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와 외교문제

우선 외교적 문제부터. EU와 FTA 체결 당시 조건이 사형집행 영구정지였습니다. 상식 밖의 일이니까요. 글로벌 스탠더드이기도 하고요. 국제법을 어기면 당연히 한국이 외교적으로 불리한 입장이 되는 것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죠?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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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법치국가에서라면 사형제도는 아예 논외에요.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넌센스라는겁니다. 왜냐하면 사형제도가 법의 존재의 이유 자체를 전면으로 반박하고 부정하는 제도라는것이에요. 법의 존재의 이유는 처벌하기 위함이 아닌 처벌하지 '않기' 위함이에요. 열명의 흉악범죄자를 처벌하는 것 보다 단 한 명의 억울한 수감자를 감옥에 갇히게 하는 것을 막는것이 법조인에게 더 중요한, 최소한의 자격이 있는 법조인이라면 진리로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헷갈릴 때는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피고인의 입장으로 통칭되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이기도 합니다. 과학기술이나 기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수십년간 무기징역으로 억울하게 갇혀있던 수감자가 뒤늦게라도 출소하여 잘 살아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고요. 또한 아무리 증거가 완벽하고 자백까지 있다고 해도 조작되거나 사주한 경우 등 다시 말씀드리지만 현재 완벽하게 알 수 없는 부분이 나중에 해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증거가 확실하다고 죽여버리면 사실을 밝힐 수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런 경우는 오히려 피해자나 피해자의 가족에게 역으로 죄책감을 들게 할 수있는 최악의 경우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는겁니다. 심정적으로는 피해자, 혹은 살인피해자라면 유가족의 억울함을 위해 사형제도라는 감상적인 제도에 대해서 찬성을 하는 의견이 있지만 법이라는 것이 진정으로 피해자를 지키려면 설득력이 있어야 하고 그것에는 일관성이라는 것이 너무나 중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을 하더라도 사형제도는 결과적으로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는 법이 아니라는겁니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있어요. 한국이 GDP만 높지 경제민주화 수준은 굉장히 처참합니다. 그런데 수감자 한 명을 수감시키는 데에 일년에 한국 기준으로 삼천백만원이 들어요. 하지만 사형집행을 하는 데에 드는 돈은 그것에 비하면 그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 천문학적인 액수입니다. 과연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국가 예산을 그런식으로 사용하는것이 도움이 될지. 아니면 정말 법의 존재를 부정하고 오히려 진정한 의미로는 전혀 실효성이 없는 그런 감상적 접근의 비윤리적 법을 국제망신을 시켜가면서까지 하는 것 보다 다른 복지사업 등에 쓰는 등 의미있게 사용하는 것 중 어떤 선택이 나을지는 사실 논의할 가치가 별로 없어요. 집행이 아니라 완전폐지가 유일한 답입니다. 미국같이 아주 기형적인 사회에서는 주마다 사형제도가 남아있지만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사형집행은 불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