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서

행서

[ 行書 ]

요약 약간 흘려 쓴 한자(漢字)의 서체로서 해서와 초서의 중간 형태에 해당한다.
서예의 서체

서예의 서체

행서는 초서(草書)와 함께 한자의 흘림글씨체로서 이 둘을 합해 행초(行草)라고 부르기도 한다. 행서나 초서는 점(點) 하나 획(劃) 하나를 정확하게 구분해 쓰는 예서(隸書)나 해서(楷書)의 규격성을 벗어나 좀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글자를 쓰기 위해 나타났다. 그러나 초서는 글자의 윤곽이나 일부분만을 표현해서 해독(解讀)에 어려움을 가져와 실용성을 잃었지만, 행서는 정서(正書)인 해서(楷書)의 필기체 형태를 띠고 있어서 쓰기도 쉽고 해독도 어렵지 않은 특성을 지닌다. 그래서 행서는 일반인들의 필기체 글씨체로 널리 쓰여 왔다.

행서 본문 이미지 1

갑골문과 금문(金文)에서 비롯된 중국의 한자(漢字)는 점차 회화적 요소가 줄어들면서 문자로서의 기호적 요소가 강조되는 형태로 서체가 변화해 왔다. 특히 한(漢)의 무제(武帝) 대에 국가의 공식 문자로 자리잡은 예서(隸書)는 한자 자형(字形)의 전형을 제시하였고, 빠른 속도로 서체의 발전을 가져와 서예(書藝)라는 개념까지 형성시켰다. 그 결과 후한(後漢)과 당(唐) 시대를 거치며 해서, 초서, 행서와 같이 현대에 사용되는 서체들이 완성되었다.

행서는 중국 후한(後漢) 초에 해당하는 1세기경 유덕승(劉德昇)이 창시하였다고 알려져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그리고 후한 말기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해 진(晋)의 왕희지(王羲之)에 의해 그 틀이 완성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행서는 해서와 초서의 중간 형태를 띠고 있다. 해서는 예서와 마찬가지로 규격에 맞추어 획(劃)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쓴다. 그래서 정서(正書)나 진서(眞書)로 불리며 서예의 기본 서체로서의 역할을 하지만 쓰기에는 복잡하고 불편하다. 초서는 글자의 윤곽이나 일부분만을 흘려서 나타내 빠르고 간단하게 쓸 수 있지만, 글자를 지나치게 단순화해 알아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실용성을 잃고 서예로서의 가치만 지니게 되었다. 행서는 이러한 해서의 비효율성과 초서의 해독의 어려움을 함께 보완하는 성격을 지닌다. 행서는 해서를 흘려 쓰는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 초서처럼 획을 연결해 쓰면서도 해독(解讀)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행서는 쓰는 방식에서도 해서와 다르다. 해서는 글자의 획을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때 붓끝의 자국을 획 안에 감추어 헛된 부분이 나타나지 않게 하는 ‘장봉(藏鋒)’의 필법(筆法)으로 쓴다. 그러나 행서는 붓끝의 자취가 드러나도록 자연스럽게 쓰는 ‘노봉(露鋒)’의 필법으로 쓴다. 이러한 필법의 차이가 행서의 기본적인 특징을 이룬다.

행서로 된 최고의 서예 작품은 중국 동진(東晉)의 서예가인 왕희지의 <난정서(蘭亭序)>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행서의 특징인 표현의 다양성과 기복과 변화 등이 가장 잘 나타난 작품으로 평가를 받지만, 현재는 진본이 아니라 똑 같은 모양으로 필체를 모방한 임모(臨摹) 작품만 전해진다. 우리 나라에서는 신라의 김생(金生, 711~791)이 ‘해동서성(海東書聖)’이라 불리며 왕희지를 능가하는 명필로 이름을 떨쳤다.

참조항목

서예, 예서, 초서,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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