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여객기
실종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2014.03.15 00:43
수정 2014.03.15 00:52
사라진 지 1주일 …
아는 것이라곤 '지금 날지 않는다' 뿐
“오케이,
알았다”가 마지막이었다.
8일 오전 1시30분 승객과 승무원 등 총239명을 태운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은
조종사와 지상 관제탑의 교신을 끝으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일주일간 총12개국의 항공기와 선박 수십 대가 동원돼 항로 주변 바다를 뒤졌지만 허사였다.
항로 동쪽 남중국해 해상에서 발견된 기름띠와 정체 모를 부유물 등도
모두 실종 여객기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수색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게 드러나고 있다.
14일 로이터통신은 수사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비행 경험이 있는 누군가가 고의로 여객기를 안다만 제도로 몰고 간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당국이 군 레이더에 포착된 실종기의 운항 궤적을 분석한 결과 여객기가 말레이 반도를 경유,
안다만해와 벵갈만 사이의 안다만 제도를 향해 비행한 것으로 추정됐다는 것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
마지막 교신 후에 여객기가 네 시간 더 비행한 듯한
엔진 데이터가 지상 시설에 수신됐다”고 13일 보도했다.
WSJ는 이후 엔진 데이터가 아니라 특정 기내 시스템 상황을 자동으로 전송하는
위성통신 링크를 바탕으로 유추해낸 것이라고 정정했다.
CNN 등 다른 언론도 최종 교신 이후 상업 위성에 여객기로부터 약한 파동(ping)이 감지됐다고 전했다.
항공기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으로 알려진 자료 송신 시스템을 통해서다.
위성과 교신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는 이 신호는 한 시간에 한 번꼴로 전송되는데
이게 최종 교신 후에도 4~5차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실종기가 최종 교신 이후 바로 추락하거나 폭발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항로가 바뀌었다는 게 된다.
이에 따라 14일 실종기 수색 범위가 인도양 쪽으로 큰 폭 확대됐다.
앞서 미 백악관도 사고기 수색 범위가 인도양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해군 구축함 키드함을 인도양으로 파견했다.
최악의 경우 여객기가 네 시간 더 날아갔을 거리,
약4000㎞를 헤집고 다녀야 한다.
MH370의 항로 이탈은 사태 초기부터 거론된 바 있다.
실종 다음 날인 9일 로잘리 다우드 말레이시아 공군 참모총장은 “
군 레이더 기록 결과 최종 교신 직후 비행기가 방향을 돌리려 했음을 시사하는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항공사 측은 항로 이탈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2일 또다시 반전이 일었다.
다우드 참모총장이 기자회견에서 “8일 오전 2시15분쯤 믈라카해협 북단에서
미확인 비행체가 군 레이더에 잡힌 바 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반도 서쪽 페낭섬에서 북서쪽으로320㎞가량 떨어진 지점이다.
최종 교신 이후 45분 지났을 때다.
이 비행체가 MH370이라면 기수가 정상 경로의 거의 반대쪽으로 향하고 있던 게 된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MH370의 기장은 53세 자하리에 아메드 샤다.
1981년 말레이시아항공에 입사한 그는 비행시간1만8365시간에 이르는 베테랑이다.
2007년 입사한 27세 부기장 파리크 압 하미드는2763 시간 비행했다.
앞서 한 호주TV는 부기장 하미드가
2011년 11월 여성 2명을 조종실에 태운 채 비행한 적 있다는 의혹을 전했다.
당시 조종실에 초대됐다는 여성은TV에 출연해 “
조종사들이 비행 내내 담배를 피웠고 우리와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항공 내규상 있을 수 없는 풍기문란이다.
이와 관련,
13일 미 ABC방송은 또 다른 미스터리를 전했다.
MH370에 장착돼 있던 두 개의 통신 시스템이 시간 차를 두고 차례대로 종료됐다는 보도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MH370의 자료 송신 시스템은 8일 오전 1시7분쯤 작동을 멈췄고,
무선 통신 시스템은 그보다 14분 후인 1시21분 중단됐다.
이는 갑작스러운 사고나 고장이라기보다 조종사나
제3자에 의한 의도적인 통신 시스템 차단으로 보인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반면 중국 과학자들은 14일 상반되는 팩트를 내놓았다.
중국 과학기술대 지진지구내부물리실험실 연구진이 이날 대학 사이트에 올린 글에 따르면
8일 오전 2시55분쯤 베트남 남쪽 약 150㎞ 떨어진 해저에서 진동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종 교신 신호 지점에서 북동쪽으로 116㎞ 떨어진 곳이다.
연구진은 “
이 지역은 지진대가 아닌 만큼 진동이 실종기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8일 오전 1시30분 MH370에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8일 0시41분 여객기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이륙했다.
날씨는 쾌청한 편이었다.
기체(보잉 777-200ER 기종)의 오른쪽 날개를 2년 전 충돌 사고로 수리한 적은 있지만
열흘 전 점검 때 ‘
이상 없음’이었다.
여객기는 예정대로라면 이날 오전 6시30분 중국 베이징에 내려야 했다.
기체엔 총7시간30분 정도 비행할 수 있는 연료가 실려 있었다.
어떤 경우라도 여객기가 지금도 날고 있을 리는 없다.
강혜란 기자
MH370에게 있었을 법한 6가지 시나리오
1 복합 장애 = 2009년 에어프랑스 447편과 같은 꼴이다.
<부속기사 참조> 사전 비상 신호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MH370이 그야말로 느닷없는 파국,
즉 기체 공중 분해 같은 걸 겪었을 가능성이다.
2 기계 결함 = 민간 레이더 시스템에 감지되는 무선식별장치(transponder)가 작동하지 않았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정전 사태 같은 게 원인일 수 있다.
3 조종사 자작극 = 무선식별장치를 일부러 끈 게 조종사라는 가설이다.
레이더를 피한 채 어딘가로 향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4 조종사 과실 = 인재(人災)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5 테러 = 도난여권 승객2명 때문에 초창기 강력하게 제기됐다.
이들은 유럽 망명을 희망했던 것으로 밝혀져 테러단체와의 연관 가능성은 없다고 추정된다.
실종 시점에 공중 폭발이 감지되지 않아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다.
6 추가 비행(하이재킹) = 통신이 끊긴 채 몇 시간을 더 날았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 하이재킹(납치) 의혹이 있다.
단 납치범이 고도로 숙련된 비행 경험이 있어야 한다.
- 강혜란 기자 [[email protected]]
2009년 추락 에어프랑스,
2년 후 4000m 심해서 기체 찾아
[중앙일보]
입력 2014.03.15 00:43
수정 2014.03.15 00:52
과거 여객기 실종 사건은
이번 말레이시아 여객기 실종은 여러모로 2009년 에어프랑스 447 추락 사고를 연상케 한다.
이 여객기는 그해 5월 31일 저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출발해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하지만 이륙 3시간 후를 마지막으로 관제센터와 교신이 끊겼다.
여객기엔 승객과 승무원 228명이 타고 있었고 한국인도 1명 있었다.
프랑스와 브라질 해군이 중심이 돼 대서양 한가운데를 샅샅이 뒤진 끝에
실종 닷새 만에 첫 잔해와 시신 일부를 찾을 수 있었다.
본체는 2년 후 4000m 심해에서 발견됐다.
블랙박스 분석 결과 조종사의 과실이 사고 원인으로 드러났다.
당시 기장이 휴식 중인 사이 기체는 난기류에 접어들었다.
속도를 감지하는 피토관이 일시적으로 얼어붙으며 자동 조종에서 수동 조종으로 전환됐다.
조종간을 잡은 부기장은 당황한 채 기수(機首)를 들어올리는 조작을 계속했으나
이것이 오히려 비행기 속도를 떨어뜨렸다.
결국 여객기는 고개를 하늘로 쳐든 채3만 피트(9144m) 고도에서 3분30초 만에 바다로 빠져들었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이후 적잖은 항공기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대부분 나중에 기체를 발견했지만 영원히 사라진 경우들도 있다.
여성 최초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한 아멜리아 에어하트(미국)는
37년 세계일주 비행 중 태평양 상공에서 “
연료가 부족하다”라는 교신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한 무인도에서 유골과 비행기 잔해,
비행복이 발견됐지만 에어하트라는 확증은 없다.
48년과
49년 2대의 영국 여객기가 미국 남동부 바다에서 사라지면서 ‘
버뮤다 삼각지대’란 용어가 유행했다.
연료 부족이나 기체 결함에 의한 추락으로 추정되고 있다.
90년 9월 미국 마이애미로 향하던
페루 여객기도 북대서양 해상에서 사라진 채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2003년 5월엔 앙골라 루안다 공항을 떠난 보잉727 전세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비행기를 임대한 이가 당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어서
보험금을 노리고 항공기를 빼돌렸을 거란 추측만 제기되고 있다.
이충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