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가 2011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더 나은 삶의 지수’는 실제 삶의 질을 측정하는데 있어 GDP가 가진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지표다.
우리가 달성한 성과의 총량은 물론 ‘소득이 어떻게 배분되는가’가 중요하다. 나아가 얼마나 부유한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누리는 부가 지속 가능한지 여부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GDP는 시장 활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계속 쓰일 순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실제로 겪는 일을 포괄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GNI 중 가계소득의 비중이라든지, 중위소득 지표가 더 중시돼야 한다. 빈곤층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는 지표(빈곤측정지표)도 필요하다. 환경에 어떤 변화가 초래되고 있고, 경제적 지속가능성은 어떤지(예를 들면 부채측정지표)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기존의 GDP나 GNI를 보완해야 한다. 스티글리츠 위원회의 보고서는 ‘GDP는 틀렸다’(동녘출판사)란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 출간돼 있다.
OECD가 2011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더 나은 삶 지수(BLI·Better Life Index)’는 스티글리츠 위원회의 영향을 받아 시작된 지표다. 11개 영역, 24개의 지표로 구성돼 있다. 11개 영역은 주거, 소득, 직업,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참여, 건강, 삶의 만족, 안전, 일과 삶의 균형이다. GDP가 아니라 이러한 영역들이 개선돼야 국민 삶의 질이 개선된다. BLI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38개국 중 29위에 위치한다. 2013년 27위→2014년 25위→2015년 27위(이상 36개국 중)→2016년 28위→2017년 29위(38개국 중)다. 특히 한국은 삶의 만족도가 낮고, 직업 중 직무 압박감이 높으며, 사회적 유대감(공동체)과 공기의 질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BLI 지수를 소개하면서 “GDP는 아직도 유용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아래와 같이 답한다. 1930년대 국민소득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이래 사회의 후생을 측정할 것인지, 아니면 단지 경제적 행위만을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정부가 전시 생산 및 동원을 측정할 필요가 시급했기 때문에 후자가 중시되었다. 그 결과 등장한 GDP는 한 경제에서 부가가치 총액이자 전체 소득이었지만, 상당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 소비는 시장에서 일어난 거래가 아니었지만 GDP에 포함됐고, 가사노동은 배제됐다. 오염을 야기하는 행위와 같은 ‘나쁜 일’은 GDP로 산입됐지만, 소비자가 다양성과 혁신으로부터 얻게 되는 엄청난 이득과 같은 ‘좋은 일’은 대체적으로 GDP에서 제외됐다. 또한 GDP는 투자와 현재의 소비지출에 동일한 비중을 둠으로써 지속가능성이나 미래 세대가 우리처럼 풍요로울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지표로 사용될 수 없다.
거시경제 정책을 위해 전체 경제행위를 측정할 필요가 있고, 이 점에서 GDP가 여전히 활용될 여지가 있긴 하다. 그러나 경제학자나 정책 당국자는 사회의 전반적인 후생에 대한 압축적인 단면으로서 GDP 성장률을 사용하지는 말아야 한다.
반면 BLI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사회적 후생 증대에 기여하는 개별 요인들의 현황과 경제적 활동 간의 상충 및 상보 관계를 잘 보여준다. 지속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미래 세대가 어떠할지에 대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기술적, 그리고 인간의 행위적 변화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환경부터 인적 자본, 사회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미래에 영향을 미칠 자산을 우리가 현재 얼마나 축적하고 있고, 어떤 자산이 부족한지를 매년 관찰하며 행동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