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집중...

윤동주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집중...

작성일 2008.07.31댓글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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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집중에서

 

제일로 유명하거나 그 다음으로 유명한 시들

 

15편좀 알려주세요 ㅠ  ㅠ

 

정말 급합니다.

 

내공 10!!



profile_image 익명 작성일 -

懺悔錄(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王朝
왕조의 遺物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懺悔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滿二十四年一個月만 이십사 년 일 개월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래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懺悔錄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러운 告白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隕石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별 헤는 밤

 

季節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來日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靑春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追憶추억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憧憬동경
별 하나에 詩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小學校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佩, 鏡, 玉 이런 異國少女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詩人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北間島북간도
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또 太初태초의 아침

 

하얗게 눈이 덮이었고
電信柱
전신주가 잉잉 울어
하나님 말씀이 들려온다.

무슨 啓示계시일까.

빨리
봄이 오면
를 짓고
눈이
밝아

이브가 解産해산하는 수고를 다하면

無花果무화과
잎사귀로 부끄런 데를 가리고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겠다.

 

 

쉽게 씌어진 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윤동주 - 서시

 

죽는날까지 _

하늘을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내게 주어진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십자가(十字架) /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윤동주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그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초 한 대

  

초 한 대 -
내 방에 품긴 향내를 맡는다.

광명(光明)의 제단(祭壇)이 무너지기 전
나는 깨끗한 제물(祭物)을 보았다.

염소의 갈비뼈 같은 그의 몸.
그의 생명(生命)인 심지(心志)까지

백옥(白玉) 같은 눈물과 피를 흘려
불살라 버린다.

그리고도 책상머리에 아롱거리며
선녀처럼 촛불은 춤을 춘다.

매를 본 꿩이 도망하듯이
암흑(暗黑)이 창구멍으로 도망한
나의 방에 품긴
제물(祭物)의 위대(偉大)한 향(香)내를 맛보노라.

(1934 .12. 24)

  

<작품 해설>
  이 시는 윤동주가 용정의 은진 중학교에 다닐 때인 1934년 12월 24일, 그의 나이 17세에 쓴 처녀작으로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습작기에 쓴 작품으로 다소 문학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윤동주가 나아가게 될 문학 세계를 가늠하게 해 준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즉, 후기에 접어들수록 높은 문학성을 획득하게 되는 많은 윤동주의 작품들도 이 처녀작에서 보여 주고 있는 '순결'과 '참회', 그리고 '자기 희생' 등을 좀더 의미있게 변용한 것에 지니지 않는다. 윤동주의 시에는 남달리 순결한 마음 혹은 고결한 정신을 추구하면서 고독한 가운데 자신을 성찰하는 시인의 모습이 짙게 배어 있다. 그리고 고독한 가운데서의 자기 성찰은 자신을 참회하는 삶의 태도로 나아간다.

  먼저 이 시에서 형상화되고 있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육신을 불살라 어둠을 밝히는 촛불의 자기 희생 정신이다. 이러한 촛불의 정신이 바로 윤동주의 삶의 태도이자 인생관의 비유로, 그는 어둠을 홀로 밝히면서 스스로 육신을 불사르는 존재가 되고자 한다. 이렇듯 타인을 위해 자신을 죽이는 삶, 다시 말해 자신이 스스로 제물이 되는 이 속죄양으로서의 삶은 원형 상징의 하나인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고독한 삶이자, 고독 속에서 자신을 성찰한 삶이라 할 수 있다. 어두운 밤 홀로 빛을 발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육신을 바치는 이 촛불의 자기 희생이야말로 처절한 고독 속에서의 자기 성찰이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와 같은 자기 성찰은 '염소의 갈비뼈 같은 그의 몸 / 그의 생명인 심지'라는 말로 나타나 있다. 제단에 제물로 바쳐진 '염소의 갈비뼈' 같은 몸이라는 표현에서 속죄양의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다. 그가 쓴 최초의 시인 이 작품과 최후의 시인 <쉽게 씌어진 시>를 관류하는 이 자기 희생의 순절 정신이야말로 그가 동시대 많은 문학인들과 차별성을 갖게 하는 점인 것이다.

  두 번째로 이 시에 나타나는 것은 어떤 이념에 대한 순결한 시인의 의지이다. '그의 생명인 심지', '광명의 제단이 무너지기 전 / 나는 깨끗한 제물을 보았다.', '선녀처럼 촛불은 춤을 춘다.'라는 시행이 바로 그것이다. 등심(燈心)인 '심지'는 동음이의어인 마음에 품은 의지라는 뜻의 '심지(心志)'를 표상하며, '깨끗한 제물'과 신을 섬기는 '선녀'로 비유된 촛불의 자기 희생은 곧 어떤 이념에 대한 순결한 의지를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시인의 깊은 참회의 자세이다. '그의 생명인 심지 / 백옥 같은 눈물과 피를 흘려 / 불살려 버린다.'와 같은 시행에서 보여 주는 삶의 태도가 그 단적인 예가 된다. 백옥같이 정갈한 눈물과 피를 쏟는 희생양의 모습은 바로 참회하는 인간으로서의 전형적 모습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무서운 시간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잎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呼吸)이 남아 있소.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을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는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나를 부르지마오.

(1941.2.7)
 

<어구 풀이>

 * 무서운 시간 : 기존의 삶을 청산하고 전혀 다른 삶으로 나아가야 하는 심리적 불안감

* 가랑잎 : 자아. 나약하고 왜소한 존재

* 손들어 :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명함

* 하늘 : 자아와 외부 세계가 통합된 세계

* 서럽지도 않는 : 서러움마저 없는, 서러움에 지친 상태

* 부르지 마오 : 거부 의사

 

<작품 정리>

갈래 : 서정시, 자유시

특징 : 자아의 무력함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내면적 성찰의 일면이 보이는 작품

주제 : 진지한 삶의 성찰과 그 번민. 하늘의 소명 앞에 부끄러운 자아

  

<작품 해설>

  이 작품은 민족 말살 정책으로 보이지 않는 무서운 칼날을 휘두르던 일제 강점 말기에 쓰였다. 암울한 시대가 부르는 소리, 일종의 소명 의식을 느끼지만 시를 쓰는 일 이외에 뚜렷하게 시대에 저항할 무슨 일을 찾지 못하는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그래서 화자는 하늘(곧 조국)이 자신을 부를 때 무섭다고 하고 있다. 곧 철저하게 내면을 응시하고 반성하지 않는 사람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목소리인 것이다.

 

사랑스런 追憶(추억)

 

봄이 오든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停車場(정거장)에서
希望(희망)과 사랑처럼 汽車(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털어트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었다.

汽車(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ㅡㅡ 東京郊外(동경교외) 어느 조용한
下宿房(하숙방)에서, 옛거리에 남은 나를 希望(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汽車(기차)는 몇번이나 無意味(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停車場(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ㅡㅡ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1942.5.13) 
  
 
<작품 정리>
 ▶ 구성 : 1~3연 : 서울의 어느 정거장에서 동경과 자괴감을 느낌(과거)
             4~5연 : 동경에서 고향을 그리워함(현재)
             6~8연 : 정거장 가까운 언덕에서 과거를 그리워할 것임(미래)
▶ 제재 : 마지막 기차
▶ 주제 :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
<작품 해설>
   윤동주는 1942년 도일하여 동경의 입교대학 영문과에 입학하면서 그는 시적 편력 가운데에서 현실적 상황과 자아의 실상을 가장 객관적으로 파악해 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시인 윤동주의 자아에 대한 인식 과정은 그가 초인간적인 것에 의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종교적 영역으로 끝내 몰입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을 보여주는 시가 바로 '사랑스런 추억'이다.
  1942년 봄 도쿄의 릿쿄 대학 영문과에 입학하여 이국땅에서 고독한 하숙 생활을 할 때 쓴 시라고 한다. 동경 유학 시절의 뼈아픈 상실감을 바탕으로 향수, 그리움의 정서가 시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화자는 서울에서 동경으로 자신을 실어 줄 기차를 기다린다. 윤동주는 막연한 동경과 자신이나 민족 처지에 대한 자괴감을 갖고 있었다. 결국 동경에 왔으나 희망은 보이지 않고 이국땅에서 멀리 지나는 기차를 보며 과거 어느 봄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품었던 때를 그리워한다.
  서울의 어느 조그만 정거장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다림이 담긴 공간이며. 정거장 차가운 언덕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소망과 그리움이 담긴 공간이다. 기차를 기다리는 시적 화자의 행위는 구체적, 개인적 세계를 추상적, 보편적 세계로 변화시켰다. 즉 기차를 기다리는 개인적 행위가 희망과 사랑이라는 추상적 세계로 나타나고 있다.
 

황혼(黃昏)

  

햇살은 미닫이 틈으로
길죽한 一字(일자)를 쓰고…… 지우고……


까마귀떼 지붕 우으로
둘, 둘, 셋, 넷, 자꼬 날아 지난다.
쑥쑥, 꿈틀꿈틀 北(북)쪽 하늘로,

 

내사……
北(북)쪽 하늘에 나래를 펴고 싶다.

(1936년 3월 25일 평양에서)

 

<작품 해설>

   대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씨와 시적 감수성의 물컹함을 읽을 수 있다. 까마귀의 잇따른 북쪽으로의 비상 이미지를 통해 고향 그리는 심정을 심화시킨 재치는, 짤막한 시지만 시적 능력의 비범함을 엿보게 하고 있다.

 

돌아와 보는 밤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 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延長(연장)이옵기에───

이제 窓(창)을 열어 空氣(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 보아야 房(방)안과같이 어두어 꼭 세상같은데 비를 맞고 오든 길이 그대로 비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로의 울분을 씻을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思想(사상)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1941년 6월) 

 

<작품 해설>

  좁은 자기 방에 돌아가 불을 끄고 '하로의 울분을 씻을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 속으로' 사상이 익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 것을 계기로, 감미로운 서정에 대한 소년기의 애착을 버리고 책임 있는 삶의 정당한 행동을 위해 각성을 하고 있는 시이다.

 

소년(少年)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무가지 우에 하늘이 펼쳐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 보려면 눈섭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씃어보면(쓸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속에는 사랑처럼 슬픈얼굴--아름다운 順伊(순이)의 얼골(얼굴)이 어린다. 少年(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어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얼굴--아름다운 順伊(순이)의 얼골은 어린다. (1939년)

 

 

<작품 해설>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자취를 가을의 강물에서 찾고 있는 시이다.

 

아우의 인상화(印象畵)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애띤 손을 잡고

'늬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은 진정코 설은 대답이다.

 

슬며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 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작품 해설>

  이 시는 연희 전문학교에 입학하던 1938년에 쓴 작품으로 어느 날 밤, 형인 화자가 아우와 나누었던 대화를 소재로 하여 삶의 우수(憂愁)를 노래하고 있다. 언뜻 보면 뛰어난 문학적 기교도 없고 인생에 대한 깊은 철학도 담겨 있지 않은 평범한 작품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 이 시는 윤동주가 추구하는 삶이 무엇인지 가늠케 해 주는 열쇠 구실과 함께, 일제 치하라는 암울한 시대 상황 앞에서 어떤 시를 쓰게 될지 알게 해 주는 나침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이 시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2·3·4연에서 형제가 주고받는 몇 마디 대화와 동작뿐이며, 나머지 1·5연은 아우의 얼굴에서 느낀 화자의 슬픔을 변주하여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즉,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라는 화자의 질문에 아우는 '사람이 되지'라고 짤막하게 대답한다. 이러한 아우의 말에 대해 화자는 '진정코 설은 대답'이라고 여기며, 아우의 순진성을 말하기보다는 오히려 그에게서 슬픔을 느낀다. 이것이 이 작품의 전부이다. 그러므로 이 시를 온전하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먼저 형제가 나누는 대화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화자가 아우에게서 '슬픈 그림' 같은 모습을 발견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십일 년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삶을 살아온 화자이지만, 그가 삶에 대해 갖는 태도는 다분히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자식으로, 그것도 한 많은 만주 유이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민족의 아픔을 맛보면서 남다른 민족 의식과 각별한 신앙심을 키우며 성장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바로 이런 점에서 자신의 이상과 암울한 현실 사이에서 빚어지는 온갖 갈등을 겪으며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이 배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신의 행복을 위해 양심을 버리는 부끄러운 삶을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직한 인간으로서 양심대로 사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몸소 체험으로 터득하게 된 화자로서는, '자라서 무엇이 되려니'라는 물음에 '사람이 되지'라고 쉽게 말해 버리는 어린 아우의 대답이 여간 불만스러운 게 아니었을 것이다.

  사랑스런 아우가 어른이 되기까지 겪어야 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알고 있는 화자는 그 순진 무구한 아우의 대답을 듣고, 다시금 그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그 때, 아우의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어리어' 있음을 발견한 화자는 그의 얼굴에서 '슬픈 그림'을 떠올린다. 다시 말해, 달빛에 젖은 아우의 얼굴이 화자의 눈에는 마치 '슬픈 그림'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물론 여기서 실제로 슬픈 것은 아우가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화자의 마음이다. 아무런 걱정거리 없이 행복하게 생활하는 아우에게서 잃어버린 자신의 유년을 찾곤 하던 화자로서는 아우가 자라면서 상실할 수밖에 없는 그 행복과 순진 무구함이 더할 수 없이 슬프게 느껴지게 된 것이라 하겠다.

  이렇게 이 시는 암울한 식민지 치하에서 온갖 고통을 극복하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시인이 어린 아우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순진 무구함과 행복스런 모습을 발견하지만, 자신이 소망하는 성실한 인간으로 성장하며 겪어야 할 아우의 고통을 생각하며 괴로움에 빠지는 진지함을 보여 주고 있다. 이와 같이 다소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전개되는 시인의 비극적 자기 인식이야말로 투철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며, 올곧은 삶을 살고자 했던 참 신앙인으로서의 철학적 산물임에 틀림없다. 이 같은 삶의 자세가 바로 그로 하여금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완벽한 삶을 살게 해 준 버팀목이 되었음은 물론, 그러한 삶이 표출된 훌륭한 시를 다수 창작해 내게 함으로써 우리 시문학사에 '위대한 시인'이라는 수식어로 그의 이름을 빛나게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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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원저자: 54대 명예&문학디렉토리에디터 -  bird501입니다. 불펌방지 투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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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참회록(懺悔錄)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王朝왕조의 遺物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懺悔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滿二十四年一個月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래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懺悔錄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러운 告白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隕石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길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太初태초의 아침


         하얗게 눈이 덮이었고

         電信柱전신주가 잉잉 울어

         하나님 말씀이 들려온다.


         무슨 啓示계시일까.


         빨리

         봄이 오면

          罪죄를 짓고

          눈이

          밝아


          이브가 解産해산하는 수고를 다하면


          無花果무화과 잎사귀로 부끄런 데를 가리고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겠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집중...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집중에서 제일로 유명하거나 그 다음으로 유명한 시들 15편좀 알려주세요 ㅠ ㅠ 정말 급합니다. 내공 10!! 懺悔錄(참회록) 파란 녹이 낀...

윤동주 시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1941년에 집필되었으며, 윤동주 시인이 사망한 후인 1948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이 시집윤동주 시인의 생전에 출판되지...

윤동주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모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간행되었다. 이 시집이 세상에 나옴으로써 비로소 알려지게 된 윤동주는 일약 일제강점기 말의 저항시인으로서 크게 각광을 받게...

윤동주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가 있잖아요... 그러면 위의 이름으로 된... 답변 빨리 달아주세요ㅠㅠㅠ 유고시집이란 것이 시인이 죽고난 뒤 주변사람들이 펴내는...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윤동주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를 지인에게 선물 하려고 하는데, 출판사를 어떤 출판사로 골라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저한테 '미래사' 것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