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스

비블리스

신화 속 인물

[ Byblis ]

요약 아폴론의 아들 밀레토스와 강의 신의 딸인 키아니에의 딸로, 쌍둥이 오빠 카우노스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샘이 되고 만다.
비블리스

비블리스

외국어 표기 Βυβλίς(그리스어)
구분 신화 속 인물
상징 이루지 못한 사랑, 짝사랑의 아픔
관련 인물 카우노스

비블리스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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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스 인물관계도
아폴론밀레토스카우노스

신화 이야기

하늘도 허락하지 않은 사랑

세상에는 많은 신화가 있는데 사람들이 특히 그리스 신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리스 신화 속의 신들이 완벽한 존재라기보다는 인간들처럼 실수도 하고 사랑도 하고 질투도 하고 실연의 아픔에 힘들어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폴론을 할아버지로 둔 비블리스는 할아버지가 아무리 위대한 신이라 하더라도 하늘이 허락하지 않은 사랑을 함으로써 슬픈 종말을 맞이하고 만다.

샘으로 변하는 비블리스

샘으로 변하는 비블리스 아멘스 포인트(Armand Point), 19세기

비블리스의 아버지는 아폴론과 아카칼리스의 아들인 밀레토스이다. 밀레토스는 크레타 섬에서 소아시아로 건너가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국가를 세우고, 강의 신 마이안드로스의 딸 키아니에와 결혼하여 쌍둥이 남매 카우노스와 비블리스를 낳는다.

1세기 경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변신 이야기』에 쌍둥이 오빠를 사랑한 비블리스의 애타는 사랑과 갈등을 마치 책 속에서 눈물이 배어날 것처럼 생동감 있게 그리고 있다.

쌍둥이 오빠를 사랑한 비블로스는 현실에서 사랑할 수 없는 오빠를 꿈속에서나마 사랑하며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다. 그녀는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친오빠인 것을 괴로워한다. 그녀는 오빠와의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과 천륜을 어기고 있다는 죄의식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으며 그녀는 결국 이성보다는 마음의 소리를 따른다. 그녀는 신들도 자신의 혈족과 결혼을 했고 바람을 다스리는 아이올로스의 6명의 아들들도 자신들의 누이들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는데 자신도 오빠를 떳떳하게 사랑할 수 있다고 자신의 처지를 합리화한다.

그녀는 오빠 카우노스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얼굴을 마주보고 말하기는 차마 부끄러워 글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려고 한다. 그녀는 서판에 자신의 마음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사랑의 편지를 완성한다. 비블리스는 오빠에게 자신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사람은 바로 오빠이고 자신의 무덤에 자신이 오빠 때문에 죽었다는 비문을 남기게 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이어 비블리스는 하인에게 편지를 오빠에게 전달해 달라고 한다.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한 하인은 카우노스에게 날벼락을 맞는다. 동생의 마음을 읽은 오빠 카우노스는 서판을 내동댕이친다. 격분한 카우노스는 죄 없는 하인에게 독설을 퍼붓는다. 그는 하인에게 금지된 쾌락 따위나 중매하는 못된 인간이라고 말하며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이 자리를 떠나라고 한다.

하인은 비블리스에게 오빠 카우노스의 격한 반응을 전한다. 비블리스는 오빠의 싸늘한 태도에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기보다는 사랑을 전달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오빠에게 직접 고백을 했다면 오빠가 사랑하는 동생의 눈물과 애절한 얼굴을 보고 매몰차게 대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또 오빠가 자신의 사랑을 거부한다해도 죽는 시늉을 하며 그의 두발을 껴안고 무릎을 꿇고 매달리면 오빠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이 오빠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을 자책한다. 동시에 하인이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투덜댄다. 하인이 사랑의 메신저로서 좀더 노련하게 행동해야 했고 사랑의 편지를 전달할 시기도 잘 선택했어야 했는데 막무가내로 오빠에게 사랑의 편지를 전달해서 오빠의 분노를 샀다고 원망한다.

비블리스의 사랑은 한 번의 실패로 끝날 사랑이 아니었다. 그녀는 숨을 쉴 수 있는 한 계속 오빠의 마음을 두드려보리라 결심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기도 한다. 그녀는 짝사랑의 아픔을 온 몸으로 오롯이 표현한다. 사랑에 눈이 먼 비블리스는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또 다시 사랑을 고백하다 오빠에게 거듭 냉정한 거부의 말을 듣는다.

샘이 되어 버린 비블리스

오빠는 동생의 사랑이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고향을 떠나 이국땅으로 가서 그 곳에 새롭게 도시를 건설한다. 이 도시는 소아시아 카리아 지방의 남서부에 있는 카우노스 시이다. 비블리스는 죽도록 사랑하는 오빠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미칠 듯이 오빠를 쫒아간다. 그녀는 제정신을 잃고 미쳐 날뛰다 차가운 땅에 머리를 길게 드리운 채 쓰러진다. 그녀는 낙엽 속에 얼굴을 묻고 손톱으로 풀을 움켜쥐고 끊임없이 눈물을 흘린다. 냇물처럼 쏟아지는 눈물은 풀밭을 흥건히 적신다. 물의 요정들은 그녀의 눈물을 받을 수 있는 결코 마르지 않는 샘을 마련해주었고 비블리스도 자신의 눈물에 녹아내려 샘으로 변하고 만다.

카우노스를 추적하는 비블리스

카우노스를 추적하는 비블리스 동생의 사랑이 버거워 달아나는 오빠의 뒤를 애타게 쫒는 비블리스. 거부하는 오빠의 손짓과 오빠의 옷자락이라도 잡으려고 급박하게 손을 내미는 비블리스. 비블리스 머리 위의 에로스도 오빠에게 사랑의 화살을 쏘려고 하나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프랑소아 샤보(Francois Chaveau), 17세기

참고자료

  • M. 그랜트, J. 헤이즐, 『』, 범우사
  • 피에르 그리말, 『』, 열린책들
  • 게르하르트 핑크, 『』, 예경
  • 오비디우스, 『』, 천병희 역, 도서출판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