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신선타령

가짜신선타령

[ 假神仙打令 ]

정의 및 이칭

〈가짜신선타령(假神仙打令)〉은 어리석은 사람이 신선이 되려 했으나 주위 사람들에게 속아 망신만 당하고 끝내 신선이 되지 못했다는 내용의 실전판소리 작품이다.

유래 및 역사

〈가짜신선타령〉은 판소리 열두 마당 중 유일하게 창(唱)과 사설이 모두 전하지 않는 작품이다. 다른 작품의 경우 사설만은 소설이나 가사 등의 형태로 그 내용을 남기고 있으나, 〈가짜신선타령〉은 그 사설조차 온전한 모습을 알 수 없는 실전 작품이다.

송만재(宋晩載, 1788-1851)의 〈관우희(觀優戱)〉(1843)에 "광풍이란 미친 놈이 신선이 되고자(光風癡骨願成仙), 금강산에 찾아가 노승에게 묻고는(路入金剛問老禪) 천년된 바다 복숭아와 천일주를 먹고(千歲海挑千日酒), 무엇에 속았나, 가짜신선에게 속았지(見欺何物假喬佺)"라는 〈가짜신선타령〉의 관극시가 있다. 신선이 실제로 존재하며, 자신도 신선이 될 수 있다는 헛된 생각을 품었던 광풍이 금강산으로 들어가 노승에게 그 방법을 묻는다. 그의 허황된 망상을 눈치 챈 인물들이 천년 된 바다 복숭아와 천일 된 술이라고 하는 거짓 음식과 술을 광풍에게 먹이고, 왕자교(王子喬)와 악전(齷佺)이라는 가짜 신선을 등장시켜 그를 속인다. 광풍으로 하여금 자신이 실제 신선이 된 것처럼 착각하도록 만들어 그를 곯린다는 내용의 작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희극미와 골계미 일변도의 〈가짜신선타령〉은 다른 작품에 비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실전되었다. 1940년에 발간된 정노식(鄭魯湜, 1891-1965)의 『조선창극사』에서는 〈가짜신선타령〉이 아닌 〈숙영낭자전〉을 열두 마당의 하나로 넣고 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전승되지 못한 만큼, 사설조차 따로 남겨질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짜신선타령〉은 '짜고 속여 망신주기' 유형의 설화적 골격을 바탕으로 한 선인견기담(仙人見欺談)에 뿌리를 두고 형성된 작품이다. 선인견기담은 신선을 꿈꾸던 사람이 다른 이의 계략에 속아 고생만 하고, 신선이 되지 못한 채 망신만 당한다는 이야기이다. 신선들의 잔치, 바둑 두는 장면, 동자(童子)의 등장, 독한 술과 이상한 안주를 먹고 혼절하는 일, 깨어난 뒤에 자신이 신선이 되었다고 착각하는 일, 거짓 선계에 있는 동안 오랜 세월이 흘렀다고 생각하는 일, 고향이나 집에 돌아가 신선 행세를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망신당하는 일 등이 주요 화소이다. 16세기 후반의 실존 인물인 임제(林悌)를 주인공으로 한 〈임백호(林白湖)와 현감(縣監)〉, 『한국구비문학대계』 소재의 〈정승 속여 평양감사 된 사람〉 중 거짓 신선놀음에 대한 삽화 등이 바로 '짜고 속여 망신주기'형의 선인견기담에 속한다.

〈가짜신선타령〉의 형성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작품은 〈금강탄유록(金剛誕游錄)〉이다. 1687년에 안서우(安瑞羽)가 지은 한문소설로, 그의 손자 안정복(安鼎福)의 『복고(腹藁)』 제26책 『양기재유고(兩棄齋遺稿)』 속집(續輯) 잡문류(雜文類) 말미에 수록되어 있다. 〈가짜신선타령〉의 주인공인 '광풍(光風) 치골(癡骨)'과 〈금강탄유록〉의 주인공인 김생 모두 신선을 추구하는 허황된 인물이다. 〈가짜신선타령〉과 〈금강탄유록〉에서 주인공을 계략에 빠뜨리는데 주도적인 인물은 금강산의 노승으로 동일하다. 그리고 〈가짜신선타령〉에 등장하는 천년 된 바다 복숭아와 천일주는 〈금강탄유록〉의 단사(丹砂) 물, 씀바귀 물, 적성산(赤城山) 구슬 이슬, 금광초(金光草) 등과 그 기능이 같다. 두 명의 가짜 신선을 등장시키는 것도 공통점이다. 〈관우희〉의 관극시에 그 흔적이 남아있는 〈가짜신선타령〉과 안서우가 지은 〈금강탄유록〉 사이의 친연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 두 사람 이상의 공모에 의한 계략에 빠져 망신을 당한다. 둘째, 작품 속의 선계가 금강산이라는 공통의 배경으로 제시되며, 주인공의 허황된 생각을 교정하고자 계략을 모의·실행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이 금강산의 노승이라는 점도 같다. 셋째, 노승이 계략의 공모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주인공의 행동은 그가 의도한 데서 벗어나지 않는다. 넷째, 주인공은 신선이 되기 위해 갖가지 시련을 거친다. 다섯째, 주인공은 결국 노승의 계략에 속아 망신만 당하고, 신선이 되는 데 실패한다.

〈금강탄유록〉이 〈가짜신선타령〉과 서로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다만 〈금강탄유록〉의 형성과 관련해서는 다음의 두 경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안서우가 〈임백호와 현감〉, 〈정승 속여 평양감사 된 사람〉과 같은 유형의 이야기를 소재로 재미있는 소설적 허구를 가미해 〈금강탄유록〉을 창작했을 가능성이다. 〈금강탄유록〉의 말미에 "세상 사람들은 지금까지 이 이야기를 기담(奇談)으로 전하고 있다(世人至今傳爲奇談)"라고 한 데서 이 작품이 완전한 창작이 아니라, 전래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경우라면, 소설로 창작된 〈금강탄유록〉이 판소리 〈가짜신선타령〉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역으로 판소리 〈가짜신선타령〉이 선행해, 안서우가 이를 듣고 〈금강탄유록〉을 창작했을 가능성도 있다. 시기적으로는 1687년으로 17세기 말이니,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 안서우가 〈가짜신선타령〉을 들었다면, 판소리적 특수성에 상응하는 기록을 남겼을 것이 분명하며, 작품 말미에 기담(奇談)이라는 표현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가짜신선타령〉에 대한 최초의 기록인 송만재의 〈관우희〉와 안서우의 〈금강탄유록〉 사이에 156년이라는 시간차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금강탄유록〉이 판소리 〈가짜신선타령〉에 선행해, 〈가짜신선타령〉의 성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는 편이 적절하다.

내용 및 특성

〈가짜신선타령〉은 그 사설이 전하지 않으므로, 작품의 성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금강탄유록〉의 줄거리를 대신 제시한다.

서울 사동에 사는 김생(金生)은 성격이 방탄(放誕)해 항상 신선에 뜻을 두고, 온갖 명승절경을 찾아다녔다. 어느 날 한 노승이 김생을 찾아와, 그가 신선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알고 자신이 금강산에서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노승이 김생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의 헛된 생각을 고쳐주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한 김생은 금강산에 가서 신선이 되는 것이 자신의 소원이었다며 기뻐했고, 두 사람은 금강산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마침 한 동네에 사는 친구 신생(申生)이 회양(淮陽)의 부사를 맡아 떠나게 되자, 김생은 노승과의 약속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금강산 유람 계획을 도와달라고 청한다. 신생은 부임 후에 노승을 불러다 김생과의 일을 확인하고 신선설(神仙說)의 허망함을 말한다. 그러자 노승도 이에 공감하며 김생에게 다시 만나자고 한 것은, 그의 미혹함을 풀어주기 위함이었다고 밝힌다. 두 사람은 가짜 신선 둘과 동자, 가짜 회양수령을 등장시켜 김생을 곯려줄 계략을 세운다.

김생이 회양에 도착하자, 신생은 술자리를 베풀어 그를 반기면서 노승이 이미 입산해 신선이 되었다고 말한다. 김생이 노승을 찾아 홀로 금강산에 들어가자, 백천동(白川洞) 어귀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노승이 나타난다. 노승은 다른 두 분의 신선을 소개해 주겠다며 김생을 데리고 깊은 산 속으로 간다. 정말 두 신선이 바둑을 두고 있었고, 놀란 김생은 이 모습을 숨어서 지켜본다. 그러자 바둑을 두던 신선들은 속세의 냄새가 난다며 청의동자(靑衣童子)를 시켜 김생을 칡넝쿨로 묶고, 이곳에 온 이유를 묻는다. 김생이 노승과의 약속이 있었다고 이야기하자, 신선들은 도리어 노승까지 묶어서 매질하며 속인을 데려온 죄를 묻는다. 물론 이것은 김생을 속이기 위한 거짓 매로, 때리는 소리만 낸 것이었다.

놀란 김생이 도망가려 하자, 신선은 동자를 시켜 잡아다가 20여 대의 매를 때린다. 이때 노승이 용서를 빌자, 신선은 묶은 것을 풀고 김생과 함께 신선계에 머물러도 좋다고 허락한다. 신선들은 김생에게 자신들이 한무제 때 사람으로, 금강산에 온 지 천 년이 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속세의 인간이 신선이 되기 위해서는 삼환(三幻)의 방법이 필요하다며 김생에게 갖은 곤욕을 치르게 한다. 단사 물이라 속여 붉은 물감을 뿌린 후 씀바귀 물로 씻고, 적성산의 구슬 이슬이라며 소 오줌에 인분(人糞)을 타 먹이고, 금광초라며 씀바귀 잎을 먹인다. 김생이 억지로 참으며 모든 시험을 끝내자, 신선은 이제 김생도 신선이 되었으니 산을 나가서 가족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돌아와 자신들과 즐기자고 한다. 그리고 김생이 이곳에 들어오고 나서 나흘이 지났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이미 400년이 흘렀다는 거짓말을 덧붙인다.

김생은 회양에 도착해 부사를 만나려 했으나 쫓겨나고, 이때 거짓으로 가장한 가짜 부사가 나타난다. 가짜 부사는 김생을 신선으로 대접하면서 김생의 오대손이 사는 곳을 일러주고, 자신에게도 신선의 방술을 알려달라며 노자까지 마련해 준다. 김생은 알려준 곳을 찾아가 자신이 오대조(五代祖)라고 우기다가 미친 놈으로 몰려 쫓겨나고, 그 고을 부사를 찾아가 조상을 모르는 후손들에 대한 처벌을 청한다. 그러다 도리어 50여 대의 매만 맞고 쫓겨나게 되자, 분을 참지 못하고 원래 자신의 집으로 찾아가본다. 가족들이 그대로 다 있었지만 얼굴과 머리, 수염까지 모두 붉게 물든 외양 때문에 가족들은 김생을 알아보지 못하고 쫓아낸다. 그제야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은 김생은 화병이 나서 죽는다.

〈가짜신선타령〉의 주제는 허망하게 신선을 동경하는 풍조에 대한 풍자라 할 수 있다. 신선사상에 현혹되어 신선이 되려 하다가 다른 이의 속임수에 걸려 망신만 당하고 만다는 이야기의 골격 자체가 이미 그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 한편 〈가짜신선타령〉은 신선 동경에 대한 풍자보다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징벌의 측면을 강조한 작품이라고 보는 주장도 있다. 무위도식(無爲徒食)하며 신선사상에만 빠져있는 유생에게 준엄한 징벌을 내린 작품이라는 것이다.

〈가짜신선타령〉의 주요 등장인물은 치골(癡骨) 광풍(光風) 즉 김생과 노승이라 할 수 있다. 치골 광풍(김생)은 이 작품에서 풍자의 대상이 되는 주인공이다. 실재하지 않고 관념상으로만 존재하는 선계(仙界)를 동경하는 비정상적인 인물, 허황된 인물로 그려진다.

노승은 〈금강탄유록〉에서는 산승(山僧) 또는 사(師), 〈관우희〉 중 〈가짜신선타령〉의 관극시에서는 노선(老禪)으로 지칭된다. 김생의 허황된 망상을 교정하려는 의도 하에 계략을 모의하고 이를 실행하는 주도적인 인물이다. 〈금강탄유록〉에는 김생의 친구이자 회양의 부사인 신생(申生)도 등장해, 노승의 계략에 참여한다. 조선시대에는 유(儒)·불(彿)·도(道)의 삼교(三敎) 중 유교가 강한 힘으로 국가를 지배하면서, 불교와 도교에 대한 억압이 점차 심해졌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도교와 함께 유교에 억눌려온 불교의 승려 즉 노승이 유가의 인물인 신생과 함께 주도적으로 선도(仙道)를 징치하고 있다.

역대 명 연희자

〈가짜신선타령〉의 창자로 알려진 명창은 없다.

의의

조선시대 선도문학(仙道文學)의 흐름상 〈가짜신선타령〉과 같은 작품은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양반들은 문학을 통해 신선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 왔다. 그러나 〈가짜신선타령〉은 신선이 된 인물을 입전한 신선전(神仙傳), 신선이나 신선이 되려는 인물을 소개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신선이 되지 못하는 이야기, 그것도 신선 사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타인들의 계략에 의해 신선이 되지 못하고, 혹독한 시련 끝에 결국 파멸에 이르는 이야기이다.

참고문헌

  • 김종철, 『판소리의 정서와 미학-창을 잃은 판소리를 중심으로』, 역사비평사, 1996.
  • 김현룡, 『신선과 국문학』, 평민사, 1978.
  • 인권환, 「가짜신선타령과 金剛誕遊錄 : 형성과정과 관련양상 및 인물의 문제」, 『어문논집』 40, 민족어문학회, 1999.

참조어

노승, 금강탄유록(金剛誕游錄), 김생(金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