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신학기가 되니 이런 글이 많이 보이네요. 반장 자리가 뭐 그리 좋다구...ㅋㅋ
다른 사람 질문에 답변으로 달았던 건데 굳이 새로 쓸 필요가 없을 것같아 그대로 다시 옮겨왔습니다. 제 나름대로 경험을 토대삼아 썼지만 결과적으로 판단은 님이 하시는 거고 또 님이 스스로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는 전략이 다른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보다 훌륭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건승~*
이제 막 3월달 새 학기가 시작되었는데 반장 선거 멘트부터 준비하고 계시다니
상당한 야심가시군요!!ㅋㅋ (것두...정치 분류에...분류부터 심상찮네요ㅎㅎ)
님의 학급이 남자반인지, 여자반인지, 남녀합반인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반장 선거 멘트는 짧고 강력한 메세지를 전달할 수록 좋다는 겁니다.
입후보하는 대다수 학생들의 착각과는 달리 유권자인 학생들은
입후보한 학생들만큼 반장 선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반을 위해서 누가 반장이 되어야겠다는 걸 생각하는 애들도 있지만
장난삼아서, 재미삼아서 표를 던지는 애들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게
이 바닥의 엄연한 현실입니다.
저의 고등학교 3년 동안 반장선거 때 멘트를 예로 들면서
분석해봅시다. (제가 지금 할 일이 없습니다..ㅋㅋ)
우선, 고1때 반장 선거 멘트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입니다. 같은 중학교 나온 친구들이 적어서
1주일동안 도시락도 혼자 먹고 외로웠습니다. 저는 사실 반장이 되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섰다기보단 여러분에게 제 이름을 알리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온 겁니다.
앞으로 여러분과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날 저는 열화와 같은 동정표를 얻어 당당히 반장에 당선되었었습니다.
"도시락도 1주일 동안 혼자 먹고"가 핵심 포인트였죠.
이번엔 고2때 반장선거 멘트.
그땐 웬지 제가 될 것같다는 근거없는 자만심에 별 성의없이 형식적인 멘트를 했습니다.
반장이 되면 반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따위의 지극히 흔한 얘기를
주절주절 읊고 나왔죠. 결국 떨어졌지만 가까스로 부반장이 되었습니다.
(후보가 둘이었습니다--;)
발표는 꽤 차분하고 편안하게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발표하는
태도는 준비해온 듯 한데 내용은 영 아니올시다였거든요. 그때 반장에 뽑혔던 친구는
'어린 왕자' 얘기를 하면서 "여러분이 저를 길들여주십쇼"라고 했었습니다.
신선하고 산뜻한 멘트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웬지 준비한 듯한 내색을 하면 야심가로 보여 뭇 대중의 반감을 살 우려가 있으니 천연덕스럽게 잘 연기해야 합니다.
제 고3 2학기 때 반장 선거 때 멘트는 이거였습니다.
(2학기라 이름도 말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고3 마지막 반장은 평생 반장이다.
내가 너희들 평생을 책임지마.
너희들은 내가 지켜!!"
그렇게 저는 반장에 당선이 되었었죠. 고3때쯤 되면 도가 트여서
반을 쭉 돌아보면 누가 누굴 뽑고 내가 몇 표 나올지 대강 보입니다.
(저는 그때 선거 제도의 묘체를 터득했다고 생각했었죠...터득은 개뿔--;)
남자학교의 표심은 실로 엽기입니다.
이념적 성향이나 지역 감정 등 기존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이지요.
남자학교라면, 짧고 굵게 하십쇼.
지금 저보고 또 반장 선거 나가라면, 이렇게 하고 싶군요.
"내가 누구게!! 나 ***이야. 나 반장할려고 나왔어.
이따가 당선 소감 말할 때 다시 돌아온다!!"
이렇게 하고 싶군요. (농담아니고 진짜로...당선을 확신합니다.)
연설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전 사실 고등학교 때 반장 자릴 그럴듯한 감투로 생각하기도 했다는 걸
완전히 부인할 수 없을 듯 하네요.
한 번 해보고 싶다...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처음엔
그렇게 선의로 생각을 했었는데요,
시간이 지나니깐 내가 반장을 해야 존심이 서지!!
나 말고 누구한테 반장을 맡기나!! 그런 생각도 들기 시작하더군요.
그런 생각을 가지기 시작하면 절대 좋은 반장이 될 수 없습니다.
졸업을 하고 현재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있는 저는
현재 초중고등학교 반장 제도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애들한테 쓸데없이 권위주의와 특권의식, 어줍잖은 엘리트의식을 심어줄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예전의 저처럼 말이죠.
감투로서 반장이란 자리를 생각하지 말고
진정으로 친구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를 가진 반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러실 거라고 믿습니다^^
님의 당선을 기원할께요. 좋은 반장 되시길~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