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구슬

유리구슬

[ 琉璃玉 , glass bead ]

유리로 만든 장식용 구슬로, 한국 삼국시대 비금속 장식구를 대표할 수 있는 구슬은 유리·금속·천연석·나무·식물열매·조개껍질·뼈 등 다양한 소재가 이용되었으며 이중에서 유리구슬이 가장 널리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유리’는 원료(batch)를 혼합하여 충분한 열로 가하면 용융된 상태가 되고 이를 결정화(結晶化)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온도를 낮추는 가역과정을 통하여 얻어진 균일한 무기물로, 불규칙한 망목상(網目狀)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겉보기는 고체이나 고체 특유의 결정구조나 일정한 녹는점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하여 유리를 무정형 물질로 정의하며 물성론적(物性論的)으로 점도가 높은(과냉각) 액체로 볼 수도 있는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물질이다. 일반적으로 유리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의미하지만 고대유리는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흑요석(黑曜石, obsidian)과 화산재, 운석의 충돌로 생성된 텍타이트(tektite) 등 천연 유리도 존재하며 유리와 구별하기 어려운 수정·마노·호박·천하석 등 광물도 있으므로 육안 관찰과 함께 과학적인 분석조사가 병행되어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고대 유리구슬은 형태·크기·제작기법·용도·색 이외에도 화학 조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형태상으로는 둥근 구슬(丸玉), 대롱 구슬(管玉), 굽은 구슬(曲玉) 등을 기본으로 변형하여 만든 각형 구슬(角形玉, 多面玉, 切子玉), 대추형 구슬(棗玉), 참외형 또는 메론형 구슬(瓜形玉), 꽃잎형 구슬(花形玉), 연주형 구슬(連珠玉), 코일형 구슬 등이 있으며 구슬 표면에 나타난 장식적 무늬에 따라 다른 색상의 줄무늬를 돌린 연리문구슬(練理文玉), 점무늬로 동심원을 그린 청령옥(청령玉), 유리 표면에 사람 얼굴 등 어떤 형상을 나타낸 모자이크장식 구슬, 투명 유리 내부에 얇은 금박을 입힌 금박구슬이 있다. 또한 크기가 아주 작은 구슬들은 소옥(小玉)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유리구슬 제작기법은 틀에 찍어서 만드는 방법(mound method), 용융된 유리 용액에 봉을 사용하여 하나씩 찍어서 만드는 방법(dipping method), 용융된 유리 용액에 봉을 사용하여 감아 막대형으로 만든 다음, 일정 크기로 잘라서 만드는 방법(wound method), 유리불기를 이용하여 막대형으로 늘린 다음, 일정 크기로 잘라서 만드는 방법(drawn method)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유리구슬 형태 및 크기는 제작기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방법이 필요하다. 한 예로 둥근 구슬의 경우, 바깥 전체 크기를 외경(A mm), 내부 구멍인 내경(B mm) 및 높이(C mm)를 측정하여 B/A와 C/A의 비를 비교·분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롱 구슬의 경우는 단면 및 몸통의 형태를 표시할 필요가 있다.

유리의 화학 조성은 일반적으로 산화물 상태로 표시한다. 망목구조의 주체를 이루고 있는 성분에 따라 규산염유리·붕규산염유리·인산염유리 등으로 구분되나, 한국의 고대 유리구슬은 모두 규산염유리이다. 이와 함께 유리에 첨가되는 성분에 따라서는 주제(formers), 융제(fluxes)와 안정제(stabilizers)로 나눌 수 있다.

주제로 작용하는 성분은 SiO2(이산화규소, Silica)로 모래나 석영광물이 그 원료이다. 이 성분은 유리의 뼈대 역할로 작용하며 용융온도는 약 1,850℃이다. 이 높은 용융온도를 낮추기 위하여 첨가되는 것이 융제이다. 융제로 작용하는 고대 유리의 성분은 Na2O(산화나트륨, Soda), K2O(산화칼륨, Potash) 등이 있으며 원료는 광물이나 식물의 재에서 얻을 수 있다. 융제는 용융온도를 700℃까지 낮출 수 있으나 물에 잘 녹고 결정이 형성되는 등 화학적으로 불안정 상태가 나타나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첨가되는 것이 안정제이다. 안정제는 유리의 조성과 구조를 균일하게 유지시키는 작용과 내구성을 갖게 한다. 고대 유리에서 성분은 PbO(산화납, Lead Oxide), CaO(산화칼슘, lime), Al2O3(산화알루미늄, Alumina), MgO(산화마그네슘, Magnesia) 등이 있다. 그밖에 색상을 결정하는 성분인 착색제(coloring materials)로 Ti(티타늄), Mn(망간), Fe(철), Cu(구리) 등 전이금속이 이에 속한다.

고대유리의 조성은 주제, 융제, 안정제 주성분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즉, Roman glass라고 하는 것은 대표적인 유럽 유리이며, 현대 유리의 일반적인 조성은 Soda-lime glass로 융제와 안정제의 주성분이 Na2O와 CaO를 사용한 것을 의미한다. 고대 동아시아 유리의 화학 조성은 유럽과 비교하여 다양한 성분, 형태, 색상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한국도 이에 포함된다. 유리의 다양한 화학 조성은 사용된 원료와 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고대 유리의 조성 분석 및 형태적 특성 연구는 사용된 원료의 특성, 제작기술의 변화, 문화의 유입 경로, 생산 및 소비에 관한 당시 사회상의 변천 등 고고학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참고문헌

  • 유리工學(김병호, 청문각, 1997년)
  • 국어대사전(이희승, 민중서림, 1995년)
  • GLASS BEADS(M.Rasmussen·U.L. Hansen·U.Nsam, Historical-Archaeological Experimental Centre, 1995년)
  • 한국의 고대유리(이인숙, 창문사, 1993년)
  • 브리태니커 세계 대백과사전 17(한국 브리태니커 회사, 1993년)
  • 한국 고대 유리의 고고학적 연구(이인숙, 한양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0년)
  • Archaeological Chemistry(Z.Goffer, John Wiley & Sons, 1980년)
  • 東洋のガラス-中國·朝鮮·日本(由水常雄, 三彩社, 197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