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로 가셨으니 당연 프랑스 와인을 구입하시는 것이 좋을테고,
프랑스의 주요 와인 산지를 보르도(Bordeaux), 부르고뉴(Bourgogne), 론(Rhone), 알자스(Alsace), 랑그독(Languedoc) 으로 갈라놓고 따져보겠습니다.
알자스는 거의 대부분 화이트 와인입니다. 레드 와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알자스는 제외.
부르고뉴는 와인을 고르기가 너무 까다로운 지방입니다. 세부 마을과 그 마을에 자리한 밭뙤기 이름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어야 하고 소규모 영세 생산자들이 많고 와인의 '브랜드화'가 안 되어 있어 초심자가 선물용을 제대로 고를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또 설령 부르고뉴의 고급품을 제대로 골라서 선물했더라도, 선물 받을 사람이 상당한 수준의 와인광이 아니라면 진가를 알아봐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부르고뉴 와인은 보르도에 비하면 맛이 섬세합니다. 위스키, 폭탄주를 즐겨 마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술 선호 스타일은 맛에 힘이 넘치고 파워풀한 스타일의 와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부르고뉴 와인은 빈약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상당한 수준의 와인광이고 부르고뉴 와인을 좋아한다는 확신이 없다면 선물로서 부르고뉴 와인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랑그독/루씨용 지방과 프로방스 지방은 프랑스 최남단의 와인 생산지인데, 저렴한 테이블 와인을 많이 만드는 동네입니다. 요즘은 훌륭한 와인도 많이 만들고 있어, 테이블 와인 산지라는 것은 선입견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선물로서의 격'을 생각한다면 피하시는 쪽이 낫겠습니다.
사족이 길었는데, 결론적으로 '보르도의 고급품'을 고르시라는 이야기입니다. 론 지방도 유명 산지를 고르시면 괜찮겠습니다.
보르도는 와인이 등급체계에 의해 계급화되어 있습니다.
이걸 자세히 쓰려면 책 한권을 써야하니 자세한 것은 생략하고,
딱 잘라서 추천품목만 적겠습니다.
샤토 퐁테 카네 (Chateau Pontet-Canet), 포이약(Pauillac)마을, 그랑크뤼 5급
샤토 그랑 퓌 라코스트 (Chateau Grand-Puy-Lacoste), 포이약(Pauillac)마을, 그랑크뤼 5급
샤토 브라네르 뒤크뤼 (Chateau Branaire-Ducru), 생 쥘리앙(Saint Julien)마을, 그랑크뤼 4급
샤토 라그랑쥬 (Chateau Lagrange), 생 쥘리앙(Saint Julien)마을, 그랑크뤼 3급
이보다 더 좋은 와인도 많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 30~50유로 정도로 구입할 수 있는 보르도 그랑 크뤼 중에서 평가가 높은 것을 몇 가지를 써봤습니다. 샤토 탈보(Chateau Talbot)도 좋지만 워낙 국내에서 인기있는 와인이라 (이름이 기억하기 쉽거든요) 굳이 외국에서 선물로 사다주기엔 너무 흔한 것 같아서 뺐습니다. 보르도 와인은 지난 10년 정도의 빈티지 중에서는 1997년산 정도만 피하면 됩니다. (2001,2002년 등이 별로라지만 기피해야할 정도는 아닙니다.)
론지방의 와인은 '샤토뇌프 뒤 파프(Chateauneuf du Pape)' , '지공다스(Gigondas)', '코트 로티(Cote-Rotie)', '에르미타쥬(Hermitage)' 등의 생산지를 고르시면 좋겠습니다. 추천 생산자는 샤토 드 보카스텔(Chateau de Beaucastel), 뷰 텔레그라프(Vieux Telegraphe), 미셸 샤푸티에(M. Chapoutier), 에티엔 기갈(E. Guigal) 등입니다. 뷰 텔레그라프의 샤토뇌프 뒤 파프 '라 크로 (La Crau')는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낮아 (그래도 40유로는 줘야겠지만)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쪽은 지방은 2002년산 정도만 피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