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가정에서 좋은 와인을 만들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냐면 와인용 포도 즉 당도가 높고 산도가 낮은 포도를 구하기가 힘들고, 농약 때문에 발효가 제대로 될지 의문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용량을 측정하는 기구가 없으며, 당도나 알코올 농도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주먹구구식이 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양질의 와인을 만들기란 불가능합니다. 더군다나 오크통에 넣어서 숙성시킨다는 것도 불가능하지요.
그래도 만드시겠다면, 레드와인용은 적포도로서 색깔이 진하고 단맛이 강한 것이 좋습니다. 화이트와인용은 청포도를 구입하십시오. 될 수 있으면 포도 알맹이가 듬성듬성 달려 있는 것이 햇볕을 골고루 받아서 좋은 것이니까 알맹이가 꽉 찬 상품은 구입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씻지 마시고 그대로 으깬 채 발효시켜야 합니다. 씻으면 껍질에 묻어있는 야생이스트가 없어지고 잡균 오염의 기회를 제공하게 됩니다. 그러면 농약 걱정을 하실텐데, 원래 와인용 포도는 수확기를 앞두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습니다만 시중의 포도는 이 점이 미지수입니다. 농약이 많이 묻어 있으면 발효가 불가능합니다. 반면 발효가 잘 되었다는 것은 농약이 없거나 있어도 그 영향력이 적어서 인체에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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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와인을 만들 경우 청포도를 으깨어 즙을 짭니다. 그런데 포도즙을 짜기가 쉽지 않은데 으깨어 2-3시간 둔 다음 즙을 짜면 자체 분해가 되어 약간 더 쉽습니다. 가제나 포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만 스타킹을 깨끗이 씻어서 사용하면 편리합니다. 이 즙을 그대로 두면 발효가 일어납니다. 공장에서는 잡균제거, 와인용 이스트 첨가 등 과정을 거치지만, 가정에서는 그대로 두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온도는 20-25도 정도면 됩니다. 양이 많지 않는 한 온도가 올라가지는 않고 요즈음 같은 경우 오히려 온도가 더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발효가 진행되면 탄산가스가 나오므로 완전히 밀폐시키지 말고 가스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넘쳐흐르거나 뚜껑이 빠져나와 곤란하게 됩니다. 가스가 올라오고, 당분이 변해서 알코올이 되므로 점차 단맛이 없어지고 알코올 농도가 높아집니다. 거품이 올라오지 않고 단맛이 없어지면 발효가 끝난 것입니다. 그대로 2-3주 더 두면 찌꺼기가 가라앉게 됩니다. 조심스럽게 윗물만 따라내어 따로 밀폐시켜 냉장보관을 하시면 화이트와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 년 동안 두실 생각은 하지 마시고 그 때 그 때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마 이 때쯤 되면 주석(酒石)이라고 하는 보석 같은 조각이 떠다닐지도 모릅니다. 몸에 해롭지는 않으나 감촉이 좋지 않으므로 가라앉혀서 위쪽만 분리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레드와인은 포도를 으깨어 용기에 넣고 그대로 발효시킵니다. 즉 즙을 짜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야 껍질이나 씨에서 성분이 우러나와 색깔도 진해지고 씁쓸한 맛도 갖게 됩니다. 만일 적포도를 으깨어 바로 즙을 짜내면 약한 핑크빛이 되는데 발효 도중 이 색깔은 다 없어지고 화이트와인이 됩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발효가 일어나면 가스가 올라오고 단맛이 점차 없어지므로 색깔이 됐다 싶으면 즙을 짭니다. 방법은 청포도의 경우와 같습니다. 그리고 짜낸 즙 미완성 와인은 좀더 발효가 될 수 있도록 그대로 두면 발효가 멈추고 찌꺼기가 가라앉습니다. 나머지 방법은 청포도와 동일합니다.
알코올 농도를 높이고 싶으면 설탕을 넣는데 당분 농도의 약 반이 알코올이 되기 때문에 시중에서 파는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7-10% 알코올을 가진 와인이 됩니다. 그래서 포도 1Kg 당 설탕 50-70g 정도 넣으면 알코올 10-12% 정도는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야생이스트를 사용하는 방법은 발효가 끝까지 일어날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가정에서 와인을 만드는 방법이 어렵다고 하는 것입니다.
- 김준철와인스쿨(www.jckwinescho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