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감상문에 쓸 시,,

시감상문에 쓸 시,,

작성일 2009.07.09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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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문에 쓸 거 15개 만 추천 해주세여

 

직접 찾아주시면 내공 팍팍

 

 



profile_image 익명 작성일 -

 

시감상문에 쓸 시는 생각할 것이 많고 이야기거리가 많은 시여야 할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중에 이 조건에 부합하는 시들이 있어서 몇편 꺼내두겠습니다.

 

 

 

 

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들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안도현 시인은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란 시가 유명한 우리나라 시인입니다. 굉장히 따뜻하고 부드럽게 시를 써서

누구나 읽어도 느낌이 절로 옵니다. 

 이 시를 보자면 눈이 내리는데 자꾸 강속으로 빠져서 녹아 없어지는 모습이 강은 너무 안타까워 강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깐다는 것이 주된 이야기입니다. 이걸 보면 눈을 배려해주는 강의 따뜻한 마음이 보이고 이것을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 느낌을 같이 공유하고자 추천해 드렸습니다.

 

낙화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우리나라 시인 가운데 10대에 등단하신 몇안되는 분입니다. 이형기시인님의 '낙화'도 교과서에 실린 시라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 시를 추천하는 이유는 맺고 끊음이 필요할 때 이 시만큼 간결하고 확실하게 느낌을 전달해주는 작품이 없기 때문입니다. 낙화가 곧 이별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굳이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읽는 이로 하여금 시의 핵심을 느끼게 해줍니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시인은 안도현시인과 함께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시를 쓰시는 분으로 유명합니다. 만약 슬픈 일이 있거나 우울한 일이 있을 때 특히 외롭다고 느낄 때 이 시를 읽어보신다면 커다란 위로가 될 것입니다.  

 

 

 

         소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뭔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김기택시인은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분입니다. 짧고 간결한 표현으로 자신의 메세지를 전달하고 독자들에게 생각할 여운을 남겨줍니다.

 시를 간단히 풀어 드리겠습니다. 소는 소리가 아니라 눈으로 말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가 가진 말들은 눈 속에 다 들어있습니다. 정작 우리는 소가 하는 말을 들을 방법이 없습니다. 아무리 소가 눈을 크게 껌뻑이고 눈물을 흘려도 우리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합니다.  우리도 답답하고 소도 답답합니다. 답답한 우리는 소에게 코뚜레를 달아 밭일이나 열심히하라 하고 답답한 소는 씹었던 풀을 배에서 꺼내 또 씹고 또 씹는 되새김질을 합니다. 참으로 불쌍한 삶입니다.

 

 

 

멸치

 

 

김기택

 

 

굳어지기 전까지 저 딱딱한 것들은 물결이었다

파도와 해일이 쉬고 있는 바닷속

지느러미의 물결 사이에 끼어

유유히 흘러다니던 무수한 갈래의 길이었다

그물이 물결 속에서 멸치들을 떼어냈던 것이다

햇빛의 꼿꼿한 직선들 틈에 끼이자마자

부드러운 물결은 팔딱거리다 길을 잃었을 것이다

바람과 햇볕이 달라붙어 물기를 빨아들이는 동안

바다의 무늬는 뼈다귀처럼 남아

멸치의 등과 지느러미 위에서 딱딱하게 굳어갔던 것이다

모래 더미처럼 길거리에 쌓이고

건어물집의 푸석한 공기에 풀리다가

기름에 튀겨지고 접시에 담겨졌던 것이다

지금 젓가락 끝에 깍두기처럼 딱딱하게 집히는 이 멸치에는

두껍고 뻣뻣한 공기를 뚫고 흘러가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에는 아직도

지느러미가 있고 지느러미를 흔드는 물결이 있다

이 작은 물결이

지금도 멸치의 몸통을 뒤틀고 있는 이 작은 무늬가

파도를 만들고 해일을 부르고

고깃배를 부수고 그물을 찢었던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우리 밥상에 올려져 있는 멸치의 내력은 시에서 보면 엄청납니다. 멸치의 반짝이는 등줄기가 바로 바다의 파도 무늬입니다. 멸치의 지느러미는 파도를 만들고 커다란 해일을 만들어내 자신을 잡았던 고깃배와 그물을 찢습니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주에 엄청난 태풍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죠. 이 시와 닮았다는 생각, 안드십니까?

 

 

좋을 대로 해라 / 김규동

 

 

천상병이 좋아한 것은 막걸리
공초 오상순은 그저 담배
문익환이 사랑한 것은 반독재집회
김정환은 철학과 맥주
에즈라 파운드가 좋아했던 것은 시경
말로가 흠모한 것은 영웅이다
정지용이 사랑한 것은 말을 만드는 일과 염소수염
이상이 그리워한 것은 인간의 사랑이다
이병기가 사랑한 것은 난초
김기림은 지성을
권정생이 사랑한 것은 길가의 민들레꽃
김남천이 사랑한 것은 노동자 농민이고
임화가 사랑한 것은
맨발로 뛰어다니는 한국의 아이들이다
여운형이 가장 좋아한 것은 대중을 만나는 일
손기정이 좋아하는 것은 끊임없이 달리는 것
김구가 사랑한 것은 나라의 독립이다

 

애들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집에서 학교에서 시달리는 아이들아
너무 괴로워하지는 마라
네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
그것만이 너 자신을 살리는 길이니라
천재는 거기 있다
좋을 대로 해라 좋을 대로 해라

 

 

김규동시인은 고향이 북쪽입니다. 그래서 항상 북을 그리워하고 남과 북이 어서 통일하길 바라는 시인입니다. 이 분의 나이가 80대 중반이시지만 요즘도 시를 쓰는 대단한 분입니다.

 이 시의 첫연은 시인과 목사 등 유명한 분들의 이름과 함께 '천상병이 좋아하는 것은 막걸리, 권정생이 사랑한 것은 길가의 민들레꽃' 과 같은 식으로 그분들이 좋아했던 것을 써놓았습니다. 1연만 봐서는 무슨 말인지 잘몰랐는데 2연에 가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알았습니다. 남들이 시키는 거 하지 말고 너 좋을대로 하라고 싫어하는거 하면서 괴로워말라고 합니다. 여기저기 눈치보면서 사는 세상에 주관을 갖고 살라는 말이겠지요.

 

 

물고기에게 배우다

 

           

맹문재




        개울가에서 아픈 몸 데리고 있다가
        무심히 보는 물속
        살아온 울타리에 익숙한지
        물고기들은 돌덩이에 부딪히는 불상사 한번 없이
        제 길을 간다
        멈춰 서서 구경도 하고
        눈치 보지 않고 입 벌려 배를 채우기도 하고
        유유히 간다
        길은 어디에도 없는데
        쉬지 않고 길을 내고
        낸 길은 또 미련을 두지 않고 지운다
        즐기면서 길을 내고 낸 길을 버리는 물고기들에게
        나는 배운다
        약한 자의 발자국을 믿는다면서
        슬픈 그림자를 자꾸 눕히지 않는가
        물고기들이 무수히 지나갔지만
        발자국 하나 남지 않은 저 무한한 광장에
        나는 들어선다

 

 

맹문재시인은 안양대 국문과 교수입니다. 90년대 좋은시를 많이 쓰셨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물고기에게 배우다' 입니다. 

 화자가 몸이 아파 개울가에 앉아 물고기들을 바라보는데 길도 없는 물 속을 요리조리 돌도 피해다니면서 헤엄쳐 다닙니다. 길을 만들면서 길을 지우는 물고기들의 모습에서 화자는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합니다. 약한자 편에서 생각하자 해놓고 강한자 편에 섰던 자신을 반성합니다. 그러면서 개울물에 발을 담가 과거의 자신을 깨끗이 씻으려 합니다.

 

 

바다가 보이는 교실 9

-첫 눈

정일근



잠시 교과서를 덮어라
첫눈이 오는구나
은유법도 문장성분도 잠시 덮어두고
저 넉넉한 평등의 나라로 가자
오늘은 첫눈 오는 날
산과 마을과 바다 위로 펼쳐지는
끝없는 백색의 화해와 평등이
내가 너희들에게 준 매운 손찌검을
너희들 가슴에 칼금을 그은 편애를
스스로 뉘우치게 하는구나
잠시 교과서를 덮어라
순결의 첫눈을 함께 맞으며
한 칠판 가득 적어놓은
법칙과 법칙으로 이어지는
죽은 모국어의 흰뼈를 지우며
우리들 사이의 먼 거리를 하얗게 지우자
흰 눈발 위로 싱싱히 살아오는 모국어로
나는 너희들의 이름을
너희들은 나의 이름을
사랑과 용서로 힘차게 불러 껴안으며
한몸이 되자
한몸이 되어 달려나가자

 

 

정일근시인은 좋은 시를 많이 쓰시는 분입니다.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으로 계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이 시를 처음 보고 느꼈던 감상을 쓴 글입니다.


시 한편을 가르치다가 창문 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았나 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하얗게 덮어주는 눈이라 아름답고 추하고 더러운 모든 것들이
모두 똑같이 보이게 해주기 때문에 눈을 평등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은유법을 사용하여 평등의 나라로 가자고 하고 있습니다 (보조관념인
평등의 나라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원관념 눈은 생략)
눈 속에서 화자는 자신을 반성합니다. 자신을 잘따르는 아이 혹은 똑똑한
아이들에게 친절히 대해주면서 수업태도가 나쁘고 불량한 아이들을 혼내던
아이들을 똑같이 평등하게 대하지 못한 자신을 눈속에서 반성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수업시간에 배웠던 죽은 국어들은 모두 지워내고 (배울 수만 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될 수 없는 지식들이니까요.) 살갗에 차갑게 스며드는
흰눈이 진정한 모국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평등한 눈 위에서
그 모든 거리를 지우고 한 몸이 되자고 외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등을 밀며

詩 손택수

아버지는 단 한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여덟살 무렵까지 나는 할 수 없이
누이들과 함께 어머니 손을 잡고 여탕엘 들어가야 했다
누가 물으면 어머니가 미리 일러준 대로
다섯살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 한번은 입속에 준비해둔 다섯살 대신
일곱살이 튀어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나이보다 실하게 여물었구나, 누가 고추를 만지기라도 하면
잔뜩 성이 나서 물속으로 텀벙 뛰어들던 목욕탕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으리만치 커버린 뒤론
함께 와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은근히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그때마다 혼자서 원망했고, 좀더 철이 들어서는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자국을 본 건
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온 뒤의 일이다
그렇게 밀어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
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
적막하디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
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
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손택수시인은 요즘 촉망받는 젊은 시인입니다. 시를 좋아하신다면 손택수시인의 시집을 찾아보며 읽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입니다.

 이 시는 부자간의 부정에 대해 쓴 시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아들은 아버지와 목욕탕에 같이 가서 등을 밀어 드리고 싶었는데 아버지는 목욕탕 가길 꺼려 하십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돈을 아끼려고 안가려고 했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오랜세월 지게꾼이었던 아버지의 등에는 절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이 있어 아들이 지게자국을 보고 슬퍼할까봐 보여주지 않은 것입니다.   

 

 

 

엄마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어두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기형도 시인은 29살의 나이로 안타깝게 요절한 시인입니다. 유고시집 '입속의 검은 잎'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서 시집으로는 드물게 100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합니다. 기형도 시인은 우울하고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고독과 외로움을 노래합니다.

 시는 시장에 장을 보러 나간 엄마를 숙제를 하며 기다리는 어린 아들의 그리움이 주를 이룹니다. 특히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이라는 표현은 정말 대단한 표현입니다. 마음이 짠해지는 표현이랄까요.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국물을 그만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 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시인은 가정적이고 쉽게 읽히는 시를 많이 썼습니다. 지금 다음에서 연재도 하고 계실 겁니다. 제가 '눈물은 왜 짠가' 라는 시를 처음 본게 고등학교 2학년 때였는데 언제 읽어도 그 무조건적이고 대단한 어머니의 모정이 찐하게 느껴집니다. 이 시를 읽고나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는 짧은 내용 긴 여운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시를 다 읽고나면 정말 내가 연탄보다 못한 사람이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참, 지금은 연탄대신 가스보일러로 난방을 하는데 10년이나 15년 전만 해도 연탄을 넣어 난방하는 연탄보일러도 꽤 많았습니다.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시인은 우리나라 시단의 거목이셨습니다. 서정주시인과 더불어 우리나라 시를 이끌어가던 분이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김춘수 시인님은 몇해 전 돌아가셨습니다. 그때가 2004년 겨울쯤으로 기억합니다.

 이 시는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우게 되는 시입니다. 의미와 무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는 시인데 시를 분석하지 않고 그냥 읽어보아도 느낌이 팍팍 오는 시입니다. 특히 마지막 구절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는 부분은 정말 너무 너무 좋은 표현입니다.

 

 

자화상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서정주시인은 시를 정말 잘썼습니다. 시외의 것들 (찬일, 군사정부와의 교분 등)으로 말이 많았지만 오로지 시로 놓고 본다면 정말 잘쓴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분입니다.

 이 시는 시인의 자기고백입니다. 첫연에서 '애비는 종이었다' 고 말하면서 시가 시작합니다. 정말 충격적인 고백입니다. 누가 자신의 아버지가 종이라고 선뜻 이렇게 쉽게 밝히겠습니까.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한줄 한줄 읽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줄에 줄이자

 ―만이십사년일개월(滿二十四年一個月)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윤동주시인은 저항시인으로 유명합니다. 참회록 말고 서시, 쉽게 씌어진 시 등 여러 유명한 작품이 많습니다. 유독 이 작품이 생각나는 까닭은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 복도에 참회록이 정말 커다랗게 붙어있어 오며가며 외웠던 기억이 나서 입니다.

 참회록이란 시는 자신의 얼굴을 청동거울 속에 비춰보다가 자신의 얼굴이 욕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안하는 것만으로도 죄를 짓고 산다고 느끼는 까닭일 것입니다. 하지만 곧 화자는 반성합니다. 참회록을 쓰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거울을 닦으며 독립운동도 하고 나라를 위해 온 몸을 다해 일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렇게 거울을 닦다보니 나라 잃은 사람의 슬픈 뒷모습이 나타난다고 하며 시는 끝마칩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들로 15편을 뽑아서 어려우실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궁금하시거나 질문이 있으시면 

 

저한테 쪽지를 보내주십시오. 그러면 성심성의껏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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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3작품, 현대 소설 1작품 추천해주세요 감상문 숙제로 이해하기 쉬운걸로요 풀꽃 ㅡ 나태주 성북동 비둘기ㅡ 김광섭 향수 ㅡ 정지용 해 ㅡ 박두진 국화 옆에서 ㅡ...

감상문 쓸만한 좋은시 구합니다 ~~(급구)

제가 방학숙제 때문에 시를 찾아야 되는데요..;; 감상평을 쓸만한 시로 5가지만 알려주세요~~ 내공많이검 누구나 마음 속에 애틋하게 간직하고 있는 어린 시절 고향에 대한...

시 감상문 쓰는 법 고2

시 감상문을 써야하는데 진달래꽃에 대해선데요. 감상문이 뭔질 잘 모르겠어요... 그냥... "진달래꽃"에 대한 감상문 때에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시의...

시 감상문에 대한 질문

... 시 감상문 때 ~~할 수 있었는 지 이 시인의 생각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런 식의 감탄표현을 써도 되나요? 그리고 해석을 참고해서 작성하고 있는데 가능한지 ㅎㅎ...

감상문에 쓸만한

... 그러므로 감상문에 쓸만한 3개 정도만 올려주세요. 내공은 적지만 30이요. 빠른답변 부탁드립니다. 상사화 詩. 이재석 바람이 내게 전하는 말 있어 하던 일 잠시 멈추고 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