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 제작을 해보실 만큼 옷에 관심이 많다면 판매직보다는 패턴메이킹(패턴사), 디자이너 계열로 미래를 고려해보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판매직은 옷이든 신발이든 결국 판매에 대한 스킬이 필요하고 그 이외에는 체력과 스마일, 서비스 정신, 큰 목소리로 인사하는 것이 주업무입니다. 재고 정리 같은 잡일은 사실 고등학교 졸업 안해도 할 수 있는 일들이니까요.
판매직을 아무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직을 목표로 한다면 좀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시는게 좋습니다. 예를 들면, 처음에 5~10년은 브랜드 의류, 신발 매장에서 판매직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매니저로 승진하는걸 목표로 하고, 10년차 이후에 자리 괜찮은 곳에 브랜드 매장을 가맹으로 하나 내는 걸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판매직은 단순 업무가 많기 때문에 진입장벽은 낮아보여도 버티는게 쉬운 업종은 아닙니다. 나름의 열정과 인생에 대한 목표가 있어야 버틸 수 있는 업종입니다. 꼭 나만의 매장을 갖겠다는 목표가 아니더라도, 돈 얼마를 모아서 어느 동네에 아파트 한채를 가질 정도의 세일즈 능력을 가진 매니저가 되겠다는 식의 목표도 좋습니다.
판매직은 사실 대학교 졸업장이 필요 없습니다. 굳이 불안하다면 전문대학에서 경영학이나 서비스업, 마케팅 관련 학과, 그리고 패션 마케팅이나 패션 메이킹 학과에 진학하셔도 무방합니다.
앞서 추천드린대로 패턴사,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의류학과, 패션디자인학과에 진학하시면 됩니다.
꼭 나만의 브랜드를 론칭하겠다는 목표가 아니더라도 어느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시면 동기부여가 될 겁니다. (국내 4년제 대학 졸업장으로 해외 명품 브랜드 및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에 디자이너로 입사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한 목표가 있으시다면 해외 유명 패션스쿨에 진학하셔야 합니다. 이는 공부라기보다는 디자인스쿨에 가깝기에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준비하셔야 하며, 서울에 패션스쿨 유학 중개해주는 학원에 상담 받아보시면 됩니다.)
디자이너도 사실 부류가 많습니다. 모두가 삐까뻔쩍한 명품 브랜드나 런웨이에 올라가는 하이엔드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를 해라고 부추기지만, 그렇게 부추기는 사람 중에 대단한 일 하는 사람 몇 없습니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라"에 너무 속지 마시고, 현실 가능한 목표치를 세우셔도 세상 사는 재미 다 느끼며 살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 중 상위 10개의 브랜드와 같은 도메스틱 브랜드를 목표로 잡으셔도 그정도 규모면 이미 국내에서 웬만한 중소기업은 뛰어넘는 수준의 매출 규모를 가진 회사이니 목표로 잡을만 합니다.
대학 진학 준비는 의류학과, 패션디자인학과 중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대학을 목표로 하시면 입시미술 학원에서 준비하시고, 그 외에는 본인 성적으로 가능한 대학 중 가장 높은 대학을 목표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홍대가 그나마 제일 유명하긴하지만 다른 인서울 학교와 네임벨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하이엔드 브랜드의 경우 패션스쿨 출신을 반기고, 기업형 브랜드의 경우에는 4년제 대학을 원하는 편입니다. (기업형 브랜드의 경우, 업무가 디자인 업무가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의류학 출신이어도) 그렇기 때문에 취업을 폭넓게 고려중이시라면 4년제 대학 중 최대한 학교 네임벨류가 높은 곳으로 가시는게 맞습니다. 따로 의류학 전공이 유명한 곳이라기보다는 학교 자체가 성적 문턱이 높은 곳에 들어가는 것이 취업에는 유리합니다.
대학 진학 후에는 워낙 의류학과가 실습도 많고, 과제도 많고 따로 공부해야할 것도 많아서 커리큘럼 따라가기 벅차실겁니다. 그래도 외국어 공부, 패턴 공부는 꾸준히 하시고 광장시장 같은 곳에서 구제, 빈티지 옷 싸게 들고 와서 뜯어서 패턴 떠보고, 동대문에서 원단 떼와서 그 패턴에 맞게 샘플 만들어보고 실루엣 수정해가면서 본인만의 패턴을 만들어가는 연습도 많이 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디자인 업계는 자료조사, 시장조사가 생명입니다. 색채 관련 컨텐츠도 많이 찾아보시고, 패션 뿐만 아니라 디자인 업계 잡지도 꾸준히 읽어두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쓴 에세이식 책들도 많이 읽으면서 현장도 간접 경험해보시구요. 스펙 쌓는다고 자격증 준비도 해야하고, 막 20살 넘겼으니 친구들과 클럽도 가고 술도 마셔야하지만, 책은 곁에 두면 둘수록 좋은 친구입니다. 대학교가면 중앙도서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강시간에 카페 가서 빈둥대지말고 책 한장이라도 읽으면서 시간 보내면 분명 그게 나중에 쌓여서 큰 자양분이 될 겁니다.
기업형 브랜드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요즘 취업 시장 기준으로는 중국어 HSK와 토스, 오픽, 토익이 있으면 좋고 패션 관련 전공 국가공인 자격증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다른게 충분하면 괜찮습니다. (있으면 학교 생활 열심히 했구나 정도, 성실함을 보여주는 지표). 그리고 공모전과 인턴, 대외활동, 어학연수 정도가 있는데 공모전은 이름 있는 공모전이 아니라면 크게 의미가 없고 인턴은 전공, 직무와 연관된다면 소기업이라도 도움됩니다. 대외활동은 주로 봉사활동이나 동아리, 교외활동이 있는데 너무 여기에 힘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학연수는 짧게 6개월에서 1년 다녀오실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좋구요. 해야될게 너무 많아보이지만, 막상 대학 들어가보면 다들 이렇게 열심히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시게 될겁니다. 한국 대학생들 정말 미쳤죠. 대학 4년에 휴학해서 1~2년 정도니 사실 열심히 목표를 잡고 하다보면 위에거 대부분은 이루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학생이 그정도 노력은 한다는 것이기에, 기회가 된다면 저 위에 단락에서 말했던 샘플 만드는 작업에서 더 나아가서 사업자등록을 하고 본인 브랜드를 작게, 매우 작게 만들어 온라인에 팔아보는 경험을 가져보세요. 이게 취업 할 때 포트폴리오로 활용 가능한 스펙이 됩니다. 혼자 디자인 기획부터 원단 셀렉, 패턴 메이킹, 도식화, 재봉, 촬영, 마케팅, 판매까지 직접 다 해봤다는 경험이니 기업에선 좋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냥 온라인 쇼핑몰 간단하게 만들고 샘플로 하나씩 실험했던거 올려서 팔면 되는거니 부담 갖지 않아도 됩니다. 잘 되면 브랜드 계속 운영하면 되는 것이구요.
좀 길어졌네요. 패션 시장이 계속해서 축소되고 소규모 브랜드로 쪼개지며 취업률도 낮아지는 분야가 되어갈겁니다. (지금도 그렇구요) 단단히 각오하고 재밌게 살겠다는 의지로 뛰어드시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