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케인즈가 ‘모르겠다’고 한 것은…그냥.. 반어법의 수사학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우선 토드 부크 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 (이승환 옮김, 1994, 김영사)에 있는 관련 내용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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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르크스는 현대 경제학에 어떤 공헌을 했나?
(전략)..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극작가 쇼(G.B. Shaw)는 케인스(J.M. Keynes)에게 마르크스의 일독(一讀)을 권유했었다. 케인스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자본론’에 대한 제 견해는 '코란(the Koran)에 대한 제 견해와 같습니다. '자본론’이 역사적 중요성을 지닌 책이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자본론’을 영감(靈感)의 보고(寶庫)요 만세반석(萬世盤石)으로 우러러 보는 수 많은 이들 중에는 바보가 아닌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시인합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읽어보면 이 따위 책이 어찌하여 그토록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지 아연해 집니다. 지루하고 시대착오적이며 논쟁을 위한 논쟁으로 가득찬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먼저 말했듯이 저는 '코란’에 대해서도 동일한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책들이 어떻게 불 같은 기세로 세계의 절반을 잠식할 수 있었을까요? 통 모를 일입니다.
제 이해에 무슨 착오가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자본론’과 ‘코란’ 둘 다 믿으십니까? 아니면 자본론만 수용하십니까? 제가 한 가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자본론’의 사회학적 가치가 어떠하든 간에 경제학적 가치는 제로라는 사실입니다.
비건설적이고 단절적인 영감의 명멸(明滅)효과를 제외하고는.
만약 제가 한번 더 읽겠다면 선생님께서도 한번 더 읽겠다고 약속해 주시겠습니까?”
쇼는 한번 더 읽었다. 케인스도 한번 더 읽었다. 케인스는 메카(Mecca)의 빛을 발견했을까?
이번에도 실패했다.
“저는 둘 중 차라리 엥겔스를 선호합니다. 그들이 독특한 논리전개 방식과 천박한 문체(文體)를 하나 개발해 냈다는 사실은 알겠습니다 – 그 둘 다 그들의 후학들에 의해 충실하게 답습되었지요.
그러나 그들이 경제학 수수께끼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했느냐고 물으신다면 제 대답은 종전과
같습니다. – 통 모르겠습니다.”
천재 케인스도 통 모르겠다는데 다른 경제학자들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마르크스의 책들을 엿장수에게 팔아버렸다.
자유방임 자본주의의 저명한 비평가 프랭크 한(F. Hahn)은 이것이 심지어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도 공통된 현상이라 한다.
“대다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마르크스의 저서들을 단 한 권도 읽지를 않았다.
물론 이러한 그들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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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만으로 판단한다면…
케인즈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 한 것이 아니고..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경제(학)적 '진리'를 도무지 발견하지 못하겠다는 것을
반어법적으로 '통 모르겠다’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내용의 소제목이 ‘마르크스는 현대 경제학에 어떤 공헌을 했나’인 것을 보면
저자도 그런 뜻으로 케인즈의 일화를 삽입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가지고 있는 다른 책 (박기혁, 경제학사, 1982, 법문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는데요..
‘…1차 대전 후에 일어난 장기침체현상을 케인즈는 주목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그의 관점은 일부는 마르크스, 홉스 및 베불렌 등의 저작에서 기초를 얻었고, 다른 일부는 실제적 관찰 및 역사적 연구에서 발견하였다…’
‘….따라서 케인즈는 스미스, 리카도 및 마르크스와 한계효용학파 및 베블렌 등과 같이 장기적으로는 이윤율은 저하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 내용은 케인즈 자신의 말과는 좀 상이하군요..
어쨌든..케인즈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이해하지 못 했다고는 볼 수 없겠습니다..
(아인쉬타인이 뉴톤의 이론을 몰랐을 리가 없지 않았을까요?)
그리고..난해하기로 따지자면 아마도 케인즈의 이론이 더 할겁니다..
다시..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에 있는 내용…
--경제개론서를 통해 케인스 경제학을 수세대에 걸쳐 가르쳤던 폴 사무엘슨 (P. Samuelson)은 ‘일반이론’의 애매모호함에 대해 다음처럼 재치있게 요약한다.
" 형편없이 쓰인 책이다. 구성도 엉망이다. 저자의 과거 명성에 속아서 이 책을 구입한
경제학의 문외한은 책값 5실링을 떼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도도하고 심술궂고 논쟁적이며,
좀처럼 다른 사람들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는다. 혼돈과 착각의 소지로 뒤덮인 책이다..
한마디로 말해 천재가 쓴 책이다..”--
다행히 저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나 케인즈의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을 구입하거나 읽어보는 금전적. 시간적 낭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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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제 답변은 질문자님의 질문내용을 가급적 축소해석하여...
제 답변도 거기에 맞게 최대한 주관적인 관점을 배제하여 답을 하다 보니...
좀..말꼬리를 잡는 듯한 언어 유희 같은 고지식한 답변이 되어버렸군요...^^;;
케인즈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이론적 관점, 철학, 시대적 배경 등) 라든가..
또는 (케인즈도 인정했듯이) 그렇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 이론을 간단히 무시해 버리는 케인즈의
태도를 해석하는 기타 관점, 그리고 위 일화에 대한 그밖의 여러 관점면에서의 의견 등에 대해서는
저로서는 좀 더 생각을 요하는 답변이 되겠습니다..
(제가 평소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이라..^^;;)
일단 질문자 님과 함께 많은 다른 분들의 현명한 답변을 기다려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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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대한 케인즈의 말을 근거로 제가 추론해 본 것입니다..
따라서 아래의 내용은 자본론에 대해 케인즈가 품었을 생각에 대한 제 생각이지..
자본론에 대한 제 생각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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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마르크스 선생이 무슨 말을 하는 지는 알겠어...자본주의의 필연적인 붕괴라….
하긴..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게 어디 있나..
하지만 난 아직은 자본주의에서 살고 싶군..ㅋㅋㅋ
지금 나의 부, 명성, 업적..모두 다 이 자본주의의 산물아닌가?
나와는 반대로 마르크스 선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낙오자라고 할만 하지..
하여튼..도대체 마르크스 선생의 노동가치설은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
상품의 가치가 노동자의 노동에서만 창출된다니..
이건 웬만큼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쉽게 알텐데?
하긴.. 그렇게 극단적인 노동가치설을 주장하지 않고서야 필연적인
결과를 끄집어 낼 수야 없었겠지..그래야만 노동자들이 착취를 당한다고 할 수 있으니까..
어쨌든 난 그런 실용성 없는 가치 논쟁에는 전혀 관심 없어...
그런데..자본의 축적과 집중..이윤율 저하..산업예비군..과잉생산..수요부족..불황..소외.
이건 그럭저럭 인정해 줄만한 이야기지..사실 그 동안 몇 번 큰 불황을 겪었고..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니까..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것도 '노동자들의 궁핍'을 도출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야..
그걸 찾다보니 우연히..더구나 잘 못된 노동가치설에 근거해서 발견된 것이지..
어느 것 하나 순수한 경제적 분석을 위한 이론체계를 찾아볼 수 없군..
그러니 그 다음 단계를 그렇게 과격하게 풀어 버렸지..
마침내..착취 당하던 프로레타리아에 의한 폭력혁명이라..끔찍하군..
마르크스 선생은 혁명적 열정에 너무 사로 잡혀서..
노동자들을 혁명전사로 바로 대치시켜 버렸어...일종의 감정이입이 된 상태라고도 할 수 있나??.
인간이란 그렇게 간단한 동물이 아닌데...
자신을 불우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그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이 너무 컸던 것 같아..
그러니..과잉생산 문제까지는 그럭저럭 잘 나가다가..
수요 쪽은 건드릴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지..
'붕괴'..'혁명’이라는 필연적 결론이 급했던거야..마르크스 선생은..
어쨌든.. 자본주의 체제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민주시민으로서 우아하게 살아온 나한테는..
그런 계급투쟁이니 폭력혁명이니 하는 것은 생리적으로 전혀 맞지 않아..통 뭔 소린지..
만성적인 생산력의 과잉..어떻게 보면.. 이것은 자본주의가 이룩해 놓은 가장 큰 성과아닌가?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이쯤에서 수요 쪽에서 변증법적으로 바로 그 Antithesis가 도출되야 되는 것이지..
정부의 보이는 손을 사용해서 수요를 퍼주면 간단한 것 아냐..?
소비 뿐만이 아니고.. 인류를 위해서 투자할 분야가 무궁무진하지 않은가?
인류의 문명 수준이 지금이 정점이라고 하기에는 아직도 우리는 너무 미개한 상태 아닌가?
소비해야 될 상품도 쌓여 있고..투자할 분야도 무궁무진하고..뭐가 걱정인가?
아마도 쇼 선생이 나에게 자본론을 읽어보라고 권한 이유가..
지금이야말로 마르크스 선생의 말대로 되가는 것 아니냐..뭐 그런 의도 같은데..
미안하지만 내 처방대로만 하면 자본주의는 전에보다 훨씬 더 잘 굴러갈거야..
내가 굉장한 수수께기를 하나 확실히 풀었으니까..
잠깐 궁핍했던 노동자들도 이제부터는 그 '과잉생산’의 풍요로움에 더욱 행복해 질 것이고..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정부의 역할이 훨씬 중요해질 것이지만..
하여튼 이제 마르크스 선생의 이론에 따라 지본주의가 비명횡사할 거라는 기대는..
영영 사라질 거라고 확신할 수 있지..
아마도 몇 백년 후에나..슘페터 선생의 이론대로 안락사할 지는 혹시 모르겠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