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스위스는 작은 나라다..." 스위스 취리히의 한 공원에는 이렇게 시작되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국가의 규모가 작다는 핸디캡을 경쟁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게 요지다. 스위스 특유의 "소국주의" 정신이 담겨 있다.


푯말의 내용대로 스위스는 빈약한 부존자원과 협소한 국내시장, 인력부족 등 산업이 발달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환경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99년 IMD와 WEF(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스위스는 각각 6위에 올랐다. 영국 유로머니의 국가위험도 평가에서는 룩셈부르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 비결의 포인트는 스위스의 산업구조가 고부가가치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데 있다. 즉, 인력도 자원도 부족한 소국의 나아가야 할 길을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찾은 것이다.

금융업, 컨벤션 산업, 관광업, 연구개발업, 정밀화학 등 첨단제조업이 그것이다. 이중 첨단제조업의 대표주자들은 노바티스, 로슈 등 제약업체들이다. 이밖에 ABB 등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도 세계적 기업들을 배출했다. 그 경쟁력은 열성적이라 할 정도의 인적자원 투자에서 나온다. 스위스의 국민 1인당 교육비 투자는 세계 3위다. 또 전체 국민중 R&D분야 종사 인력 비율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스위스가 국민 1인당 특허등록건수에서 세계 1위를 놓치지 않는 배경이다. 그러나 스위스의 국민경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금융업 등 서비스 산업이다. 스위스의 총부가가치 생산에서 차지하는 산업별 비중을 살펴보면 농업 등 1차산업이 2.5%, 광업, 건축업, 제조업을 포함한 2차 산업이 31.2%, 서비스 등 3차 산업이 66.3%의 산업구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상품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수지 흑자가 이를 충분히 상쇄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에서 번 돈으로 국민들이 먹고 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중 컨벤션 산업은 그 경쟁력의 원천을 정부의 외교력에 두고 있다. 스위스는 유엔 회원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엔 산하기구의 활동에 적극 협조해 수많은 유엔 산하기구를 유치했다. 또 헤아릴 수 없는 국제기구 본거지가 스위스에 자리잡고 정기 혹은 비정기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쌍무 협상에서도 회의 개최지 결정이 매우 민감하게 작용하는 경우 대부분 스위스가 국제회의 장소로 선정된다.


서비스산업중에도 스위스 번영의 대들보적 존재는 금융산업이다. 스위스 국내총생산액의 9.2%가 금융부문에서 나온다. 특히 은행산업은 스위스에서 생산성이 가장 높은 산업이다. 1인당 부가가치 기준으로 은행산업의 생산성은 전체 산업평균의 약 2.5배에

달한다. 이런 생산성과 세계 최고의 신용을 무기로 스위스의 은행산업은 국제소매 금융시장의 30% 이상을 점하고 있다. 또 유로시장에서의 자금운용 및 환거래 활동과 유로본드의 구입 및 발행을 통한 투자 또는 자금조달 등에서 전세계를 상대로 1조9천억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취리히는 세계 5대 금융센터로 자리를 굳혔다. 이처럼 스위스가 금융센터로서 성장하는데는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한데 따른 지리적 요인 외에 정치적 중립, 통화 및 경제의 안정이 큰 역할을 했다. 스위스는 정치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물가, 환율, 실업률 등 경제부문에서도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효율적인 사회보장제도하에 견실한 사회안정을 이룩하고 있다.


이와함께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도 경쟁력의 주된 요소다.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는 17세기 종교박해를 피해 프랑스로부터 스위스로 이주해온 위그노 신자들이 모국의 고객을 대상으로 은행업을 하며 비밀을 유지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이후 1930년대에는 독일 나치정권이 스위스은행에 대해 유태인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압력을 가하자 스위스 의회가 아예 비밀주의 원칙과 관행을 입법화했다.


최근에는 국제금융센터로서의 위상이 룩셈부르크 등 신흥 금융센터의 등장으로 다소 위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은행의 대형화와 겸업화를 통해 여전히 막강한 경쟁력을 잃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치.경제적으로 여타국가에 비해 안정돼 있다는 장점을 배경으로 스위스 금융업은 스위스 경제의 주춧돌로서의 역할을 계속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