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혼신을 다해 잎 틔우는 나무야 혼신을 다해 한 뼘 더 자라는 풀아 화사하게 천지간을 열어젖히는 꽃아 미안하다 더불어 살아 온 산 모기 한 마리야 딱따구리...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만찬 함민복 혼자 사는 게 안쓰럽다고 반찬이 강을 건너왔네 당신 마음이 그릇이 되어 햇살처럼 강을 건너왔네 김치보다 먼저 익은 당신 마음 한 상 마음이 마음을 먹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