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황공
[ 東海黃公 ]
동해황공(東海黃公)은 장형(張衡, 78-139)의 시 〈서경부(西京賦)〉에 묘사되어 있다. 갈홍(葛洪, 283-343)이 편찬했다는 『서경잡기(西京雜記)』 권3에 보면, 다음과 같이 그 내용이 보인다.
동해(東海)에 사는 황공(黃公)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젊었을 때는 술법(術法)으로 용(龍)을 제압하고 호랑이를 부릴 수 있었다. 그는 붉은 금도(金刀)를 차고 붉은 비단으로 머리를 묶고 있었는데, 단숨에 구름과 안개를 일으키고 앉은 자리에서 산과 강물을 만들어 놓았다. 그가 노쇠해지자 기력도 없어진데다가 술을 지나치게 마셔서 다시는 그 술법을 행할 수가 없게 되었다. 진(秦)나라 말년에 흰 호랑이가 동해 지방에 나타나자, 황공은 곧 붉은 칼을 가지고 그놈을 물리치러 갔었는데, 술법이 듣지를 않아 마침내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혔다. 장안(長安) 근처 사람들은 그것으로써 놀이를 만들었는데, 한(漢)나라 황제도 그것을 가져다가 각저지희(角抵之戱)를 만들었다.
이 내용을 보면 동해황공은 동물가장가면희일 뿐만 아니라 동물희, 환술, 각저희가 함께 구성된 연희였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일정한 줄거리가 짜여 있으며, 황공은 '획지성천(劃地成川)'과 같은 환술연희를 겸해야 한다. 또한 길들인 호랑이를 이용하거나(동물희),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직접 사람이 호랑이로 분장하여 연기해야 한다. 정해진 이야기에 따라 황공이 늙게 되면 흰 호랑이와 겨루기(각저희)를 하다가 반드시 흰 호랑이에게 잡아먹혀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호랑이도 아닌 흰 호랑이를 잡아 길들여서 공연에 사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여기서 흰 호랑이는 연희자가 가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漢)나라 산둥(山東) 린이(臨沂)에서 출토된 화상석은 동해황공 이야기를 반영한 화상석으로, 이것을 보면 황공이 머리에 가면을 쓰고 왼손에는 칼을 들고 오른손에는 호랑이의 한쪽 뒷다리를 꽉 잡고 있다. 이 호랑이는 도망가지도 못하고 황공을 쳐다보면서 큰 입을 벌리는 모습이 생동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 환술 항목 참조)
동해황공 산둥성(山東省) 이난(沂南) 화상석
참고문헌
- 김학주, 『중국 고대의 가무희』, 명문당, 2001.
- 전경욱, 『한국의 전통연희』, 학고재, 2004.
- 하을란, 「한국 동물가장가면희의 역사와 연희양상」, 고려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