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시는 책이나 질문의 내용으로 보아 깊이를 추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한마디로 요약하지는 못하신 것 같습니다.
경제학 전공의 초년생이거나 비전공 분이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아니라면 죄송합니다. ^^;) 눈높이를 그렇게 맞추도록 해보겠습니다.
님이 질문에서 너무 많은 것을 짚고 있기 때문에 설명능력이 부족한 저는 2가지만 언급하겠습니다.
1. 돈(화폐)이란 것이 무엇인가?
2. 미국의 부란 과연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활동 증가로써 쌓아올려진 것인가?
> 사실 돈이란건.. 조폐공사가 만든 종이 조각이고.. 그것이 통화가 되어.. 가치를 가지고.. 물가가 올랐다가 내렸다가 하고 ..
경제학 과목 중에서 금융론이나 현대자본주의론 등을 들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돈의 개념(돈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는가?)은 일반적으로 2가지로 정의가 됩니다.
현물이 돈을 만든다는 관점과 신용이 돈을 만든다는 관점인데, 님께서 갖고 계신 관점은 굳이 따져본다면 신용이 돈을 만든다는 관점에 들어갑니다.
현실적으로 돈이란 것이 조폐공사가 만든 종이조각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깁니다. 종이조각이 교환수단으로 통용된다면 왜 다른 종이조각은 그렇게 이용되지 않고 오직 화폐만 그러할까? 란 것이죠.
사람들이 물물교환을 할 때 짐의 부피나 운반비용이 번거러워서 대용물을 쓴 것이 화폐의 기원이란 것은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화폐가 아니고 상품이란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제가 곰가죽을 갖고 있고, 님이 자전거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을 서로의 집까지 갖고 가지 않고 중간 지점에 있는 시장에서 교환하기로 할 때 증서를 교환합니다. 그러면 이 때 증서는 단순한 종이조각이 아니고 서로간의 신용이 담긴 사회적 구속(약속)증서인 것입니다.
이것이 발달해서 님과 저 두사람 만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게 되어 탄생한 증서가 지금의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지폐인 것입니다. 돈은 종이조각이 아니라 신용증서입니다.
그런데 그렇더라도 의문은 가시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아니면 조폐공사)이 돈을 막 찍어내기만 하면 사회적인 신용이 증가하겠네? 란 의문입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현명한 것이 제어장치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중앙은행과 조폐공사는 국회와 감사기관이 인정할 만한 이유없이는 함부로 돈을 찍어서는 안된다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신문에서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에 미국행정부가 3년동안 이라크를 점령하면서 들인 군비가 너무 많았던 탓에 재정적자 허용규모를 늘이려고 시도했습니다. 통과가 되긴 했지만 국회로부터 엄청난 반대공세에 시달린 끝에 간신히 얻어낸 찬성이었습니다.
> 달러도.. 미국 조폐국에서 찍어 내는 것이고.. 보면.. 그렇게 따지면 국부 자체를 미국이 마음대로 할수 있다는 것으로도 생각이 되어서.. 머리가 참 복잡하네요.. 결국 국부란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활동이 증가 하는 것이라고 들었는대..
마찬가지 이유로 달러를 미국 조폐국이 찍어내긴 합니다만 제약이 있기 때문에 국부 자체를 미국(정부)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부란 소비자와 생산자의 간의 활동이 증가하는 것으로 결정된다는 얘기는 아마도 유시민 씨가 정의를 내린 것일 텐데 맞는 말입니다. 여기에 한가지 더 덧붙인다면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것이겠죠.
현재까지도 미국의 해외에서 투자되는 자본량이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은 나라입니다. 왜 외국자본이 미국에 투자를 하고 채권을 사는가? 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미국에서는 아직까지도 생산활동이 왕성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생산활동이 왕성한가? 라고 반문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왕성합니다. 생명공학, 우주항공, 나노산업, 군산산업, 정보통신산업 등등 최첨단 기술분야에 대한 연구, 생산활동은 아직 어떤 나라도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산성이 높은 첨단산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자본이 미국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 제 답변에서는 화폐의 정의와 미국내 국부의 원동력 2가지만 거론했습니다.
물론 위의 요인이 있기 때문에 미국경제가 건전하다거나 앞으로도 미국의 국부가 유지될 것이다거나란 전망은 할 수가 없습니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때문에 미국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미국경제의 장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느때보다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싱크탱크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경제부장 로빈 뷰는 최근 발표한 '2006년 통화위기'란 글에서 "경제학자들은 이미 몇 년간 세계경제가 거대하고 지속될 수 없는 불균형을 안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며 "미국의 소비자들과 정부가 미친 듯이 소비만 하고 거의 아무 것도 저축하지 않아 미국은 사업장비나 생산시설 확충을 위한 투자를 상당 부분 외국에 의존해야 했다. 그 결과는 경상수지 적자의 증가와 세계 다른 국가들에 대한 채무의 급증"이라고 지적했습니다.(저도 원문을 읽은 것은 아니고 기사에서 본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되어야만 원인규명과 대안이 명백해질 것이기 때문에 현상만 언급하는데서 그치겠습니다. 미국이 이미 경제적 능력없이 달러의 힘만으로 버티고 있다고 하신 님의 지적은 사실 굉장히 시기적절한 것입니다. 그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내는데는 시간이 들 것입니다.
힘들겠지만 님도 꾸준히 국제경제에 관심을 가지시고 연구하셔서 좋은 생각이 나시면 제게도 알려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