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테리아 김이든 시인

히스테리아 김이든 시인

작성일 2020.10.16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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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든시인의 '히스테리아' 란 시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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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빴던 적이 없습니다 나는

모가 난 순가도 없습니다

커브를 그리거나 직구로 가거나

묵직하게 굴러갈 때도

누군가를 해칠 의도가 없었습니다

다친 후 벤치에 앉아 있는 후보 선수처럼

실밥 아래 상처가 있어도

부르면 두말없이 살아납니다

손가락 끝으로 쥘 때도

몸 깊숙이 누군가를 맞힐 때에도

나는 당신의 확장된 몸

깨달을 수 없는 나의 진심

나를 죽은 공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전력으로 날아갑니다 나는 바로 그 지점

당신의 온몸이 우주의 한 점으로 모여 마주치는 찰나

담장을 넘어

두꺼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갑니다

붉은 실밥 사이로 날개를 꺼냅니다

터지는 환호성과 탄식으로 뒤범벅된 주말의 그라운드를 지나

전광판이 없는 시간 속으로

해변의 조약돌처럼 반짝거리며 시간의 잘물결 너머로

파수

-

윗입술 아랫입술

아귀가 맞는 네 말

뭐하러 다시 돌아왔니

우리는 불판 앞에서 소주를 마신다

끝끝내 벌어지지 않는 조개를 불판 위에서 젓가락으로 집어 올려

억지로 벌릴 때

난 이미 죽었음을 과묵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어둠이 오면 밝아지는 너

주변이 잠잠해지는 순간에 깨어나는 너

시련이나 고토을 환대하는 너

너는 평범하다

번복 없이 꽃잎들은 피고

다툼 없이 나뭇잎이 제자리에서 자라는 신비로 말미암아

우리의 엄살과 내숭은 아귀가 맞다

나보다 더 아프고 병든 사람이 다가오지 못하게 의자를 지킨다

희소성이 중요하다 떠난 이나 죽은 이는 돌아오지 못하게 가능한 빨리 묻거나 태워야 한다

이제 자신보다 무능력한 사람들만 들어오게끔

이 구역의 출입을 통제한다

떠났다 돌아오면 뭔가 달라져 있을 줄 알았어

근데 뭐하러 돌아왔니

모든 기억과 모든 추억은 실수로 귀결된다

늙고 병든 이민자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게 아니다

돌아오지 않는 거다

죽은 이들도 돌아올 수 있지만 안 오는 거다

쓸데없고 주체할 수도 없는 능력 때문에

겸연쩍고 무안하고 폐가 될까 봐 네 방을 노트할 수 없는 거다

추방이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환송 파티에 마지막 의례까지 마친 마당에

권할 수 없는 기쁨

_

내 친구는 스피드광

오토바이 레이싱을 즐기는 사람

그런 그가 사고를 당했다

지리산을 한 바퀴 돌아 나한테 놀러 오겠다더니

자동차를 들이받아 오토바이는 박살났지만

자기 몸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며 껄껄 웃는다

하늘로 붕 날아오르는데 그물 같은 게 받쳐주는 것 같았다며

타고난 바이커란다

전화 끊고 저수지 주변을 서성거린다

수위를 조절할 수 있으면서도 열렬히

그런 건 없을까 피로 물든 바위틈

고원의당나귀든 상인의 낙타든 모래알에 이르도록 걸으리

묵직하게 새 한마리 날아오른다

검은 얼음판 위에 앉아 있던 새

날개가 있는 슬픔

퇴화한 다리 아래

높은곳으로 떨어져 죽어가는 예감

날 수 있어서

날아야 하니까

버려지지 않는 능력 때문에

장갑의 밤

-

사랑에 빠질 때마다 장갑을 선물하는 경향이 있어 그건 잃어버리기 쉬우니까 지금 난 장갑 한 짝을 찾으러 가는 길이야 검정색 모직 장갑 장식이 없는 낡은 그 장갑을 어디 떨어뜨렸는지 알아 오늘 난 아주 잠시 외출했거든 부드러운 눈길을 걸어 저녁 모서리 골목 끝 국숫집에 갔거든 바지락조개가 든 그릇 바닥에는 모래가 있었어 반짝이는 보석도 있었지

가는 길은 얼었고 없던 비탈이 생겼네 바람은 전혀 불지 않아 국숫집 바닥에서 내 검은 장갑 한 짝이 조금 젖어가겠지 하지만 어제가 아니었을까 오늘 나는 저녁을 거른 채 오래된 노래를 듣고 있지 않았던가 골목 끝 국숫집은 사라졌네 이전했다는 안내문조차 없어

사랑에 빠질 때마다 나의 기억은 바뀌고 부드러웠던 길은 파여가네 곁에 그가 걷네 보이지 않게 엉덩이는 자꾸 신성해지려 하고 누가 만져도 흔들고 싶지 않아 내 몸에 그을린 그가 내 손목을 흔들며 사라지면 밤은 언 손처럼 나를 끼네

만년청춘

-

매년 이맘때면 터지는 폭죽 소리 환호하는 사람들 발산하고 발작하고 발화하고 발포학 발을 굴러요 실신할 때까지 그러고 싶으면

귀를 막아도 들리고 눈을 감아도 훤하다면 갈등도 없이 가고 있다면 축제는 돌아오고 장사는 끝날 줄 모르고 확성기는 꺼질 줄 모르고 아무리 소리 질러도

네가 그들과 같이 간다 해도

나는 떠나야 해요 멀리까지 끌려가기 꺼려지는 곳으로 거기도 축제라면 거기를 떠나야겠지만 어디로 갈까요 방방곡곡 축제장이니

부자고 젊고 똑똑하고 심지어 진보적이기까지 한 당신이 시를 쓴다면 콘서트를 연다면 소녀가 쓰러지고 성황이고 계단은 가파르고 초청 가수는 보통 가수가 아니니까 노래를 멈추지 않겠지

노래 부르는 사람은 노래하고 음반을 사는 사람은 음반을 사고 그들은 불법 음반을 사지 않을 거야 그림도 살 수 있겠지 살 수 있는 사람들만 살 수 있겠지 지금과 같다면

한번 시인은 영원히 시를 쓰고 일단 화가는 계속 화가고 화가 난 어중이떠중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게다가 넌 계단을 치우지는 않잖아 청소하는 사람은 청소를 하고 올라가는 사람은 계속 올라가고 옥상에는 비밀 화원이 있고 떨어지던 사과가 아직도 떨어지고 있다면 우리가 수줍게 키스를 나누고 영원히 키스를 해야 한다면 웃는 사람들만 계속 웃는다면

만년청춘이라면

이토록 생이 아름답기만 하다면 순간순간이 축복이라며 눈을 돌리고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저 시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 해도

이 관계를 사랑이라고 부른다 해도

영원히 지속된다면

떠나야 해요 나는 거기가 어디든

언령(言靈)이 있어

-

가수는 제가 불렀던 노래처럼 살다 사라지고

말이 씨앗이 되고

내가 좋아했던 그래피티 화가도 뒷골목 벽에 휘갈겨 쓴 글자대로 요절했다

다 그렇진 않겠지만

내 말이 엉뚱하게 노래가 되었다면

고스란히 나를 싣고 간다면

반향 없는 음악 극단적인 키스 무성영화 따위에 빠져 있었을 때

그러니까 다 자란 줄 알았을 때

말과 노래를 의심하여 부숴버리고 싶어 안달 부리는 자들과 함께

불도저 아래 사람이 깔리면 죽는지 사는지 그런 내기를 하듯

그러나 오늘같이 고요한 날

죽은 이의 숨소리가

이토록 가능한 건지 어디에서나 아무 데서나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서서히 죄의식의 강도도 희미해져가서

밖에 싸면 임신이 안 되는 줄 알았어

네 미래는 이미 결정났어

제발 자라지 마

내 몸에서 떨어져

오토바이 뒤에 타고 다니며 별짓을 다할 때도

제발 내 몸 밖으로 나가 나가 나가

터져 나와 퍼져가는 퍼뜨려지는

폭풍우 실은 핏물 내 질에서 무릎을 자르고 발목을 자르고 운동화 좀 봐 길바닥 흥건하게 붉은 페인트를 쏟은 거 같아

나를 막아줘

날 여기 두지 마

네 말대로 내가 죽었다면

내 몸에서 핀셋으로 꺼내기 전 메스로 도려내기 전에

중력으로 떨어진 수억 마리 붉은 새

그것의 비참함을 긁어내어 노래했어햐 했나

중력이 아니었다면

누가 무슨 말을 했나

오늘 밤 나는 취해

부서진 악기를 다시 부수고 부수는

망설이고 괴로울 것도 없는

또 이렇게 오나 이 향초 냄새는 뭔가 마른 잎사귀로 뒤덮인 웅덩이 ㅃ져

허우적거리는 이 시간에

술김에 살인을 아름답게 포장해 털어놓는 살인자처럼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내 말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 난 다시 말하지 네 말을 사랑했어 그게 전부야

지금도 입을 헤벌린 채

뚝뚝뚝 말이 녹은 물

이봐 그 침은 내 입술에 넣어줘

빈티지 소울

-

카메라 대신에 벽돌입니다 상자를 여니 벽돌 반장이 나왔어요 믿을 수 없지만 깨끗한 벽돌입니다 왜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아니라 벽돌인지 물어보려고 해도 연락두절이네요 인터넷 중고 시장을 통해 연결된 그 사람은 필름 10팩까지 끼워 거의 새것과 다름없는 카메라를 반값에 팔겠다고 했죠

힘주어 벽돌을 쥐고 흔들어봅니다 벽돌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섭니다 경찰서로 갈지 택배 송장에 적힌 주소지로 가야 할지 아직 모르겠어요

희미하게 어둠이 퍼져갑니다 보통 저녁입니다 골백번의 골백번 더 살아본 날입니다 어이없고 참을 수 없이 분노가 치밀지만 똑같은 사기 사건도 수십만번쨉니다 사소한 사기가 삶이었지요 예전엔 나귀 가죽하고 밀가루를 교환하다 시비가 붙어 칼에 찔려 죽을 뻔했습니다 금화 몇 닢 받은 후 양피지를 보내지 않은 적도 있고요

저 교회 벽돌도 내가 붙였습니다 나는 오래전 애급에서 벽돌을 구워내던 노예, 무너지던 벽돌 더미에 깔려 죽었겠지요 나는 사기 치다가 걸려 톱니바퀴에서 고문당하던 상인, 콩고 강 하류에 던져진 번제물, 언덕 꼭대기 대성당에서 목탄으로 모작을 그리던 인부, 들판에서 나뭇잎으로 성기만 가리고 누워 행인을 기다리는 창녀였을지 모릅니다

내 영혼은 중고품입니다 수거함에서 꺼낸 붉은 스웨터처럼 팔꿈치가 닳고 닳은 영혼입니다 누군가 미처 봉하지 못하고 떠나보낸 기억입니다 불현듯 바다에서 솟아올랐거나 화산에서 흘러내린 먼지입니다

때때로 나는 처음으로 근사한 말을 떠올리지만 그 문장은 이미 내가 사막에서 벽돌을 굽다 지루해서 돌 위에 새겼던 말입니다 어딘가 처음 가보아도 언젠가 꼭 와서 살았던 곳 같습니다 내게 처음은 없지만 매 순간 처음처럼 화들짝 놀랍니다

당신이 왜 떠났는지 압니다 비애와 슬픔의 차이도 알고 저 모퉁이에서 걸어오던 사람이 왜 나한테 눈을 흘기고 가는지도 압니다 똑같은 일을 수십만 번 겪었으니까요 벽돌이 내게 온 이 상황에 대해서도 분개할 만한 일종의 흥미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건망증에 미달하는 기억력 때문에 나는 자신이 없습니다 카메라를 받기도 전에 선입금했고 또다시 사람을 믿었습니다 다행히 내 기억은 내 영혼은 약을 쳐야 기어 나오는 벌레 같아서 마치 없는 것처럼 또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것입니다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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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을 괸 채 커피 잔을 만집니다 식은 커피와 검고 우울한 음악 축축한 발자국이 가득한 2층 카페 여대 앞이라 이렇게 여자들만 있는 건 아닐 텐데 누구나 그렇듯이 비 때문에 외로운 게 아니고 누구나 그렇듯 우기라서 모든 약속이 꼬여버린 건 아닙니다 마구 엉켜버린 타래의 엉뚱한 실을 잡아당기듯 취소는 가능하고 내겐 아직도 약간의 치기가 남아 있습니다

대체 이 신비한 냄새는 뭘까?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사이 밝은 공기가 일렁거립니다 햇빛이 쏟아지는 정원에서 범람하는 장미 넝쿨에 둘러싸였습니다 나는 실눈을 뜬 채 실금처럼 번지는 향기에 흔들립니다 눈을 감았다 뜨는 짧은 순간 여름 저녁의 빛과 냄새가 바뀌었습니다

내 마음 그대만 알아요 연분홍 장미 들판이 지나갑니다 내 곁을 스쳐 조심스레 발을 디디는 저 청년은 장미꽃 한 다발 안았습니다 흰 셔츠에 수줍어하는 표정입니다 저것도 곧 시들겠지만 고요히 펼쳐지는 유월의 장미 정원을 따라 나도 숨죽여 갑니다 창가의 사랑스럽고 새침한 숙녀에게 장미꽃을 내미는 청년은 떨고 있네요

장미 넝쿨 흰 울타리 너머 고라니가 울었지요 이제 곧 슈퍼문이 뜰 거야 최고로 환한 달 말이야 당신은 그럴 리 없다 했지만 소름 끼치게 크고 괴기한 그 소리는 고라니가 맞았어요 네 목소리는 너와 판이하구나 절규 아니면 비명뿐이군 제발 입 좀 다물고 사랑을 나누자 냄새가 참 좋아

창가 새침한 숙녀가 의자에서 일어납니다 전혀 웃지 않네요 예상을 뒤엎고 장미 들판을 던지며 소리지릅니다 청년의 고백은 낙언의 파탄 일순간 카페 안은 정지된 화면입니다 빗물이 우울을 모르듯 장미는 구애를 모릅니다 정신을 딴 데 팔아봐요 꿈꾸기 시작해요 사랑이라 틀리게 일컫는 감정 따위 담는 맥 빠지는 일 없이

노안이 오면

-

책도 신문도 읽을 수 없겠지

더 보고 싶겠지 내 얼굴의 주근깨도

결점이 없어지겠지

저멈 번지겠지

사방으로 밀려 나가겠지

밝고 어둡고 윤기 나고 우울한 게 다르지 않겠지

윤곽이 허물어지겠지

울며 주저앉을 때도 있겠지

그래야 할 텐데

생은 저무는데

점점이 별들은 오류처럼 시행착오처럼 반짝이겠지

황홀할 일 없겠지

내가 왕녀에는 예전에는 소싯적에는

더 이상 이런 생각 안 하겠지

촛불을 끄겠지

심지를 자르고 싶겠지

그림자로 분위기로 누군지 알겟지

목소리가 작아지겠지

추운 날 아침

누가 큰 소릴 불러도

단호하게 거부한다는 듯이

잠잠하겠지

아무 기척도 없이

별들은 떠 있겠지

반짝거린다고 믿겠지

소녀가 돌아보겠지

노안이 오면

겉과 속 없이

사람이 보이면

반불멸(反-不滅)

-

작은 전시관이야 예전에 너하고 봤던 그 그림들이야 「카페에서, 르탕부랭의 아고스티나 세가토리」 그 작품 생각나니? 반 고흐 애인으로 알려진 여자 초상화말이야 근데 그 초상화 밑그림으로 다른 여자의 상반신이 그려져 있네 「포도」에도 「노란 장미가 담긴 잔」에도 다른 못 그린 그림들이 숨겨져 있어 가난한 화가가 재활용한 캔버스의 밑그림이 훤하게 보이는 거야 이렇게 회화에 엑스레이를 쐐보면 덧칠하기 전에 그린 그림들이 보인단 말이지 그가 덮어버린 스케치 감췄다고믿었던 수많은 물감칠 안간힘 쓴 흔적들이 고스란히 들통 나는 거야

전시관 앞 기념품 가게 모퉁이에서 엽서에 몇 자 적어 보낸다 내가 죽거든 내 작품에 엑스레이나 전자현미경을 들이대지 마 낙서도 만화도 아닌 거 훔쳐본 누드 종이를 불에 그을려보지 마 덧칠한 시와 산문들 눈물이 마르지 않은 종이 위에 쓴 명랑한 노래 그지없이 한심한 필체나 지웠다가 쓰고 다시 덮어버린 잿빛 모래 위 갈매기 같은 글자를 보지 않길 바라 이걸 읽으며 넌 키득키득 웃어넘기겠지 한심한 네 작품을 누가 힘들여 분석하겠냐며 답장을 쓸지도 모르지 내가 죽거든 다시는 못 살아나게 지켜줘 내 얘길 하지도 마 일기든 메모든 수첩이든 불태워줘 약속해

팬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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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남자한테서 편지가 왔어요. 내 시집을 읽었는데 내 프로필 사진을 봤는데도 날 흠모한대요. 내 또래래요. 자기도 시를 쓰고 있다며 답장을 기다리겠다고.

─어디 산다고 해요?

─청송 교도소에요. 죄목이 뭔지, 어쩌다 감옥 갔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어요. 등단 후 받아본 팬레터 세 통 다 각기 다른 교도소에서 날아왔어요. 신기하죠?

─쯧, 어디 가서 그런 얘기하지 마세요. 복역수들이나 좋아하는 시 쓰는 시인 취급받기 싫으면요.

장 시인과 나는 서울 가는 길이다. 그가 운전하고, 나는 서먹하게 얻어 타고, 각기 다른 행사장으로, 다른 목적으로, 입을 닫고, 귀는 노루귀풀, 열성이라 눈이 와도 눈을 받을 수 없는, 참 안됐다, 그 풀은 무월리 뒷산에서 봤다. 무는 애무할 때 손은 버리라는 말일까, 손을 놓쳐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날이 잦다.

훌쩍거린다. 이상하게 쾌활해진다. 엉겁결로 가는 문간에서 나는 쓴다. 기분이 나쁜 날에는 그늘을 충분히 어둡게 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나에 대한 반동으로 나는 변할 것인가, 이렇게 시도 아닌 것을 적는 한여름 밤에는 지상의 모든 새가 울고 저놈 검은등뻐꾸기가 유별난 소리 낸다. 시에 무슨 제재를 가하는, 바보 같은 짓, 제목을 붙이려면 죄목을 짓는 것 같아 두렵다.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칼갈이 시

제목에 저 시를 까먹어서 내용을 알려주실수 있나요 김이든 시인의 시집 [ 히스테리아 ]의 1부에 실린 시입니다. 1부의 15번째 시네요. 시 전문은 현재 검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