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답변드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저와 환경이 비슷하셔서 답변 달아 봅니다.
저도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집에서 혼자 공부하고 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밥은 차려 주시는 걸로 먹고 있고요, 친구들 만나러 서너 번 나간 거 이외엔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고 있지 않습니다.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때는 한번씩 연락하지만 먼저 오거나 정기적인 연락은 없습니다. 취미는 있었지만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는 의도적으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라 시험을 보고 난 이후에 다시 시작할 계획입니다. 반년정도 집에서 앉아만 있다 보니 살도 10kg정도 쪘습니다. 요즘 거울을 보니 근육도 다 사라진 것 같더라구요.
저는 조금도 외롭지 않습니다. 사람과 만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얘기하는 것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가끔씩 친구와 통화할 때 끊고 나면 아쉽더라구요. 피폐해진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먹고 있어서 그런지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 같지도 않구요. 일어나면 하루 종일 공부하지만 최근 들어선 별로 힘들지도 않습니다. 공부를 좋아하는 별종도 아닙니다. 그냥저냥 그리 즐겁지도 않고 그리 힘들지도 않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아무도 만나지 않고 혼자 있다 보니 자연스레 생각을 많이 하게 돼서 부쩍 생각이 깊어진 것 같습니다. 반년간 공부하다 보니 밤낮이 바뀐 적도 있었는데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비효율적인 생활 패턴이니 다시 돌려야겠다 정도?
저는 행복이 무언가 이뤄냈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성취감도 행복이라 할 수 있겠지만 우연히 들어간 식당의 음식이 맛있었을 때, 가기 싫은 모임이 우연히 취소됐을 때에도 종류는 다르지만 분명히 모두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 행복하다고 느끼는 일이 잘 없지만, 그렇다고 불행하다고 느끼진 않습니다. 행복이라는 게 모든 사람의 삶에 있어서 필수요소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목표가 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제 인생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건 아니니까요.
글을 쓰다 보니까 어쩌면 제가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행복하다 생각하지 않아도, 살이 쪄서 몸매가 보기 안 좋아져도, 취미활동을 하지 못해도, 낮과 밤이 바뀌어도 불행하거나 외롭다고 느끼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이 시험이 끝나면, 나는 사람을 만날 것이고, 행복할 일이 많을 것이고, 살을 뺄 것이고, 취미활동을 할 것이고, 아침에는 일어나고 밤에는 잘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질문자님께서도 과연 내가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게 내 삶이 불행하다는 경고음이 되는지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질문자님의 삶의 목표에 지금 잠깐의 다른 사람과의 연락. 교류가 필수불가결한 조건인지에 대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