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어느 시가 가장 적합할까 하는 고민이 있지만,
우선 생각나는 시를 두 세편 올려 봅니다.
중3이라니 쉽고 유명한 시가 좋겠는데...
* 호 수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했던 청춘이 어느덧 잎지는 이 호수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가는 바람에도 불고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이렇게 잠잠해 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 |
이 시는 '낙화'로 유명한 이형기 시인의 시입니다.
기다림이라는 컨셉과 어울리는 시라고 생각합니다.
* 홀로서기
서정윤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이 시는 90년 대 초반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의 일부분입니다.
젊은 감각에 어울리는 시라고 하겠네요.
나머지 부분도 필요하면 제목과 시인으로 검색하면 소스가 많을 거에요.
*신부(新婦)
서정주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 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시 끝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다룬 이 시도 사소하고 어처구니없는
오해로수 십 년을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기다려야 했던 여인의 처절한 한이
절절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시입니다.
남들과 는 좀 색다른 분위기의 시를 낭송하고 싶다면 이 시도 좋지요.
시조를 하나쯤 올려 줄까요?
*동짓달 기난긴 밤을
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내여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 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거든 구비구비 펴리라.
황진이의 이 시조도,
지금은 곁에 없는 임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이 잘 표현된 아름다운 시조입니다.
기다림의 노래로 손색이 없지요.
만약 이 시들로 낭송을 하게 된다면 현대시 한 편과 황진이의 시조를
같이 낭송해도 좋겠군요.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또 시 낭송도 잘 하기를 바라며 이만...
*혹시 의문점이나 다른 질문 있으면 쪽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