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의류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입니다.
의상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많으신가보죠?
질문하신 것에 대하여 도움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는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우선 의상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그런건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이 의상디자인과, 그리고 의상학과, 또는 의류학과, 복식학과 등을 전공해야 한답니다. 간혹 나염디자인을 중시하는 회사에서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을 뽑기도 하는데 극소수죠.
위의 나열한 학과들은 과명은 틀리지만 거의 전공과목이나 학사일정은 비슷하답니다.
(전산학과, 컴퓨터 응용학과가 일맥상통하듯이...)
위의 나열한 학과는 2년제, 4년제 대학에 왠만하면 찾아 볼수가 있구요, 경쟁률또한 그다지 치열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돈 많이 버냐는 질문은 좀 애매한데 일단 의상디자인도 일종의 예술활동이구요, 공부하기도 전에 돈벌생각을 먼저하신다면 전 다른길을 권하고 싶군요. 부동산학과나 기타 재테크에 관련된 학과도 많은데 말입니다. 사실 의상디자이너가 돈을 많이 벌려면 몇년의 고독한 생활을 감내해야 한답니다. 초봉은 그리 많지 않죠. 저희 회사에서도 의상디자이너들을 아티스트로 구분하여 연봉제로 산출하는데 보통 5년차 정도되어야 연봉 2,500 정도 만져볼수 있답니다. 초봉요? 100만원 이상은 기대하지 마십시오. 물론 그이상 주는 회사도 있을 수도 있죠. 똑같은 알바하면서도 시급이 다 다르듯이...하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이랍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부푼꿈을 안고 의류회사에 입사를 합니다. 일단 1~2 년차에서 내가 내 개성대로, 내 주관대로 디자인한 옷을 시중에서 구경하기는 힘들구요, 대부분 하는 일은 원단시장 심부름, 샘플 심부름, 스와치(포목점 같은데 가면 원단 쪼가리 짤라서 책처럼 만들어 놓은거 보신적 있나요?) 들고 다니면서 색비교하고, 스타일 비교하고, 그러면서 또 배우죠. 이건 학교에서 배운것과는 엄연한 차이를 둔답니다. 쓰는 용어부터 그러하죠. 학교에서는 정석대로 배웠는데, 회사에서는 봉제공장 들랑날랑 하면서 일본말처럼 된 용어로 입이 굳어집니다. (닙뿌, 시보리, 카우스, 와끼라벨, 아이롱, 고리땡, 단가라, 당꼬, 미싱 등등)
디자이너 많은 회사에선 거의 군대와 비슷해요. 거기다가 시즌상품 품평회 할라치면 몇일씩 집에 못들어가고..아침은 커피, 점심은 짜장면, 저녁은 피자나 치킨 배달시켜먹다보면 속은 또 다 뒤집어지기 십상이죠. 야근은 기본, 철야는 필수, 공휴일 근무는 선택이란 철칙은 어디나 마찬가지 일겁니다.
그리고 나서 3년차 정도 되었을때 비로소 디자인에 손을 대는데 그 때부턴 회사와 운명을 같이하죠. 즉 내가 만든 옷이 판매율이 저조하면 당장 해고됩니다. (계약서에도 그런 항목은 있어요) 그리고 패턴이 바르지 못하거나 해도 그러하구요, 대부분 디자이너의 실수를 눈감아 주는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의상디자이너 들을 철새에 비유합니다. 말 그대로 철새에요. 내가 잘해서 회사의 이익을 높였을경우 지금 내가 받는 연봉보다 상향으로 책정해서 다른 회사에서 스카웃제의가 들어옵니다. 아, 더준다는데 안갈사람이 어딨습니까? 그래서 어짜피 옮겨가죠. 못하면 못하는대로 이리저리 쫒겨나고, 다른데 입사하고, 또 쫒겨나고...
제 말이 의상디자인 하시는 분들을 비하하는 것으로 들리실진 모르겠지만 그건 현실입니다. 공감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그리고 진급요? 승진 말씀하시는 거죠?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대박 한번씩 터트리면 실장직급을 준답니다. 그 직급을 한번 받으면 다른데 가서도 타이틀은 안놓치죠.
제가 말씀드린 실장직급 정도 되면 3,500 에서 5,000 정도, 아마 더 큰 회사에서는 더 이상도 받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디자인 실장 직급 가진 사람들은 거의 다 미혼이더군요. 나이는 30대 중반부터 후반까지구요. 그 만큼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된다는 얘긴가???
제가 아는 지식은 여기 까지 입니다. 도움이 되셨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