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약

생약

[ crude drugs , 生藥 ]

요약 의약품의 일종이며, 천연으로 산출되는 자연물을 그대로 또는 말리든가, 썰거나 가루로 만드는 정도의 간단한 가공처리를 하여 의약품으로 사용하거나 의약품의 원료로 삼는 것.
석룡자

석룡자

근래는 유기용매 또는 물에 의한 추출이라든가 증류 등의 간단한 조작을 가한 생약도 있다. 생약의 주류는 옛날부터 초근목피(草根木皮)라고 하는 바와 같이 식물을 바탕으로 하는 생약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이를 식물성 생약(vegetable drugs)이라고 한다. 그러나 동물성 ·광물성 생약도 식물성 생약에 비하면 적지만 상당히 많은 종류가 있다. 사향(麝香) ·섬소(蟾穌) ·웅담(熊膽) ·꿀[蜂蜜] 등은 동물성 생약의 예이고, 망초(芒硝) ·석고(石膏) ·활석(滑石) ·영사(靈砂) 등은 광물성 생약의 예이다. 생약의 원료가 되는 식물 ·동물 및 광물을 각각 약용식물 ·약용동물 및 약용광물이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근래 동물성 생약에 호르몬 ·효소 ·안티톡신(antitoxin) 등을, 식물성 생약에는 효소 생산물로 만든 비타민(B12 등),항생물질 등을 포함시키는 학자도 있다.

생약은 자연물을 간단히 가공한 것이므로 조제나 저장법이 불량하면 쉽사리 곰팡이, 충해(蟲害), 쥐 등의 해를 입기 쉽고 그렇지 않더라도 경시변화(經時變化)를 일으켜서 색이 변하거나 냄새가 나빠지는 등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와 같은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팅크제(tincture劑), 엑스제(extract劑), 또는 추출물을 분무건조(噴霧乾燥)시켜서 분말로 만든 생약 등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생약이라고 하면 바로 한약 또는 민간약이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현대의 과학적 의약품 가운데도 생약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한국의 의약품 공정서(公定書)인 《대한약전(大韓藥典)》에는 생약이 152종 수재되어 있으며, 생약에 관한 통칙조항(通則條項) 및 생약의 공정시험법이 규정되어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적 의약학(醫藥學)이 발전되기 이전에는 의약품으로서 오로지 생약만을 사용하였다. 특히 한방에서는 생약을 물로 달여서 복용하게 하는 전제(煎劑)가 약물요법의 기본을 이루고 있으며, 그와 같은 약을 탕액(湯液)이라 하고 그 원료가 되는 약재를 건재(乾材)라고 하였다.

생약을 연구하는 학문을 생약학(生藥學:pharmacognosy)이라고 하며 현대 약학의 중요한 분과의 하나이다. 생약학은 생약의 기원 ·형상 ·성질 ·성분 ·약리작용 ·응용 및 용량(用量)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며, 예전 한의학에서는 생약학을 본초학(本草學)이라고 하여 나름대로의 체계적 발전을 이룩하여 왔고, 서양에서도 이에 해당되는 herbalogy 또는 materia medica 등의 학문이 있었다. 생약학이 옛날에는 하나의 상품학(商品學)으로서 식물 형태학 또는 해부학 등에 치중했던 시대도 있었으나 현재는 생약학과 관련되는 관련학문이 광범하여 식물학 ·동물학 ·광물학 ·화학 ·물리화학 ·공학 ·생화학 ·농학 ·약리학 ·약물학 등 여러 영역에 걸친 종합 과학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한 본초학이 과학적 생약학에 의하여 과학적인 근거를 얻어 한약 및 한의학의 과학화에 생약학이 크게 공헌하고 있으며, 현대 의약품 개발에도 생약학이 필수적이다. 생약은 단일 성분의 화합물로 된 의약품과는 달라서 많은 종류의 성분이 공존혼재(共存混在)하고 있다는 특성 때문에 여러 가지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즉, 유효성분 외에도 녹말 ·당 ·스테로이드 ·색소 ·타닌 ·단백질 ·수지(樹脂) ·무기성분 등 직접 약효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부성분(副成分)이 들어 있다.

장점은 ① 효과가 복합적이어서 확실하며 부작용이 적다. 예를 들어 아편(阿片)의 진통작용은 아편의 주성분인 모르핀을 단독으로 꺼내어 사용하는 경우보다 진통작용이 더욱 강력하며 중독을 일으키는 부작용도 적다. 아편 속에 함유되어 있는 20여 종의 알칼로이드를 비롯한 여러 가지 다른 성분들의 협력작용 때문이다. ② 부성분이 공존하기 때문에 유효성분의 흡수가 완화하며 따라서 작용이 지속적이다. ③ 부성분 때문에 본래는 용해되기 어려운 유효성분이 물로 달여도 용해되어 나온다. ④ 유효성분의 작용과 부성분의 작용이 서로 반대인 경우가 있으며, 그것 때문에 생체에 대하여 일방통행적인 약효가 아니라 병적 상태를 정상화시키는 양방통행적(兩方通行的)인 바람직한 작용을 나타낸다. 예를 들면, 대황(大黃)이라는 생약은 설사를 일으키게 하는 옥시안트라퀴논(oxyanthraquinone) 유도체와 약한 지사작용(止瀉作用)을 하는 대황 타닌을 아울러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변비증에는 완하제(緩下劑)로 작용하지만 계속 복용해도 병적인 설사를 일으키지 않는다.

결점으로는 ① 유효성분의 함량이 일정하지 않다. 따라서 일정한 효과가 보장되기 힘들다. 토양 ·기후 ·채취시기 ·저장 등 조건에 따라 생약의 성분함량이 크게 변동하므로 《대한약전》에서는 규격을 정하고 성분의 정량법과 효력검정법이 규정되어 있다. ② 유효성분 또는 약리작용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임상적으로 효과가 확실한 생약이 얼마든지 있으므로 그와 같은 생약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③ 생약은 끓여 달이거나 가루로 만드는 등 힘이 들기 때문에 복용하는 데 불편하고 시간이 걸린다. 이런 단점을 개량하기 위해 분말 또는 엑스로 되어 있는 생약제품이 개발되어 있다. ④ 외관상으로 품질을 감정하기 힘들다. 따라서 비슷한 외형을 이용한 유사품 ·위조품 들이 많은 것이 결점이며 그와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하여 생약학에서 성장 및 확인시험법을 연구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⑤ 저장이 힘들다. 생약은 충해(蟲害)를 받기 쉽고, 또 부패되기 쉽다. 따라서 저장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며 구입할 때에도 올바르게 저장된 것을 구해야 한다. ⑥ 동식물의 생육 또는 재배는 지리적인 조건의 제약을 크게 받으므로 아무리 효과가 좋은 생약일지라도 자연환경이 좋지 않으면 공업적인 대량 생산을 할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풍토의 영향을 받는 고려인삼이다. ⑦ 약효가 없는 생약이 많다. 전승적(傳承的)으로 약효가 있다고 되어 온 생약이면서도 실제로 시험하여 보면 효과가 없는 것이 적지 않으므로 그런 것을 골라내어 도태시키는 것도 생약학의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점이 있는데도 생약이 사용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욱 생약의 이용이 증가될 추세에 있는 것은 위와 같은 장점이 있는 동시에 유효성분이 이미 밝혀져 있더라도 복잡한 화학구조를 지니고 있어 아직 합성하는 방법이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경우, 또는 합성법이 개발되었더라도 합성 비용이 엄청난 경우, 이미 알려진 의약품으로는 치료법이 없는데 생약으로는 치료가 가능한 경우 등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새로운 치료의약품의 개발은 생약을 성분적으로 연구하는 천연물 약학에 크게 기대된다. 한국의 생약연구기관으로는 서울대학 생약연구소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비교적 생약자원이 질적 ·양적으로 풍부하기 때문에 생약의 연구 ·개발 및 생약의 재배 ·생육 등에 의하여 새로운 의약품의 개발 또는 수출생약에 의한 외화획득 등이 기대된다.

생약의 연구법으로는 ① 문헌학적(文獻學的) 연구:동서양의 각종 고문헌(古文獻) ·기록 ·본초서 등을 조사하여 고증을 하여 새로운 생약을 찾는다. ② 산물지(産物誌) 및 분류지리학적(分類地理學的) 연구:생약 기원의 동식물의 분포 ·주산지 ·재배지 등을 밝히는 연구이다. 세종이 이룩한 《세종지리지(世宗地理誌)》는 그와 같은 연구의 선구적인 존재이다. ③ 재배학적 연구:품종 개량, 외국 생약의 국내 재배, 우수한 품질의 생약을 재배하는 조건 등을 연구하는 것이다. ④ 외부 및 내부 형태학적 연구:생약의 감정에 절대로 필요하며 품질 평가, 위조품 적발 등의 기본이 된다. ⑤ 함유성분의 이화학적(理化學的) 연구:현재 생약학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연구 분야가 바로 이것이며, 생약학을 천연물 약학 또는 천연물 화학이라 부르는 경향도 생약학의 이와 같은 연구추세를 반영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⑥ 확인반응 및 주성분의 정량법 연구:오늘날 이화학적 성분 정량법이 획기적으로 발전되고 있다. ⑦ 약리학적 연구:생약학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결국 생약의 약효를 밝혀내는 데 있다. 이미 아편 ·디기탈리스 ·마황(麻黃) ·키나 ·인도사목(印度蛇木) ·맥각(麥角), 베르베린 함유 생약 등을 밝혀내어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아직도 무궁무진한 보고(寶庫)인 생약의 약효를 밝혀내 인류보건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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