되기 때문이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강백호의 명대사 “왼손은 거들 뿐”처럼 왼손은 가볍게 얹을 뿐이고 오른손만 사용한다. 왼손잡이는 반대다. 자세가 올바르면 슛이 길거나 짧을 수 있어도 좌우로는 빗나가지 않는다. 때문에 던지는 힘과 각도만 잘 맞추면 골인시킬 수 있다.

반복해서 연습하면 거리에 따라 던지는 힘과 각도를 몸으로 체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키가 180cm인 사람이 링과 4.6m 떨어진 거리에서 초속 7.16m로 슛을 던진다면 49도 각도로 공을 던지면 된다. 하지만 46~53도 각도로 던져도 공은 들어간다. 골대의 지름은 45cm로 농구공 지름의 거의 두 배에 이를 만큼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에 역회전을 주면 백보드에 맞은 공이 구르면서 링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확률은 더 높아진다.

때로 점프의 정점에 이르기 전이나 이른 뒤에 던지는 선수도 있다. 대부분 여자 선수는 3점슛을 시도할 때 정점에 이르기 전에 공을 던진다. 이렇게 하면 슛의 정확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더 세게 던질 수 있다. 몸이 위로 솟구치는 속력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프로농구 원년 멤버인 강동희 선수는 이 원리대로 몸을 한껏 구부렸다 위로 솟구치며 3점 라인이 그어진 6.25m보다 훨씬 바깥에서 초장거리슛을 자주 성공시켰다.

반대로 정점에서 떨어지면서 슛을 던지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몸이 떨어지는 속력만큼 공의 속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훨씬 세게 던져야 한다. 변칙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슛은 코비 브라이언트 같은 미국프로농구(NBA)의 슈퍼스타들이 수비수의 블로킹을 피하기 위해 가끔 구사한다.

정점에서 던지는 점프슛이 정확하듯 몸이 정지된 순간 슛을 던지는 것이 좋지만 격렬한 경기 중에 편하게 던질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움직이면서 슛을 던져야 하는데, 이때는 가능한 골대 가까이 가야 한다. 움직이며 던지는 대표적인 슛은 레이업슛이다.

레이업슛은 속공 찬스가 났을 때나 수비수를 돌파한 뒤에 주로 쓰기 때문에 던지는 순간 몸은 최고 속력으로 달리고 있기 마련이다. 달리는 탄력을 이용해 가능한 골대 가까이까지 점프한 뒤 공을 가볍게 놓고 온다. 이때 공의 속력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살짝 놓고 오는 기분으로 백보드에 한번 맞추고 들어가게 하면 공의 속력을 줄일 수 있다. 일반인은 힘들겠지만 점프력이 뒷받침된다면 직접 골대에 공을 내려치는 덩크슛도 좋다.

반면 골대와의 거리가 꽤 떨어진 곳에서 움직이며 던지는 슛도 있다. 슛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다. 왕년의 ‘슛도사’ 이충희 선수는 수비수를 따돌리기 위해 뒤로 점프하며 던지는 ‘페이드어웨이 점프슛’이 장기였다. 마이클 조던 같은 NBA 슈퍼스타들은 여기에다 몸을 좌우로 흔드는 동작까지 곁들인 고난이도 슛을 구사한다. 성공하기 힘들지만 수비수는 막을 도리가 없다.

국내에서 뛰던 용병 중에서도 이런 고난이도 슛을 구사하는 선수가 있었다. 2000~2001년 SBS 스타즈의 데니스 에드워즈는 일명 ‘막슛’으로 당대 최고 슈터의 자리에 등극했다. 그는 점프의 정점에 이르기 전에 한 손을 대강 링 근처에 접근시켜 공을 미는 듯이 던졌다. 그의 ‘막슛’은 폼이 엉성한데도 60%를 넘는 엄청난 성공률을 자랑했다.

자세가 불안정한데도 어떻게 슛이 들어가는 걸까? 비결은 일정한 패턴을 반복해 연습하는 것이다. 농구 선수마다 슛을 던지기 좋아하는 위치가 따로 있다. 골대에서 45도 각도, 3점 라인 1m 안쪽 위치에서 슛 성공률이 가장 높다는 식이다. 선수들은 거기에 ‘골대를 등진 채로 좌우로 두 번 흔들고 뒤돌아서 던진다’ 같은 ‘옵션’을 붙여 수없이 연습한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 그 동작에 관여하는 신경이 발달한다. 그 패턴에서 속도와 정확도가 높아져 슛 성공률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도저히 들어갈 것 같지 않은 에드워즈의 ‘막슛’이 쏙쏙 들어가는 이유다.

올스타전에서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에 감명 받았다면 가까운 학교 운동장에 농구공을 들고 나가보자. 많은 인원이 필요한 축구와 달리 2대2나 3대3으로도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할 수 있는 운동이 바로 농구다. 폼이 좀 엉성하면 어떻고, ‘막슛’이면 어떤가. ‘막슛’도 연습을 반복하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 김정훈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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