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ㅎ 마지막 멘트가 너무 귀여우십니다. (개그코드로 받아들였는데, 진심이었다면 죄송..)
음, 일단 저도 핸드메이드 브랜드를 운영 중입니다. 나이대도 질문자님과 비슷하구요.
우선 브랜드 납품에 있어서는 인프라 싸움이라고 보셔야 될 듯합니다.
인프라가 인적 네트워크 인프라(쉽게 말해 지인)도 있을 것이고, 브랜드로서 수상경력이나 다른 매체에 소개되는 브랜드 포지셔닝도 있을 겁니다. 지금 현재 둘다 0인 상태에서, 어느 한 곳에 노출된 적 없는 브랜드를 가봉 상태로 편집샵에 들고 가면 당연히 안받아줍니다. 편집샵도 편집샵만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사업방식이거든요. 그 편집샵만의 색깔과 품질에 대한 보증, 좋은 브랜드만을 소개하는 셀렉 능력 등을 바탕으로 충성고객을 형성시키고 잠재고객들을 확보해나가는 방식이니까요.
1. 우선 자체 유통 채널로 판매 시작
이걸 하려면 당연히 제작을 해야겠지요? 그렇지만, 요새는 프리오더(preorder)식으로 생산이 진행되는 브랜드도 간혹 보입니다. 블로그 마켓은 거의 다들 이 방식으로 진행하구요. 어떤 디자인을 가지고 경쟁력을 갖출 예정이신지 모르겠지만, 파급효과가 있는 디자인을 인스타, 블로그,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우선 알리고 몇명이라도 고객층을 모아서 프리오더로 공장에 주문하시는 걸로 시작하는게 가장 현명한 길인듯 합니다. 브랜드 창업 자체가 risk가 높은 사업이기 때문에, 원래는 대출을 받아 일정 재고를 끼고 시작하는게 맞지만 프리오더로도 시작할 수 있으니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단, 홍보가 잘되야합니다. SNS을 통해 널리 퍼져서 100장 정도는 팔 수 있는 상황이 되야 제작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건 사실 프리오더를 진행하든 일반 재고로 시작하든, 편집샵부터 입점하든 마찬가지입니다. 편집샵에 들어갔다고 해서 고객들이 아무 브랜드나 사지는 않는답니다. 브랜드 쏠림 현상은 편집샵에서도 일어납니다.
홍보 방식을 좀 더 다양하게 생각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마케터 출신이어서, 제 핸드메이드 브랜드에 여러 마케팅 채널을 적용시켜볼까 연구 중에 있습니다. 요새는 유튜브가 마케팅 채널로 확실히 활용도가 높아졌구요. 어떤 방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체 유튜브 채널을 만들든 유명한 유튜버에게 협찬을 하든 부탁을 하든 활용할 길이 많을 것입니다. (현재 모바일 어플 중 가장 사람들이 오래 머무는 어플이 유튜브입니다. 인스타와 맞먹는 채널이지만, 인스타는 판매자 위주의 어플리케이션으로 변질된 지 오래되었고 사람들은 그것에 많이 지쳐있는 상태이기에)
텀블벅이라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도 있습니다. 원리는 그 홈페이지 가면 나오니 읽어보시고, 그것도 또 자체홍보를 해야하는데 저는 그걸 활용한다면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서 홍보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텀블벅과 같은 홍보 방식(홍보가 아닌 모금이기도 함)이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스스로 판단하시길.
자체 유통 채널 =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 개설 입니다. 그 홈페이지에 온라인 스토어도 포함이구요. 카페24, 메이크샵, 식스샵, 윅스 같이 홈페이지 만들 수 있는 루트는 많아졌습니다. 간단하고 저렴하게. 편집샵에 입점을 하더라도, 이 공홈 개설은 필요합니다. 검색해도 안나오는 브랜드를 사람들이 무턱대고 사지도 않는다는 걸 편집샵 주인들도 알고 있습니다. 브랜드를 설명하는 홈페이지 정도는 있어야합니다.
2. 편집샵 납품
1번이 어느 정도 되었을때, 2번을 하셔야 사실 위탁판매 비율을 더 받으실 수 있습니다. 편집샵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전혀 처음 듣는 신진브랜드들은 무리한 조건의 계약을 요구받기도 합니다. 편집샵이 갑이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지요. 그렇게 많이 뿌려서 박리다매식 장사를 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들어갈 수 있는 편집샵은 한계가 있고 국내에서 팔리는 옷의 총량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1번을 해결하고 자생 가능한 브랜드가 우선 되어야 합니다.
지인분께서 말씀하신 대로 퀄리티가 되고 디자인 괜찮으면 일단 받아주기는 합니다. 싸게 받아주는 거 말이지요. 브랜드 네임 벨류가 낮으니 일단 싸게 계약 맺고 옷 품질은 좋으니 편집샵에서 충성고객들한테 한개 팔때 끼워파는 식으로 팔아주지요. 얼마 안남습니다. 조금 알려진다고 해도 그렇게 구매한 사람들이 해당 브랜드를 찬양해주며 브랜드의 충성고객이 되지도 않구요.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편집샵이 대규모 장사가 아닙니다. 때에 따라 기업에 인수된 편집샵도 있고, 기업에서 전개하는 편집샵도 있지만 대부분 소규모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가게입니다. 그래서 형식적인 절차보다는 개인적인 친분으로 충분히 커버 가능한 게 '입점'입니다. 그러니 1번의 브랜드 인프라를 키워가시면서 편집샵 사장님들 두루 만나서 술 한잔해보시길 바랍니다. 그 외에도 여기저기 소규모 브랜드 운영하는 사람들하고 친하게 지내면 도움 많이 되니 많이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1번 되고, 2번까지 되면 사실 더 말씀드릴 건 없는 듯 합니다.
디자인도 모르고 브랜드 컨셉도 모르기 때문에 1번을 준비하기 위한 방향성은 제가 제시해드릴 수가 없구요. 타겟팅도 직접하셔야 하고 포지셔닝도 직접 하셔야 합니다. 이 부분이 사실 가장 힘듭니다. 경기도 안좋은 시기에 실질적인 고객에게 '접근'하는 것 말입니다. 이 부분은 저도 마케터 출신이지만, 실제로 제 브랜드 운영을 하면서도 많이 헤맸던 부분이기도 하니 급하게 접근하지 마시고 차근차근 인지도 쌓아나간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SNS와 커뮤니티 활동하시면서 1명 1명 고객들 늘려나가는 것이 답입니다.
이름 없는 건 걱정이 안되는데, 가장 우려되는 건 '아이덴티티가 떨어진다'는 문구네요. 새로 시작하는 브랜드여도 아이덴티티 확실하게 잡고 가시길 바랍니다. '여차하면 바꿀 수 있는게 우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다'라는 컨셉으로 트렌디한 브랜드를 추구할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그 범위 안에서 부분적으로 설정해놓고 가야한 컨셉과 아이덴티티는 잡아두고 가시는게 고객층 타겟도 쉽고 그 고객층 유혹하기도 쉽고 다음 시즌 디자인하기도 쉽습니다. 뭐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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