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조님의 설일에서 시적자아에 대하여 말해주세요(내공30)

김남조님의 설일에서 시적자아에 대하여 말해주세요(내공30)

작성일 2003.05.04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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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나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나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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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일 - 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작자 소개

김남조(金南祚: 1927 - ) 대구 출생. 서울대 사대 국어과 졸업. 숙명 여대 교수, 1951년 첫 시 집 '목숨'으로 등단. 종교적인 심성으로 인간의 사랑과 인내, 신의 은총 등을 노래. 40 년대 노천명의 뒤를 이은 50년대의 여류 시인. 시집 '풍림(楓林)의 음악'(1963), '사랑 초서'(1974), '동행'(1980), '바람 세례'(1988) (1989), (1989), (1990), (1991) 등이 있음

작품 경향 : 김남조 시의 정신적 지주는 카톨릭의 사랑, 인내,계율이다. 따라서 , 거의 모든 작품은 짙은 인간적인 목소리에 젖어 있으면서도 신에 대한 은총과 인간의 사랑, 그리고 밝고 경건한 삶에 대한 예찬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법 상으로 보아 관심을 끄는 것은 리듬이다. 그의 시는 대부분 시행의 자유로운 배열로 형성되는데 그 형성이 우아하고 유연한 리듬으로 정밀하게 계산되어 있다. 이미지보다는 의미가 강조된 그의 언어가 생생한 생명력을 지니는 것도 언어를 꿰뚫는 리듬 때문이다.

요점 정리

성격 : 서정적, 종교적, 관조적, 서술적
운율 : 음운, 음절, 통사 구조 등의 반복에 의한 리듬감 형성
서정적 자아 : 차분하면서도 설득적이며 자신을 성찰하는 자세
심상 : 시각적 심상이 두드러짐
제재 : 나무, 바람, 눈
표현 : 1) 서술적 문체로 시적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2) 운율적 언어의 사용으로 시적 의미를 더욱 강화시켜 주고 있다.
3) 시각적 심상의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의미를 실감있게 전달한다.
4) 청유형 어미의 사용으로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구성 : 기 - 1) 착상 : 나무와 바람을 바라보는 마음 - 고독하지 않음
2) 일반화 및 내면화 - 절대자에 대한 신뢰감
혼자가 아니라는 인식

서 - 1) 내적 고백 : 삶과 사랑에 대한 신앙적 이해
2) 내적 다짐 : 긍정적인 삶에의 다짐
인생에 대한 이해와 다짐

결 - 백설을 바라보는 마음
함께 함의 충일감

어휘와 구절

진종일 : 온종일
실상 : 실제로
섭리 : 세상의 모든 것을 다스려 나가는 신의 의지 또는 은혜. 자연계를 지배하는 이법
이적진 : '이제까지는'의 방언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 보이지 않는 대상(바람)을 보이는 것으로 표현(머리채 긴 바람). 머리채 긴 바람은 바람에 휩쓸리는 나뭇가지를 연상.
나무도 바람도/혼자가 아닌 게 된다. : 혼자 서 있는 듯해 보여도 나무도 바람이 있음으로 해서 그 흔들림이 보이고, 보이지 않는 바람도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의해 그 존재가 인식된다는 말로, '동행'의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
혼자는 아니다./누구도 혼자는 아니다./나도 아니다. : '나무와 바람'(구체적) - 모두(일반적)-나(구체적)'이라는 시상 전개로, 하늘 아래 존재하는 어떤 것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서 서정적 자아인 '나'에게로 초점이 이행되어 가는 부분이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하늘만은 함께 있어주지 않던가. : 어떠한 고난과 역경의 상황 속에서도 신앙적 믿음의 대상인 절대자가 함께 동행한다는 의미로, '혼자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지 않던가'는 회상 시제를 삽입하여 설의적으로 묻는 표현법으로 하늘(절대자)이 함께 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삶의 고난도 사랑의 역경도 절대자의 은총이요, 섭리 안에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신의 사랑과 은총을 돌층계와 자갈밭으로 시각화시켰다. 삶과 사랑을 섣불리 대하지 않으며 그 고난과 역경을 신의 은총과 섭리로 이해하는 시적 화자의 신앙적 깨달음이 표현된 구절이다. '삶은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은 이중 은유가 사용된 표현.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 아웅다웅 남을 탓하던 모습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때론 참아 내자는 시적 화자의 자세.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 한 세상을 누리자. : 생명의 삶이 하늘이 베풀어 준 분에 넘치는 축복의 잔치임을 알고 좀더 넓은 마음으로 인생을 누리며 살겠다는 새해의 다짐이 나타나는 부분이다. 청유형어미의 사용은 자신을 향한 다짐과 독자에 대한 권유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 눈을 바라보는 화자의 자세가 나타난 부분이다. 백설은 단순한 눈이 아니라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이 다시 떨구어지는 것이다. 순수의 얼음꽃과 승천한 눈물은 동격으로 '눈물'을 의미하는데. 이 눈물은 순수의 상징이다. 따라서, 백설은 순수한 삶의 표상으로 볼 수도 있고, 순수의 눈물에 대한 하늘의 응답, 즉 함께 함의 표상으로 볼 수도 있다.

이해와 감상



시인이 자신의 시에서 추구하는 사랑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자, 신에 대한 사랑이다. 그러나 신에 대한 사랑은 인간의 끝없는 자기 초월과 기도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완성될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녀의 시는 언제나 신의 세계에 좀더 가까이 다가서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을 담고 있다. 이 시의 화자 역시 너그럽고 겸손한 자세로 살아가는 것을 이루었다고 하지는 않는다. 단지 그렇게 살아가자고 권유할 뿐이다.
이런 점에서 이 시의 화자는 인간의 삶이 신에 의한 섭리와 신의 은총으로 이루어진다는 인식으로 겸손한 삶의 자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참고 자료

'설일'에 대한 고찰

김남조의 시의 재료는 신을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비록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준다는 이 애틋한 신앙을 통하여 작가는 신과 얘기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는다.
사실 그의 시의 대부분이 구원의 표상인 신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신의 세계에 닿음으로써 현재를 초극하려는 모습이 전편을 통해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있어서 '삶은 언제나/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물론 은총의 돌층계는 신을 향해 놓여져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의 시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신은 단순한 구원의 상징으로서의 신은 아니다.
그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좌절의 현장에 그때그때 모습을 달리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두 모습이 '그이'와 '아이들'이다.
'그이'는 항상 떠나 있다. 떠나 있기 때문에 항상 간절한 그리움의 대상이다. 피를 흘리며 순교하기도 하고 부활해서 승천하기도 한다.
인간은 모든 별들이 그 빛을 태양에서 얻듯이 신이 그를 비추는 빛 속에 살면서 그의 은총에 응답해야 할 응답자로서 서게 된다. 이 '응답함'이 인간 본질의 핵심인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사물의 존재의 비밀은 신 존재의 비밀 속에서만 성립된다는 것이 종교에서 보는 인간관이다.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설일이란 시의 첫부분이다. 겨울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 가는 바람의 극히 일상적인 사실을 서술한 이 시를 봄으로써 그가 쓰고 있는 '신'과 '그이'와의 관계를 살펴보려고 앞의 시를 인용했다.
물론 바람은 한 여인을, 나무는 그 대상을 표현하고 있다. 머리채가 긴 바람이 남성의 상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나뭇가지에 투명한 빨래처럼 걸려 흔들린다는 진술과 먼저 인용된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란 진술을 통해 '나뭇가지'와 '하늘' 즉 '그이'와 '신'이 같은 대상임을 알 수 있다.
김남조는 계속해서 대상을 궁극적인 측면에서 보아온 시인이다. 때문에 그의 시는 끊임없는 겸허와 감사와 인내로 점철된다.

시적자아에 대하여 말해주세요(내공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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