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

절정

[ 絶頂 ]

요약 이육사(李陸史:1904~1944)의 시.
저자 이육사
장르
발표년도 1940년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1940년 《문장(文章)》에 발표되었다. 일제강점기 하에서 가중되는 고통의 상황을 초극하려는 강렬한 의지가 표현된 작품이다. 즉 수난의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을 담은 저항시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다. 《광야》《청포도》 등과 함께 그의 대표작이다.

'매운 계절'로 표상된 시간적 배경과,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으로 표현된 시적 공간은 공간적 광활성을 나타낸다. 그러면서도 더 갈 수 없는 단애(斷崖)의 강박관념으로 '서릿발 칼날진'과 같은 위급한 곳을 표상하기도 한다. 한 발 비껴 디딜 곳조차 없이 위급한 극한 상황에 처한 화자는 눈을 감고 환상의 무지개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2행 4연으로 구성된 자유시인데, 기·승·전·결의 안정된 시형을 갖추었다. 시의 구조도 간단한데, 제1·2·3연에서는 고통의 현실상황을 나타내고, 제4연에서는 극복의 의지를 표현한다. 그리고 시상은 제1·2연에서 순차적·점층적으로 전개되다가, 제3연에서 전환되어, 제4연에서 결말로 이어진다. 즉 제1·2연에서는 '매운 계절'의 채찍에 쫓겨, 마침내 칼날 위에 선 것과도 같은 극한 상황이 제시된다. 그것이 제3연에서는 무릎을 꿇어 도움을 청하고자 한 발 옆으로 비껴 서는 것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에 이른다. 그러다 제4연에서는 제시된 '강철로 된 무지개'의 역설로 그런 극한 상황 속에서 굴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 준다.

시의 서정적 자아는 조국상실과 민족수난이라는 역사적 현실을 배경으로, 극한의 상황에 처한 투사다. 이 절박한 비극감과 민족적 현실이 강인한 남성적 언어로써 압축되어 있다. 이 시의 배경은 바로 민족말살이라는 극한적 위기상황이다. 시가 발표된 1940년은 일제의 식민지 통치가 가장 가혹하던 암흑기였다. 이 시에서 이러한 극한적 위기상황을, 이에 걸맞는 간결하고 예리한 심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역시 이를 초극하려는 강렬한 의지 혹은 정신을, 강렬한 상징으로 표상하고 있다.

《절정》은 일제의 학정에 의한 민족수난을 주제로 한 시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는 시인의 민족적 저항정신과 순수시의 바탕 아래 융합되어 나타난 것이다. 어려서 한시(漢詩)의 소양을 닦은 영향으로, 구성이나 전개방식이 한시와 많이 비슷한 점을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이 시는 동양의 고전적 전통에 접맥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참조항목

이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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