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 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라도했겠소.
나는지금(至今)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珍擦)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전편의 감상과 이해
1연: '거울'의 세계, 속성을 제시하고 있다. '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인 거울속의 세상에 대한 이질감, 불안감, 거리감에 대한 화자의 심리 상태가 암시된다.
2연: '거울 속의 나'는 '나'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하는 분열과 대립의 존재임을 드러내고 있다. '딱한'이란 시어는 '거울 속의 나'에 대한 동정과 몰이해를 보인다. '두개나'란 말은 '거울 속의 나'에 대한 분열의 심화를 말하고 있다.
3연: 본질적 자아와 일상적 자아의 대립적 관계를 '왼손잡이'란 시어로 제시하고 있다. '악수'는 타협과 화해를 뜻하는데, '악수를 청하는 나'는 일상의 속됨에 빠져 있는 타락한 일상적 자아를 암시한다. 반면 '거울 속의 나'는 악수를 청할 줄도 받을 줄도 모르는 일상성과 타협치 않으려는 인간 본연의 존재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본질적 자아를 말한다.
4연: '차단, 투시'라는 거울의 이중성을 통해 '나'의 존재, 즉 본질적 자아를 확인한다. 따라서 '거울'은 자기 성찰의 한 방편의 의미를 부여한다. 일상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랄까? 그런 걸 모색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5연: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는 평소 자기 존재의 확인에 대해 애써 무관심하고 외면하는 듯한 자아를 말하는데, '거울속에는늘내가있소'는 '거울'을 통해 언제나 자기 성찰의 가능성, 즉 '자아의 합일을 내면적으로 희원'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잘은모르지만'은 '나'의 대립적 관계인 갈등과 모순을 암시한다.
* '외로된 사업' - 의견이 분분한 어구다. '외로된 사업에 골몰할게요'란 시어는 일상적 자아의 독백이다. 일상적 자아는 본질적 자아가 바라는 바, 존재성의 본질적 의미와는 늘 동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빗나간 일을 본의 아니게 저지른다는 뜻일게다. 거울 밖의 '나'인 일상적 자아의 독백이요, 그에 대한 빈정거림이 아닐는지?
우리는 누구나 '자아 동일성'이라는 문제 앞에서 갈등을 느낀다. 그 이유는 일상적 행위나 사고(思考)가 본성(본질적 자아)이 바라는 데로 나아가지 못한 '모순'에서 오는 갈등일 것이다.
이제 '외로된 사업'의 의미는 뚜렷헤졌다고나 할까. '외다'는 고어에서 '옳다'의 상대적 개념어다. '외다'는 '그르다, 잘못되다'의 뜻인 것임을----- !
-'외로된 사업'- 단연코, 나약한 당대의 지성의 고백이요, 자기 힐난이요, 이로 인한 자아 분열의 심화를 암시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6연: '거울속의 나'가 바로 '참나'인 추구의 대상, 즉 본질적 자아임이 선명하게 드러난 부분이다. '반대요마는또꽤닮았소'는 현실적으로는 반대인데 화자가 추구하는 바인 본질이라는 면에서는 닮았다는 뜻의 역설적 표현이다. '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하려 한다. 그런데 실상 진찰의 대상이 되어야 할 존재는 '일상적인 나'인 것이다. 따라서 이는 일상적 허위, 부조리한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식민지하의 무기력하고 나약하기만 한 지성인('날개'의 주인공 '나'와 상통하는)인 '나'에 대한 고발, 저항, 비판을 내포한 역설적 표현으로 이해됨이 옳을 것이다.
edu9508(국어공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