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의 불행은 누구의 몫인가 > 질문 답변

이 밤의 불행은 누구의 몫인가

작성자 익명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2024-06-27 06:30 댓글 0건
    게시물 수정 , 삭제는 로그인 필요


본래 적당히 즐겁게 마무리 될 하루였다. 퇴근 후 기분좋은 쇼핑과 영화관람에 이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내 방 내 침대 위에서 잠들면 그만인 하루였다.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 과음한 동생이 귀가하며 적당히 즐거울 수 있었던 내 하루는 깨어진 채 다음날로 이어진다. 술 때문에 수 많은 실수를 보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음에도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동생에게 다소 냉정해지고만다. 밖에서 어느정도 약주를 하시고 귀가하신 아버지는, 그 시간에도 부엌에서 맥주를 즐기고 계신다. 방에서 동생이 구토하는 소리를 듣고는 문을 열어 확인하고, 직접 그걸 치우려하신다. 동생은 스스로조차 낯선 모습을 가족에게, 특히 남자가족에게 보이기 싫었으리라. 그저 내가 알아서 한다며 고집을 부릴 뿐이었다. 이미 취기가 오른 아버지는 그저 토사물을 치운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동생과 실랑이를 벌였고, 급기야 몸싸움으로 번진다. 나와 어머니는 참다못해 거실로 나와 중재하기 시작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서로 취한 상태에서 서로의 의견을 조금도 굽히지 않기 때문이다. 도중에는 서로 진정하는 모습을 보이며 짧은 소강상태가 이어지기도 하였지만, 이윽고 다시금 고성방가가 오가기 시작한다. 말리고 중재하는 과정에서 나는 발을 다쳐 통증을 느꼈고, 동생에게 몇 차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버지는 한 차례 손찌검을 하신다. 어머니는 막무가내인 동생의 방에 붙잡힌 채 지독한 악취를 참아내며 묵묵히 치워갈 뿐이다. 연이은 가정불화로 더 이상 소모할 감정도 남아있지 않게된 나는, 눈과 귀를 닫은 채 다시 내 침대에 몸을 뉘인다. 차라리 갈라서는 쪽이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버지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연장을 쥐어 드는 소리가 들린다. 열리지 않는 동생 방 문에 대고 분풀이를 시작한다. 안팎으로 고성방가는 끊이질 않는다. 그렇게 불편한 하루는 또 다시 시작된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