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민주당)가 어머니가 백인이고 백인 환경에서 자랐으며 여러모로 ‘백인화 된 흑인’이라는 심오한 이야기는 부차적인 이야깃거리일 뿐이다. 흑인 노예에 대한 오랜 차별과 착취로 건설된 나라 미국의 국민들이 피부색이 검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택했다는 것은 분명 역사적 사건이다.
흑인 극빈층들이 차별과 냉대를 견디다 못해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폭동을 일으킨 것도 불과 16년 전의 일이다. 백인 노동자와 여성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버락 오바마는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 대선을 지켜본 전 세계
미 대선을 통해 미국 국민이 변화를 바란다는 것을 확인했다. 4년 전에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명분 없는 전쟁이었다는 사실이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결국에는 미국 국민들마저 더 빈곤한 상태로 내몰았음이 명백해진 지금은 변화에 대한 기대가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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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공식 홈페이지(http://www.barackobama.com) 메인화면 이미지. 왼쪽은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 ⓒ 오바마 당선자 공식 홈페이지 |
2008년의 미국 대선은 경제 대선이었고 오바마 당선자의 제일 큰 과제 또한 경제 문제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것은 부시의 경제정책은 실패했다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실패했다. 변화는 미국 국민만의 요청이 아니기에 세계는 조심스럽게 오바마의 당선을 반기고 있다. 미국에 적대적이던 쿠바의 카스트로 대통령마저 오바마 당선에 대해 ‘비판적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공화당에 대해 우호적이던 중국 정부는 ‘미 대선은 미국 내부 문제’라며 애써 관심 없는 척 했지만, 중국에서도 오바마 당선에 대한 환영의 목소리가 가려지지 않는다.
미국은 변화할 것인가?
그런데 경제 문제에 있어서 과연 오바마 당선자는 전 세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아직 물음표다.
경제 문제에 있어서 민주당의 정치적 좌표는 공화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우선 주목된다. 레이건-대처 이후 30년 동안 미국은 신자유주의라는 큰 틀을 가지고 경제를 운영해왔다. 클린턴 전 정부 때도 클린턴 식의 신자유주의가 있었을 뿐이다.
신자유주의의 파열이 눈앞에 닥친 사태인 만큼 오바마 당선자에게는 경제정책의 변화를 미국인들과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미 부시 대통령 말기에 긴급 구제금융을 실시하는 것으로 변화는 시작됐다.
오바마 당선자가 1933년의 뉴딜과 같은 변화나 과거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을 미국에서 복구하는 식의 급진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현재의 미국에는 이 정도의 변화를 이끌어 내도록 강제할 집단,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 국민들은 변화를 바라지만 그보다 앞서 세계 최대 경제-군사 대국인 미국의 이해를 따지고 미국에 일방적으로 좋은 경제 체제를 바라고 있었고, 이런 이유에서 금융위기 직전까지 신자유주의에 만족하고 살았다.
미국식 신자유주의, 일방주의에 일부라도 수정이 가해진다면 그것은 오바마 당선자의 의지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에서 비롯하게 될 것이다.
이명박과 오바마는 닮은 꼴?
오바마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일본 언론은 새로운 미국 대통령과 일본 정부의 앞으로의 관계에 관심을 보였다. 적어도 부시-고이즈미의 밀월 관계와 같은 깊은 관계가 또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의 당선이 확실해지자 “오바마 당선자-이명박 정부 비전은 닮은 꼴”이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옳다면 이명박 정부의 비전과 과거 부시 행정부의 비전이 아주 다른 것이었든지, 아니면 오바마 당선자와 부시 대통령의 비전이 원래부터 닮은꼴이었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임기 말에 대북 정책에서 북미 양자관계를 다시 정상화하는 것에 성공한 만큼, 대북 문제에 있어서도 부시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자 사이에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북미 양자관계가 강화될수록 북한 문제에 있어 한국 정부의 발언력이 축소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상호주의를 넘어서 북한과 직접 대화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대북문제만큼은 오바마 당선자와 이명박 정부 비전에 닮은 꼴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한미 간에 중요한 현안인 한미FTA에 있어서만큼은 오바마 당선자와 이명박 대통령 사이에 닮은꼴은 크지 않다. 한미FTA 재헙상을 요구하는 오바마의 당선 이후 청와대는 “한미FTA 재협상은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이라고 못을 박았다.
한미FTA는 그 성격상 협상내용 90%에 대한 이해관계가 한국과 미국 정부 간에 닮은꼴이라고 하더라도 10%가 아니면 깨질 수도 있는 협상이다. 오바마 당선자나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FTA를 완전 무효로 돌리는 것은 상당한 무리수겠지만 오바마의 당선으로 한미FTA가 새로운 협상의 국면에 들어선 것만큼은 확실하다.
오바마 당선과 한반도
오바마 당선자의 대북정책에 있어서 발목을 잡는 것은 경제 문제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 내 경제문제가 심각해서 오바마 당선자가 북한 문제에 대해서 발언할 기회를 빠른 시간 내에 갖지 못할 수도 있다”며 북미관계 개선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을 수도 있음을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오바마 당선자가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국무부에 공화당계 인사들이 들어간다면 이 또한 북미관계의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전통적인 미국 민주당의 입장에서 보자면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후에도 부시 행정부 말기의 대북 정책 노선의 큰 골격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는 점, 민주당의 핵 전문가들이 북한에 대해 보다 철저한 핵 검증을 요구한다는 점, 오바마가 NPT(핵확산방지조약)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북한이 강대국들의 핵군축을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 북미관계의 변화를 예상하게 하는 지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