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여러종류의 크고작은 화포가 있었으나 조선수군이 쓰던 대포는 천,지,현,황의 이름을 딴 천자총통, 지자총통, 현자총통, 황자총통이 있었습니다. 천,지,현,황은 천자문 처음에 나오는 단어들로 지금으로치면 갑을병정 하는 식으로 순서를 나타내는 용도로도 흔히 썼다고 합니다.
가장 큰 천자총통은 구경 130mm, 길이 130cm 정도되는 화포입니다. 지상에서 놓고 쏜다면 최대 900m 이상을 날아갈 정도로 당시로서는 상당히 위력적인 화포였습니다. 그러나 배가 좌우로 흔들리는 해상에서는 정확한 조준이 어렵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200보, 그러니까 240m 가량에서부터 적에게 대포를 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이정도 사거리면 더 작은 지자총통이나 현자총통으로도 충분히 적 함선을 격파할 수 있기에 결국 천자총통의 유용성이 사라졌지요.
게다가 천자총통은 크기가 크다보니 안에 화약을 다져놓고 포탄을 장전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고, 특히 화약을 많이쓴다는 것은 아직 화약의 대량생산기술이 없던 당시로서는 까다로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천자총통은 조선수군에서 일부 쓰이기는 하였으나 실질적인 주력무기는 아니었다고 합니다(드라마 같은데서야 워낙 사람들이 무조건 크고 강한걸 좋아하니 마치 조선수군의 주력무기인것 처럼 나오지만).
보통 조선수군의 주력무기는 한사이즈 작은 지자총통이나 더 작은 현자총통을 썼으며, 적을 조준하여 쏠 수 있는 200보 거리에서는 이정도 화포만으로도 적 배를 충분히 크게 손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순신이 대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청동의 양을 기록한 것을 보면 지자총통, 현자총통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청동의 양만 기록하였고 천자총통에 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이외에도 임진왜란이 시작되고 1년 뒤부터는 아예 다른데에서도 천자총통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습니다. 이때문에 학계에서도 조선수군의 주력무기는 천자총통은 주력무기가 아니었으며, 조선수군은 주로 지자총통이나 현자총통을 쐈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선수군이 쓰던 포탄은 여러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옛날 대포하면 생각나는 쇳덩이로 만든 구슬은 실질적으로 잘 쓰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유는 포탄이 너무 무겁기 때문에 사거리가 짧아져서지요.
적 배를 공격하는 용도로 많이 쓰던 것은 장군전과 차대전 같은 것으로, 마치 커다란 화살처럼 생긴 무기입니다. 이것을 지자총통(장군전)이나 현자총통(차대전)을 이용하여 쏘았는데 날개가 달린 화살이다보니 일반 포탄보다 사거리도 길고 정확도도 높았다고 합니다(사실 대포로 화살을 쏘는 것은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일인데, 옛날에는 성곽을 부수는 용도를 제외하면 대포로 큰 포탄보다는 화살을 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서양의 최초의 대포가 그려진 기록화에도 대포에서 포탄이 아니라 화살이 날아가는 것처럼 그려져있지요).
이외에 적의 배위에 있는 병사들을 공격하는 용도로 조린탄을 썼는데, 이것은 일종의 산탄입니다. 큰 대포알이나 장군전을 놓고 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쇠구슬 여러개를 넣고 쏘는 방식이지요.
밑에 다른 분이 언급하신 비격진천뢰는 큰 쇠구슬안에 쇠조각과 화약을 넣고 심지에 불을 붙여서 적에게 날리던 것입니다. 화약에 불이 붙으면 비격진천뢰안의 쇠조각들이 엄청난 속도라 사방에 뿌려지는, 지금으로치면 수류탄과 비슷한 무기지요. 이것은 큰 대포에서 쏠 수는 없었고 대완구라 부르던 별도의 박격포 비슷한 포에서 쏘던 무기입니다. 대완구는 현대의 박격포와 비슷하게 높은 각도로 큰 쇳덩이나 둥글게 깎은 돌덩이등을 날리던 무기로 주로 적 성벽을 파괴하거나 성벽을 넘어 안쪽의 적들을 공격하던 공성무기입니다. 비격진천뢰는 이 쇳덩이나 돌덩이보다 더 많은 피해를 주기위해 화약을 넣은 물건이지요.
다만 박격포식의 무기이므로 움직이는 적의 배를 맞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고, 그래서 배에서는 이 무기를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드물지만 배에서 지상의 적을 공격하기 위해 썼다는 기록이 있기는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