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인생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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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휴학중인 20살 대학생입니다. 1학년 1학기만 다니고 휴학을 했는데요 쉬면서 더욱 걱정과 고민만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흘러가는 흐름대로 써보도록 할게요..
저는 어릴 때부터 공부만 하다 자랐습니다. 부모님 모두 선생님이고 저 역시 학습 의지가 뛰어납니다. 그런데 이런 제가 알바를 하니까 정말 못 하는 게 제 눈에도 보입니다.
식당에서 서빙을 하다가 1개월도 채 안 되어서 사장이 가게 사정 때문에 저를 잘라버렸습니다. 자르면서 일을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손님이 너무 없어서 자르는 거라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이 자른다고 했던 알바는 자르지 않고 게속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게다가 새로운 알바 구한다는 글도 써붙이고.. 또한 사장은 근로시간을 지키지 않았고 주휴수당은 주지 않았으며 근로계약서 작성도 기다리다가 제가 말해서 했습니다.
저는 이 알바가 처음이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른채 그냥 그렇게 잘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만 이렇게 당한 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사는 지역에는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않은 채 운영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일부 편의점에서는 최저시급도 주지 않고요.. 사장이 필요할 때만 부르거나 아니면 도가 넘는 초과근무를 시킨다거나 (그렇게 하고도 추가 수당은 주지 않고요) 갑질을 한다거나 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알바가 일한 지 오래된 곳의 경우에는 알바들 간의 서열도 존재하고 저는 언제나 어리버리한 막내, 신입 역할이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썩은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알바 도중 마주한 사람들은 너무 무례했고 사장은 쓰레기였으며 알바 간에 서열이 있는 것도 견디기 힘듭니다. 나이가 3-50대인 사람들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지내야 합니다. 제가 외동으로 자라서 더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저는 저 호칭이 너무나도 싫습니다. 심지어 같이 알바하는 사람에게 매니저에게 '언니언니 하면서 잘 따르라'는 '조언'까지 받았습니다.
제가 왜 그 사람을 그렇게 따라야 하는 걸까요.. 다행히 지금 알바를 하는 곳의 사장님은 괜찮습니다만 그 서열이 견디기가 힘듭니다. 가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교대는 언제 하는지, 언제 쉬는지 이런 것을 명확히 알려주지 않고 그때그때 최고 서열인 매니저가 이야기 해주는 것을 따라야 합니다. 저에게 따로 말해주기 전까지 저는 쉬지 못하는 거죠..
여기서 알바를 한 지는 한 달이 넘었습니다. 주말에만 하는데 아직도 손님들이 물건의 위치를 물어보면 모든 것에 다 대답하지 못합니다. 그럴 때마다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고 앞으로 제 진로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휴학을 했는데 오히려 더 망가지는 것 같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는 있을까, 라는 생각이 막연하게 듭니다. 차라리 공부만 하던 때가 나은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교수가 되고 싶은데 학생 때 진로를 머릿속에 그리면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길은 보였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내가 서 있는 곳과 목표가 너무나도 멀리 동떨어져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나이를 그만큼 먹었는데도 알바를 하는, 저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혹시 나도 저렇게 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저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다 직장을 갖추고 안정적게 살아가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겁니다. 같이 학교를 나온 친구의 미래가 마트에서 알바하는 아줌마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게 나도 예외는 아닐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덜컥 겁이 나는 겁니다. 토익 준비를 한다고는 하는데 자신이 없어 책을 못 펴겠습니다. 그나마 아침에는 낫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생각이 깊어지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그리고 오후에는 학원에 보조 선생님으로 알바를 가야 해서 씻고 준비를 하느라 조금은 텅 빈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씻고 나면 그 후가 문제입니다. 급격하게 우울해집니다. 일하는 곳에서 친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또래가 있다면 좋을텐데, 다 나이든 사람 뿐입니다.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단체 배낭 여행을 가지도 못하고 국토대장정 같은 프로그램도 참가하지 못합니다. 심지어는 친한 친구들과도 만나지 못합니다.
정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아서 대화를 나누기가 싫습니다. 뭐든지 부정적이고 비꼬듯이 말합니다. 그리고 말을 걸어도 들었으면거 대답조차 하지 않아 제가 먼저 말을 꺼낸 것을 후회하게 됩니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가 휴학을 한 이유는 나를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함이었습니다. 사회를 경험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보면서 여러가지 진로 중 하나를 정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함이었습니다. 성장을 하는 시간인 거죠.. 그러나 제가 깨달은 건 썩어 문드러진 어른들이 널리고 널렸다는 것입니다. 그 어른들이 모여 고인(고립된) 사회를 만들어냅니다. 여기가 촌이라서 제대로 된 신고와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요..
그 깨달음으로 인해 좌절감과 회의감만 가지게 되었고 학교에서 늘 확신에 차 있던 저는 불확신만 얻게 되었습니다. 이제 무엇을 해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에겐 확신이 너무나도 부족해졌습니다. 각박한 지구에서 홀로 용을 쓰며 서 있는 저를 달래줄 사람은 없습니다. 친구들이 있지만 친구들도 자기 인생을 살아가기 바쁘죠.
제가 타오르는 감정을 느끼는 것은 오로지 예술 뿐입니다. 참 희한하죠. 저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인지 사람에게 타오르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이라면 좀 다른데,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지조차 3년이 넘어갑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이제 어디서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학은 사람마다 수업이 다르고 1년 동안 같이 지내는 반의 개념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게다가 1학기는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동기들과 제대로 친해지지도 못했습니다.
지금 저는 범죄심리학 교수로 진로를 정했습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제 마음이 원하는 건 이쪽인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그 과정을 버틸 자신이 없습니다. 제가 사회와 사람에 대해 이리도 실망하고 혐오감을 느끼는 것이 그 내면에는 그만큼 인류애가 있는 것 아닙니까? 저는 사람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인간의 가장 악한 면을 연구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나의 연구로 인해서 사회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니까요.
그런데 정말 저는 이 길이 맞는 걸까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잠 못 자는 저를 다시 평온하게 재우는 것은 다름아닌 예술, 클래식입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정말 감정이 북받쳐서 마음이 괴로워서 견딜 수 없을 때면 이 곡을 듣습니다. 그러면 눈물이 줄줄 흐르면서 마음은 평온해지고 스르륵 잠이 들기 시작합니다.
제가 확신을 가지고 힘든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피아노를 해야하는 것일까요.. 피아노는 중학교때까지만 쳐서 거의 포기한 상태이긴 했습니다. 그래서 미련이 자꾸 남는 것인지, 피아노만은 제가 힘들 때에도 저를 달래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심리학은, 범죄심리학은, 모르겠습니다. 그냥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결국 또 진로는 결정을 못 내린 것이네요.
지금 알바를 하는 이유는 내년 2학기에 복학하면 자취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숙사를 들어가기에는 1학기 성적이 그리 높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자취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으로부터 좀 독립적이게 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현재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용돈은 땡전 한 푼 없습니다. 오로지 저의 힘으로만 일상을 버티고 있습니다. 너무 힘드네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또 제가 피아노 전공을 애초에 할 생각도 하지 않은 이유는 부모님이 선생님인 영향 탓인지 나는 공부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에체능은 변수가 크니까요. 잘 되지 않으면 막고 살기도 힘들고. 안정적인 공부로 밀고 가자는 마인드였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도 그렇고 피아노를 그만 둔 뒤로 저는 점점 이상해닌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를 풀 곳이 사라졌으니 당연히 그렇겠지요. 힘들 때마다 피아노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데 또 다시 피아노를 연습해서 전공하자니 그동안의 시간이 아깝기도 합니다. 그토록 힘든 고3을 보내고 좋은 학교에 왔는데 그걸 다시 또 거쳐야 하니 말입니다. 정말 제가 원하는 건 뭘까요? 이걸 알아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피아노는 언제나 메인이 아닌 취미로 둔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하면 정말 내가 행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피아노를 배우는 건 또 돈이 드니까요, 부모님의 지원을 빌려야 합니다.
정말 머리가 아픕니다. 가장 큰 문제는 외로움이며 그 다음은 진로, 그 다음은 돈입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을 하든 다 뜻하던 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상처만 받아오니 용기가 점점 없어집니다. 전 약해지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적는 것 만으로도 괴로움이 조금 사라지네요.
저는 어릴 때부터 공부만 하다 자랐습니다. 부모님 모두 선생님이고 저 역시 학습 의지가 뛰어납니다. 그런데 이런 제가 알바를 하니까 정말 못 하는 게 제 눈에도 보입니다.
식당에서 서빙을 하다가 1개월도 채 안 되어서 사장이 가게 사정 때문에 저를 잘라버렸습니다. 자르면서 일을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손님이 너무 없어서 자르는 거라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이 자른다고 했던 알바는 자르지 않고 게속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게다가 새로운 알바 구한다는 글도 써붙이고.. 또한 사장은 근로시간을 지키지 않았고 주휴수당은 주지 않았으며 근로계약서 작성도 기다리다가 제가 말해서 했습니다.
저는 이 알바가 처음이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른채 그냥 그렇게 잘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만 이렇게 당한 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사는 지역에는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않은 채 운영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일부 편의점에서는 최저시급도 주지 않고요.. 사장이 필요할 때만 부르거나 아니면 도가 넘는 초과근무를 시킨다거나 (그렇게 하고도 추가 수당은 주지 않고요) 갑질을 한다거나 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알바가 일한 지 오래된 곳의 경우에는 알바들 간의 서열도 존재하고 저는 언제나 어리버리한 막내, 신입 역할이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썩은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알바 도중 마주한 사람들은 너무 무례했고 사장은 쓰레기였으며 알바 간에 서열이 있는 것도 견디기 힘듭니다. 나이가 3-50대인 사람들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지내야 합니다. 제가 외동으로 자라서 더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저는 저 호칭이 너무나도 싫습니다. 심지어 같이 알바하는 사람에게 매니저에게 '언니언니 하면서 잘 따르라'는 '조언'까지 받았습니다.
제가 왜 그 사람을 그렇게 따라야 하는 걸까요.. 다행히 지금 알바를 하는 곳의 사장님은 괜찮습니다만 그 서열이 견디기가 힘듭니다. 가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교대는 언제 하는지, 언제 쉬는지 이런 것을 명확히 알려주지 않고 그때그때 최고 서열인 매니저가 이야기 해주는 것을 따라야 합니다. 저에게 따로 말해주기 전까지 저는 쉬지 못하는 거죠..
여기서 알바를 한 지는 한 달이 넘었습니다. 주말에만 하는데 아직도 손님들이 물건의 위치를 물어보면 모든 것에 다 대답하지 못합니다. 그럴 때마다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고 앞으로 제 진로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휴학을 했는데 오히려 더 망가지는 것 같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는 있을까, 라는 생각이 막연하게 듭니다. 차라리 공부만 하던 때가 나은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교수가 되고 싶은데 학생 때 진로를 머릿속에 그리면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길은 보였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내가 서 있는 곳과 목표가 너무나도 멀리 동떨어져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나이를 그만큼 먹었는데도 알바를 하는, 저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혹시 나도 저렇게 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저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다 직장을 갖추고 안정적게 살아가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겁니다. 같이 학교를 나온 친구의 미래가 마트에서 알바하는 아줌마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게 나도 예외는 아닐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덜컥 겁이 나는 겁니다. 토익 준비를 한다고는 하는데 자신이 없어 책을 못 펴겠습니다. 그나마 아침에는 낫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생각이 깊어지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그리고 오후에는 학원에 보조 선생님으로 알바를 가야 해서 씻고 준비를 하느라 조금은 텅 빈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씻고 나면 그 후가 문제입니다. 급격하게 우울해집니다. 일하는 곳에서 친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또래가 있다면 좋을텐데, 다 나이든 사람 뿐입니다.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단체 배낭 여행을 가지도 못하고 국토대장정 같은 프로그램도 참가하지 못합니다. 심지어는 친한 친구들과도 만나지 못합니다.
정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아서 대화를 나누기가 싫습니다. 뭐든지 부정적이고 비꼬듯이 말합니다. 그리고 말을 걸어도 들었으면거 대답조차 하지 않아 제가 먼저 말을 꺼낸 것을 후회하게 됩니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가 휴학을 한 이유는 나를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함이었습니다. 사회를 경험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보면서 여러가지 진로 중 하나를 정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함이었습니다. 성장을 하는 시간인 거죠.. 그러나 제가 깨달은 건 썩어 문드러진 어른들이 널리고 널렸다는 것입니다. 그 어른들이 모여 고인(고립된) 사회를 만들어냅니다. 여기가 촌이라서 제대로 된 신고와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요..
그 깨달음으로 인해 좌절감과 회의감만 가지게 되었고 학교에서 늘 확신에 차 있던 저는 불확신만 얻게 되었습니다. 이제 무엇을 해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에겐 확신이 너무나도 부족해졌습니다. 각박한 지구에서 홀로 용을 쓰며 서 있는 저를 달래줄 사람은 없습니다. 친구들이 있지만 친구들도 자기 인생을 살아가기 바쁘죠.
제가 타오르는 감정을 느끼는 것은 오로지 예술 뿐입니다. 참 희한하죠. 저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인지 사람에게 타오르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이라면 좀 다른데,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지조차 3년이 넘어갑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이제 어디서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학은 사람마다 수업이 다르고 1년 동안 같이 지내는 반의 개념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게다가 1학기는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동기들과 제대로 친해지지도 못했습니다.
지금 저는 범죄심리학 교수로 진로를 정했습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제 마음이 원하는 건 이쪽인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그 과정을 버틸 자신이 없습니다. 제가 사회와 사람에 대해 이리도 실망하고 혐오감을 느끼는 것이 그 내면에는 그만큼 인류애가 있는 것 아닙니까? 저는 사람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인간의 가장 악한 면을 연구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나의 연구로 인해서 사회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니까요.
그런데 정말 저는 이 길이 맞는 걸까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잠 못 자는 저를 다시 평온하게 재우는 것은 다름아닌 예술, 클래식입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정말 감정이 북받쳐서 마음이 괴로워서 견딜 수 없을 때면 이 곡을 듣습니다. 그러면 눈물이 줄줄 흐르면서 마음은 평온해지고 스르륵 잠이 들기 시작합니다.
제가 확신을 가지고 힘든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피아노를 해야하는 것일까요.. 피아노는 중학교때까지만 쳐서 거의 포기한 상태이긴 했습니다. 그래서 미련이 자꾸 남는 것인지, 피아노만은 제가 힘들 때에도 저를 달래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심리학은, 범죄심리학은, 모르겠습니다. 그냥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결국 또 진로는 결정을 못 내린 것이네요.
지금 알바를 하는 이유는 내년 2학기에 복학하면 자취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숙사를 들어가기에는 1학기 성적이 그리 높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자취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으로부터 좀 독립적이게 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현재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용돈은 땡전 한 푼 없습니다. 오로지 저의 힘으로만 일상을 버티고 있습니다. 너무 힘드네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또 제가 피아노 전공을 애초에 할 생각도 하지 않은 이유는 부모님이 선생님인 영향 탓인지 나는 공부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에체능은 변수가 크니까요. 잘 되지 않으면 막고 살기도 힘들고. 안정적인 공부로 밀고 가자는 마인드였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도 그렇고 피아노를 그만 둔 뒤로 저는 점점 이상해닌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를 풀 곳이 사라졌으니 당연히 그렇겠지요. 힘들 때마다 피아노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데 또 다시 피아노를 연습해서 전공하자니 그동안의 시간이 아깝기도 합니다. 그토록 힘든 고3을 보내고 좋은 학교에 왔는데 그걸 다시 또 거쳐야 하니 말입니다. 정말 제가 원하는 건 뭘까요? 이걸 알아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피아노는 언제나 메인이 아닌 취미로 둔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하면 정말 내가 행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피아노를 배우는 건 또 돈이 드니까요, 부모님의 지원을 빌려야 합니다.
정말 머리가 아픕니다. 가장 큰 문제는 외로움이며 그 다음은 진로, 그 다음은 돈입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을 하든 다 뜻하던 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상처만 받아오니 용기가 점점 없어집니다. 전 약해지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적는 것 만으로도 괴로움이 조금 사라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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