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순서대로 올립니다.
도움이 되기를...
-노천명/별을 쳐다보며
나무가 항시 하늘로 향하듯이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
친구보다
좀더 높은 자리에 있어 본댔자
명예가 남보다 뛰어나 본댔자
또 미운 놈을 혼내 주어 본다는 일
그까짓 것이 다아 무엇입니까
술 한 잔만도 못한
대수롭잖은 일들입니다.
발은 땅을 딛고도 우리
별을 쳐다보며 걸어갑시다.
플라타너스 - 김 현 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 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神)이 아니다!
이제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오늘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플라타너스
나는 너를 지켜 오직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 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리라꽃 던지고 -한하운
P양,
몇 차례나 뜨거운 편지 받았습니다.
어쩔 줄 모르는 충격에
외로워지기만 합니다.
孃이 보내주신 사진은, 얼굴은
오월의 아침 아카시아꽃 청초로
침울한 내병실에 구원의
마스콧으로 반겨줍니다.
눈물처럼 아름다운 양의 淸淨無垢한 사랑이
회색에 포기한 나의 사랑의
창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의학을 전공하는 양에게
이 너무나도 또렷한 문둥이 병리학은
모두가 부조리한 것 같고
이 세상에서는 안될 일이라 하겠습니다.
P양
울음이 터집니다.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이 사랑을 아끼는
울음을 곱게 그칩시다.
그리고 차라리 아름답게 잊도록
덧없는 노래를 엮으며
마음이 가도록 그 노래를
눈물 삼키며 부릅시다.
G선의 엘레지가 비탄하는
덧없는 노래를 다시 엮으며
이별이 괴로운 대로
리라꽃 던지고 노래부릅시다.
청자부(靑磁賦) - 박종화
선(線)은
가냘핀 푸른 선(線)은
아리따웁게 구을러
보살(菩薩)같이 아담하고
날신한 어깨여
사월(四月) 훈풍(薰風)에 제비 한 마리
방금 물을 박차 바람을 끊는다.
그러나 이것은
천년(千年)의 꿈 고려청자기(高麗靑瓷器) !
빛갈 오호! 빛갈
살폿이 음영(陰影)을 던진 갸륵한 빛갈아
조촐하고 깨끗한 비취(翡翠)여
가을소내기 마악 지나간
구멍 뚫린 가을하늘 한 조각
물방울 뚝뚝 서리어
곧 흰구름장 이는 듯하다.
그러나 오호 이것은
천년(千年) 묵은 고려청자기(高麗靑瓷器) !
술병, 물병, 바리, 사발,
향로, 향합, 필통, 연적,
화병(花甁), 장고, 술잔, 벼개,
흙이면서 옥(玉)이더라.
구름무늬, 물결무늬,
구슬무늬, 칠보(七寶)무늬,
꽃무늬, 백학(白鶴)무늬.
보상화문(寶相華文), 불타(佛陀)무늬.
토공(土工)이요 화가(畵家)더라.
진흙 속 조각가(彫刻家)다.
그러나 이것은
천년(千年)의 꿈 고려청자기(高麗靑瓷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