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그(Peg)는 영어로 무언가를 고정시키는 말뚝, 못을 뜻합니다. 빨래집게를 뜻하기도 한답니다.
그렇다면 경제에서 사용하는 '페그제'는 무엇을 뜻할까요?
바로 '한 나라의 통화가치를 특정국가의 통화에 고정시켜 정해진 환율로 교환을 약속하는 고정환율 제도'를 뜻한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달러에 대한 페그제를 답변확정했다면, "우리나라 1000원 = 미국 1달러. 퉤퉤" 라고 못 박을 수 있는 것이죠.
페그제를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홍콩의 경우엔 홍콩달러와 달러를 고정시켜 사용해왔습니다.
스위스의 경우, 자국의 프랑과 유로를 고정시켰었습니다. 지금은 페그제를 폐지했지만요.
이처럼 꼭 달러가 아니여도 좋습니다. 자국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환을 선택하여 자국통화와 고정시키면 됩니다.
페그제의 장점은 뭘까요?
페그제를 실시하면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이 제거됩니다. 바람이 불어도 텐트가 안날라가게끔 팩을 박죠?
마찬가지로 환율변동이 일어나도 경제가 무너지지 않게끔 하기위해 페그제를 선택하는 거랍니다.
수출입 + 외국의 자본유출입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페그제의 단점도 있습니다.
페그제는 환율 수준 유지에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는 환율제도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이를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겠죠. 또 환투기 세력들의 표적이 되어 엄청난 손실을 입기도 합니다.
한때 여러 국가가 페그제를 답변확정하기도 했으나, 요즘은 페그제를 폐지하는 추세라고 하죠.
요즘 각국은 양적완화(금리인하)를 통해 자국의 경제를 살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국가의 금리 변화에 따라 환율이 요동치는 중이죠. 이러한 현상은 소위 '환율전쟁'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환율전쟁에 맞서 각국은 세계 금리/환율에 대해 유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생겨났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페그제는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지금 미국이 금리를 낮춰 달러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이는 달러에 대한 페그제("100홍콩 달러 = 1달러")를 시행하고 있는 홍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달러의 가치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홍콩달러는 약세를 보여야 하는게 당연한 이치입니다. 즉 "120홍콩달러 = 1달러"가 되어야 하죠.
그런데 페그제 때문에 '100홍콩달러 = 1달러"가 유지됩니다. 오히려 홍콩달러는 상대적으로 평가절상이 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죠.
뭐 경제구조에 따라 달라질 순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홍콩에게는 불리하게 됩니다.
가격 경쟁력이 나빠지면서 수출이 줄어들고 이로 인한 연쇄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페그제를 사용할 경우, 변화하는 세계경제에 대응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오히려 페그제로 연동되어있는 화폐의 발행국에 환율 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죠.
사우디는 지난 30여 년 동안 1달러당 3.75리얄로 고정하는 페그(peg)제를 사용해 왔습니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사우디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외환정책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석유 매출을 늘리기 위해 두가지 방안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있기 때문이죠.
1. 페그제 폐지 :
사우디 외환시장에서 1년 만기 리얄 선물 환율은 달러당 3.7962 리얄로 13년 만에 최고치(리얄화 가치 하락)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얄화 환율을 달러에 연동시킨 페그제를 폐지하면 리얄화가 절하효과를 등에 업고 원유 수출을 늘릴 수 있습니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석유 수출 대금을 미국 달러로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페그제 폐지를 통한 리얄화 절하는 리얄화로 지급하는 급여 부담을 줄이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그간 석유수출로 쌓아 올린 방대한 외환 보유고 덕에 사우디가 쉽게 페그제를 포기하지 않으리란 전망도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재정 압박에도 달러 페그제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2. 석유 감산 :
사우디가 감산을 하면 국제 유가 상승으로 사우디의 석유 매출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적자 상황은 모면할 수 있겠죠.
또한 OPEC 회원국들의 거센 의견타진으로 석규 감산의 코너에 몰린건 맞는 것 같습니다.
둘 중에 어떤 노선을 취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우디 / 원유' 하면, 매번 소개되는 단골소재 바로 '사우디의 페그제'입니다.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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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제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세계 각국의 환율 제도는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 그리고 이 둘의 중간적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고정환율제는 미(美) 달러화와 같은 특정 통화에 환율을 고정하는 페그제가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홍콩처럼 외환이 유입(유출)된 만큼 국내 통화 공급을 증가(감소)시키면서 고정환율을 유지하는 통화위원회 제도 같은 형태도 있습니다.
반면 변동환율제는 환율이 외환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제도입니다. 여기엔 환율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자유변동환율제도와 정부가 때때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의 급변동을 완화하는 관리변동환율제도도 있습니다.
중간 형태의 환율 제도란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되 큰 폭의 환율 변동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환율 변동 허용 폭을 사전(事前)에 설정하는 밴드제, 주요 교역 상대국의 통화 가치 변동에 연동시키는 바스켓환율제, 그리고 환율이 아주 미세하게만 움직이도록 허용하는 크롤링 페그제 등 형태가 다양합니다.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는 각기 장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고정환율제의 장점(단점)은 곧 변동환율제의 단점(장점)이 됩니다.
우선 고정환율제는 급격한 환율 변동에 따른 경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환율이 크게 오르내리면 기업의 수출입 계약이나 해외 투자 의사 결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무역과 투자가 위축됩니다. 또한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단가와 생산 원가가 올라 물가가 상승합니다. 특히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발달하지 못하고 대외 충격에 취약한 나라의 경우 과도한 환율 변동은 그 나라 경제를 더욱 불안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