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성연도

낙성연도

[ 落成宴圖 ]

〈낙성연도(落成宴圖)〉는 정조 20년(1796) 10월 16일에 화성(華城) 성역의 완성을 축하하는 잔치인 낙성연의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낙성연은 화성 행궁(行宮)의 낙남헌(洛南軒)에서 거행되었는데,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에 이때 행사에서 연행된 연희들에 대한 기록과 그림이 있어서, 당시 연희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낙성연도〉에는 상단의 낙남헌 대청으로부터 임시로 가설된 보계(補階) 위와 마당에서 행해진 전통연희 광경이 묘사되어 있다. 보계(補階)는 마루 따위를 넓게 쓰기 위하여 대청마루 앞에 임시로 좌판을 잇대어 깐 덧마루이다. 그런데 궁중 행사에서 설치되는 보계의 경우는 평범한 보계의 개념을 넘어서 공연 공간을 위한 주요 설비로 사용되었다. 대청 중앙 맨 안쪽에 수원 유수가 자리 잡고 있고, 그 양옆으로 초청받은 인사들이 늘어앉아 있다. 보계는 가운데 무대 공간으로, 대청 쪽을 제외한 3면이 객석으로 활용되고 있다. 악공들의 뒤로도 객석이 배치된 것은 보계에 오를 참석자들의 수에 비하여 보계의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다. 보계 위로는 차일이 쳐져 있다. 보계의 아래 마당 공간에도 객석을 배치했다. 마당 공간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선 채로 두 개의 가설물과 사자춤과 호랑이춤을 보고 있다.

〈낙성연도〉

〈낙성연도〉 『화성성역의궤』

이렇게 〈낙성연도〉를 통해 드러나는 낙성연의 연희 공간은 세 층위로 구별할 수 있다. 첫 번째 공간인 낙남헌 대청은 수원 관아의 수령을 중심으로 초청받은 인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보계 위에서 연행되는 연희를 정면에서 관람할 수 있는 최상의 자리에 수령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공간은 낙남헌 대청과 동일한 높이로 이어 붙인 보계 부분이다. 이 그림을 보면 보계 밑에 각목 따위를 엇갈려 세우고 쇠사슬 따위로 묶어 연결한 다음, 그 위에 보계판을 얹었다. 현재 무고(舞鼓) 공연이 벌어지고 있고, 상단 좌우에 포구락에 쓰이는 포구문(抛毬門)이 자리하고 있다. 중앙에는 악기연주자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앞으로 연화대에 쓰이는 지당판(池塘板)이 있다. 이러한 무고, 포구락, 연화대는 궁중정재에 해당하는 연희이다.

세 번째 공간인 낙남헌 앞마당에는 다른 연희 관련 그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물이 보인다. 마당에 앉아 있는 손님들 뒤로 사자춤과 호랑이춤이 연행되고 있으며, 그 뒤로 구조물 두 개가 자리하고 있다. 사면이 터진 구조에 각 면마다 휘장이 쳐져 있는 이 구조물은 어떤 공연을 위한 무대라고 보기는 어렵다. 낙성연의 주 관객석에서 관람하기에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소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로 제공된 구조물로 보인다. 다음 기록은 이것이 채붕임을 밝혀 준다.

그리고 원근에서 구경 온 백성들은 반드시 양식을 가지고 와서 모이도록 하기 바랍니다. 다만 군데군데 모여서 바라보기만 한다면 장님 단청 구경하는 격이 되어 정말로 무엇을 보고 왔는지 모를 것이고, 이런 사람들을 위로하고 기쁘게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도청에서는 경포교에게 이 뜻을 알려, 약간 떨어지고 널찍한 곳에다 채붕을 설치하고(設彩棚) 다양한 놀이를 베풀어 상하가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기 바랍니다.

『화성성역의궤』 부편(附編) 이(二) 감결(甘結) 병진년(丙辰年) 10월 초7일

『사원(辭源)』에 의하면, 채붕(彩棚)은 "나무를 엮어 비단 장막으로 덮은 것(謂木張綵以爲覆蔽也)"을 말한다. 보통 채붕(綵棚)이라고 쓰이지만, 채붕을 구성하는 화려한 비단을 강조하기 위해 인용문처럼 채붕(彩棚)이라 쓰기도 한다.

화성 낙성연에서 흥미로운 것은 마당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는 보계 위에서 벌어지는 주 연희와는 다른 연희가 연행되고 있다. 보계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희나 연희 도구들이 궁중이나 지방 관아의 행사에서 벌어지는 정재라면, 낙남헌 마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사자춤과 호랑이춤이라는 민간 연희이다. 이 두 춤은 모두 사자춤일 가능성도 있다. 무대의 높낮이와 주 관객과의 거리에 따라 두 연희를 구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민간 연희를 구경하고 있는 관객들 역시 초청받은 특별한 관객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별달리 마련된 좌석 없이 선 채로 사자춤과 호랑이춤 그리고 채붕을 구경하고 있다. 앞의 인용문은 이들이 "원근에서 구경 온 백성들"임을 알려 주고 있다.

〈낙성연도〉에는 무대 위에서 〈쌍무고〉와 〈포구락〉 정재가 연행되고 있는 가운데, 무대 아래에서 세 명의 몰이꾼이 사자춤과 호랑이춤을 놀리고 있다. 이를 통해 조선시대의 여러 행사에서 각종 동물가면춤이 공연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김홍도(金弘道, 1745-?)가 그린 〈평안감사향연도(平安監司饗宴圖)〉에도 사자춤이 보인다. 〈평안감사향연도〉에는 가짜 사자 두 마리로 꾸민 사자춤, 그리고 가짜 학 두 마리로 꾸민 학춤이 묘사되어 있다.

채붕

채붕 〈낙성연도〉

참고문헌

  • 사진실, 『공연문화의 전통』, 태학사, 2002.
  • 윤주필, 「조선 전기 연희시에 나타난 문학사조상의 특징」, 『동양학』 25,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 1995.
  • 전경욱, 『한국의 전통연희』, 학고재, 2004.
  • 허용호, 「화성 행궁과 전통 연희」, 『민족문화연구』 39,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