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동화좀 알려주세요(내공20)

원작동화좀 알려주세요(내공20)

작성일 2005.08.05댓글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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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왕자님

 

 

파란 수염

 

 

숲 속의 잠자는 공주

 

 

뱀이 선물한 세 장의 나뭇잎

 

 

 

브레멘 음악대

 

 

인어공주

 

 

벌거벗은 임금님

 

 

행복한왕자

 

 

좀 올려주세요

 

 

다 올려달라는건 아니구요;

 

 

그냥 몇몇개만 올려주새요

 

 

 

무슨 책에서 나온다던지 그냥 대강 줄거리만 적는다던지는 사절이구요-_-;

 

 

 

 

여기있는거 1개나 2개라도 적어주셔도 답변 체택해드릴께요

 



profile_image 익명 작성일 -

 

 

 

 

열.어.서.는.안.되.는.방.의.열.쇠.에.감.추.어.져.있.는.부.인.의.죄

 마을 변두리에 세워져 있는 초라한 저택에 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가난한 귀족의 셋째 아들로서 손바닥만한 영토에서 들어오는 수익으로 간신히 생활을 꾸려나갔는데, 귀족이라는 말은 이름뿐 혼인할 나이에 접어든 세 딸에게 지참금도 쥐여주지 못할 형편이었다.
 당시에는 지참금이 없는 귀족의 딸은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세 딸도 이대로 가면 수도원으로 들어가 하루 종일 공부와 기도많 나는 지루한 나날을 보내야 할 것이다. 물론 당시의 수도원은 풍기가 문란해서 수도녀와 신부가 남녀 관계를 갖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비관적인 생활만은 아니었다.
 세 딸 모두 보통 여자 이상으로 아름다웠기 때문에 야심이 매우 강했다.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성 안의 무도회 이야기를 들으면 언젠가 자기도 화려한 옷을 차려입고 무도회에 참석하고 싶다는 꿈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시골의 가난한 귀족에게 무도회 초대장이 날아올 리가 없었다.
 세 딸 모두 아름다웠지만 특히 셋째 딸이 뛰어난 미모를 갖추고 있었다. 풍성한 머리카락, 속이 보이는 듯한 장밋빛 피부, 산호 같은 도톰한 입술... 셋째 딸은 남자라면 누구나 뒤돌아 보지 않을 수 없는, 마치 개화를 앞둔 꽃봉오리 같은 매력을 겸비하고 있었다.
 만약 부자였다면 이런 시골에서 초라한 생활을 할 필요가 없을 텐데. 무도회, 보석, 드레스 등 화려한 것들에 둘러싸여 사람들의 눈길을 한몸에 받으며 매일 화장과 사치 속에서 생활할 수 있을 텐데...
 가족들의 찢어진 속옷을 꿰매며, 또 물을 길으러 다니며 셋째 딸은 늘 그런 점을 불만으로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화려한 마차 한 대가 그녀들의 집앞에 멈추었다.
 딸들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말쑥한 연미복을 차려 입은 한 남자가 마부의 도움을 받아 마차에서 내렸다.
 키가 크고 풍채가 좋은 그 남자가 무엇보다 딸들의 눈길을 끈 것은 파란 수염 때문이었다.
 파랗다는 말에는 뭔가 차가운 느낌이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어에서는 귀족의 피를 선 블루(파란 피)라고 부른다. 이처럼 파란색에는 다른 사람의 접근을 거부하는 냉정함이 깃들여 있다.
 그 남자도 그랬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파란 수염을 기르고 정성들여 손질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남자의 수염에는 옅은 것과 짙은 것, 또는 검은색과 갈색, 황금색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파란 수염이 있다는 말을 세 딸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새파란 하늘이나 신비적인 수수께끼를 감추고 있는 듯한 파란 바다 등 파란색에는 무감각한 냉정함이 깃들여 있다. 마찬가지로 그 남자에게서도 냉혹함, 지성, 엄격함 등 신비하고 냉정한 기운이 풍겼다. 그리고 남자는 자기의 몸에서 발산되는 냉정함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듯했다. 남자의 파란 수염을 보자 딸들의 마음이 차갑에 얼어붙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남자의 용건은 영주의 세 딸 중에서 한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당돌한 그 요청에슨 부를 내세우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의 거만함이 짙게 배어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일단 애매한 대답으로 나자를 돌려보낸 아버지는 즉시 그 남자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수집하여, 그가 집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언덕 위의 고성(古城)에서 시종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부모도 형제도 없이 시종 몇 명을 데리고 있을 뿐이었다.
 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찾아가는 사람도 없었고, 정원의 풀과 나무는 손질을 하지 않아 방치되어 있었으며, 수십 개나 되는 방에는 먼지가 쌓이고 거미줄이 얽혀 있었다. 커다란 거실에선 꽤 오랫동안 무도회가 열린 적이 없었고, 찬장 안에는 금과 은으로 된 화려한 식기들이 먼지에 뒤덮인 채 가득 차 있었다.
 남자는 몇 번인가 결혼했던 경력이 있지만 그 아내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아내들이 모두 살해당했을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그 문제를 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결같이 미녀였다지만 가족이나 친척이 없는 여자들뿐이어서 그녀들의 행방을 묻는 자도 없었다.
 두 딸은 죽어도 그런 남자에게는 시집을 갈 수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아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잖아요. 기분 나빠서 싫어요."
 "돈 좀 갖고 있다고 어떤 여자든지 자기 마음대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정말 싫어요."
 그러나 셋째 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물론 셋째 딸도 망설여지는 점이 있기는 했다. 남자의 파란 수염, 거기에는 뭔가 사람의 마음을 오싹하게 만드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셋째 딸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 남자가 약간 이상한 사람이라고 해도 결혼하여 아이를 두세 명쯤 낳으면 남자의 마음도 점차 온화해질 것이다. 어떤 남자든 자기 자식은 귀여워하는 법이니까.
 셋째 딸이 어느 정도 마음이 있는 듯한 대답을 하자 파란 수염은 매우 기뻐하여 그녀와 가족들을 자기 성으로 초대했다.
 거실 천장에 매달린 채 좀처럼 불이 켜진 적이 없었던 샹들리에가 환하게 밝혀지고 커튼의 먼지도 말끔히 제거 되었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신선한 공기가 들어왔다.
 각지에서 올라와 상자 안에 담긴 채 그대로 보관되어 있던 과일과 고기, 진귀한 과자와 와인 등을 담은 금테를 두른 도자기 접시들이 테이블 위에 진열되었다.
 파란 수염은 여느 때와 달리 밝은 모습으로 셋째 딸의 가족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줄곧 고개를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오가는 시종들의 어두운 얼굴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 밖에는 특별히 마음에 걸리는 점이 없었다. 그곳에는 화려한 가구와 촛대, 벽에 걸린 명화, 전쟁 상황을 묘사한 벽걸이 카펫 등 실로 세 딸이 동경해온 호화 생활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다.
 셋째 딸이 댄스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자 파란 수염은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이렇게 말했다.
 "언제든지 이 거실에서 무도회를 개최하십시오. 근처에 사는 귀족이나 귀부인들을 초대합시다. 당신이 시집을 와준다면 즉시 댄스 파티를 개최하겠습니다."
 그리고 셋째 딸을 장롱이 있는 방으로 데려가 보석으로 장식된 최고급 의상들을 보여주었다.
 "이것들은 모두 당신 것입니다. 마음대로 골라 입으십시오."
 셋째 딸은 화려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고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 옆에 서 있는 남자가 나이가 좀 많기는 해도, 약간 음침한 느낌을 주는 남자이기는 해도, 그런 건 상관없었다.
 화려한 결혼 생활이 시작되면 남자도 바쁜 교제에 쫓기게 될 테니까 음침한 분위기를 나타낼 한가한 틈도 없을 것이다.
 
 셋째딸은 파란 수염의 프로포즈를 정식으로 받아들였다.
 두 사람의 혼례는 파란 수염의 성에서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그러나 결혼식 이후 그녀의 기대는 점차 물거품이 되어갔다.
 넓은 거실에서 무도회를 연 적도 없었고 다른 성에서 무도회 초대장이 날아오는 일도 없었다.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파란 수염은 전쟁터에 나갔으며, 많은 시간이 흘러도 신부에게 단 한 장의 편지도 오지 않았다.
 다만 상인들이 줄지어 성을 드나들 뿐이었다. 끊임없이 찾아오는 보석 상인과 드레스 상인들의 행렬. 신부는 그것들을 닥치는 대로 구입하여 거울 앞에 서서 인형처럼 걸쳐보고 입어보았다. 그러나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상대도 없고 갈 곳도 없었다. 그렇게 고독한 시간이 하염없이 흘러갔다.
 성에 있었을 때 파란 수염은 사냥을 자주 다녔다. 사냥은 남자들의 즐거움이다. 날카롭게 울려퍼지는 호각 소리, 짐승을 쫓는 사람들의 힘찬 고함소리, 거친 들판을 달리는 말발굽 소리, 힘차게 내리치는 가죽채찍 소리....
 옛부터 남자들이 사냥을 하는 즐거움에 젖어 있는 동안 여자들은 성에서 그들이 사냥감을 손에 들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일이었다.
 기품이 있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파란 수염은 신경이 둔한 남자였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꿩을 손에 들고 식당으로 들어온 적도 있었다. 부인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자 파란 수염은 그녀의 행동이 재미있다는 듯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리며 일부러 꿩을 높이 들어 보였다. 그리고 날카로운 칼을 사용해서 그 꿩을 능숙하게 요리하였다.
 그럴 때마다 더욱 핏발이 서는 눈과 더욱 냉정한 느낌을 주는 수염을 부인은 공포에 질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사냥감의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꺼낼 때 남편이 눈이 묘한 욕망에 빛나고 있는 것을 부인은 놓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마치 자신의 몸이 난도질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날카로운 칼날에 의해 배가 갈라지고 뼈가 드러나는 사냥감의 모습이 마치 자기 자신 같다는 느낌에 부인은 온몸을 떨어야 했다.
 사실 부인에게는 그보다 더 큰 고민이 있었다.
 그것은 밤의 생활이었다.
 첫날밤에 파란 수염은 얇은 비단으로 만든 천장이 딸려 있는 침대 위에서 거칠게 그녀의 몸을 유린했다. 그녀가 처녀라는 점을 배려하지도, 여자의 즐거움에 신경을 쓰지도 않고 그 몸을 거칠게 소유해버린 파란 수염은 즉시 등을 돌리고 잠이 들어버렸다.
 그녀도 처음에는 모든 남자가 다 그러는 줄 알았다. 남편들은 모두 신경이 둔해서 여자의 마음을 전혀 모르고 또한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허전한 마음은 억제할 수가 없었다.
 그 이후 남편은 밤마다 천장이 딸린 침대로 그녀를 찾아왔다. 그때마다 같은 행위가 되풀이 되었다. 그녀의 속옷을 거칠게 벗기고 육체를 농락한 후 곧바로 등을 돌려 잠을 자버리는... 그 행위가 이루어지는 동안 그녀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고, 그때마다 말 못할 고민에 눈물을 흘렸지만, 남편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가 남편에게서 받은 굴욕은 그 정도에서 끝나지 않았다.
 파란 수염이 전쟁터로 떠나기 전날 밤의 일이었다. 그녀가 여느 때처럼 먼저 침대에 누워 있자 파란 수염이 거친 발소리를 내며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기계적으로 남편을 향해 다리를 벌렸다. 파란 수염은 이번에도 역시 거칠게 그녀를 범했다.
 언제부터인가 파란 수염과의 밤은 그녀의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의무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 순간만 참아내면 혼자 편안한 잠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그런데 그날 밤엔 파란 수염의 태도가 여느 때와 달랐다. 그는 행위가 끝나자 침대 밑에서 가죽으로 만든띠 같은 것을 꺼내더니 갑자기 달려들어 그녀의 다리를 거칠게 벌리고 그것으로 그녀의 가장 소중한 곳을 채우려고 했다.
 "무슨 짓이에요? 내가 당신에게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는 거예요?"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비명을 질렀다.
 "조용히 해. 내가 집을 비우는 동안에 당신이 부정한 짓을 못하게 하려는 거야."
 "그렇다면 이것이 바로 소문으로만 듣던 그 정조대?"
 정도대는 원래 중세의 귀족들이 십자군에 참가할 때 집에 있는 아내의 불륜을 걱정하여 그 몸에 채웠던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여성의 소중한 곳에 채우는 정조대는 허리에 감는 끈과 국부를 가리는 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허리띠는 피부에 닿을 때 불쾌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빌로드로싸여 있고, 소중한 부분을 보호하는 판은 금속이나 상아로 만들어져 둔덕에 정확하게 밀착되도록 되어 있다.
 판에는 용변을 위한 작은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주위에는 톱니처럼 가시가 돋혀 있어 누군가가 손가락이라도 집어넣으면 통증 때문에 즉시 빼내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또한 튼튼한 자물쇠가 달려 있어 남편이 전쟁터에 나가거나 여행을 떠날 때에는 그 자물쇠를 채워둔다.
 "그만두세요. 이게 무슨 짓이에요. 제가 당신에게 충실하다는 건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잖아요?"
 아내는 비명을 지르며 방 안을 도망다녔다. 파란 수염은 마치 게임이라도 즐기듯 여유 있게 그녀를 뒤쫓았다. 이윽고 그녀가 벽에 몰려 겁먹은 표정으로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자. 그는 얼굴 가득 음흉한 미소를 띠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결국 그녀는 파란 수염에 의해 정조대를 차게 되었다. 그 오싹한 느낌이 드는 도구가 하체에 채워지고 자물쇠가 잠기는 순간, 그녀의 마음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때의 공포를 그녀는 평생 잊을 수가 없었다. 굴육감을 느끼게 했던 그 공포를.
 도대체 자기가 남편에게 어떤 존재인가 하는 의문이 가슴을 파해쳤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남편이 그만큼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파란 수염에게는 그런 정열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에게는 차가운 경멸과 협박만이 있을 뿐이었다.
 파란 수염이 방을 나가자 그녀는 무거운 도구를 몸에 걸치고 침대에 누워 죽을을 생각했다.
 '내가 왜 이런 남자에게 시집을 온 것일까?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단 말인가? 부를 꿈꾼 것이 잘못인가? 윤택한 생활을 꿈꾼 것이 죄란 말인가?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상처받은 자존심을 끌어안은 채 그녀는 혼자 시간을 보냈다.
 상인들만이 변함없이 성을 드나들 뿐이었다.
 그녀는 상인들이 내미는 물건을 닥치는 대로 구입했다. 나중에 엄청난 금액의 청구서가 날아왔지만 이상하게도 파란 수염은 그녀의 사치에 관해서만은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그날도 그녀는 베네치아에서 건너왔다는 얇은 비단속옷을 꺼내는 상인의 모습을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 상인이 갑자기 묘한 미소를 띠더니 이렇게 속삭였다.
 "꽤 불편하시지요. 부인?"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녀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영주님께 그렇게 사랑받고 소중한 대우를 받으시다니 부인은 정말 행복하십니다. 하지만 어떤 애정도 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짐이 되지요. 부인도 마음이 꽤 답답하실 겁니다. 때로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지요."
 부인은 상인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깨닫고 수치심에 얼굴을 붉혔다.
 '상인이 어덯게 그 사실을 알고 있지? 정조대가 드레스 밖에서 보일 리가 없는데, 혹시 시녀가 소문이라도 낸 것은 아닐까?'
 "오늘 제가 반가운 사실을 가르쳐드리지요. 사실은 예비용 열쇠를 만드는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예비용 열쇠요?"
 "페르가모 출신의 대장장이인데, 그 무서운 도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요. 그 도구를 만드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예비용 열쇠도... 무슨 말씀인지 이해하시겠습니까?"
 부인은 너무 창피해서 상인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인만 그런 불편을 견디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지금까찌 제법 많은 부인들이 제게 예비용 열쇠를 부탁했었습니다."
 그 말에 이끌린 부인은 상인에게 열쇠를 부탁하고 즉시 그를 내보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작은 열쇠가 마침내 부인의 손에 들어왔다.
 
 사실 왕비에게는 애인이 있었다.
 남편의 신하로서, 파란 눈에 금발을 하고 늘씬한 몸매를 갖춘, 그녀와 거의 비슷한 또래의 청년이었다. 중세에는 영주가 성을 비운 동안에 젊은 기사가 혼자 남은 부인을 상대로 무료한 시간을 위로해주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그러나 남녀 문제이기 때문에 기사와 귀부인의 관계가 항상 플라토닉한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부인이 남편을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 경우나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 만족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런 관계가 불장난으로 발전하는 일도 흔히 있었다. 파란 수염의 부인도 그랬다.
 언젠가 파란 수염이 전쟁터에 나가느라 집을 비우자 청년은 밤이 되기를 기다려 부인의 방으로 숨어들었다. 청년이 부인의 육체를 요구했지만 부인은 얼굴을 붉히며 저항했다. 그런 무서운 도구를 차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청년은 강제로 부인의 드레스를 벗기고 속옷을 끌어내리며 정신없이 그 육체를 소유하려 했다. 그런데 마지막 속옷을 벗긴 순간. 그 안에 채워져 있는 묘한 도구를 보고서 청년의 얼굴색이 변했다.
 "무서운 사람이야. 당신에게 이런 가혹한 짓을 하다니..."
 청년은 증오에 가득 찬 눈길로 정조대를 바라보며 파란 수염을 원망했다.
 "그는 사람이 아니야. 악마야."
 두 사람은 서로를 강렬하게 원했지만 마지막 선을 도저히 넘을 수가 없었다.
 부인도 괴로운 마음으로 청년의 고통스런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밤이 몇 번이나 이어지면서 청년과 부인은 허탈감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런때에 운 좋게도 예비용 열쇠를 구하게 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즉시 하나로 맺어졌고, 그 이후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몸을 섞었다.
 이때부터 부인의 생활은 미묘하게 변했다.
 이제는 파란 수염이 성을 비워도 혼자 외로움에 젖어 있지 않았다. 때로는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아내의 변화를 파란 수염은 냉혹한 시선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같은 패턴이야.'
 파란 수염은 과거를 돌이키며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의 여자들과 같은 패턴이야. 여자는 모두 마찬가지야. 겉으로는 순종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걸 믿으면 안 되지. 아무리 수치스러운 짓이라도 태연하게 저지르는 게 여자니까.'
 파란 수염의 어미니는 바람기가 많은 여자였다.
 방으로 끊임없이 남자들을 불러들이는 어머니를 파란 수염의 아버지는 보고도 못 본 척했다. 장남인 파란 수염이 아버지의 뒤를 잇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지만,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 바로 밑의 동생이 파란 수염의 출생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의 후계자 계승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파란 수염은 어머니와 동생을 죽이고 반항하는 귀족들을 모두 살해함으로써 마침내 자기 뜻대로 가문을 장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폭력으로 빼앗은 성과 영토에서는 하루라도 편안한 생활을 보낼 수가 없었다.
 파란 수염은 의심이 많았다. 불만을 품은 신하가 자기에게 독을 먹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했고, 누군가가 또 자기의 출생에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그리고 여자도 믿지 않았다. 여자는 결국 바람을 피우고 남편을 태연히 배신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자기의 출생을 의심받게 만든 어머니(여자)의 행동을 파란 수염은 결코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여행 좀 다녀와야겠어."
 파란 수염이 부인에게 말했다.
 "이건 열쇠 꾸러미야. 하나는 도서실 열쇠. 하나는 보물이 들어 있는 방 열쇠. 하나는 보석이 들어 있는 방 열쇠. 하나는 가구가 들어 있는 방 열쇠. 하나는 금고 열쇠. 어느 방이든 마음대로 열어봐도 돼. 하지만 마지막 황금열쇠를 사용해야 하는 방은 절대로 열어보면 안 돼."
 "알았어요. 걱정 마세요."
 부인은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그녀의 몸에 소름끼치는 도구가 채워졌다. 그 차가운 감촉은 이번에도 역시 그녀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다.
 파란 수염의 마차가 사라지자 그 청년이 시종들의 눈을 피해서 부인의 방으로 숨어들어 정조대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광란의 한때를 보냈다.
 "남편이 내게 이걸 주었어요."
 부인은 남편이 맡긴 열쇠 꾸러미를 애인에게 보여주었다.
 "어느 방이든 마음대로 열어보래요. 다만 황금열쇠를 사용하는 방만은 절대로 열지 말래요."
 "오히려 그 방을 열어보라고 유혹하는 말 같군요."
 청년이 비웃었다.
 "함께 열어볼까요?"
 "글쎄요. 어차피 부인 것이 되겠지만...."
 당시에 두 사람은 파란 수염을 죽이고 떳떳하게 살자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호기심은 기다림을 앞섰다.
 두 사람은 즉시 열쇠 꾸러미를 들고 방들을 하나하나 열어보았다. 세계 각지에서 들어온 금은보화와 화려한 가구. 정교한 벽걸이. 유서 깊은 명화. 무거운 가죽표지로 싸인 서적. 그리고 값비싼 식기... 모두 처음보는 것들이었다. 순간 청년은 자기도 모르게 부에 대한 강렬한 욕망에 휩싸였다.
 "정말 대단하군요.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있다니. 마지막 방에는 틀림없이 가장 비싼 것들이 들어 있을 겁니다. 당장 가보죠."
 청년이 부인을 부추겼다.
 "아니에요. 그 방은 열어보면 안 돼요."
 부인은 그렇게 말하고 일단 청년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그날 밤. 부인은 잠이 오지 않았다. 그 방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을까? 얼마나 멋진 보물이 들어있을까? 혹시 남편의 비밀이 감추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해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욕망이었다.
 특히 모든 것이 비밀에 싸여 있고 모든 면에서 복잡하기 짝이 없는 남편이었다. 아내인 자기에게조차 한번도 속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없는 그런 남편에게 부인은 늘 소외감을 느껴왔다. 만약 그 방에 남편의 비밀이 감추어져 있다면 남편에 대해서 알수 잇는 좋은 기회였다.
 한참 동안의 고민 끝에 결국 부인은 한밤중에 그 황금열쇠를 손에 들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보기만 하는 거야. 보기만 하고 다시 원래대로 문을 잠가두면 돼. 그래. 그렇게 하면 남편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부인은 남편이 파놓은 간단한 함정에 걸려들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런 생각보다는 호기심이 훨씬 더 강했기 때문이었다.
 부인은 황금열쇠를 열쇠구멍에 넣고 천천히 힘을 주며 돌렸다.
 그리고 문을 연 순간. 부인은 자기도 모르게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발 밑에 새빨간 핏물이 고여 있었던 것이다.
 또한 방 안의 벽에는 마치 사냥감을 매달아놓은 것처럼 시체가. 그것도 여자들의 무참한 시체가 몇 개나 매달려 있었다. 목에서 양쪽 귀까지 찢어져 있는 시체, 유방이 잘려나간 시체, 몸이 두 동강이 난 시체, 배가 갈라져 내장이 튀어나와 있는 시체, 손발이 토막나 있는 시체, 이미 해골로 변한 시체.... 그런데 그 시체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여자의 소중한 곳에 정조대가 채워져 있다는 것이었다.
 부인은 공포로 얼어붙은 몸을 간신히 추수린 후 필사적으로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 순간 엉겁결에 황금열쇠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열쇠는 핏물 속에 떨어져 있었다. 부인은 벌벌 떨며 그것을 주워들었다. 그러나 열쇠에 묻은 핏물은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았다.
 부인은 최선을 다했다. 약품도 사용해보고 뜨거운 물에도 끓여보고 마른 풀로도 비벼보았다.
 부인은 공페어 떨면서 하루 종일 열쇠를 닦았다. 그러나 핏자국은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다.
 
 파란 수염이 돌아온 것은 이틀 뒤였다.
 예정보다 빨리 돌아왔기 때문에 부인은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었다. 부인은 간신히 미소를 띠며 남편을 맞았지만 마음은 공포로 얼어붙어 있었다.
 "잘 다녀오셨어요? 피곤하시지요?"
 부인은 시녀에게 명령해서 물을 끓이게 하고 식사를 준비시키는 등 남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파란 수염은 옷을 갈아입는 시간도 아깝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자. 이제 열쇠 꾸러미는 돌려줘야지."
 부인의 마음속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졌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이렇다 할 구실이 떠오르지 않았다. 부인은 어쩔 수 없이 열쇠 꾸러미를 가져와 머뭇거리며 남편에게 내밀었다.
 "이게 도서실 열쇠. 이건 가구가 들어 있는 방 열쇠. 이건 보물이...."
 남편은 하나하나 소리내어 확인했다. 마치 아내의 공포를 즐기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런. 한 개가 부족하네. 그 황금열쇠는 어디 있지?"
 "네? 아. 그거요. 그걸 어디에 두었지.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까지 찾아놓을게요."
 "아니. 지금 당장 필요해. 지금 찾아와."
 부인은 어떻게든 변명을 하려 했지만 파란 수염이 계속 추궁하자 어쩔 수 없이 방에 가서 황금열쇠를 가져왔다.
 "이게 뭐야? 여기에 왜 피가 묻어 있지?"
 남편은 장난을 하듯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모르겠어요. 저는 전혀 몰랐는데요. 전부터 묻어 있던 것 아닌가요?"
 부인이 시치미를 떼었다.
 "그럴 리가 없어. 당신이 약속을 어긴 게 분명해. 그방을 열어보았지?"
 파란 수염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부인은 몸을 떨면서 파란 수염 앞에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용서해주세요. 두 번 다시 약속을 어기지 않을게요. 제발 용서해주세요."
 "너는 내 명령을 어겼어. 그 여자들이 왜 죽었는지 이유를 짐작하겠지? 너도 그렇게 만들어주마. 각오해."
 부인이 아무리 매달리고 애원해도 파란 수염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로 말하지 않을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비밀은 죽을 때까지 지킬게요."
 부인이 그렇게 호소했지만 남편의 분노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부인은 문득 남편이 이렇게 화를 내는 건 다른 것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지나칠 정도로 냉정한 남편의 분노. 어쩌면 남편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당시의 법은 남편이 아내의 불륜 현장을 발견했을 경우 그 자리에서 죽일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수많은 아내들이 불쌍하게 죽어갔다. 그보다 좀더 가벼운 벌은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알몸으로 말에 태워 거리를 돌아다니게 해서 수치심을 안겨주는 것이었다.
 "좋아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면 기도라도 하게 해주세요."
 부인은 결국 포기하고 그렇게 애원했다.
 "기도? 그거 괜찮은 생각이군. 저 세상에 가서 한 맺힌 영혼으로 이곳 저곳을 헤매면 안 될 테니까."
 부인은 탑 위로 올라가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부인은 성 밖에 있는 애인이 들을 수 있도록 목을 쥐어짜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주위에는 조용한 정적만 감돌고 있을 뿐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직 멀었어? 기도가 끝났으면 빨리 내려와."
 그렇게 소리친 뒤에 파란 수염은 지하실로 내려가더니 커다란 식칼을 가지고 돌아와 숫돌에 갈기 시작했다. 칼을 가는 파란 수염의 눈에는 오랜만에 피를 본다는 듯 핏발이 서 있었다. 미워하는 여자를 죽인다는 잔혹한 쾌감이 성적인 흥분 같은 묘한 기분을 일으켜 몸서리를 쳤다.
  
 식칼에 묻은 핏자국을 보자 과거에 죽었던 몇 명의 여자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이 식칼로 이미 몇 명의 여자를 죽였다. 한 명을 더 죽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번에 얻은 아내는 자기를 배신하지 않는 정숙한 여자이기를 바랐다. 음탕한 욕망을 견뎌낼 수 있는 여자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어떤 여자든 결국은 마찬가지였다.
 첫번째 아내는 음침한 여자로서, 남편에게 늘 분만을 품고 있었다. 파란 수염이 안으려 할 때마다 그녀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래도 강제로 몸을 눕혀 파고들면 마치 시체처럼 누운 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차가운 몸을 안을 때마다 아내에 대한 증오가 끓어올랐다.
 처음에는 인형처럼 순종하는 여자를 원했지만, 그 인형 같은 태도가 오히려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말없이 그를 거부하는 듯한 오만함까지 느껴졌다.
 그러나 아내는 이윽고 파란 수염의 아이를 임신했다. 후계자가 생겼다느느 사실에 파란 수염은 무척이나 기뻐했지만, 아내는 매일 밤 일부러 차가운 물로 목욕을 하고 무거운 돌로 배를 누르더니 결국 그 아이를 유산시켜버렸다.
 두 번째의 아내는 잔소리가 심한 여자였다. 첫번째 아내의 음침한 분위기에 질려 외향적인 여자를 얻은 것이다. 처음에는 그녀의 밝은 표정과 명랑한 말투가 마음에 들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명랑한 말투는 잔소리로 들렸다. 가정 문제에 대한 잔소리는 그럭저럭 참을 수 있었지만 영토 문제에까지 참견을 하는 데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다음의 아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번 아내는.... 그녀가 돈에 눈이 멀어 시집 온 것이라는 사실을 파란 수염은 잘 알고 있었다. 이미 늙어가는 몸으로는 돈을 미끼로 삼는 것 외에는 여자를 얻을 방법이 없었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 다만 가난하게 자라서 윤택한 생활을 모르는 여자.
 아내는 시집 온 이후 한동안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했다. 보석, 드레스, 향수.... 여자들 특유의 그런 즐거움을 파란 수염은 잠자코 바라보기만 했다. 어리석은 여자라고 경멸하면서도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여자도 결국엔 다른 여자들과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했다.
 '남자로서. 남편으로서. 영주로서의 내 권력은 절대적이다. 그 권력에 등 돌리는 자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파란 수염은 자기에게 등을 돌린 신하를 단칼에 죽인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폭력으로 사람을 제압하면 할수록 파란 수염은 더욱 고독해졌다. 사랑이 아닌 공포로 사람을 다스리는 행위는 결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폭력 외에는 다른 방법을 몰랐다. 자기의 약점을 드러내고 여자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행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황금열쇠를 건네주고 아내의 충성심을 시험해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해서 다른 여자들의 시체를 보여주는 것으로 무엇을 바랐던 것일까?
 잠시 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린 파란 수염은 탑을 향해 소리쳤다.
 "이봐, 아직 멀었어? 칼은 다 갈았다구."
 절대절명의 위기에 놓은 채 창문에 매달려 누군가가 달려와주기를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던 부인이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을 때, 멀리서 어둠을 가르고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그 사람이야. 그 사람이 와준 거야.'
 그러나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전에 밑에서는 파란 수염이 빨리 내려오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도만 할 거야. 내려오지 않겠다면 내가 올라가겠다."
 계단을 달려올라간 파란 수염은 창문에 매달려 비명을 지르는 부인을 끌어내렸다. 그리고 팔로 목을 감고 식칼을 치켜들어 단숨에 목을 베려고 했다.
 그 순간, 문이 부서지면서 청년이 뛰어들어왔다. 깜짝 놀라 잠시 동안 멍하니 청년을 바라보던 파란 수염은 곧 식칼을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하지만 젊은 청년의 힘을 당할 수가 없었다. 공포에 떠는 부인이 지켜보는 앞에서 두 사람은 격렬한 격투를 벌였다. 그리고 마침내 청년의 칼이 파란 수염의 목을 꿰뚫었다.
 
 파란 수염의 시체는 그 지하실에서, 일찍이 그가 사랑하고 증오했던 여자들 옆에 매달렷다. 그 후 부인은 파란 수염의 엄청난 재산을 아버지와 언니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덕분에 아버지는 편안한 노후를 보내게 되었고, 언니들도 신분이 높은 귀족 청년에게 시집을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부인은 그 성에서 애인인 청년과 함께 살게 되었다. 지하실에는 여전히 몇 명의 여자들과 한 남자의 시체가 매달려 있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그 앞을 지나는 사람은 누구나 강렬한 피 냄새와 싸늘한 한기를 느껴야 했다.
 한동안 두 사람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부인은 아름다운 보석과 드레스, 가구에 둘러싸인 채 밤마다 사랑하는 젊은 남자 품에서 마음껏 욕망을 발산했다. 부인에게는 더 이상의 불만이 없었다.
 그러나 첫 남편의 잔혹한 남자였다는 사실이 부인의 내부에 남자에 대한 강렬한 불신감으 심어주었다. 그래서 결국 파란 수염이 여자를 증오했듯 부인도 남자를 증오하게 되었다.
 파란 수염에게서 물려맏은 막대한 재산을 손에 넣은 부인이 계획한 일은 모든 남자들에 대한 복수였다. 그에 따라 부인은 엄청난 재산을 무기로 신랑감을 모집하기 시작했고, 소문을 들은 남자들이 앞다투어 모여들었다.
 부인은 달콤한 말로 남자를 유혹해서 결혼을 약속하면 상대를 방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남자가 그녀의 능숙한 애무에 완전히 늘어지면 방 구석에 숨어 있던 청년이 달려나와 단칼에 그 남자를 살해했다.
 살해당한 남자의 시체도 그 지하실 벽에 매달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체의 수가 확실하게 늘어남에 따라 부인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그러나 사실 시체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부인의 내부에 존재하는 권태감은 더욱 축적되었갔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남자를 죽여야 기분이 풀리겠어?"
 때로는 부인과 청년 사이에 날카로운 말다툼이 오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부인은 이제 이 청년도 지하실의 시체로 만들어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지 자문해보았다.
 결국 남자는 모두 마찬가지였다. 일단 여자를 손에 넣으면 자기가 군주라도 된 듯이 거만하게 행동하며 여자를 부리려 했다.
 '이제 때가 되었어.'
 부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 남자도 거만해져서 자기의 분수를 잊어버린 것 같았다. 자기가 누구 덕분에 이렇게 멋진 성에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인지, 그 사실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결국 이제는 끝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날도 부인의 '신랑감 모집'을 듣고 남자 한 명이 성으로 찾아왔다. 부인은 여느 때처럼 그 남자를 교묘한 말로 유혹하여 결혼 약속을 받아내고 방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때와 상황이 달랐다.
 부인은 청년이 눈을 피해 나자를 불러서 모든 사실을 이야기했다. 모든 일은 청년이 꾸민 계략이며, 잠시후에는 청년이 나타나 당신을 죽일 것이라고....
 깜짝 놀란 남자는 즉시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부인이 남자를 잠았다.
 "내 말을 들으면 당신은 나를 포함해 이 성의 모든 재산을 가질 수 있어요."
 이렇게 말하자 남자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에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당신은 약을 먹고 잠든 척하면 돼요. 그리고 그 남자가 당신을 해치려고 할 때 침대 밑에 감추어둔 칼을 꺼내서 재빨리 찌르면 돼요. 내가 미리 그 남자에게 술을 먹여서 취하게 만들 테니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거예요."
 한편, 이런 모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청년은 여느 때처럼 테이블 앞에 앉아 술을 마시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젠장,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여야 당신 속이 풀리겠어? 나도 이제 질렸다구. 지하실에는 더 이상 시체를 매달 공간도 없어. 더 이상 사람을 죽여야 한다면 다른 장소를 구해야 할 형편이라구."
 그렇게 불평하는 청년을 부인은 달콤한 목소리로 다독거렸다.
 "자,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해요. 당신이 해야 할 일이 기라디고 있잖아요."
 부인이 먼저 침실로 가자 청년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칼을 움켜쥐고 침실로 다가갔다.
 발소리를 죽이고 부인과 남자가 누워 있는 침대로 다다간 청년이 남자를 죽이기 위해 칼을 치켜든 순간, 잠든 척하고 있던 남자가 재빨리 몸을 일으키더니 손에 들고 있던 단검으로 청년의 목을 찔렀다.
 "빌어먹을, 감기 하, 나를 배신하다니....."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빝으며 방바닥을 기어다니는 청년을 부인은 냉혹한 미소를 띠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가 발끝으로 청년의 옆구리를 걷어차면서 나지막이 속삭이듯 말했다.
 "너도 이제 내 명령을 거역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겠지?"
 그 후 부인과 새 남자의 생활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부인은 신랑감을 모집하여 남편을 시켜 그 남자를 죽인 다음 지하실에 매다는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부인의 명령을 따르는 상대가 바뀌었을 뿐.
 부인의 남편도 몇 번이나 바뀌었다. 그리고 지하실에는 시체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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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수염 밖에 구할수가 없네요^^;

profile_image 익명 작성일 -

인어왕원작

옛날, 깊은 바다 속에 인어왕이 살고 있었습니다.

인어왕에게는 여섯 공주 가 있었습니다. 모두 어여쁜 인어들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막내 공주는 유달리 아름다운 인어였습니다. 눈은 깊은 바다 빛깔 같이 파랗고 맑았으며, 가슴에서 머리까지 더픈 비닐조차 하나하나 멋지게 정돈되어 있어 요염할 정도의 광택을 붐어내고 있었습니다.

언니들과는 달리 언니들과는 달리 막내 인어에게는 배꼽이 있었고, 그 아래로 뻗은 다리는 인간 처녀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길고 보기 좋았습니다. 막내 공주는 선천적으로 생각이 깊어서 곧잘 명상에 잠기곤 했습니다.

물고기는 눈을 감지 않기 때문에 명상에 잠길 때도 공주는 눈을 뜬채로 눈동자에 금빛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인어공주들의 가장 큰 즐거움은 할머니에게 바다 밖 인간세계의 얘기를 듣는 것이었습니다.

"너희들이 열여덟살이 되면 바다 위로 올라가 배랑 인간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마."

할머니는 손녀 인어들에게 꿈같은 약속을 했습니다. 바다밖 인간 세계에 대한 이야기 가운데에서도 특히 이상한 것은 아름다운 꽃들이 좋은 향기를 뿜내고 있고, 가련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물고기'가 바람 속에서 헤엄쳐 다니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바다 깊은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밤의 태양'이 있어서 바위 위에 올라간 인어의 몸을 은빛으로 적셔준다는 것도 상상을 뛰어 넘는 신비한 이야기였습니다.

마침내 첫째 공주가 열여덟살이 되어 바다 위로 올라가도 좋다는 허락이 내려졌습니다. 인어 할머니는 첫째 공주에게 아무쪼록 인간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주의시켰습니다. 인어를 본 인간의 몸에는 반드시 화가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첫째 공주가 돌아왔을 때 다른 공주들은 꿈을 꾸는 듯 이야기를 들었습니 다. 달 밝은 밤에 해변가 모래사장 위에 앉아 달빛에 비늘을 적시며 등불이 반짝이는 시내를 바라보기도 하고, 낮에는 바위에 몸을 숨기고 교회에서 들려오는 찬송가와 종소리에 가슴을 두근거리기도 하고, 숲 가까이에 가서 좋은 향내가 나는 꽃과 노래하는 '물고기'가 날아 다니는 것을 보기도 했다고 자랑했습니다. 막내 공주는 자신이 바다위로 나갈 수 있기까지는 아직 오년이라는 세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니 못내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다음 해에는 둘째 공주가 열여덟살이 되어 바다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셋째 넷째 다섯째에 이어서 마침내 일년만 기다리면 막내 공주 차례가 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내 공주는 일년을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어 어느 날 아무도 모르게 바다 가까이까지 올라 갔습니다.

파도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보니 마침 해가 질 무렵이어서 하늘은 장미빛으로 물들고 금빛 구름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눈 앞에는 돛대를 단 세척의 배가 떠 있었습니다.

이윽고 석양이 짙어지자 가지각색의 초롱에 불이 켜지고 배 안에서는 흥겨운 음악과 노래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인어공주는 배가 있는 곳으로 헤엄쳐 가서 선실의 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게 멋있고 기품이 있는 청년은 젊은 왕자였는데, 바로 이 날이 왕자님의 생일 이어서 지금 막 축하연이 시작되려는 참이었습니다.

왕자님의 머리는 바다밑에서는 볼 수 없었던 금빛으로 파도치고, 눈은 바다빛과도 같은 파랗고 맑았습니다. 인어공주는 넋을 잃고 왕자님을 바라보았습니다. 자기도 인간이 되어서, 그것도 아름다운 여자가 되어서 왕자님과 춤출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막내 공주는 인어의 몸이라는 것도 잊은 채 창에 얼굴을 바짝 갖다 대고 선실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바로 그 때 왕자님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순간 왕자님이 무어라고 소리치자 음악은 멈추고 사람들도 얼어붙은 얼굴로 일제히 이쪽을 쳐다보았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배가 크게 흔들리며 등불도 꺼졌습니다.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일어났습니다. 어느 새 폭풍이 밀어닥친 것이었습니다.

인어공주는 할머니의 말을 어기고 자신의 물고기 얼굴을 인간에게 보였기 때문에 화가 닥쳤다고 뉘우쳤지만, 이젠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무서운 파도와 천둥 속에서 배는 파도에 휩쓸려 눈깜짝할 사이에 산산조각이 나타났습니다. 인어공주는 정신을 잃은 채 바다 속으로 가라 앉는 왕자님을 파도 위로 밀어 올려 헤엄쳤습니다.

날이 밝자 폭풍은 잔잔해졌습니다. 인어공주는 왕자님을 모래사장에 눕히고 껴안고 있었습니다. 문득 인어공주는 왕자님의 배 아래쪽에 딱딱하고 뾰족한 살덩이가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인어공주는 본능의 소리에 부추김을 받아 그것을 자신의 몸 부족한 곳에 넣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주 꼭 맞았습니다.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자기가 인어라는 것도 잊고 몸이 서서히 달아올라 인간으로 변해가는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아침 햇살을 받은 왕자의 얼굴에 붉으스레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인어공주는 언제까지나 왕자님과 맺어진 채로 있고 싶었지만 의식이 되돌아왔을때 자신의 흉한 상반신을 보이게 될 것을 생각하고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울면서 바다 밑으로 돌아갔습니다.

인어공주는 언니들에게 모험담을 빠짐없이 이야기했지만, 단 하나 왕자님에게 마지막으로 한 짓만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자신의 속마음, 즉 언니들도 부모도 버리고 인어 세계를 떠나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대해서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막내 인어공주는 점점 말수가 적어지고 혼자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때가 많아졌습니다.

마침내 인어공주는 결심을 굳히고 바다 마녀가 사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마녀는 인간의 백골이나 배의 파편이 흩어져 있는 어두운 소용돌이 밑에 살고 있었는데, 인어공주의 얼굴을 보자마자 말했습니다.

"네가 바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너는 인간하고 한 몸이 되었지? 그리고 그 물고기 머리와 가슴 대신에 인간 여자의 긴 머리와 가느다란 팔에 부푼 젖가슴을 갖고 싶은 거지?"

"맞았어요. 부디 제 소망을 들어주세요. 그렇게만 된다면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어요."

마녀는 기분 나쁜 웃음을 입가에 흘리며 인어의 죽지않는 혼을 달라고 말했습니다. 인어공주는 인간이 되어서 왕자님 곁으로 갈 수만 있다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즉각 그 조건을 받아들였습니다.

"좋아. 이제 너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죽는 몸이 되는거다. 하지만 왕자가 너를 자신의 목숨 보다 사랑해 준다면 너는 다시 영원의 혼을 손에 넣게 될 것이다. 그러나 왕자가 너를 버리고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면 너의 몸은 다시 인어로 돌아가고 곧 죽어서 물거품이 될 것이다."

마녀는 그렇게 말하고 가마솥에 끓인 마법의 약을 인어공주에게 주었습니다. 약을 마시자 비늘은 빛을 잃고 진흙처럼 벗겨져 내리고, 인어공주의 상반신은 순식간에 젊은 아가씨의 몸으로 변했습니다.

인어공주는 곧장 바닷가로 헤엄쳐 갔습니다. 황혼이 질무렵 깊은 수심에 잠긴 왕자님이 해변가 모래사장족으로 다가왔습니다. 왕자님의 머리속에는 폭풍이 치던날 밤에 자신을 구해준 아가씨의 일이 어슴프레하게 남아 있어서 모래사장에 오면 언젠가 다시 그 아가씨를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왕자님은 눈 앞에 금빛 석양을 받으며 발가벗은 아가씨가 서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인어공주를 껴안으면서 외쳤습니다.

"너였구나. 나를 구해준 것은."

다시 만난 두사람이 가장 먼저 했던 것은 폭풍이 지나간 아침에 한 것과 똑같은 일이었는데, 왕자님은 꿈 같은 기억의 안개가 한꺼번에 맑게 걷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왕자님은 인어공주를 궁전으로 데리고 가서 눈부시게 화려한 옷을 입히고 같은 침대에서 인어공주와 지냈습니다.

그러나 인어공주는 원래 인어였기 때문에 고운 옷으로 몸치장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인 궁전에서 춤을 추거나 담소하는 것이 서툴러서, 동경하던 화려한 옷을 몸에 걸치기보다는 인어 때와 같이 발가벗고 왕자를 껴 안고 있는 때가 많았습니다.

왕자님의 문란한 생활은 곧 왕과 왕비의 걱정거리가 되었고 신하들은 왕자님을 위해서 훌륭한 신부감을 골라 결혼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얼마 후 이웃 나라의 아름다운 공주님이 왕자비로 정해졌습니다. 왕자님은 원래 생명의 은인인 인어공주와 결혼할 마음은 없었지만, 왕자비를 맞는다고 해서 쫓아낼 생각도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공주를 본 왕자님은 첫눈에 홀딱 반해 곧 성대한 결혼식을 치루기로 하였습니다. 인어공주는 자신이 인간으로 있을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결혼식날 밤, 인어공주는 눈물을 흘리며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달빛을 받으며 헤엄을 치고 있는 사이에 마녀가 말한 그래도 가슴과 배에 비늘이 돋고, 머리는 원래대로 물고기 머리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때 신랑 신부를 태운 배가 흥겨운 음악을 울리며 다가왔습니다. 인어공주는 언젠가처럼 선실 안을 훔쳐 보았습니다. 그러자 예전과 마찬가지로 화가 미쳐 배는 폭풍 속에서 조각나 가라 앉고 말았습니다. 인어공주는 왕자님을 껴안을 채 바다 깊숙이 가라 앉았습니다. 무서운 소용돌이에 휘말려서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나 보니 거기는 바다 마녀가 사는 곳이었습니다. 마녀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인어공주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아직도 무슨 소원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왕자님과 저를 한 몸으로 만들어서 죽을 때까지 함께 살수 있도록 해주세요. 대신 왕자님과 저의 나머지 반쪽 몸을 드리겠어요."

마녀는 그렇다면 그리 나쁜 거래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왕자님의 남성다운 멋진 하반신은 마녀도 탐이 났습니다. 그래서 마녀는 왕자의 상반신에다 인어공주의 인간 여자와 같은 모양을 한 하반신을 갖다 붙였습니다.

사람들은 왕자님의 기적적인 생환을 기뻐했습니다. 왕자님은 마침내 연로한 부황의 뒤를 이어 왕이 되어 훌륭하게 나라를 다스렸지만, 한평생 왕비를 맞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행복했는지 불행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왕자님의 하반신은 인어공주의 것으로 영혼도 따로따로여서 몸속에서 혼끼리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인어공주의 요구가 있으면 왕자님은 손을 사용해서 인어공주의 가장 여자다운 곳을 달래 줄 수는 있었지만 인어공주는 왕자님에게 그 보답을 해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인어공주의 그 부분은 왕자님의 손으로 어루만지면 기뻐서인지 슬퍼서인지 눈물을 흘리고, 눈물은 곧 단단해져서 진주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왕자님의 침대에는 언제나 진주가 넘치고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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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인어공주의 결말을 알려드리죠.

왕자가 사랑하는 건 바닷가에서 자신을 구해주었던 (그렇게 알고 있는) 수녀원의 아가씨였죠. 하지만 그 아가씨는 수녀가 될 것이니 결혼할 수 없고, 2지망으로 마음을 두고 있는 게 벙어리 인어공주. 하지만 왕자로서 이웃나라 공주와 결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혼할 공주를 만나보니, 수녀인 줄로만 알았던 바닷가의 그 아가씨였습니다. 이웃나라 공주는 사실 수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교육을 받기 위해서 수녀원에 있었던 거죠. 사실 왕자를 구한 건 인어공주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왕자는 이웃나라 공주가 자신의 생명의 은인인 줄로만 철썩같이 믿고 룰루랄라 결혼을 해버립니다.

그러니 왕자 하나만 믿고 가족을 버리고 목소리까지 포기하고 온 인어공주로서는 죽을 수밖에 없었죠. 원래 마녀가 인어공주의 꼬리를 다리로 바꿔주며 건 조건 중 하나가 왕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왕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면 다음날 해가 뜰 때 바다의 물거품이 되어 흔적도 없이 스러져버리리라는 거였죠.

그런데 결혼식 날 밤, 죽을 각오를 하고 슬픔에 잠겨 있는 인어공주 앞에 언니 인어들이 나타납니다.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잘라 마녀에게 주고 대신 받아온 칼을 내밀며, 그 칼로 왕자를 찔러서 왕자의 피가 발을 적시면 다시 꼬리가 생겨 인어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줍니다.

인어공주는 그 .칼을 받아들고 왕자의 신방으로 들어가지만 차마 왕자를 찔러 죽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해가 막 떠오르는 순간 물거품이 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듭니다.

하지만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되지 않았습니다. 최후의 순간에 자신을 희생한 마음씨가 하늘을 감동시켰는지, 바다에 뛰어드는 순간 공기의 요정이 되어버린 겁니다.

사실 인어공주가 애초에 사람이 되고 싶어한 이유 중 하나는 사람처럼 영혼을 갖고 싶다는 희망이었습니다. 인어는 300년이라는 긴 수명을 타고나지만 영혼이 없어서 죽으면 그대로 사라져버리지만, 인간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줄곧 동경해왔거든요. 그런데 공기의 요정으로서 300년 동안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착한 일을 보고 미소를 지으면(그게 산들바람이라던가요), 영혼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결국 사랑은 이루지 못했지만, 인어공주는 물거품으로 사라진 건 아닙니다.

내용출처 : (http://kin.naver.com/browse/db_detail.php?d1id=13&dir_id=1301&docid=393631, http://kin.naver.com/browse/db_detail.php?d1id=6&dir_id=602&docid=23150)

백설공주원작

 

[start] 왕비는 복도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기다리고 있었다. 촛대의 희미한 불빛이 길게 이어져 있는 복도 를 어렴풋이 비추고 있다. 그때 복도를 스치는 듯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망토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왕비는 즉시 그가 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왕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어느 방 앞에 멈추었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마치 빨려들어가듯 안으로 들어갔다. 왕비는 그 방을 주시하며 복도 그늘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방 안을 들여다보고 싶지만 그런 행동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였다. 왕비는 잠시 동안 마음속의 죄의식과 싸웠다. 그러나 결국 초조한 마음과 호기심이 죄의식을 억눌러버렸다. 왕비는 무서운 악마에게 이끌리듯, 왕이 발소리를 죽이고 들어간 방 앞으로 다가가 허리를 구부리고 열쇠구멍을 통해서 실내를 들여다보았다. 희미한 달빛을 받아 드러난 실내에는 침대가 놓여있고, 침대 위에는 한 소녀가 앉아 있었다. 침대 옆에 서 있던 왕이 소녀의 몸을 끌어안더니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아직 어린 소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감돌았고, 절반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다람쥐처럼 귀여운 이가 흘긋 드러나 보였다. 왕은 왼팔로 소녀를 끌어안으며 오른손으로 소녀의 잠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이윽고 소녀의 하얀 나체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부각되었다. 보일 듯 말 듯 부풀어오른 가슴, 아직 숲이 이루어지지 않은 둥근 둔덕, 그 아래로 이어져 잇는 인형처럼 늘씬한 두 다리... 왕비는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어 열쇠구멍에서 눈을 떼었다. 그때까지의 긴장감이 풀린 탓인지, 아니면 절망감 때문인지, 갑자기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면서 맥없이 바닥으로 무너져내렸다. 남편이 바람피우는 모습을 본 아내의 슬픔... 누구라도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비극적인 것은 남편의 바람 상대가 두 사람 사이의 친딸이라는 점이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왕비는 흑단나무 창틀이 끼워져 있는 창가에 앉아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이 나라로 시집을 온 지 벌써 10년, 왕비는 높은 신분은 아니었지만 그 미모에 매료된 왕의 끈질긴 요청으로 결혼해 왕비가 되었다. 결혼한 이후 한동안 왕은 마치 제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왕비를 사랑했다. 왕비가 시종에게 눈길을 주거나 신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심하게 질투를 했다. 결혼 전에 어떤 귀족이 왕비를 짝사랑했던 문제로 밤새도록 왕비를 추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 시대에는 다른나라와의 전쟁이 일상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왕은 성을 비우고 전쟁터에 나가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성에 혼자 남겨진 왕비는 고독했다. 시녀들에게 둘러싸여 하는 일 없이 지내는 나날이 이어졌다. 사람들의 소문이나 험담, 화장과 드레스에 관한 이야기... 여자끼리의 화제는 시시한 것들뿐이었다. 그런 대화의 중심에서 왕비는 밝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마음은 늘 고독했다. 그러다 보니 왕비의 유일한 즐거움은 자기 방에 혼자 틀어박혀 시집 올 때 가져온 마법의 거울을 꺼내어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왕비는 때로 그 거울을 보며 이런 질문을 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니?"  "그건 왕비님 당신이에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거울의 대답을 들을 때마다 왕비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풍부한 갈색 머리카락, 오똑하고 단정한 이목구비, 대리석 같은 하얀 피부... 하얀피부를 소중히 여긴 왕비는 프랑스에서 수입한 처방에 따라 여러 종류의 약초로 만든 파프(연고처럼 생긴 찜질약)로 매일 아침 마사지를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왕비의 미모에도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피부가 늘어지고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 왕과의 사랑에도 점차 정열이 사그라져갔다. 왕은 그런 왕비에게 조금씩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왕이 어느 귀족의 딸을 총애한다는 소문이 왕비의 귀에 들려왔다. 왕이 성을 자주 비우는 이유는 전쟁 때문만이 아니었다.종종 그 아가씨를 만나러 가기도 했던 것이다. 왕은 소녀를 좋아했다. 왕비도 그 나라로 시집 올 때 열다섯 살의 젊은 소녀였다. 왕은 비녀라기보다는 미소녀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왕비의 미숙한 아름다움에 도취되었다. 왕은 풍만한 가슴이나 히프에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소년처럼 늘씬하고 매끄러운 다리, 군살이 붙어 있지 않은 탄력 있는 히프, 갸름하고 단아한 얼굴... 왕비의 그런 중성적인 아름다움의 왕을 매료시켰던 것이다. 그 당시에 나이 어린 소녀의 결혼은 보기 드문 일이 아니었다. 열 살 정도의 나이에 다른 나라로 시집 간 공주가 얼마든지 있었다. 또한 남편으로서의 왕자도 성적으로 미숙해서, 부부 관계에는 관심도 없이 둘이서 장난만 쳤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러고 보니 지금 왕이 총애하고 있는 귀족의 딸도 열네 살이 되지 않은 소녀라는 소문이었다. 왕비에게는 커다란 약점이 하나 있었다. 결혼한 지 10년째인데도 아직 아이가 없다는 것이다. 왕비는 한숨을 내쉬며 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 순간 바늘에 손가락이 찔리면서 새빨간 피가 눈 위로 떨어졌다. 새하얀 눈을 물들이는 선혈의 붉은빛의 눈부실 정도로 선명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왕비의 뺨이 붉게 달라올라 여느 때보다도 더 아름답게 보였다.  "아이를 낳고 싶어. 이 눈처럼 새하얀 피부, 피처럼 새빨간 입술, 그리고 흑단나무처럼 새까만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를..." 아이가 태어나면 왕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후계자의 어머니로서 왕비의 자리에서 쫓겨나지는 않을 것이다.       왕비의 소원이 신에게 전해졌는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왕비는 임신을 했고, 마침내 아이를 낳았다. 왕비가 원한 대로 눈처럼 하얀 피부와 피처럼 새빨간 입술, 흑단나무처럼 새까만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아이였다. 아이는 백설공주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왕도 기분이 좋아 왕비의 '공적'을 칭찬하여 화려한 보석과 드레스를 선물했다. 왕비의 출산을 학수고대했던 왕은 이왕이면 사내아이를 낳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불평을 하기도 했지만, 왕비는 못들은 척했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으며, 아이를 좋아하는 왕은 틈만 나면 함께 놀아주었다. 애인을 찾아가는 횟수도 줄어들었고 아이를 보기 위해 왕비를 찾아오는 일이 많아졌다. 왕비는 만족했다. 아이로 인하여 왕이 다시 자기에게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 왕비는 아이의 머리를 묶어주고 옷을 만들어주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았다. 백설공주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아무런 탈없이 잘 자랐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왕비를 닮은 미모를 갖추었다. 왕비는 그런 공주가 자랑거리였다. 사람들이 공주의 아름다움을 칭찬할 때마다 자기가 칭찬받는 것처럼 기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왕비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공주를 바라보는 왕의 눈이 남자가 여자를 보는 눈처럼 이상하게 느껴졌다. 공주의 드레스 위로 드러난 새하얀 피부를 바라볼 때, 스커트 아래의 맨발을 바라볼 때, 왕의 눈에 욕망의 빛이 반짝이는 듯했다. 일찍이 근친상간은 현대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특이한 행위가 아니었다.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도 동생과 결혼했고, 16세기 이탈리아의 귀족 프란체스코첸치도 미모의 딸을 방에 가두어두고 강간했다.  그리고 며칠 후, 왕비는 우연히 공주의 침실로 들어가는 왕의 모습을 발견했고, 열쇠구멍을 통해 그들의 정사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왕은 거의 매일 밤 공주의 침실을 드나들었다. 당연히 왕비의 방에는 발걸음이 끊어졌다. 예전처럼 다시 고독에 빠진 왕비는 딸에 대한 연민과 질투 사이에서 고민했다. 사랑하는 딸의 육체가 남편의 짐승 같은 욕망에 더렵혀진다는 연민과 남편의 애무에 음란한 신음소리를 내뱉는 여자가 딸이 아닌 자기이기를 바라는 질투...  그러나 그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남자를 아는여자.." 그렇게 생각하자 지금까지 사랑스럽기만 했떤 딸이 갑자기 불결한 동물처럼 느껴졌다. 지금까지 백옥처럼 아름다웠떤 매끄러운 피부가 갑자기 손도 대기 싫은 더러운 것으로 느껴졌다.  "복장이 그게 뭐니? 몸을 훤히 드러내고." 언제부터인가 왕비는 공주에게 쓸데없는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몸가짐을 조심해야지. 너는 이 나라의 공주야." 몸매를 강조하는 드레스를 입거나 부드러운 비단양말을 신고 기뻐하는 공주를 바라보면서 왕비는 인상을 찡그리며 꾸짖었다. 그러자 지금까지는 어머니에게 순종만 했던 공주가 갑자기 반항적인 태도를 보였다.  "엄마는 보는 눈이 없어요. 엄마 같은 생각을 갖고 있으면 시녀들과 대화를 할 수 없다구요. 지금 파리에서 어떤옷이 유행하고 있는지 아세요? 왕족이나 귀부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들까지도 이런 스타일로 거리를 돌아다닌다구요." 도톰한 입술을 움직이며 깜찍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공주의 얼굴이 전에는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얄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공주는 빠르게 변해갔다. 공주의 몸에서 남자와 함께 밤을 보낸 여자들 특유의 불결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공주의 몸이 남자의 애무에 익숙해짐에 따라 점차 사랑의 기술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왕비는 분명하게 간파할 수 있었다.  어느날, 무엇이 원인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왕비와 공주가 말다툼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공주는 건방진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을 받아야 해요. 남자에게 사랑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뭘 알겠어요?"  "사랑받지 못한다고?"  왕비의 얼굴색이 변했다.  "그래요. 아빠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아요. 엄마 같은 여자는 이제 질렸대요."  남자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여자의 강인함. 왕비는 반박할 말이 없었다. 예전에는 그녀도 그런 강인함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의 젊은 미모를 잃어버리고 자신감을 잃어가는 초라한 여자일 뿐이었다. 왕비는 공주에게 여자로서의 질투를 느끼고 있는 자신을 알고 있었다. 백옥 같은 피부, 도톰한 장밋빛 입술, 군살이 전혀 없는 날씬한 몸매...그것은 모두 왕비가 이미 잃어버린 것들이었다. 그와는 달리 그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공주는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는 자신감에 차 있는 여자로서 당당히 왕비 앞에 서 있었다.    이제 왕은 체면도 잊은 채 백설공주에게 빠져 있었다. 극장이나 음악회등 어떤곳에 가더라도 백설공주를 데리고 다녔다. 원래는 왕비가 있어야 할 자리에 어린 백설공주가 있었다.  백설공주는 공단 리본으로 테를 두른 드레스와 고래뼈로 부풀린 스커트를 차려입고서 왕 옆에 어른처럼 앉아 있곤 했다. 그 광경은 당연히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예를 들어 왕이 극장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서 왕을 맞이하는데, 왕과 백설공주가 아주 태연한 모습으로 들어서서 이층 정면의 좌석에 앉으면, 사람들이 정중하게 머리 숙여 인사를 하면서 서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소문을 교환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왕과 백설공주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각국의 대사들이 왕을 알현하는 자리에서도 왕 옆에는 언제나 백설공주가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대사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사가 어쩔 줄 몰라 망설이고 있으면 왕이 공주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면 공주는 그에 답하여 한쪽 눈을 찡긋 감아 보이고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자리를 피해주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각국의 대사들은 두 사람의 눈짓 교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왕에게 부탁할 일이 있으면 우선 백설공주를 찾아가는 것이 대사들 사이에 상식이 되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존경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인 왕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어린 백설공주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만해진 백설공주는 왕까지도 자기 뜻대로 다루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늦게 음악회에서 돌아온 백설공주가 지친 몸으로 침대에 걸터앉자 왕이 즉시 무릎을 꿇고 공주의 다리에서 비단 양말을 벗겨냈다.  얇은 비단양말이 벗겨지자 마치 껍질을 벗긴 삶은 달걀처럼 매끄러운 다리가 드러났다. 왕은 재빨리 그 발끝을 입에 물고 정성스럽게 애무한 다음 점점 대퇴부 쪽으로 입을 옮겨갔다.  "이제 그만 하세요. 귀찮아요. 졸립다구요."  백설공주는 싫증을 느끼는 듯 하품을 하면서 왕의 애무를 거부했다.  "부탁이다. 조금만 더. 어제도 그냥 잤으니까 오늘은..."  "싫어요. 정말 졸립다니까요. 내일해요."  공주는 냉정하게 잘라 말하고서 몸을 돌려 누워버렸다. 왕도 공주 앞에서는 특별한 존개가 아니었다. 그는 이제 충족시킬수 없는 욕망을 끌어안고 어린 딸에게 농락당하는 초라한 늙은이에 지나지 않았다.  "제발 그러지 말고 한쪽 다리만이라도..." 애원하는 왕에게 공주는 한쪽 다리를 내밀었다. 왕은 필사적으로 그 다리를 애무했다.  "이번에는 이쪽." 왕의 요구에 백설공주는 다른 쪽 다리를 내밀었다. 왕은 미친듯이 그 다리를 끌어안고 애무를 되풀이하였다. 그야말로 비참한 모습 그대로였다. 공주의 오만함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시종과 시녀들에 대한 험담을 늘어 놓았다.  "프랜츠는 저를 보는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전에도 한번 주의를 준 적이 있는데, 제 말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아요."  "클라라는 다림질을 제대로 할 줄 몰라요. 스커트 뒤쪽이 주름투성이여서 귀부인들 앞에서 얼마나 창피했는지 몰라요."  "헬레나는 모든 일이 서툴러요. 신발을 신길 때 뒤꿈치가 벗겨진 적도 있어요. 한번 혼 좀 내주세요."  공주가 그렇게 험담할 때마다 왕은 그 시종이나 시녀를 해고시키거나 벌을 주었다. 때로는 백설공주 앞에서 그들에게 채찍질을 하기도 했다.  한번은 밧줄에 묶인 시종이 왕과 백설공주 앞으로 끌려나왔다. 왕의 명령에 의해 시종의 옷이 벗겨지고 등이 훤히 드러났다. 채찍이 사정없이 그 등을 내리치자 새하얀 피부에 검붉은 상처가 나타났다. 백설공주는 그 모습을 즐거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떤 시종은 백설공주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발가벗고서 성 안을 돌아야 했다. 또 어떤 시종은 벌거벗긴 채 밧줄에 묶여 깃털로 온몸을 간지럽히는 벌을 받아야 했다. 또 어떤 시녀는 신발을 제대로 신기지 못했다는 이유로 발바닥을 인두로 지지는 벌을 받아야 했다.  어린아이처럼 백설공주의 오만은 한계가 없었지만, 왕은 그런 변화를 오히려 즐겁게 받아들였다. 어쩌면 사라져가는 자신의 젊음을 백설공주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끼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아니면 애완동물을 키우듯 어린 공주를 키우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오늘도 시종 한스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벌거숭이가 되어 채찍질을 당했다고 합니다. 불쌍하게도 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는데, 한동안은 엎드려서 지내야 하는 중상이라고 합니다."  한 시녀가 여느 때처럼 거울 앞에서 왕비의 머리를 손질하면서 성 안의 동정을 전해주었다.  "세상에. 어떻게 한스까지.."  왕비는 어이가 없었다.  "대체 전하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것이지? 어린아이가 하자는 대로 다 들어주시다니."  어떻게든 손을 써야 한다. 이대로 두면 이 성은 엉망이 되어버린다. 왕과 백설공주의 관계를 이제 이 성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관리들의 인사 문제까지 공주의 뜻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죄 없는 사람들이 공주의 기분에 따라 이유도 없이 고문을 당하고 있다. 모든 것이 공주의 뜻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고, 아직 어른들의 세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린아이의 장난기에 의해 모든것이 결정되고 있다. 더 이상 내버려둘 수가 없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왕비로서의 지위까지 위험해진다. 시종이 나가자 왕비는 여느 때처럼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눈과 코 그리고 입술. 그녀는 눈동자를 천천히 이동하면서 어느 한 부분도 빠트리지 않고 하나하나 확인해갔다. 눈가에 깊이 파인 주름. 탄력을 잃은 피부. 보기 싫게 드러나 있는 갈색 반점들 나이가 확실히 그녀의 미모를 갉아먹고 있었다.  모든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요술사가 권하는 약초. 향유. 온천과 진흙목욕. 그리고 살아있는 동물의 피... 그러나 그 어떤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마치 고행을 하듯 정성스럽게 다듬어온 아름다움. 아직은 완전히 시들지 않았찌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왕비는 절망 속에서 뭔가 탐색하듯 거울에 질문을 던졌다.  "거울아.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니?" 그러자 거울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곳에서는 왕비님 당신이 가장 아름다워요.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백설공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백설공주예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백설공주만 없어진다면 모든것이 다시 보장된다. 제정신을 잃은 왕비는 그런 무서운 생각에 사로잡혔다. 마음을 먹었으면 즉시 실행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어떻게 죽여야 할까. 독약을 먹이면 간단한데 구하기가 어렵다. 목을 졸라 죽일 수도 있지만 마지막 순간에 모성애 때문에 손에서 힘이 빠져버릴 우려가 있다. 왕비는 여러모로 망설인 끝에 실력이 아주 뛰어난 사냥꾼 한 명을 불러 들였다.  "공주를 숲 속으로 데려가서 없애버려라. 그리고 그 간과 폐를 꺼내와라." 그 당시 사람들은 숲을 매우 신비한 느낌을 주는 곳으로 생각했다. 무서운 괴수와 짐승들이 살고 있으며.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곳이라고 알고 있었다.  "숲으로 놀러 가시는게 어떻겠습니까. 공주님. 재미있는 것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사냥꾼이 달콤한 말로 유혹했지만 공주는 뭔가 눈치를 챈듯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사냥꾼은 강제로 공주의 손을 잡고 숲으로 향했다. 하지만 숲으로 가는 도중에 사냥꾼은 문득 공주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렇게 귀엽고 순진한 아이를 어떻게..."  신분이 높은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딩시엔 태어나자마자 병에 걸려 죽어가는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나면 보물처럼 소중히 키웠다. 그런데 왜 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그렇게 귀한 자식을 단순히 성가신 존재로 여기는 것일까? 사냥꾼은 왕비의 뜻을 이해할수 없었다.  "저를 원망하지 마십시오. 왕비님의 명령이기 때문에 저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칼을 뽑아드는 사냥꾼을 향해 백설공주는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목숨만은..."  공주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자 사냥꾼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공주는 아직 어린아이야. 굳이 내가 죽이지 않더라도 이 깊은 숲 속에서 살아날 수는 없어. 아마 무서운 짐승에게 목숨을 잃을 거야. 그래, 굳이 내 손으로 죽일 필요는 없지.'  마음을 바꾼 사냥꾼은 칼을 거두고 공주를 숲 속에 풀어준 다음, 공주 대신 산돼지 한 마리를 죽여 간과 폐를 꺼내들고 성으로 돌아왔다. 기다리고 있떤 왕비는 사냥꾼이 내미는 싱싱한 장기들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비틀거렸지만,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냉정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잘했다. 공주는 저항하지 않았느냐?"  "네. 공포에 질려서 울음소리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단칼에..."  "그래,수고했다. 내 너에게 상을 내려주마." 그렇게 말하고서 왕비는 심복을 불러 사냥꿈을 그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물론 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왕비는 사냥꾼이 가져온 장기들을 새삼스런 눈길로 바라보았다. 붉은색을 띠고 있는 그 장기에서 아직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이것이 바로 그토록 나를 괴롭혔던 젊고 아름다운 백설공주의...'  당시에는 젊은 여자의 간을 먹으면 그 젊음을 자기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왕비는 잠시 주저했지만, 그 장기들을 숲 속에서 붙잡은 동물의 장기라고 속이고 요리사에게 소금을 무쳐오라고 명령했다. 그땐 인육을 먹는 것이 드문일이 아니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기근이 자주 발생했는데, 특히 13-14세기 동안에는 날씨에 의한 대규모의 기근이 자주 발생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마을을 버림으로써 많은 마을이 폐허가 되었다. 식량이 부족하여 빵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밀려들었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을 만큼 빵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참한 모습으로 야윈 사람들은 길이나 광장에서 힘없이 죽어갔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시체를 먹었다. 잠시 후 시녀가 음식을 가져왔다. 왕비는 잠깐 동안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그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다. 새빨간 피가 흘러내리자 눈을 가늘게 뜨며 그것을 혀로 핥았다. 음식을 깨물면서 왕비는 문득 백설공주의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는 기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백설공주는 두려움에 젖어 흐느끼면서 필사적으로 숲 속을 헤맸다. 아, 그 동안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아버지의 사랑과 귀여움에 도취되어 어머너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설마 어머니가 친딸인 나를, 여자가 여자를 보는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 아, 어머니가 나를 그토록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고 있었을 줄이야... 모든 것은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마음놓고 응석을 부린 나 때문에 발생한 거야.' 어딘선가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이 지나가면서 나뭇가지들을 흔들었다. 밤이 깊어가자 나뭇가지가 유령의 얼굴처럼 눈앞을 가로막았다. 너무 무서워서 공주는 졸도할 것 같았다. 그저 정신없이 눈물을 흘리며 산을 넘고 또 산을 넘었다. 그렇게 초인적인 힘으로 공주는 어느새 일곱 개의 산을 넘었다. 그때 눈앞에 한 줄기 빛이 들어왔다. 남은 힘을 모두 쥐어짜서 그곳으로 다가가자 돌로 지어진 작은 집 한채가 나타났다.  사실 그곳에는 일곱 명의 난쟁이들이 살고 있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땅 속에 묻혀 있는 금과 구리 등의 광물을 캐내어 무기를 만드는 일을 하였다. 백설공주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에는 작은 식탁이 있고, 그 위에는 작은 접시 일곱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귀여운 나이프와 포크, 스푼, 글라스를 이 각각 일곱 개씩 정리되어 있었다. 벽쪽에 있는 일곱개의 작은 침대는 하얀 시트로 덮여 있었다.  배가 고팠떤 백설공주는 일곱 개의 접시에 담겨 있는 빵과 고기를 먹고 글라스 안에 들어 있는 와인을 마셨다. 그리고 어느 정도 배가 부르자 잠이 몰려왔다. 피곤했던 공주는 침대에 눕자마자 곧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침대는 백설공주의 키와 딱 맞는 크기였다. 밤이 깊어지자 집주인인 일곱 명의 난쟁이들이 돌아왔다. 그런데 웬 귀여운 소녀가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게 아닌가. 식탁 위의 빵과 고기에도 손을 댄 흔적이 있었다.  "이런, 귀여운 소녀잖아!" 난쟁이 한 명이 소리쳤다.  "쉿, 그냥 자게 내버려둬. 깊이 잠든 것 같은데."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깨어난 백설공주는 일곱 명의 난쟁이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키는 자기와 비슷하지만 머리에는 하얀 머리카락이 섞여 있고 피부도 중년 특유의 메마른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부드러운 눈빛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 이곳에서 머물러야 한다. 재빨리 지혜를 짜낸 공주는 사정을 설명했다. 마음이 고약한 어머니가 자기를 죽이려 했지만, 그 명령을 맡은 사냥꾼이 자기를 불쌍하게 여겨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내용이었다.  공주의 이야기를 들은 난쟁이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친딸을 죽이려는 어머니가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이렇게 귀여운 소녀가 거짓말을 할 리도 없다는 점을 생각할 때 뭔가 사정이 있는 듯했다.  "마음놓고 이곳에 머물러도 돼."  난쟁이들은 입을 모아 백설공주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여자라고는 구경도 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던 난쟁이들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귀여운 소녀를 보고 하릴없이 늙어만가는 자기들의 미래가 순식간에 밝아지는 듯한 느낌을 가졌다. 그때까지 체념 속에서 살아온 난쟁이들은 이 행복이 언제까지나 이어지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그 대신 너는 집안일을 해야 돼. 청소, 빨래, 바느질, 요리, 방정리등등. 우리는 남자이기 때문에 집을 깨끗이 정리할 줄 모르지만, 너는 여자이니까 틀림없이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백설공주는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부터 그녀와 난쟁이들의 기묘한 동거 생활이 시작되었따. 당시에는 밖에서 일하는 남자의 역할과 집안을 돌보는 여자의 역할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었기 때문에 백설공주는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담당했다. 지금까지 최고의 대우만 받으며 살아온 공주의 입장에서 볼 때 청소나 빨래, 요리 등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공주는 열심히 노력하며 조금씩 배워나갔다. 그 결과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난쟁이들은 특별히 불평하지 않았다.  집에 사랑스런 소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각자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는 이 아이를 영원히 잃고 싶지 않다는, 누구 한테도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반드시 자기들이 지켜주어야겠다는 묵시적인 양해가 있었다.  "우리가 집을 비운 동안에는 문단속을 잘해야한다. 누가 찾아도느 절대로 문을 열어주면 안돼."  난쟁이들은 순진한 백설공주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어느 틈엔가 난쟁이들은 공주의 아버지가 된 듯 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백설공주도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서 남자들에게 그런 대접을 받는 일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공주는 번갈아가며 난쟁이들의 잠자리 상대도 하게 되었다. 보통 소녀라면 당연히 싫어할 메마른 피부와 짙은 노인 냄새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백설공주는 특별히 싫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아버지가 생각났다. 그날도 공주는 난쟁이와 잠자리를 함께했는데, 그의 껄끄러운 수염이 아버지를 생각나게 했던 것이다.  첫날밤은 두려움에 떨기만 했다. 겉옷이 벗겨지고 속옷이 벗겨질 때도, 거친 아버지의 손에 가슴과 하복부를 내맡겼을 때도 백설공주는 말없이 떨고만 있었다.  "싫어요. 아빠, 그만해요"  보통 때라면 이렇게 말했을 테지만 그때는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무엇인가 두렵고 부끄러운 일을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처녀막이 파열될 때의 공포와 통증....  그러나 그 후 아버지는 부드럽게 피를 닦아주고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날 밤은 아버지의 팔에 안겨 잠들었다. 수염의 거친 감촉과 어른 특유의 체취... 모든 것이 이제는 그리운 추억이었다.  "아,아빠..."  절정에 이르자 백설공주는 자기도 모르게 교성을 질렀다.  그 순간 난쟁이는 흠칫 동작을 멈추었다. 그 동안 궁금하게 여긴 의문이 비로소 해결된 느낌이었다. 공주가 어째서 어머니의 미움을 받아 살해될 상황에 몰린 것인지, 어째서 이렇게 귀여운 소녀에게 그 나이에 어울리는 순수함보다 어른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불건전한 색기가 흐르고 있는 것인지...     성에서는 왕비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자기 딸을 죽였다는 사실 때문에 죄의식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마침내 라이벌을 제거했다는 안도감이 더 강했다.  '이제 나에게서 왕을 빼앗아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왕은 다시 나만을 사랑할 것이다.' 원정에서 돌아온 왕은 공주가 없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더니 이내 슬픔에 잠겼다. 왕비는 눈물을 흘리며 왕에게 매달렸다.  "숲 속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커다란 짐승이 덤벼들어서 도망쳤어요. 하지만 공주는 돌부 리에 옷자락이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그 짐승에게 잡아먹혔어요." 왕비는 바닥을 치며 통곡했다. 자기 딸의 불행을 바라는 어머니가 어디에 있을까. 왕은 왕비의 말을 믿었다.  혼자 방에 있을 때면 왕비의 머리 속에서 백설공주의 귀여운 얼굴이 되살아났다. 왕비는 그때마다 고개를 흔들어 그런 생각을 떨쳐버렸다.  '나에게는 왕과의 생활이 있다. 여자로서 왕에게 사랑받는것. 내가 바라는것은 그것뿐이다. 그리고 이제 바라던 대로 뜻을 이루지 않았는가...' 왕비는 밤마다 왕의 애무에 탐욕스럽게 몸을 맡겼다. 육욕에 심취하는 것으로 자신이 범한 죄의 공포를 잊으려 했다. 왕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왕비의 격렬한 행동에 놀라기는 했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았다. 그런 행동은 딸을 잃은 슬픔 때문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런 왕비가 가련하게 느껴져 자기도 최선을 다해 그 격렬한 욕망에 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다시 왕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는 소문이 왕비의 귀에 들어왔다. 자기 자식을 해치면서까지 되찾은 왕의 사랑. 그것을 되찾았다는 생각은 오판이었는가? 결국은 아무런 이익도 없는 살인을 저질렀을 뿐인가? 어느 날 밤, 왕이 찾아오지 않아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왕비는 문득 거울 앞에 서서 질문을 던졌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니?"  "왕비님, 이곳에서는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예요.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은 일곱개의 산 너머에 살고 있는 백설공주예여." 왕비는 새파랗게 질려 거울을 떨어트렸다. 죽었다고 생각한 달이 아직 살아 있다니... 왕비는 공포에 몸을 떨었다.  "딸은 언젠가 이곳으로 찾아와 자기를 죽이려 했던 나를 고발할 것이다. 그러면 왕이 나를 절대로 용서해 줄 리가 없다."  이제 살인은 왕비의 강박관념이 되어버렸다. 지금까지는 오직 왕에 대한 질투가 원인이었지만, 이제부터는 생가가 달린 문제였다. 누가 이 싸움에서 살아남느냐... 그것은 남자를 둘러싼 어머니와 딸의 영원한 투쟁이었다.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수 없다. 내 손으로 직접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결심한 왕비는 얼굴에 안료를 바르고 누더기를 걸쳐입고서 비단으로 만든 선명한 색깔의 가슴끈 몇 개를 바구니에 담아 성을 빠져나왔다.  가슴끈은 옷 위에서 가슴 아래를 묶어 가슴을 풍만하게 보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당시 견직물을 베네치아나 밀라노 등이 주산지였는데, 비단 제품은 값이 매우 비쌌다.  성에 있을 때 아름답고 값비싼 물건에 관심이 많았던 공주는 틀림없이 이 가슴끈에 흥미를 느낄 것이다. 깊은 산 속에서 살고 있다고 결코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을 리가 없다. 아름다움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왕비는 여자의 허영심을 자극하는 도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아직 어린 공주는 유혹에 간단히 넘어 올 것이다.  잡화를 파는 노파로 변장한 왕비는 일곱 개의 산을 넘어 마침내 난쟁이들의 집에 도착했다.왕비는 문을 두르리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가슴끈 사세요. 여자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멋진 가슴끈이에요."  사람들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 산 속에 대체 무슨 일로 왔을까. 백설공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늘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공주는 사람들과의 대화에 굶주려 있었다. 그리고 가슴끈이라니... 호기심을 느낀 공주는 상대를 경계하지도 않고 서둘러 문을 열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왕비의 머리 속은 복잡한 상념에 사로 잡혔다. 성에 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초라한 옷을 입고 있었지만, 얼굴은 아직도 젊음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이 아이가 바로 남편의 사랑을 빼앗고 자기의 행복한 나날을 빼앗아간 얄미운 딸이라는 생각이 들자 왕비의 가슴에 다시 불 같은 증오심이 끓어올랐다. 그리고 빛나는 이 얼굴이 왕비로서의 자신의 지위를, 아니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이 스쳐갔다.  "어머, 귀여운 아이구나. 어떤 색깔이 마음에 드니? 그래, 이 색깔이 잘 어울릴 것 같다. 내가 묶어주마."  왕비가 그렇게 말하자 백설공주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왕비에게로 다가갔다. 왕비는 재빨리 백설공주의 가슴에 끈을 돌려 뒤에서 힘껏 조였다. 끈을 조이는 순간 문득 모성애가 느껴졌지만 그것을 떨쳐버리기 위해 두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백설공주는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힘없이 쓰러졌다. 그것을 확인한 왕비는 즉시 모습을 감추었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난쟁이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문 밖에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대답이 없었다. 무슨 일인가 하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백설공주가 입구에 쓰러져 있었다.  아무리 몸을 흔들고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 난쟁이들은 급히 공주의 몸을 살펴보았다. 가슴이 끈으로 강하게 묶여 있었다. 서둘러 그것을 풀어주자 공주가 숨을 몰아쉬며 정신을 차렸다. 난쟁이들은 탄성을 지르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그날 일어난 일을 전해들은 난쟁이들은 기가 막혔다.  "세상에 그럴 수가. 그 노파는 왕비가 틀림없어. 그건 그렇고 목숨을 건져서 다행이다. 앞으로는 누가 찾아와도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말아라."  난쟁이들은 번갈아가며 마치 아버지가 어린 딸을 타이르듯 주의를 주었다.  한편, 왕비는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숨을 헐떡이며 성에 도착했다. 확실하게 일을 처리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있는 힘을 다해 끈을 조일 때 분명 그런 느낌이 전해졌다. 이제 공주는 두 번 다시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왕비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렇게 생각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왕비는 다시 거울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기도하는 듯 한 마음으로 질문을 던졌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니?"  그러자 거울이 대답했다.  "이곳에서는 왕비님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은 백설공주. 일곱개의 산 너머에 살고 있는 백설공주예여."  이럴 수가. 확실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했는데 공주가 아직도 살아 있다니. 혹시 마지막 순간에 딸에 대한 모성애가 작용하여 팔에서 힘이 빠져버린것은 아니었을까?  왕비는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처리하겠다고 결심했다.  '어떻게 해서든 죽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지위가 위험하다. 아니, 목숨이 위험하다.'  왕비는 독약을 선택했다. 중세 사회의 서유럽에서 독약은 평범하게 사용되던 살인 수단이었다. 성 안에서도 왕이나 귀족이 독살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식사를 하기 전에 시종에게 먼저 음식을 먹여보게 했다. 또한 손님에게 술을 권할 때에는 주인이 먼저 술잔을 비워 독이 없다는 사실을 손님에게 확인시켰다.  이곳 저곳을 수소문한 끝에 마침내 즉효가 있는 독약을 구한 왕비는 그것을 달여 멋진 빗에 바르고,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분장하여 성을 빠져나왔다.  일곱 개의 산을 넘어 난쟁이들의 집에 도착하자 왕비는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빗이에요. 아름답고 멋진 빗이 있어요."  "할머니, 그게 뭐예여?"  백설공주가 절반쯤 문을 열고 물었다.  "빗이란다. 멋진 빗을 가져왔어. 한번 구경해볼래?"  "하지만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어요."  "잠깐이면 되는데 뭐, 자. 이렇게 멋진 빗은 본 적이 없을걸."  왕비는 빗 한개를 꺼내 보였다. 수없이 박혀 있는 보석이 햇빛을 받아 번쩍번쩍 빛났다. 원래 아름다운 물건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공주였다. 구경만 하는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에 공주는 다시 문을 열어주었다.  "어머, 예뻐라!"  공주가 황홀한 눈빛으로 빗을 들여다보자 왕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머리카락이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빗겨주마."  왕비가 공주의 머리카락에 빗을 댄 순간 독이 퍼지면서 공주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왕비는 난쟁이들이 돌아오기 전에 즉시 그 자리를 떠났다.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온 난쟁이들은 또 바닥에 쓰러져 있는 공주의 모습을 보았다. 정신없이 몸을 살펴보았지만 이번에는 가슴끈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머리카락을 살펴보니 거기에 눈에 익지 않은 빗이 끼워져 있었다. 그것을 뽑아내자 공주는 정신을 차렸고, 난쟁이들은 다시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그건 그렇고 두 번씩이나 그런 일을 당하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소녀인가.  난쟁이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궁궐에서 귀한 공주로 자랐기 때문에 사람을 의심할 줄 모르며, 가난한 생활을 하다 보니 아름다운 물건에 굶주려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을 남자인 난쟁이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주의를 주는 것뿐이었다.  "두 번 다시 낯선 사람을 집에 들여놓으면 안 된다. 이번에야말로 목숨을 잃게 될 거야. 그러니까 조심해야돼. 알았지?"      간신히 성으로 돌아온 왕비는 거칠게 숨을 몰아 쉬었다. 이번에야말로 틀림없이 성공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거울을 꺼내어 질문을 하였다. 그러자 거울이 이렇게 대답했다.  "이곳에서는 왕비님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백설공주. 일곱 개의 산 너머에 살고 있는 백설공주예요." 왕비는 어이가 없었다. 이제 왕비에게는 몇 번을 죽여도 되살아나는 끈질긴 생명에 대한 증오심밖에 없었다. 아무리 죽여도 되살아나는 공주는 악마일까. 생각해보면 성에 있었을 때부터 공주는 악마였다. 왕과 왕비사이에 끼어들어 왕비의 행복을 위협했던 악마. 그 때문에 괴로워하는 왕비의 모습을 보고도 태연히 미소를 지어 보였던 악마. 악마가 틀림없었다.  왕비의 마음에 약간이나마 남아 있던 딸에 대한 연민도 이제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어떻게 해서든 죽여야 돼. 설사 내가 목숨을 잃는다 해도 반드시...' 그렇다. 사과에 독을 묻히면 된다. 공주는 사과를 좋아했다. 사과를 보면 틀림없이 먹고 싶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산 속에 맛있는 사과가 있을 리 없다.  즉시 사과를 구해 한쪽에 독을 바른 왕비는 또 다른 변장을 하고 일곱개의 산을 넘어 난쟁이들의 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문을 두르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사과예여. 사과. 엄청나게 맛있는 사과예여."  "모르는 사람한테서는 절대 물건을 사지 말라고 했어요."  백설공주는 문을 절반쯤 열고 그 틈으로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그래. 문은 열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는데. 팔다 남은 것이니까 네게 선물로 주마. 네가 너무 예뻐서 주는 선물이야."  그렇게 말하고서 왕비는 문 틈으로 사과를 내밀었다. 백설공주가 뒷걸음질을 쳤다.  "독이라도 묻어 있을 것 같아서 그러니? 알았다. 그렇게 믿지 못하겠다면 내가 절반을 먹어보마."  왕비는 사과를 절반으로 쪼개어 한쪽을 공주에게 건네주고 나머지 한쪽을 먹어 보였다.  맛있게 먹는 왕비의 모습을 본 백설공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사과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한입 베어무는 순간. 나지막한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번에는 지난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맹독이야. 설마 또 살아날 리는 없겠지." 왕비는 재빨리 그곳을 떠났다. 서둘러 성으로 돌아온 왕비가 거울을 꺼내어 질문을 하자 거울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왕비님 당신이예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왕비님..." 왕비는 힘없이 의자에 주저 앉았다. 마침내 해냈다. 마친내 백설공주를 죽인 것이다. 아무리 죽여도 되살아났던 그 악마가 이제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왕비는 왕과의 평화로운 나날을 되찾았다. 왕의 팔에 안겨 있을 때 문득 백설공주의 귀여운 얼굴이 머리 속에 되살아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고개를 흔들어 그런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 후에도 죄의식이 왕비를 괴롭힐 때마다 왕비는 스스로 이렇게 타일렀다.  "그때 죽이지 않았으면 내가 죽었을 거야."    그날 자녁. 여느 때처럼 집으로 돌아온 난쟁이들은 또 바닥에 쓰러져 있는 백설공주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역시 온몸을 뒤져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옷을 벗기고 물과 포도주로 몸을 씻어주었다. 그러나 아무런 효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난쟁이들은 소리내어 통곡했다. 얼마나 어리석은 소녀인가.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당하다니. 그렇게 주의를 주었건만.... 난쟁이들은 사흘 밤낮을 시체 옆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백설공주의 이름을 불렀지만 공주는 깨어나지 않았다. 공주의 얼굴은 마치 잠이 든 것 같았다. 뺨에는 여전히 홍조가 감돌고 있었고 피부도 깨끗하고 매끄러웠다. 난쟁이들은 장작을 쌓아 공주의 시체를 화장할까 생각했지만 선뜻 결심이 서지 않았다.  "그래. 유리관에 넣기로 하자." 난쟁이들 중 한 명이 그런 제안을 했다. 당시에 유리는 매우 값비싼 고급품이었다. 유리 자체는 고대부터 존재했지만 장식품이나 글라스 같은 작은 물건뿐이었고. 교회나 성당의 창문에 사용하는 판유리는 중세 말기에야 간신히 제조되었다. 프로이센에서는 숲 속의 나무들을 태워 만든 탄산칼륨을 용매제로 삼아 유리를 제조했는데. 난쟁이들도 숲 속에서 그 방식을 이용하여 공주를 넣을 유리관을 만들었다. 공주를 유리관 안에 눕힌 난쟁이들은 황금으로 이름을 쓴 다음 그녀가 왕실의 공주라는 사실을 기록했다. 그리고 한 명씩 돌아가며 그 옆에서 밤을 새웠다. 그러자 새들이 날아왔다. 숲을 대표하는 올빼미. 까마귀. 산비둘기들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사후의 영혼이 새에게 인도되어 신에게로 날아간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난쟁이들은 새들을 환영했다. 유리관에 넣어진 뒤에도 공주는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장밋빛의 뺨. 백옥처럼 생기 있는 피주. 새까만 머리카락... 그러나 이 아름다운 육체도 언제가는 부식되어 악취를 풍기는 추악한 물건으로 변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난쟁이들은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생활은 해나갔지만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도 맞이해줄 사람이 없어 허전했다.      그러던 어느날. 젊은 청년이 일행과 함께 산에 나타났다. 허리에 칼을 차고 비단으로 몸을 감싼 멋진 모습이었다. 난쟁이들이 물어보니 예상대로 이웃 나라의 왕자였다. 사냥을 하는 동안에 길을 잃어 우연히 이곳에 도착하게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난쟁이들은 왕자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집에서 묵게 해주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백설공주의 유리관을 본 왕자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난쟁이들은 그간의 사정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공주가 있다니. 이 관을 내게 줄 수 없겠습니까. 돈은 얼마든지 지불하겠습니다." 그 말에 난쟁이들은 버럭 화를 냈다.  "당치 않습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주신다 해도 절대로 드릴 수 없습니다."  그래도 왕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새하얀 피부. 장밋꽃 봉오리 같은 입술. 풍만한 머리카락. 그리고 봉곳 부풀어오른 가슴과 늘씬하게 뻗은 두 다리... 얼마나 사랑스런 소녀인가. 이렇게 아름다운 소녀는 성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선물로 주십시오. 평생 소중히 보관하겠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공주를 늘 곁에 두고 바라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겁니다."  너무나 열성적인 왕자의 태도에 마침내 난쟁이들이 마음을 바꾸었다. 사실 백설공주는 왕의 딸이다. 이렇게 험한 산 속에 묻힐 사람이 아니다. 그보다는 같은 신분인 왕자의 손에 넘겨져 그곳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이 공주에게도 행복한 일이다...  왕자는 난쟁이들에게 후한 사례를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날 준비를 했다. 왕자가 백마에 올라타자 유리관을 짊어진 신하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일곱 명의 난쟁이들은 왕자 일행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하염없이 손을 흔들었다.      관을 성까지 갖고 온 왕자는 일반적인 상식의 궤도를 벗어난 행동을 보였다. 왕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관 옆에만 붙어 있었다. 외출할 때에는 시종들이 관을 짊어지고 왕자의 뒤를 따랐다. 그것도 불가능할 때에는 아무도 관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방에 자물쇠를 걸고 외출했다. 그러나 외출을 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게다가 매일 아침과 저녁 식사도 관 옆에서 했다. 사실 왕자는 병적인 시체 애호가였다. 그는 살아 있는 여자를 사랑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왕자는 젊은 여자의 신선한 시체를 손에 넣기 위해 여러가지로 손을 썼다. 그러다 시체가 손에 들어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그것을 끌어안았다. 죽은 사람은 그의 애무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저 차갑게 식은 몸으로 누워만 있을 뿐이었다. 왕자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왕자는 성적 불능자였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주변에는 그를 통해 왕비의 지위를 차지하려는 여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왕자는 여자들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런 왕자를 걱정한 부왕이 어디에선가 여자 한 명을 데려온 적이 있었다. 신하들의 배려로 왕자와 그 여자의 우연한 만남이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왕자의 소중한 부분이 힘껏 발기했지만. 막상 여자의 음부테 닿는 순간에는 맥없이 위축되고 말았다. 여자는 왕자가 한심하다는 듯 비웃었고.두 사람 주위에는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그 이후 왕자는 여자에 대한 증오심만 키우게 되었다. 그래도 부왕은 어떻게든 왕자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계속해서 여자들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육체를 이용해서 그를 유혹하려는 여자들. 왕자를 중심으로 신경질적인 질투와 증오를 앞세워 서로 반목하는 여자들의 태도는 왕자의 혐오감만 증폭시킬 뿐이었다.      그날 밤도 왕자는 방에 틀어박혀 백설공주의 관뚜껑을 살며시 열고 아름답게 화장된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리고 몸을 끌어안고서 얼음처럼 차가운 유방을 애무한 뒤 점점 하복부로 손을 뻗었다. 그때마다 그의 입에서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런 밤이 벌써 며칠째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자를 수상히 여긴 한 시종이 왕자가 없는 틈을 타 관이 숨겨져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자물쇠를 비틀어 열고 안으로 들어간 시종은 유리관안에 누워있는 공주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섬뜩함과 함께 황홀감이 느껴지는 공주의 모습. 시종은 자기도 모르게 관 뚜껑을 열고 그녀의 몸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그 순간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시종은 당황하여 시체를 떨어트렸고. 공주의 시체는 세찬 소리를 내며 관에 부딪혔다. 바로 그때 공주의 목에 걸려 있던 사과 조각이 톡 튀어나왔다.  "여기가 어디예요? 내가 왜 여기에 있지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왕자는 유리관 안에 앉아 있는 백설공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시체가 살아나다니... 왕자는 기쁨보다 실망이 더 컸지만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백설공주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당신을 이 성으로 데려왔소. 당신이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소."  그때까지의 사정을 설명한 왕자는 그 자리에서 즉시 공주에게 청혼을 했다. 공주는 당연히 그 청혼을 받아들였다. 이제 다시 성 안의 화려한 생활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고. 왕자도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나이 든 남자밖에 몰랐던 공주가 잘생기고 젊은 남자에게서 신선한 느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공주와 왕자는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이웃 나라의 왕후와 귀족들이 결혼식에 모여들었고. 마치 그림을 그린듯이 현란하고 화려한 축하연이 베풀어졌다.  공주는 두 번 다시 가난한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금과 보석. 화려한 자수를 놓은 비단 드레스. 그리고 고양이 발을 본떠서 만든 가구... 그런 물건들에 둘러싸여 매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싶었다.  그날 이후 공주는 성을 드나드는 보석 상인들과 재봉사들에게 둘러싸여 긴 시간을 보냈다. 시녀들과 쓸데없는 잡담을 나누기도 했다.  그런 단조로운 나날이 이어졌지만 백설공주는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적어도 숲 속에서 난쟁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말동무도 없이 생활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왕자는 그런 백설공주를 경멸했지만 그것은 미리 예견된 결과였다.  여자는 머리가 좀 뒤떨어지더라도 쓸데없는 잔소리를 하지 않고 자기가 원할 때에만 옆에 있어 주는 것이 좋다고 왕자는 생각했다. 그것도 신선한 시체로서...     백설공주는 모든 생활에 만족할 수 있었지만 단 한가지. 어떻게 해서든 처리하고 싶은 문제가 있었다. 자기를 죽이려 했던 어머니에 대한 복수였다.  그리고 사실 매일 거듭되는 무도회에도 어느정도 싫증난 상태였다. 뭔가 특별한 사건을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 해서든 복수를 하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어요. 언젠가 어머니가 이곳으로 찾아와 저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백설공주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리며 호소하자 왕자는 두말없이 그 의견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즉시 처리합시다."  마침 유럽에서는 마녀사냥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마녀라는 누명만 씌운다면 자기 인생에 방해가 되는 사람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얼마든지 없애버릴수 있었다.  얼마후. 성에서는 예정에도 없었던 성대한 연회가 개최되었다.  백설공주의 어머니에게도 초대장이 도착했다. 왕비는 그 나라의 왕자를 본 적도 없는데 웬 초대장일까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원래 화려한 장소를 좋아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즉시 초대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날. 보라색 빌로드 드레스와 다이아몬드가 박힌 일곱 줄의 목걸이로 아름답게 장식한 왕비는 출발전에 거울을 꺼내 자기의 모습을 비추어보았다.  확실하게 주름이 잡힌 눈가. 늘어진 뺨. 짙은 반점이 더욱 두드러진 피부.... 그러나 아직도 왕비는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실제로 젊은 여자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의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었다. 왕비가 거울에게 물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니?"  그러자 거울은 왕비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을 했다.  "왕비님. 이곳에서는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일곱개의 산 너머에 있는 성에서 왕자와 결혼한 새로운 왕비예여."  그 대답을 듣고 왕비는 깜짝 놀랐다. 대체 누구일까. 마침내 강적을 없앴다고 생각했는데 또 새로운 강적이 나타나다니... 괘씸한 마음이 들어 연회에 참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호기심을 이길 수 없는 왕비는 결국 성을 나섰다. 백설공주가 사는 성에는 수많은 손님들이 모여들었다. 악대가 밝은 음악을 연주하여 손님들을 맞았다. 연회장으로 들어가 아름답게 장식한 여자 앞에 서는 순간. 왕비는 그 여자가 다름 아닌 백설공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왕비의 온몸이 얼어붙었다. 왕비는 즉시 붙잡혀 재판을 받게 되었다. 죄명은 백설공주를 살해하려 한 죄였다. 왕비는 필사적으로 목숨을 구걸했다.  "공주야. 나 좀 살려주렴. 내가 잘못했다. 우리가 함께 지냈던 왕궁에서의 생활을 잊지는 않았겠지? 내가 너를 얼마나 귀여워했는지 너도 잘 알잖아. 너는 사랑스런 딸이었다. 내 배로 낳은 자식이 어떻게 사랑스럽지 않겠니. 마가 끼었던 거야. 용서해주렴. 그때 나는 악마에게 사로잡혀 있었던 거야."  왕비의 그 애절한 모습이 주위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었다. 기분이 우울해진 왕바는 공주에게 용서해주자고 말했지만 공주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왕비를 고문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즉시 쇠구두가 숯불 위에 올려졌다. 잠시 후 집행관이 두 개의 부젓가락으로 쇠구두를 집어들고 왕비 앞으로 다가갔다. 왕비가 울면서 사정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왕비의 발에는 새빨갛게 달구어진 쇠구두가 강제로 신겨졌다. 쇠구두는 중세 유럽에서 마녀를 고문할 때 자주 사용하던 도구였다. 죄수에게 새빨갛게 달구어진 쇠구두를 신기고 해머로 그 구두를 찌그러트리는 지옥같은 처참한 장면이 연출되었다고 한다. 특히 16세기 말에 스코틀랜드의 왕 제임스6세가 이 기구를 이용해서 마녀사냥을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왕비는 마치 춤을 추듯 정신없이 뛰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친 듯 그 자리에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백설공주는 테이블 위에 진열된 음식을 먹으며 불에 달구어진 쇠구두를 신고 정신없이 뛰는 어머니를 냉정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왕비로 상징되는 악(惡)이 사라지면서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그 후 왕자와 백설공주가 어떤 인생을 보냈는지는 알 수 없다. 잔혹한 면에서 비슷한 사람끼리 만났으니까 뜻이 맞아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았는지도 모른다.  '시체 애호가'인 왕자와 '사치병'을 앓는 백설공주. 어쩌면 두 사람은 생활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제2. 제3의 희생자를 끌어내어 '쇠구두'나 '꼬치꿰기'같은 고문을 했을지도 모른다.  중세 유렵에 불었던 '마녀사냥'이라는 태풍을 부도한 것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내용출처

http://kin.naver.com/browse/db_detail.php?d1id=13&dir_id=1309&eid=e8QOVhiHy%2Bt%2BTcMsnUs1L4ArV3Ro2Tao

 

<신데렐라원작> 고양이 신데렐라  2005/06/10 23:19
http://blog.naver.com/prettyell/140013856130

< 고양이 신데렐라 > 

 옛날 옛적에 '지졸라'라는 이름의 외동딸을 둔 홀아비가 있었습니다.
그 딸에겐 가정 교사가 있었는데, 그녀는 가정 교사를 무척 좋아했고, 가정교사도 그 딸을 매우 사랑했어요.

 

 어느날, 소녀의 아버지는 재혼해서 마음씨 나쁜 부인을 맞았습니다. 부인은 아름다운 딸을 비웃으며 매우 냉정하게 대했기 때문에 소녀는 가정교사에게 자주 불평하곤 했어요.
" 오- 하나님, 나를 사랑하고 늘 위로해 주는 당신이 내 사랑하는 어머니라면 얼마나 좋겠어요? "


지졸라에게 이런 식의 얘기를 계속 듣게 되자 가정교사가 말했어요.
"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내가 네 엄마가 될 텐데... "


가정 교사는 지졸라에게 아버지가 사냥갈 때까지 기다린 다음, 다락방에 있는 상자 속에서 지졸라의 옛날 옷들을 가져다 달라고 계모에게 부탁하라고 시켰어요.

" 계모는 네게 상자 뚜껑을 들고 있으라고 할 거야. 계모가 상자 속을 찾을 때, 뒤로 돌아가 상자를 닫으렴. 그러면 그녀의 목이 부러질거야. "

지졸라는 가정 교사의 지시대로 살그머니 뒤로 가 계모의 목에 뚜껑을 그대로 닫았고, 계모는 목이 부러져 죽었답니다.


 아내가 사고로 죽었다고 믿은 아버지는 지졸라를 위로했다.
상당한 애도의 기간이 지난 후 지졸라는 가정 교사의 미덕을 칭찬하며, 아버지에게 그녀와 결혼할 것을 권했어요.
아버지는 처음엔 꺼려했지만 마침내 딸의 청을 들어주었어요. 

 새 계모인 가정교사는 처음엔 지졸라에게 아낌없는 관심을 주었지만, 곧 감추어 두었던 자신의 여섯 딸을 당당하게 데려왔어요.
지졸라를 저버린 가정교사는 아버지가 친딸에 대한 모든 사랑과 애정을 거둘 때까지, 자신의 딸들을 아버지의 눈에 들도록 했답니다.

 그 때부터 집안에서 지졸라의 위치는 급속도로 낮아졌어요.
지졸라는 침실에서 부엌으로, 응접실의 상석에서 벽난로 쪽으로, 비단과 금빛 의상에서 헌 옷으로, 영광의 자리에서 천덕꾸러기의 신세로 내몰렸어요.
애완 동물처럼 밤마다 아궁이 곁에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에 지졸라는 계모와 의붓 자매들에게 ' 고양이 신데렐라 ' 라는 이름으로 불렸답니다.

 어느 날 신데렐라의 아버지는 시장에 가려한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문을 나서며 딸들에게 선물로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어요.

" 좋은 옷! "
의붓딸 중 하나가 말했어요.

" 진주와 보석! "
또 다른 딸이 말했어요.

" 신데렐라, 넌 무엇을 원하니? "
아버지가 물었어요.


" 집에 오시는 길에 아버지 모자에 닿은 첫 번째 작은 나뭇가지를
가져다 주세요. 그것이 원하는 전부에요. "


아버지는 두 의붓딸에게 좋은 옷, 진주와 보석을 가져다 주었어요. 또 집에 오는 길에서 푸른 숲길을 달릴 때 개암나무 가지가 모자에 닿았기 때문에, 그것을 꺾어 집으로 가져왔답니다.


집에 도착하여 아버지는 의붓딸들에겐 그들이 원했던 것을, 신데렐라에게는 작은 가지를 주었어요.
신데렐라는 아버지께 감사를 표하고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가 작은 가지를 심었습니다.

신데렐라가 너무 서글프게 울어서 눈물이 그곳에 떨어졌고 가지가 자라더니 아름드리 나무가 되었습니다.
신데렐라는 하루에 세 번 나무를 보려고 그 곳에 갔고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그 때마다 하얀 새가 나무에서 날아올라 신데렐라가 어떤 소원을 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가져다 주었습니다.

어느날 신데렐라는 왕자가 신부를 고르기 위해 무도회를 준비한다는 것을 알게 됬습니다.

신데렐라는 계모에게 갈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계모는 신데렐라에게 재 속에 흘린 한 접시의 콩을 두 시간 안에 모두 고른다면 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일은 할당된 시간에 마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신데렐라는 마술 나무에 사는 비둘기를 불러 도와 달라고 부탁합니다.
비둘기들이 한 시간 안에 콩을 골라내어 신데렐라는 '불가능한' 일을 완수합니다.
계모는 물러서지 않고 신데렐라에게는 적당한 옷이 없으니 데려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두 딸만 데리고 문을 나섭니다.

 

집안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신데렐라는 개암 나무 아래 어머니의 무덤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어린 새가 말한 것을 기억해 내곤 외쳤습니다.

" 내 작은 나무야, 펄럭이고 흔들려라. 은과 금을 내게 떨어뜨려 주렴 "

그 때 나무 속에 사는 새는 은과 금으로 반짝이는 드레스와 비단으로 수놓은 금빛 구두 한 켤레를 떨어뜨렸습니다. 신데렐라는 서둘러 그 옷을 입고 축제에 갔습니다.

신데렐라는 왕궁에 도착하여 언니들을 만났어요. 언니들은 신데렐라를 부러움에 차 바라보았지만 알아보지 못했어요.


신데렐라는 삼일연속으로 무도회에 참석했고.

매번 왕자가 그녀의 정체를 알아내기 전에 빠져나왔답니다.

 

사흘째 밤에, 왕자는 신데렐라를 잡으려는 마음에서 궁전 계단 위에 역청을 발라둡니다.

하지만 왕자는 신데렐라 대신 구두 한짝을 잡게 돼지요.


 왕자는 도망치다가 구두 한 짝을 잃은 신비한 공주를 찾아요.
왕자는 신발을 주어들고는 다음처럼 찬양했답니다.

" 오 아름다운 촛대여, 나를 태운 초를 잡고 있구나! 내 인생을 들끓게 한 아름다운 솥의 삼발이! 오 아름다운 의상! 이 영혼을 사로잡은 사랑의 그물과 연결된 것! 나, 그대를 감싸안고 내 가슴에 품으리. "

왕자는 큰 연회를 열라고 명령하고 왕국의 모든 여성이 참여해야 한다고 공포했어요.
구두에 맞는 발을 가진 처녀를 찾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비용도 아끼지 않을 작정이었답니다. 

 오, 얼마나 근사한 연회인가? 얼마나 즐겁고 재미있는 곳이었나?
그 음식이라니! 과자와 파이, 구운 고기, 미트볼, 마카로니...
아마 라비올리 군대도 먹이고 남을 거야. 

 부자건 가난하건, 젊건 늙건, 귀족이건 평민이건 상관없이 왕국의 모든 여 성이 초대되었다. 
다음 날 모든 이가 마음껏 먹었을 때 왕자는 다시 연회의 모든 여성에게 구두를 신어보라고 명령했다. 한 사람 한 사람씩 구두를 신어보았고, 지졸라의 못된 새언니들 역시 그 구두를 신으려 했으나 맞지 않아 울음을 터뜨렸다. 그 때, 계모는 몰래 자신의 첫째딸에게 속삭였다.

 

"엄지 발가락만 없으면 꼭 맞겠구나. 엄지 발가락을 자르렴. 어차피 왕비가 되면 걸어다닐 일도 없잖니?


새언니는 솔깃하여 어머니의 말대로 발가락을 자르고 그래서 발을 구두에 구겨 넣은 다음, 아픔을 감추고 왕자에게 갔습니다.
왕자는 신부가 될 사람과 함께 떠났습니다. 그들이 신데렐라 어머니의 무덤 곁을 지날 때, 개암나무 덤불 속에서 두 마리의 비둘기가 외쳤습니다.

" 돌아보고 살펴봐라, 돌아보고 살펴봐라. 구두 안에 피가 있구나. 구두는 그녀에게 너무 작구나. 진짜 신부가 그대를 기다리네. "

 

왕자는 구두를 내려다보고는 구두 안에서 피가 새어나오는 것을 봅니다.
말을 돌려 다시 신데렐라의 집으로 돌아가 다른 딸이 구두를 신어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작은 딸은 구두를 신어 보려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발가락은 쉽게 구두에 들어갔지만 발뒤꿈치가 너무 컸습니다. 그 때 어머니는 칼을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 뒤꿈치를 조금만 자르렴~ 네가 여왕이 되면 결코 걸어다니지는 않을거야. "

 

작은딸도 뒤꿈치를 조금 잘랐고, 피가 나는 발을 구두에 밀어 넣었습니다. 그러고나서 왕자에게 갔고 왕자는 앞자리에 신부를 앉히고 말을 달렸습니다.
왕자가 둘째 딸과 함꼐 개암나무 옆을 지날 때, 새들이 다시 구두에서 떨어지는 피를 지적하여 속았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왕자는 말머리를 돌려서 가짜 신부를 집으로 데려다 주고 아버지와 계모에게 강한 불쾌감을 표현합니다.

" 이 여자는 아니요. 다른 딸이 없소?" 왕자는 물었습니다.

" 없어요. 죽은 처의 소생인 더러운 신데렐라 뿐입니다. 그 애는 신부감이 못 되요. "
라고 아버지가 대답했습니다.


왕자는 불러오라고 명령했지만 계모는
" 오, 안 돼요! 그 애는 너무 더러워요. 그 애를 보여 줄 순 없어요. " 라고 말했어요.

그러나 왕자는 그녀를 데려 오라고 했고 신데렐라는 나와야만 했어요.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전 신데렐라는 손과 얼굴을 아주 깨끗이 닦았어요.
그리고 자신에게 금빛 구두를 내미는 왕자에게 갔습니다.
신데렐라가 의자에 앉아 무거운 나무 신에서 발을 꺼내 금빛 구두에 밀어 넣자 구두는 완벽하게 맞았어요. 신데렐라가 일어섰을 때, 왕자는 얼굴을 들여다보고 자신과 함께 춤추었던 그 아름다운 처녀임을 알아보고는 외쳤어요.
" 이 사람이 바로 그 신부요. "

계모와 두 딸은 너무 놀랐고, 왕자가 말 앞자리에 신데렐라를 태우고 떠날 때는 분노로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그들이 개암나무를 지날 때 두 마리의 흰 비둘기가 신데렐라를 따라와서 그녀의 어깨 오른 쪽에 한 마리, 그리고 왼쪽에 한 마리가 앉은 후 계속 머물러 있었어요.

결혼식 날 두 의붓 자매는 왕자와 신부의 환심을 사고 싶어하면서 예식에 참석했어요. 그러나 신데렐라의 보호자인 두 새는 아직 그들을 용서하지 않았답니다.

결혼식 행렬이 교회로 들어갈 때 큰언니는 오른편에, 작은언니는 왼편에서 걸었는데, 그들이 지나갈 때 비둘기가 두 사람의 눈을 하나씩 쪼았어요.

그들이 되돌아 나올 때 큰 언니는 왼편, 작은 언니는 오른편에 있었고, 비둘기들은 그들의 다른 한 눈을 파냈어요. 그들은 사악함과 거짓 때문에 남은 여생 동안 장님으로 살게 되었답니다.
내용출처

http://blog.naver.com/prettyell/140013856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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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고전 심청전]

 

그런 동화나 고전들 널렸어여.

원작이라는 말은 사실무근입니다.

 

제가 아는 얘기 중에 심청전원작ㅋㅋ 들려드릴께여.

 

앞부분은 똑같고 임당수에 심청이가 풍덩하여 용왕님에게 갔답니다.

아~ 근데 용왕님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던 까닥이 용왕이 발기부전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온갖 요망한 계집들이 갖은 방법으로 용왕을 세워보려 노력했지만 용왕은 반응이 없습니다.

이때 등장한 심청이를 본 용왕은 심청의 순수한 모습에 반응을 보입니다.

요즘 야동에 등장하는 교복소녀들과 같은 맥락이라고나 하까여?ㅎ

원작동화좀 알려주세요(내공20)

... 행복한왕자 올려주세요 다 올려달라는건 아니구요; 그냥 몇몇개만 올려주새요... 여기있는거 1개나 2개라도 적어주셔도 답변 체택해드릴께요 인어왕원작 옛날, 깊은 바다...

동화원작(내공)

... 많이 알려주세요!! 백설공주, 신데렐라, 빨간모자 빼고요 다른 것들이요.. 내용도 알려주시면 감사해요^^ (원작내용) 그럼 수고하세용..;; 내공은 얼마 걸어야 할지 몰라서...

소설이나 동화원작으로 한 영화..

... 1)이런식으로 된 영화랑 소설(동화) 많이 알려 주세요ㅠ 2)영화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어도 재미있는 동화같은 소설 추천해주세요(모모같은거..) 내공 있으니 자세히...

동화원작알려 주세요! 내공!

동화원작을 알아보려고 하는데 책을 사기에는 그렇고 ,, 그래서 동화원작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읽어본 동화원작은 푸른수염,라푼젤,백설공주,엄지둥이....

잔인한동화 동화원작좀 알려주세요~.

... 엄청웃긴 동화원작 소개좀해주세요.. 수행평가... 내가 사과 달라고 했는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아." "그래?... 방앗간에서는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가운데 20여 명의...

원작동화들 책 이름좀..

... 뭐 이런거..) 이런 원작 동화들을 묶은 책 없나요? 꼭 묶어져 있는 책이 아니어도 한권 한권씩 원작으로 된 것도 되요 제목이랑 쓴 사람좀 알려주세요 아 그리고 번외된...

TV로 보는 원작동화

저기 있잖아여 TV로 보는 원작동화 언제 몇시에 하는지 꼭 좀 알려주세요ㅠ 되도록... 예전에 ebs에서 수, 목 7시 20분에 했는데... 이제 는 비밀에 교정으로 인해 수, 목은...

TV로보는 원작동화 몇시에하나요?

... TV로보는 원작동화가 언제 , 몇시에하는지꼭좀 알려주세요 ! 내공겁니다 ㅠ http://www.ebs.co.kr/Homepage/?progcd=0001333 05.06.27~05.08.28 , 매주 월,화 저녁 08:50~09...

TV로보는원작동화

TV로보는원작동화잘못뽑은반장에서나오는이로운이랑황재아랑조백희실제이름알려주세요 내공20 이로운(손성준), 조백희(민채은), 황재하(강빛),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원작좀 알려주세요

... 등등등,, 원작좀 알려주세요 3가지 이상 알려주면 내공 20드림 전 알아듣기 쉽고... 내공은 필요없구요 -_-:: 동화중에 성인용 동화가 있습니다. 알고보면 무서운 동화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