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써주세요 (급함 내공잇음)

에고고;

이 늦은시간에

되련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성장소설을 계획했지만...

대망.

a4 두쪽 조금 넘는 (2~3줄) 분량입니다.

 

 

결국 오늘, 선생님께 포기를 말씀드렸다. 나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으셨던 선생님은 흔쾌히, 아니 기쁘다는 듯 허락해 주셨다.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여전히 내리쬐는 햇빛이 너무 눈부셨다. 내 마음도 몰라주는 듯하여, 괜히 심통이 났다. 비가 와장창 내리고 모든 게 젖어버려도 달래줄 순 없으련만. 원망스런 게 한가득 이었다.

집까지는 멀었고, 내가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아도 걱정해 주는 사람은 없다. 지금 난 무얼 해야 할까. 방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럴 바엔, 끝날 때 즈음에 말씀드릴 걸 그랬나보다. 나의 성급한 결정은 언제나 화를 불러왔다.

나도 초등학교 때까지는 글을 잘 쓴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교내 신문에 실리기도 했고, 여기저기서 상을 받기도 했다. 학교 대표는 곧 나였고, 애들은 모두 나를 존경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나보다 잘 쓰는 학생은 내 주위만 봐도 수두룩했고, 나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 하나 없었다. 초등학교 때의 글쓰기 실력으론 어림도 없던 것이었다.

어찌어찌 교외 백일장 참가 자격을 얻었을 때, 나는 그 차이를 실감했다. 내 옆에서 사각거리며 무엇인가를 잔뜩 써내려가는 학생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나도 최선을 다해 썼다. 하지만 그 차이는 감당할 수 없었다.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그들의 것은 전문 화가의 것, 나의 것은 유치원 꼬마의 것. 그 정도였다.

그 백일장에서 상장 하나를 받았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이 낮은 계급의 상장을 보고도 좋아라, 웃으시며 나보고 또 참가해 우리 반을 빛내 주라며 등을 떠밀었다.

그래, 그때는 너무 긴장했던 탓 일거야. 그렇게 날 위로하곤, 당당히 참가 신청서를 냈다. 이번 대회는 큰 것이라 방과 후에 따로 남아 연습을 시킨다고 했다. 학원이라던가 하는 것은 일체 다니지 않았던 나로선, 시간도 때우고 실력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기뻐했다. 그러나 나는 그 차이를 또 느껴야만 했다.

내 글은 유치하고, 전혀 앞뒤가 없었으며, 뭘 말하려는 건지 파악도 안됐다.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쓰레기, 라는 것이다. 심지어 충고를 많이 받는 학생의 것이 나보다 배는 더 나았다. 내 작품은, 아니 나는, 그만큼 못난 것이었다.

글 쓰는 것은 정말 좋아한다. 한 때, 밥도 먹지 않고 키보드 앞에서만 타닥거렸던 적도 있다. 사람들은 내 글을 좋아했다.

글 쓰는 것은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발전이 없었고, 사람들은 내 글에 관심도 가져주지 않았다. 악랄한 비판이라면 차라리 좋지, 아예 ‘무관심’. 그건 언제나 나를 괴롭혔다. 어쩌면 그리도 아플 수 있는지. 노력하고, 노력하고, 수정하고, 다시 쓰고, 새로 써 봐도 한 번 시작된 무관심은 계속됐다. 나는 이제 실패한 것이다.

핸드폰을 꺼내든다. 잡다한 소설 설정을 해 놓은 메모를 삭제해 버렸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소중한, 아니 소중했던 것. 나에게 있어봤자 그 빛을 조금도 보여주지 못하고 썩을 것이다. 계속 담겨 있어봤자 괴롭힘 당할 뿐이다.

학교에 다시 들어갔다. 도서실로 향했다. 아직까지 개방하고 있는 도서실만이 나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못난 글을 쓰게 된 이후로 친구도 사라져버린 내겐 유일한 친구가 돼주기도 한 곳이다. 한 때, 이 수많은 책들 사이에 내 책이 너덜너덜한 상태로 꽂혀 있었으면, 하고 바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인기 있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이제는 모두 부질없는 것이었다. 교내 대회에서도 상하나 못 탄다. 심지언 반에서 하는 것들도 다른 애들에게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내가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에게 내 글을 보여 줘봤자 비웃음은커녕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다. 그걸 종이비행기로 접어 창밖에 날리고는 말겠지.

도서실은 좋았다. 조용히 내 글을 읽어주었다. 그들은 다른 애들과 마찬가지로 아무 말도 없었지만, 언제나 나에게 나아갈 방향을 고쳐주곤 했다. 그들의 구석에는 내 공책이 두껍게 산을 이루었다. 그들을 보고 미흡하나마 따라 써본 내 졸작들이 가득한.

그것은 누구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그 위에는 베스트셀러들이 가득했고, 그 옆에는 만화로 된 책들이 가득했다, 너덜너덜해진. 나도 그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본다면 더욱 비참해질 뿐이었다. 가보로 남기겠다며 코팅까지 해서 간직한 내 글이 실린 학교 신문도 쓰레기통에 쳐 박아 버렸다.

그곳 책장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읽을 책들을 잔뜩 골랐다. 이것도 재밌어 보이고, 저것도 재밌어 보인다. 내 실력으로는 발끝에도 못 미칠 작품들이 수두룩했다. 도대체 이런 게 왜 출판됐냐는 소리까지 듣는 작품들도 내 실력에 비하면 월등했다.

도서실 한 쪽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 제일 위의 책을 펼쳤다. 내가 썼던 소설 중에서도 이런 비슷한 주제를 가진 단편소설이 있었다. 하지만……. 이 이후론 말 안 해도 잘 알 것이다.

나는 언제나 상상력이 풍부했다. 이 책들에 있는 내용들은 한번쯤 생각해 본 것들이다. 몇 개는 직접 글로 써 보기도 했다. 하지만 내 실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내 글로는 설명하지 못할 것들이, 여기엔 다 나와 있었다. 그게 표면적인 것이든, 내면적인 것이든.

“얘, 이거 네가 쓴 거니?”

도서실 선생님의 포근한 음색이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눈에 익은 빨간 공책을 읽고 있으셨다. 순식간에 얼굴이 확 달아올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냥 막연히 짜증도 났다. 단지 저 공책들은 집에 두면 비웃음만 살 것이라서 안전하다고 생각한 내 친구에게 맡겨둔 것뿐인데! 그걸 침범했다니!

“무척이나 글을 잘 쓰는구나.”

선생님은 내 앞에 앉으셨다. 선생님의 말이 빈말처럼 으로만 느껴졌다.

“조금만 가다듬으면 훌륭한 작품이 되겠는걸. 꿈이 작가니?”

“아니오.”

나는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퉁명스럽게 내뱉어지고 말았다. 선생님을 믿지 못하겠다.

“그래? 그런 것 치곤 꽤나 많더구나. 선생님은 특히 ‘가면’이라는 소설이 마음에 들더구나. 선생님은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었어.”

아무래도 선생님은 나의 작품을 다 읽은 것 같았다. ‘가면’은 특히 내가 싫어하는 작품이다. 조사도 않고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풍자했다면서 어쭙잖게 써 놓은 것. 심리 묘사도 내 마음대로인 작품이다.

“선생님이 들어가다가 들었는데, 아무래도 다른 애들에 비해 열등감을 느끼나봐?”

훔쳐듣기까지.

“…….”

선생님은 내 공책들을 내밀며 물었다.

“혹시 선생님이랑 같이 글 써보지 않을래? 선생님도 사실 썩 잘 쓰지는 않거든. 아니다, 같이 작가수업 듣지 않을래?”

“작가 수업이요?”

“응, 일주일에 두 번 이 근처 문화센터에서 하는 수업이 있어. 무료고. 너는 상상력이라던가, 그런 게 좋으니까 받으면 분명 도움이 될거야.”

“그렇게 생각하세요?”

“물론. 선생님은 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너처럼 약간 다른 생각을 가진 작품은 읽지 못했단다. 특히 정말 인간적인 심리묘사, 꾸며내지 않은 그런 것들이 말이야.”

선생님의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두근거렸다. 생각도 하기 전에 입이 움직였다.

“선생님……. 나 그럼 글 쓸래요. 글 써서, 꼭 선생님께 보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