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 대해 배우지 않고도 의류 제작은 가능합니다.
패턴을 스스로 그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패턴을 배워도 새로운 디자인을 창출하는 능력은 3-4년 이상의 배움이 있어야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짧은 배움으로도 실무에 빨리 투입되서 시행착오를 여러번 겪으며 디자인을 배워나가시는 분도 있지만 그게 1년 미만인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의 한국 쇼핑몰, 도메스틱 브랜드는 패턴을 직접 그리지 않습니다. 카피 copy를 의심하시는 상황 같은데, 대부분의 쇼핑몰이나 도메스틱 브랜드는 백화점이든 편집샵이든, 해외직구를 통해 타 브랜드의 상품을 들고 샘플실에 찾아갑니다. 그러면 샘플실에서 30년 이상 근무하신 패턴 장인들이 그 옷을 뜯어서 패턴까지 떠주고 카피가 되지않게 몇가지 수정하여 다시 샘플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샘플을 들고 동대문 봉제 공장에 찾아가서 동대문 원단시장에서 고른 원단 스와치를 함께 보여주며 디자인 미팅을 합니다. 그렇게 카피 아닌 카피 제품들이 탄생하는 것이구요.
이걸 더 쉽고 편하게 알아서 해주는 업체가 프로모션 업체입니다. A라는 온라인쇼핑몰 업체에서 B라는 프로모션 업체에 그냥 "C처럼 옷을 100장 뽑아달라"라고 말로만 주문해도 프로모션 업체에서 위에 설명했던 작업을 다 해줍니다. 물론 수수료 있습니다.
우리나라 동대문, 보세가 시장이 커진 이유가 7-80년대에 미국, 유럽의 옷을 한국 봉제 공장에서 만들어주면서 커진 것입니다. 처음에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품이나 남은 원단과 부자재로 만든 상품을 유통하는게 보세 시장이었고, 당연히 디자인은 다 카피였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중국, 방글라데시, 베트남의 의류 공장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면서 점차 우리나라 인건비가 올라가서 중국으로 공장이 옮겨지며 그 많던 봉제공장과 원단가게들이 나름의 먹고 살 시장을 찾은 것이 동대문입니다. 그나마 우리 경제가 급성장했기에 소득 대비 소비 수준이 따라오지 못해 흔히 말하는 "짝퉁"을 8-90년대부터 많이 입고 다녔죠. 이 짝퉁에 대한 수요는 당시에는 매우 컸습니다. 지금의 그 흔한 나이키, 아디다스 져지를 살 형편도 안되었던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회사원 월급이 30만원 남짓하던 시대.
뭔 뜬금없이 역사를 읊냐고 물어보실수 있겠지만, 카피가 어디까지 카피고, 어떻게 그런 카피가 가능한가 계속 물어보셔서 한번 얘기 해드렸습니다. 역사를 이해하면 이런 독특한 보세 문화가 왜 생겨났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죠(유독 한국만 동대문과 같은 보세시장이 커서 오히려 이제 관광 상품이 되고 있는 아이러니)
물어보실게 더 있으시면 답변은 해드릴 수 있습니다만, 소비자로써 카피에 그리 열내시는건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업계에서도 충분히 그리 카피해대는 업체는 서로 욕하고 있습니다. 다만, 보세 의류 시장은 대부분 FW, SS 런웨이 뜨자마자 디자인 전공 친구들이 동대문 공장에서 비슷하게(중요) 카피해서 바로 찍어내는 시스템이 안착이 되어있어 쉽게 바꿀 수가 없습니다. 자세히 보면 완전한 레플리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시즌의 트렌드를 찍어내는 것이라 법적으로도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해외 A 브랜드의 상품 그 자체를 카피하기보다 20SS 시즌 런웨이 중에서 가장 한국 시장에 잘 스며들 것 같고, 길에서 충분히 입을 수 있고 여러 브랜드가 공통으로 다뤘던 옷을 카피하는 편입니다. 사실 그게 공통의 시즌 트렌드 요소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따라하면 동대문 시스템 자체를 욕하는 것 밖엔 할 도리가 없습니다. 물론 직접 겪으신 쇼핑몰처럼 완전히 카피하는 쇼핑몰도 있지요. 근데 그걸 또 사는 사람이 많다는게 씁쓸합니다. 카피라는 걸 알고도 사는 사람이 있고(진짜를 사기엔 동이 아까우니), 모르고 사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습니다(모두가 트렌드를 챙겨 보진 않으니까)
그러니 소비자 고발의 형태로 글을 쓰거나 리뷰를 쓰는 정도, 또는 해당 브랜드에 신고 컨택을 넣는 정도가 아니라면 더이상 할 수 있으신 건 없다고 보심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