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님의 사정을 듣고 떠올린 곳이 코엑스아티움이었는데.... 시간이 많지 않으시니 이동거리라 짧은 곳을 찾아봐야 하니까요.
사실 전 오늘 <형제는 용감했다> 8시 공연 보구 왔거든요. 아직도 노래가 귓전에 울려요. "썩썩썩 썩을놈, 죽죽죽 죽일 놈~~~" 웃긴 후크송인데 여기 쓰니까 이상하네. 여유 되면 꼭 보세요. 전 오늘 눈물콧물 빼고 왔어요.
그래도 모처럼 계획 잡아서 하는 데이트인데 나름대로 코스가 있어야겠죠?
코엑스하면 사람들이 몰이랑 메가박스만 떠올려서 뻔한 곳이다 생각하기가 쉬운데 코엑스아티움은 완전히 컨셉이 달라요. 생긴 지 얼마 안되서 사람들도 잘 몰라서 한산하고요. 공연만 보는 게 아니라 초현대적이면서도 아담한 건물 안에서 갤러리 구경, 쇼핑, 공연 관람, 예쁜 옥상정원까지 로맨틱한 데이트를 할 만한 요소가 많더라고요. 특히 좋은 건 5층이 공연장인데 꼭 공연을 보지 않더라도 5층 출입이 가능하고 6층도 갈 수 있게 되어 있거든요. 삼성동에서 공짜로 야경을 즐기는 건 호사 중의 호사라 할 수 있죠.
제가 추천해 드리고 싶은 코스는요. 우선 저녁 때 코엑스몰 광장 왼편에 피아노 분수대가 있거든요. 저녁이 되면 피아노 건반 불빛이 파란색으로 움직이면서 물이 솟아오르는 장면이 꽤 낭만적이에요. 저는 거기서 친구나 애인이랑 가끔씩 맥주 한 캔씩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강 외에는 야외에서 술을 잘 안마시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거기서 시원한 물줄기와 바람을 느끼면서 맥주 한 잔 하는 기분이 좀 짜릿해요.
그리고 나서 아티움 건물 안에 들어가기 전에 건물 외양을 감상하는 게 좋아요. 이 건축물 디자인이 예사롭지 않거든요. 우리나라 사람들 프랑스 퐁티두다 뭐다 해서 외국 여행 나가면 유명하다는 건물 구경한 것만두 영광으로 알면서 우리나라 조형예술에는 무심한 것 같아요. 이 건물 아이스 큐브랑 우리나라 갓 문양을 절묘하게 결합시켜 온통 투명 유리로 건물을 지었는데 제가 볼 땐 초현실적 미가 담겨 있어요. 미술감상한다고 생각하시고 여친에게 설명 곁들여 가면서 보여주세요. 투명한 건물이라 밤에 밖에서 보면 더 멋있어요.
한 층에 가게가 하나씩만 입점해 있는데 로맨틱 데이트니까 2층 코데즈 컴바인은 이번엔 그냥 지나치시구 그 위에 있는 쌈지 팩토리랑 착한 가게를 윈도우 쇼핑만 해도 좋을 거에요. 인사동 쌈지 스페이스가 이사와 있다고 보시면 돼요. 대부분의 제품들이 젊은 디자이너들에 의한 재활용품의 재탄생이기 때문에 유니크하고요, 근데 가격은 비싸지 않으니까 예쁜 악세서리 하나쯤 선물해서 점수 따실 수도 있으실 거에요.
뮤지컬을 미리 예약하셨다면 보셔두 되구 아니면 6층 하늘 정원으로 직행하세요. 도심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면서 뻥뚫린 하늘 보기 힘들잖아요.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여기서 그걸 하실 수 있어요. 거기서 야경 보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시면 좋을 거에요.
올라가실 땐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서 건물 내부 구경하기, 내려오실 땐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는 엘리베이터 타고 야경 감상하기!!!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