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시

기형도 시

작성일 2021.09.19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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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시 뭐 뭐 있는지쫌 알려주세요 내공(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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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월

기형도

1

흩어진 그림자들, 모두

한곳으로 모이는

그 어두운 정오의 숲속으로

이따금 나는 한 개 짧은 그림자 되어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쉽게 조용해지는 나의 빈 손바닥 위에 가을은

둥글고 단단한 공기를 쥐어줄 뿐

그리고 나는 잠깐 동안 그것을 만져볼 뿐이다

나무들은 언제나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작은 이파리들은 떨구지만

나의 희망은 이미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너무 어두워지면 모든 추억들은

갑자기 거칠어진다

내 뒤에 있는 캄캄하고 필연적인 힘들에 쫓기며

나는 내 침묵의 심지를 조금 낮춘다

공중의 나뭇잎 수효만큼 검은

옷을 입은 햇빛들 속에서 나는

곰곰이 내 어두움을 생각한다, 어디선가 길다란 연기들이 날아와

희미한 언덕을 만든다, 빠짐없이 되살아나는

내 젊은 날의 저녁들 때문이다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이미 대지의 맛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

내 초라한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

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 있는가

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

2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의 촛불은 이미 없어지고

하얗고 딱딱한 옷을 입은 빈 병만 우두커니 나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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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번 종점 - 기형도

구겨진 불빛을 펴며

막차는 떠났다.

寂寞(적막)으로 무성해진 가슴 한켠 空地(공지)에서

캄캄하게 울고 있는 몇 점 불씨

가만히

그 스위치를 끄고 있는 한 사내의 쓸쓸한 손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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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비 온다

가는 비 온다

기형도

간판들이 조금씩 젖는다.

나는 어디론가 가기위해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둥글고 넓은 가로수 잎들은 떨어지고

이런 날 동네에서는 한 소년이 죽기도 한다.

저 식물에게 내가 그러나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언젠가 이곳에 인질극이 있었다.

범인은 [휴일]이라는 노래를 틀고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자신의 목을 긴 유리조각으로 그었다.

지금은 한 여자가 그 집에 산다.

그 여자는 대단히 고집 센 거위를 기른다.

가는 비... 는 사람들의 바지를 조금 적실 뿐이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의 음성은 이제 누구의 것일까.

이 상점은 어쩌다 간판을 바꾸었을까.

도무지 쓸데없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고

우산을 쓴 친구들은 나에게 지적한다.

이 거리 끝에는 커다란 전당포가 있다.

주인의 얼굴은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시간을 빌리러 뒤뚱뒤뚱 그곳에 간다.

이를테면 빗방울과 장난을 치는 저 거위는

식탁에 오를 나날 따위엔 관심이 없다.

나는 안다, 가는 비... 는 사람을 선택하지 않으며

누구도 죽음에게 쉽사리 자수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하나뿐인 입들을 막아버리는

가는 비... 오는 날, 사람들은 모두 젖은 길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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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는 입을 다무네

가수는 입을 다무네

기형도

걸어가면서도 나는 기억할 수 있네

그때 나의 노래 죄다 비극이었으나

단순한 여자들은 나를 둘러쌌네

행복한 난투극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어리석었던 청춘을, 나는 욕하지 않으리

흰 김이 피어오르는 골목에 떠밀려

그는 갑자기 가랑비와 인파 속에 뒤섞인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들과 전혀 구별되지 않는다

모든 세월이 떠돌이를 법으로 몰아냈으니

너무 많은 거리가 내 마음을 운반했구나

그는 천천히 얇고 검은 입술을 다문다

가랑비는 조금씩 그의 머리카락을 적신다

한마디로 입구 없는 삶이었지만

모든 것을 취소하고 싶었던 시절도 아득했다

나를 괴롭힐 장면이 아직도 남아있을까

모퉁이에서 그는 외투 깃을 만지작거린다

누군가 나의 고백을 들어주었으면 좋으련만

그가 누구든 엄청난 추억을 나는 지불하리라

그는 걸음을 멈춘다, 어느새 다 젖었다

언제부턴가 내 얼굴은 까닭없이 눈을 찌푸리고

내 마음은 고통에게서 조용히 버림받았으니

여보게, 삶은 떠돌이들을 한군데 쓸어담지 않는다, 그는

무슨 영화의 주제가처럼 가족도 없이 흘러온 것이다

그의 입술은 마른 가랑잎, 모든 깨달음은 뒤늦은 것이니

따라가보면 축축한 등뒤로 이런 웅얼거림도 들린다

어떠한 날씨도 이 거리를 바꾸지 못하리

검은 외투를 입은 중년 사내 혼자

가랑비와 인파 속을 걷고 있네

너무 먼 거리여서 표정은 알 수 없으나

강조된 것은 사내도 가랑비도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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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무덤 - 祭亡妹歌(제망매가) - 기형도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철철 술을 부어주랴

시리도록 허연

이 零下(영하)의 가을에

망초꽃 이불 곱게 덮고

웬 잠이 그리도 길더냐.

풀씨마저 피해 날으는

푸석이는 이 자리에

빛 바랜 단발머리로 누워 있느냐.

헝클어진 가슴 몇 조각을 꺼내어

껄끄러운 네 뼈다귀와 악수를 하면

딱딱 부딪는 이빨 새로

어머님이 물려주신 푸른 피가 배어나온다.

물구덩이 요란한 빗줄기 속

구정물 개울을 뛰어 건널 때

왜라서 그리도 숟가락 움켜쥐고

눈물보다 찝찔한 설움을 빨았더냐.

아침은 항상 우리 뒷켠에서 솟아났고

맨발로도 아프지 않던 산길에는

버려진 개암, 도토리, 반쯤 씹힌 칡.

질척이는 뜨물 속의 밥덩이처럼

부딪히며 河口(하구)로 떠내려갔음에랴.

우리는

神經(신경)을 앓는 中風病者(중풍병자)로 태어나

全身(전신)에 땀방울을 비늘로 달고

쉰 목소리로 어둠과 싸웠음에랴.

편안히 누운

내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술을 부으면

눈물처럼 튀어오르는 술방울이

이 못난 영혼을 휘감고

온몸을 뒤흔드는 것이 어인 까닭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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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1 - 기형도

잎 진 빈 가지에

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

밤이면 幽靈(유령)처럼

벌레 소리여.

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줄까.

내 音聲(음성)을 만들어줄까.

잠들지 못해 여윈 이 가슴엔

밤새 네 울음 소리에 할퀴운 자국.

홀로 된 아픔을 아는가.

우수수 떨어지는 노을에도 소스라쳐

멍든 가슴에서 주르르르

네 소리.

잎 진 빈 가지에

내가 매달려 울어볼까.

찬바람에 떨어지고

땅에 부딪혀 부서질지라도

내가 죽으면

내 이름을 위하여 빈 가지가 흔들리면

네 울음에 섞이어 긴 밤을 잠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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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 기형도

우리가 오늘 거둔 수확은 무엇일까 그대여 하고 물으면

갑자기 地上엔 어둠, 거리를 疾走하는 바람기둥.

그대여, 우리는 지금 出口를 알 수 없는

巨大한 圖畵紙 위에 서 있다.

제각기 하루의 스위치를 내리고

웅성이며 사람들이 돌아가는 시간이면

都市의 끝에서 끝까지 아픈 다리를 데리고 걸으면서

우리는 누구도 時間을 묻지 않았다. 문득

우리의 軌跡으로 그어진 꺾은선 그래프에 허리를 찔리우고

어디에도 갈 곳이 없었기에 어둠이 달려왔다.

어둠이여 그러나 숨길 그 무엇이 있어 너를 부르겠는가

빌딩 너머 몇 점 노을로도 갑자기 수척해지는 거리를 보며

우리는 말없이 서 있을 뿐이다.

全身으로 서 있을 뿐이다 어둠이여

왜 우리는 세상에 이 크나큰 빈 箱子 속에 툭

툭 採集되어야 했을까

팽팽하게 얼어붙는 한 장 바람의 形狀이 되어

우우 어디로 가서 기댈까

우리가 활활 消滅할 수 있는 未知의 불은 어디?

우리는 都市의 끝, 그 바람만 줄달음치는 驛舍를 배회하였다.

그러나 旅客運賃表로 할당되는 가난한 우리의 생.

갈 곳은 황량한 都市뿐이었다.

그래도 어딘가 낯선 도시 한켠에 주저앉아 휘파람 부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살아 있을까.

그 믿음을 무엇이라 부를까.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했던 것일까.

늘 時間이 停止해 있는 도시.

푯말 없이 오늘도 캄캄하게 버티고 선

아아, 잎 뚝뚝 떨어지는 우리들의 도시.

急流처럼 참혹하게 살고 싶었다, 우리

現在는 언제나 삶의 끝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絶壁에서 뒤 돌아보는

우리의 조용한 행적은?

어둠이 靜寂의 보자기를 펄럭여 세상을 덮고

온통 바람만 이삭처럼 툭툭 굴러다니는 都市에

페이지를 넘기면 막 가을이구나.

그대여, 秋收하기에 너무도 우리의 生은 이르다.

그러나 우리가 寂寞으로 廢墟가 된 뜨락에 부끄럽게 설 때

오, 그래도 당당하게 드러나는

몇 움큼 퇴비로 변한 우리들의 사랑

가자, 얼굴은 감춘 그대여

個人으로 살기에는 너무도 힘겨운 世上

함께 가자, 어디에든 노을은 피고 바람 속에서 새벽은 오는 것

이제는 일생을 걸어야 할 때, 지친 하루를 파묻고 일어서면

캄캄한 어느 골목에선가 휘파람처럼 暴風처럼

아아, 화강암 같은 時間의 호각 소리가 우릴 부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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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 우리들의 도시 - 기형도

지난 겨울은 빈털털이였다.

풀리지 않으리란 것을, 설사

풀어도 이제는 쓸모 없다는 것을

무섭게 깨닫고 있었다. 나는

외투 깊숙이 의문 부호 몇 개를 구겨넣고

바람의 철망을 찢으며 걸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이 世上에서 애초부터

우리가 빼앗을 것을 無形의 바람뿐이었다.

불빛 가득 찬 황량한 都市에서 우리의 삶이

한결같이 주린 얼굴로 서로 만나는 世上

오, 서러운 모습으로 감히 누가 확연히 일어설 수 있는가.

나는 밤 깊어 얼어붙는 都市앞에 서서

버릴 것 없이 부끄러웠다.

잠을 뿌리치며 일어선 빌딩의 환한 角에 꺾이며

몇 타래 눈발이 쏟아져 길을 막던 밤,

누구도 삶 가운데 理解의 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지난 겨울은 빈털털이였다.

숨어 있는 것 하나 없는 어둠 발뿌리에

몸부림치며 빛을 뿌려넣은 수천의 헤드라이트!

그 날[刃]에 찍히며 나 또한 한 점 어둠이 되어

익숙한 자세로 쓰러질 뿐이다.

그래, 그렇게 쓰러지는 法을 배우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온몸에 시퍼런 절망의 채찍을 퍼붓던 겨울 속에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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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눈(雪) 나무 숲 - 기형도

눈(雪)은

숲을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여기 저기 쌓여 있다.

[자네인가, 서둘지 말아.]

쿵, 그가 쓰러진다.

날카로운 날(刃)을 받으며.

나는 나무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홀로 잔가지를 치며

나무의 沈默을 듣는다.

[나는 여기 있다.

죽음이란

가면(假面)을 벗은 삶인 것.

우리도, 우리의 겨울도 그와 같은 것]

우리는

서로 닮은 아픔을 향(向)하여

불을 지피었다.

창(窓)너머 숲 속의 밤은

더욱 깊은 고요를 위하여 몸을 뒤채인다.

내 청결(淸潔)한 죽음을 확인(確認)할 때까지

나는 부재(不在)할 것이다.

타오르는 그와 아름다운 거리(距離)를 두고

그래, 심장(心臟)을 조금씩 덥혀가면서.

늦겨울 태어나는 아침은

가장 완벽(完璧)한 자연(自然)을 만들기 위하여 오는 것.

그 후(後)에

눈 녹아 흐르는 방향을 거슬러

우리의 봄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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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깊이

孤獨(고독)의 깊이

기형도

한차례 장마가 지났다.

푹푹 파인 가슴을 내리쓸며 구름 자욱한 江(강)을 걷는다.

바람은 내 외로움만큼의 重量(중량)으로 肺腑(폐부) 깊숙한

끝을 부딪는다

傷處(상처)가 푸르게 부었을 때 바라보는

江(강)은 더욱 깊어지는 法

그 깊은 江(강)을 따라 내 食事(식사)를 가만히 띄운다.

그 아픔은 잠길 듯 잠길 듯 한 장 파도로 흘러가고.....

아아, 雲霧(운무) 가득한 가슴이여

내 苦痛(고통)의 비는 어느 날 그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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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수

交換手(교환수)

기형도

曜日(요일)을 알 수 없는 하루

그 속을 비집고 들어가면

바람 없이 우수수 이파리를 터는

슬픈 老人(노인)의 肖像(초상)이 우뚝 섰다.

우리는 눈물 한 항아리 가슴에 싣고

흔들리는 孀兒(상아)로 달려와

방울방울 남을 주며, 버리며

남김없이 가슴을 비우고

흔들리는 古木(고목)으로 달려간다.

처음부터 우리는

손바닥에 손금을 새기듯

각기 老人(노인)의 肖像(초상) 하나를 키우며

그렇게 成長(성장)하는 것이다.

그 사이에 꽃이 피고,

바람을 섬기는 兒童(아동) 하나

歲月(세월)을 건네주는 交換手(교환수)의 헝클어진 얼굴을 하고

曜日(요일) 없이 돌아가는 겨울 속에 주저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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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當身이 洗水하신 물에선

항상 짠 냄새가 나요

가끔은 몇 개씩

조개껍질이 둥둥 떠 있어요

고양이털이 가늘게 부드러워

새벽에 흘린 코피가 아직까지 젖어있고

집은 멀기만 한데

신발 끈이 자꾸만 풀어져요.

당신을 잊고 있는 밤이면, 어머니

宇宙飛行士가 잃어버린

장갑 한 짝이

우리집 꽃밭에 소리없이

별똥처럼 내려앉을 것입니다.

[이 게시물은 poemlove님에 의해 2004-07-06 10:01:44 시등록(없는 시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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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그 날

기형도

어둑어둑한 여름날 아침 낡은 창문 틈새로 빗방울이 들이친다. 어두운 방 한복판에서

金은 짐을 싸고 있다. 그의 트렁크가 가장 먼저 접수한 것은 김의 넋이다. 창문 밖에는

엿보는 자 없다. 마침내 전날 김은 직장과 헤어졌다. 잠시 동안 김은 무표정하게 침대

를 바라본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침대는 말이 없다. 비로서 나는 풀려나간다, 김은

자신에게 속삭인다, 마침내 세상의 중심이 되었다.

나를 끌고 다녔던 몇 개의 길을 나는 영원히 추방한다. 내 생의 주도권은 이제 마음에

서 육체로 넘어갔으니 지금부터 나는 길고도 오랜 여행을 떠날 것이다. 내가 지나치는

거리마다 낯선 기쁨과 전율은 가득 차리니 어떠한 권태도 더 이상 내 혀를 지배하면

안된다.

모든 의심을 짐을 꾸리면서 김은 거둔다. 어둑어둑한 여름날 아침 창문 밖으로 보이는

젖은 길은 침대처럼 고요하다. 마침내 낭하가 텅텅 울리면서 문이 열린다. 잠시 동안

김은 무표정하게 거리를 바라본다. 김은 천천히 손잡이를 놓는다. 마침내 희망과 걸음

이 동시에 떨어진다. 그 순간, 쇠뭉치 같은 트렁크가 김을 쓰러뜨린다. 그곳에서 계집

아이같은 가늘은 울음 소리가 터진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빗방울은 은퇴한 노인의

백발 위로 들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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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집 앞

그집 앞

기형도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 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있었네

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거렸네

나 못생긴 입술 가졌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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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만한 지나침

기억할만한 지나침

기형도

그리고 나는 우연히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눈은 퍼부었고 거리는 캄캄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건물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희고 거대한 서류뭉치로 변해갔다

무슨 관공서였는데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유리창 너머 한 사내가 보였다

그 춥고 큰 방에서 書記는 혼자 울고 있었다!

눈은 퍼부었고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중지시킬 수 없었다

나는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창밖에서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우연히 지금 그를 떠올리게 되었다

밤은 깊고 텅 빈 사무실 창밖으로 눈이 퍼붓는다

나는 그 사내를 어리석은 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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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기형도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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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 - 기형도

空中을 솟구친 길은

그늘을 끼고 돌아왔고

아무것 알지 못하는 그는

한줌 가슴을 버리고

떠났다.

車窓 안쪽에 비쳐오는

낯선 거리엔

大理石보다 차가운

내 幻影이 떠오른다.

아무것 알려 하지 않는 그는

미련 없이 머리를 깎았다.

그는 나보다 앞선 歲月을 살았고

나와 同甲이었다.

감싸안은 두 발이

천장을 디디고 휘청거리는데

단단히 굳어버린 鋪道엔 바람이 일고

이 밤은 여느 때마냥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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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형 도

靈魂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앓는 그대 庭園에서

그대의

온 밤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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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나리 개나리

나리 나리 개나리

기형도

누이여

또다시 은비늘 더미를 일으켜세우며

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어느 날의 잔잔한 어둠이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

소리없이 꺾어갔던 그 투명한

기억을 향하여 봄이 왔다.

살아 있는 나는 세월을 모른다

네가 가져간 시간과 버리고 간

시간들의 얽힌 영토 속에서

한 뼘의 폭풍도 없이 나는 고요했다.

다만 햇덩이 이글거리는 벌판을

맨발로 산보할 때

어김없이 시간은 솟구치며 떨어져

이슬 턴 풀잎새로 엉컹퀴 바늘을

살라주었다.

봄은 살아 있지 않은 것은 묻지 않는다.

떠다니는 내 기억의 얼음장마다

부르지 않아도 뜨거운 안개가 쌓일 뿐이다.

잠글 수 없는 것이 어디 시간뿐이랴.

아아, 하나의 작은 죽음이 얼마나 큰 죽음들을 거느리는가

나리 나리 개나리

네가 두드릴 곳 하나 없는 거리

봄은 또다시 접혔던 꽃술을 펴고

찬물로 눈을 헹구며 유령처럼 나는 꽃을 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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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공

나무공

기형도

가까이 가보니

소년은 작은 나무공을 들고 서있다.

두 명의 취한 노동자들, 큰 소리로 노래부르며 비틀 비틀

이봐, 죽지 않는 것은 오직

죽어 있는 것뿐, 이젠 자네 소원대로 되었네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주위의 공기가 약간 흔들린다.

훨씬 독한 술이 있었더라면

좀더 슬펐을 텐데, 오오, 그에 관한 한 한 치의 변화도 용서 못해

소년이 내게 묻는다.

공원(公園)은 어두운 대기 속으로 조금씩 몸을 숨긴다.

그 사내는 무엇을

슬퍼하는 것일까요, 오래 앓던 가족 때문일까요

나의 이 작은 나무공

밖은 너무 어두워, 둥근 것은 참 단순하죠

나는 입을 열 수 없다.

말이 되는 순간, 어떠한 대답도 또 다른 질문이 된다.

네가 내 눈빛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차라리 저녁에 너를 만난 것을 감사하자.

어느 교회의 검고 은은한 종소리

행인들 호주머니 속의 명랑한 동전소리

모든 젖은 정신을 꾸짖는

건조한 저녁에 대해 감사하자, 소년이여

저 초라한 가등(街燈)들을 바라보라.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대낮까지도 고정시키려 덤빈다, 그러나

변화하지 않는 것은 변화뿐이지.

나의 꿈은 위대한 율사(律士), 모든 판례에 따라

이 세상을 재고 싶어요, 나는 매일같이 일기를 쓰죠

내가 아저씨만한 나이라면 이미 나는 법칙의 사제(司祭)

움직이면 안돼, 나는 딱딱한 과자를 좋아해

이건 나무

소년은 공을 튕겨본다. 나무공은 가볍게 튀어오른다,

엄청나게 커지는 눈, 이건 뜻밖이야

그러나 소년이 놀라는 순간

나무공은 얘야, 벌써 얌전한 고양이처럼

한 번 놀란 것에 더 이상 놀라면 안돼

그건 이미 나무공이 아니니까

그 취한 사내들은 어디로 갔을까, 고개를 갸우뚱하던

소년도 재빨리 사라진다. 아저씨는 쓸모없는 구름같아요,

공원은 이미 완전한 어둠

한 개 둥근 잎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서로 다른, 수백 개 율동의 가능성으로 들려오는

이곳. 견고하게 솟아오르는, 소년이 버린 저 나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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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게 말하다

나쁘게 말하다

기형도

어둠 속에서 몇 개의 그림자가 어슬렁거렸다.

어떤 그림자는 캄캄한 벽에 붙어 있었다.

눈치 챈 차량들이 서둘러 불을 껐다.

건물들마다 순식간에 문이 잠겼다.

멈칫했다, 석유 냄새가 터졌다.

가늘고 길쭉한 금속을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잎들이 흘끔거리며 굴러갔다.

손과 발이 빠르게 이동했다.

담뱃불이 반짝했다, 골목으로 들어오던 행인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 속에 모여 있는가

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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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플래시 속으로 들어온 개

나의 플래시 속으로 들어온 개

기형도

그날 너무 캄캄한 길모퉁이를 돌아서다가

익숙한 장애물을 찾고 있던

나의 감각이, 딱딱한 소스라침 속에서

최초로 만난 사상(事象), 불현 듯

존재의 비밀을 알아버린

그날, 나의 플래시 속으로 갑자기, 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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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中世 - 기형도

이제는 그대가 모르는 이야기를 하지요

너무 오래되어 어슴프레한 이야기

미루나무 숲을 통과하면 새벽은

맑은 연못에 몇 방울 푸른 잉크를 떨어뜨리고

들판에는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나그네가 있었지요

생각이 많은 별들만 남아 있는 공중으로

올라가고 나무들은 얼마나 믿음직스럽던지

내 느린 걸음때문에 몇번이나 앞서가다 되돌아 오던

착한 개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나그네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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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큰 등받이의자 -겨울 판화 7

너무 큰 등받이의자

-겨울 판화(版畵) 7

기형도

너무 큰 등받이의자 깊숙이 오후, 가늘은 고드름 한 개 앉혀놓고 조그만 모빌처럼 흔

들리며, 아버지 또 어디로 도망치셨는지. 책상 위에 조용히 누워 눈 뜨고 있는 커다란

물그림 가득 찬란한 햇빛의 손. 그 속의 나는 모든 것이 커 보이던 나이였다. 수수밥같

이 침침한 마루 얇게 접히며, 학자풍 오후 나란히 짧은 세모잠. 가난한 아버지, 왜 항

상 물그림만 그리셨을까? 낡은 커튼을 열면 양철 추녀 밑 저벅저벅 걸어오다 불현듯

멎는 눈의 발, 수염투성이 투명한 사십. 가난한 아버지, 왜 항상 물그림만 그리셨을

까? 그림 밖으로 나올 때마다 나는 물 묻은 손을 들어 눈부신 겨울 햇살을 차마 만지

지 못하였다. 창문 밑에는 발자국 하나 없고 나뭇가지는 손을 베일 듯 사나운 은빛이

었다.

아버지, 불쌍한 내 장난감

내가 그린, 물그림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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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서행)하며

이미 어둠이 깔리는 燒却場(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午後(오후) 6시의 참혹한 刑量(형량)

단 한 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時間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象徵(상징)을 몰아내고 있다.

都市(도시)는 곧 活字(활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速度(속도) 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冊(책)이 되리라.

勝負(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

午後 6時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

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

두렵지 않은가.

밤이면 그림자를 빼앗겨 누구나 아득한 혼자였다.

문득 거리를 빠르게 스쳐가는 日常(일상)의 恐怖(공포)

보여다오.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살아 있는 그대여

오후 6시

우리들 이마에도 아, 붉은 노을이 떴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지?

아직도 펄펄 살아 있는 우리는 이제 각자 어디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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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노인들

기형도

감당하기 벅찬 나날들은 이미 다 지나갔다

그 긴 겨울을 견뎌낸 나뭇가지들은

봄빛이 닿는 곳마다 기다렸다는 듯 목을 분지르며 덜어진다

그럴 때마다 내 나이와는 거리가 먼 슬픔들을 나는 느낀다

그리고 그 슬픔들은 내 몫이 아니어서 고통스럽다

그러나 부러지지 않고 죽어 있는 날렵한 가지들은 추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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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사람

늙은 사람

기형도

그는 쉽게 들켜버린다.

무슨 딱딱한 덩어리처럼

달아날 수 없는,

공원 등나무 그늘 속에 웅크린

그는 앉아있다.

최소한의 움직임만을 허용하는 자세로

나의 얼굴, 벌어진 어깨, 탄탄한 근육을 조용히 핥는

그의 탐욕스런 눈빛

나는 혐오한다, 그의 짧은 바지와

침이 흘러내리는 입과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허옇게 센 그의 정신과

내가 아직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는 이유 하나로

나는 그의 세계에 침을 뱉고

그가 이미 추방되어버린 곳이라는 이유 하나로

나는 나의 세계를 보호하며

단 한 걸음도

그의 틈임을 용서할 수 없다.

갑자기 나는 그를 쳐다본다, 같은 순간 그는 간신히

등나무 아래로 시선을 떨어뜨린다.

손으로는 쉴새 없이 단장을 만지작거리며

여전히 입을 벌린 채

무엇인가 할 말이 있다는 듯이, 그의 육체 속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그 무엇이 거추장스럽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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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누나는 조그맣게 울었다.

그리고, 꽃씨를 뿌리면서 시집갔다.

봄이 가고.

우리는, 새벽마다 아스팔트 위에 도우도우새들이 쭈그려앉아

채송화를 싹뚝싹뚝 뜯어먹는 것을 보고 울었다.

맨홀 뚜껑은 항상 열려 있었지만

새들은 엇갈려 짚는 다리를

한 번도 빠뜨리지 않았다.

여름이 가고.

바람은, 먼 南國나라까지 차가운 머리카락을 갈기갈기 풀어

날렸다.

이쁜 달(月)이 노랗게 곪은 저녁,

리어카를 끌고 新作路를 걸어오시던 어머니의 그림자는

달빛을 받아 긴 띠를 발목에 매고, 그날 밤 내내

몹시 허리를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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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대학 시절

기형도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 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토리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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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를 위하여 - 幼年에게 쓴 편지 1

1

도로시. 그리운 이름. 그립기에 먼 이름. 도로시.

나는 아직도 너를 기억한다. 그 얕은 언덕과 어두운 헛간, 비가 내리던 방죽에서 우리

가 함께 뛰어놀던 그리운 幼年들. 네 빠른 발과 억센 손은 같은 또래의 사내아이들을

제치고 언제나 너를 골목대장으로 만들어주었지. 우리는 아무도 여자애 밑에서 졸병

노릇 하는 것을 불평하지 않았다. 언젠가 위험을 무릅쓰고 꺾어온 산나리꽃 덕분에 네

가 내게 달아준 별 두 개의 계급장도 난 잊을 수 없다. 모두가 네 명령 밑에서는 즐겁

고 가벼웠다.

네가 혼혈소녀였던 것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던 용감한 도로시.

네가 고아원으로 떠나던 날의 그 이슬비를 아직도 나는 기억한다. 네가 떠나자 우리는

얼마나 슬펐는지 모른다. 서로 번갈아가며 대장 노릇도 해봤지만 아무런 흥미도 없었

다. 도로시.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다시 재밌는 전쟁놀이를 시작했는지 알고 있니? 우

리는 마치 네 가 우리와 함께 놀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공터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철길 위를 뛰어다녔다. 네가 명령을 내렸다. 도로시. 우리는 서로의 눈빛만 보아도 너

의 명령을 알아차렸다. 너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비어 있는 대장의 자리에서 늘 웃고

있었다. 언제이던가 나는 네가 늘 앉아 있던 자리에 남몰래 찐빵을 갖다 놓은 적도 있

었단다. 그렇게 우리는 네가 없어도 너와 함께 즐겁게 놀 수 있었다. 그것은 모두 너에

대한 우리의 짧은 사랑 때문이었겠지.

2

도로시. 먼 이름. 멀기에 그리운 이름. 도로시.

너는 그 머나먼 대륙으로 떠나기 전에 딱 한 번 우리 마을에 들렀었다. 가엾은 도로시.

너는 오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는 벌써 네가 필요없었다. 너는 주근깨투성이, 붉은 머

리의 말라깽이 소녀에 불과했다. 왜 그날도 이슬비가 내렸는지 모른다. 그날 마을어귀

에서 네가 보여준 그 표정, 도로시. 그것은 슬픔이었을까, 아니면 대장으로서 보여줄

수 있었던 마지막 비웃음이었을까. 그 후 우리는 재빨리 나이가 먹었고 쉽게 너를 잊

었다. 도로시. 그러나 절대로 우리가 버릴 수 없는 도로시. 그리운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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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눈 -겨울 판화 2

도시의 눈

-겨울 판화(版畵) 2

기형도

도시에 전쟁처럼 눈이 내린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가로등 아래 모여서

눈을 털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서 내 나이를 털어야 할까? 지나간 봄 화

창한 기억의 꽃밭 가득 아직도 무꽃이 흔들리고 있을까? 사방으로 인적

끊어진 꽃밭, 새끼줄 따라 뛰어가며 썩은 꽃잎들끼리 모여 울고 있을까.

우리는 새벽 안개 속에 뜬 철교 위에 서 있다. 눈발은 수천 장 흰 손수건을

흔들며 하구로 뛰어가고 너는 말했다. 물이 보여. 얼음장 밑으로 수상한 푸

른 빛.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면 은빛으로 반짝이며 떨어지는 그대 소중한

웃음. 안개 속으로 물빛이 되어 새떼가 녹아드는 게 보여?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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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와 빵 -겨울 판화 6

램프와 빵

-겨울 판화 6

기형도

고맙습니다.

겨울은 언제나 저희들을

겸손하게 만들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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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오드판에서 바늘이 튀어오르듯이 - 기형도

그것은 어느 늦은 겨울날 저녁

조그만 카페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누구를 기다리기로 작정한 것도 아니었다

부르기 싫은 노래를 억지로 부르듯

黑人가수의 노래가 천천히

탁자에는 시든 꽃 푸른 꽃 위에는 램프

어두웠다 벽면에 긴 팽이모자를 쓴

붉고 푸른 가면들이 춤추며

액자 때문은 아니었다

예감이라도 했던들 누군가

나를 귀찮게 했던들 그 일이 일어날 수 있었겠는가

나는 大學生이었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래서 더욱 무서웠다

가끔씩 어떤 홀연한 계기를 통하여

우리는 우리의 全靑春이

한꺼번에 허물어져버린 것 같은

슬픔을 맛볼 때가 있듯이

레코오드판에서 바늘이 튀어오르듯이

그것은 어느 늦은 겨울날 저녁

조그만 카페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마른 나뭇가지처럼 힘없이

천천히 탁자 아래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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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

기형도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다. 여섯 개의 줄이 모두 끊어져 나는 오래 전부터 그 기

타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때 나의 슬픔과 격정들을 오선지 위로 데리고 가 부드러운

음자리로 배열해주던' 알수 없는 일이 있다. 가끔씩 어둡고 텅 빈 방에 홀로 있을 때

그 기타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 나는 경악한다. 그러나 나의 감각들은 힘센 기억

들을 품고 있다. 기타 소리가 멎으면 더듬더듬 나는 양초를 찾는다. 그렇다.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가끔씩 어둡고 텅 빈 희망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 이상한 연주를 들으면서 어떨 때는 내 몸의 전부가 어둠 속에서 가볍게

튕겨지는 때도 있다.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는 푸른색이다.

어떤 먼지도 그것의 색깔을 바꾸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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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사막

물속의 사막

기형도

밤 세시, 길 밖으로 모두 흘러간다 나는 금지된다

장마비 빈 빌딩에 퍼붓는다

물 위를 읽을 수 없는 문장들이 지나가고

나는 더 이상 인기척을 내지 않는다

유리창, 푸른 옥수수잎 흘러내린다

무정한 옥수수나무······· 나는 천천히 발음해본다

석탄가루를 뒤집어쓴 흰 개는

그 해 장마통에 집을 버렸다

비닐집, 비에 잠겼던 흙탕마다

잎들은 각오한 듯 무성했지만

의심이 많은 자의 침묵은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한다

밤 도시의 환한 빌딩은 차디차다

장마비, 아버지 얼굴 떠내려오신다

유리창에 잠시 붙어 입을 벌린다

나는 헛것을 살았다, 살아서 헛것이었다

우수수 아버지 지워진다, 빗줄기와 몸을 바꾼다

아버지, 비에 묻는다 내 단단한 각오들은 어디로 갔을까?

번들거리는 검은 유리창, 와이셔츠 흰 빛은 터진다

미친 듯이 소리친다, 빌딩 속은 악몽조차 젖지 못한다

물들은 집을 버렸다! 내 눈 속에는 물들이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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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그대쪽으로

바람은 그대쪽으로

기형도

어둠에 가려 나는 더 이상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

한다. 단 하나의 靈魂을 준비하고 발소리를 죽이며

나는 그대 窓門으로 다가간다. 가축들의 순한 눈빛

이 만들어내는 희미한 길 위에는 가지를 막 떠나는

긴장한 이파리들이 공중 빈곳을 찾고 있다. 외롭다.

그대, 내 낮은 기침 소리가 그대 短篇의 잠속에서

끼여들 때면 창틀에 조그만 램프를 켜다오. 내 그리

움의 거리는 너무 멀고 沈默은 언제나 이리저리 나

를 끌고 다닌다. 그대는 아주 늦게 창문을 열어야

한다. 불빛은 너무 약해 벌판을 잡을 수 없고, 갸우

뚱 고개 젓는 그대 한숨 속으로 언제든 나는 들어가

고 싶었다. 아아, 그대는 곧 입김을 불어 한 잎의

불을 끄리라. 나는 소리 없이 가장 작은 나뭇가지를

꺾는다. 그 나뭇가지 뒤에 몸을 숨기고 나는 내가

끝끝내 갈 수 없는 生의 僻地를 조용히 바라본다.

그대, 저 고단한 燈皮를 다 닦아내는 薄明의 시간,

흐려지는 어둠 속에서 몇 개의 움직임이 그치고 지

친 바람이 짧은 휴식을 끝마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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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집 -겨울 판화 1

바람의 집

-겨울 판화(版畵) 1

기형도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우를 깎아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 소

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

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

다. 처마 밑 시래기 한 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안 가득 풀풀 수십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

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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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눈

밤 눈

기형도

네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또 다른 몸짓으로 자리

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

드려 있었어.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점씩 하늘 낮게 박으면서 너는 무슨 색깔

로 또 다른 사랑을 꿈꾸었을까. 아무도 너의 영혼에 옷을 입히지 않던 사납고 고요한

밤, 얼어붙은 대지에는 무엇이 남아 너의 춤을 자꾸만 허공으로 띄우고 있었을까. 하

늘에는 온통 네가 지난 자리마다 바람이 불고 있다. 아아, 사시나무 그림자 가득찬 세

상, 그 끝에 첫발을 디디고 죽음도 다가서지 못하는 온도로 또 다른 하늘을 너는 돌고

있어. 네 속을 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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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白 夜

기 형 도

눈이 그친다.

仁川집 흐린 유리창에 불이 꺼지고

낮은 지붕들 사이에 끼인 하늘은

딱딱한 널빤지처럼 떠 있다.

가늠할 수 없는 넓이로 바람은

손쉽게 더러운 담벼락을 포장하고

싸락눈들은 비명을 지르며 튀어오른다.

흠집투성이 흑백의 字幕 속을

한 사내가 천천히 걷고 있다.

무슨 農具처럼 굽은 손가락들, 어디선가 빠뜨려버린

몇 병의 취기를 기억해내며 사내는

문닫힌 商會 앞에서 마지막 담배와 헤어진다.

빈 골목은 펼쳐진 담요처럼 쓸쓸한데

싸락눈 낮은 촉광 위로 길게 흔들리는

기침 소리 몇. 검게 얼어붙은 간판 밑을 지나

휘적휘적 사내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 밤, 빛과 어둠을 분간할 수 없는

꽝꽝 빛나는, 이 무서운 白夜

밟을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눈길을 만들며

軍用 파커속에서 칭얼거리는 어린 아들을 업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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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病)

병(病)

기형도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주어(主語)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

반 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

단단한 몸통 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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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기형도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熱風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시반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패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들어온 것들의 人事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몇 번인가 아이를 지울 때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주르르 눈물을 흘릴 뿐

끌어안은 무릎 사이에서

추억은 내용물 없이 떠오르고

小邑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하다, 누구일까

세숫대야 속에 삶은 달걀처럼 잠긴 얼굴은

봄날이 가면 그뿐

宿醉는 몇 장 紙錢 속에서 구겨지는데

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저 흙먼지들은

굳은 땅 속으로 하나둘 섞여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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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 좁은 문 - 기형도

1

열병은 봄이 되어도

오는가, 출혈하는 논둑, 미나리 멍든 허리처럼

오는가 분노가 풀리는 해빙의 세상

어쩔 것인가 겨우내 편안히 버림받던

편안히 썩어가던 이파리들은 어쩔 것인가

분노 없이 살 수 없는 이 세상에

봄은 도둑고양이처럼

산, 들, 바다. 오! 도시

그 깊은 불치의 언저리까지 유혹의 가루약을 뿌리고 있음을

겨울잠에서 빠져나오는

단 한 자루의 촛불까지도 꺼트리는 무서운 빛의 비명을

침침한 시력으로 떨고 있는 낡은 가로등 발목마다

화사한 성장의 여인, 눈물만큼씩의

쓸쓸한 애벌레들의 행렬을

빙판에 숨죽여 엎드린 썰매. 날카롭게 잘린

손칼만큼의 공포를

아는가 그대여. 헛됨을 이루기 위한 최초의 헛됨이

3월의 스케이트장처럼 다가오는 징조를

곧이어 비참한 기억으로서 되살아날

숨 가쁜 유혹의 덫이 그리움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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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2 -붉은 달

비가 2

-붉은 달

기형도

1

그대, 아직 내게

무슨 헤어질 여력이 남아 있어 붙들겠는가.

그대여, x자로 단단히 구두끈을 조이는 양복

소매끈에서 무수한 달의 지느러미가 떨어진다.

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 그대는 천국으로 떠난다고

장기두는 식으로 용감히 떠난다고

짧게 말하였다. 하늘 나라의 달

2

너는 이내 돌아서고 나는 미리 준비해 둔 깔깔한 슬픔을 껴입고

돌아왔다. 우리 사이 협곡에 꽂힌 수천의 기억의 돛대, 어느

하나에도

걸리지 못하고 사상은 남루한 옷으로 지천을 떠돌고 있다.

아아 난간마다 안개

휘파람의 섬세한 혀만 가볍게 말리우는 거리는

너무도 쉽게 어두워진다. 나의 추상이나 힘겨운 감상의 망토 속에서

폭풍주의보는 삐라처럼 날리고 어디선가 툭툭 매듭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내가 떠나기 전에 이미 나는 혼자

였다. 그런데

너는 왜 천국이라고 말하였는지. 네가 떠나는 내부의 유배지는

언제나 푸르고 깊었다. 불더미 속에서 무겁게 터지는 공명의 밤

그리하여 도시, 불빛의 사이렌에 썰물처럼 골목은 우회하면

고무줄처럼 먼저 튕겨나와 돔아치는 그림자를 보면서도 나는

두려움으로 몸을 떨었다.

떨리는 것은 잠과 타종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내 유약한 의식이다.

책갈피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우리들 창백한 유년, 식물채집의 꿈이다.

여름은 누구에게나 무더웠다.

3

잘 가거라, 언제나 마른 손으로 악수를 청하던 그대여

밤 새워 호루라기 부는 세상 어느 위치에선가 용감한 꿈꾸며 살아 있을

그대, 잘 가거라 약기운으로 붉게 얇은 등을 축축히 적시던 헝겊같은

달빛이여, 초침 부러진 어느 젊은 여름밤이여,

가끔은 시간을 앞질러 골목을 비어져 나오면 아,

온통 체온계를 입에 물고가는 숱한 사람들 어디로 가죠? (꿈을 생포하러)

예? 누가요 (꿈 따위는 없어) 모두 어디로, 천국으로

세상은 온통 크레졸 냄새로 자리잡는다. 누가 떠나든 죽든

우리는 모두가 위대한 혼자였다. 살아 있으라, 누구든 살아 있으라.

턱턱, 짧은 숨쉬며 내부의 아득한 시간의 숨 신뢰하면서

천국을 믿으면서 혹은 의심하면서 도시, 그 변증의 여름을

벗어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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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시인 작품

기형도 시인은 유년의 우울한 기억이나 도시인들의 삶을 담은 독창적이면서 개성이 강한 시들을 썼다고 알려져 있는데 저 내용을 담은 시 작품 알려주세요 ㅠㅠ 1. 기형도의...

엄마걱정 - 기형도

... 간단하게라도 알고 싶어요 엄마걱정 - 기형도 이 시의 제목이 엄마 걱정인데 이 제목의 의미를 알수 있을까요? -이 시는 시인의 자전적 이야기로 어린 시절의 가난한 삶의...

기형도 시

기형도 시 뭐 뭐 있는지쫌 알려주세요 내공(100) 10월 10월 기형도 1 흩어진 그림자들, 모두 한곳으로 모이는 그 어두운 정오의 숲속으로 이따금 나는 한 개 짧은 그림자 되어...

기형도 시인의 시 3개만 추천해주세요

... 가능한 교과서 수록 시는 배제하고 생각나는대로 몇편 올립니다 시인명 재목명 검색으로 원문을 참고하세요 기형도 시 <가는 비 온다> <나리 나리 개나리> <대학 시절...

기형도 시의 일부분 제목질문

기형도 시의 일부분인데 제목이뭔가요?? 전체내용 올려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기형도의 '여행자'입니다. 여행자 / 기형도 그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침대 위에...

기형도 '입속의 검은 잎', 해석...

... 기형도 시 좋아하시는 분들 좀 가르쳐 주세요^-^ 일단, 해석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시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메세지조차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렇기에...

기형도 시 빈집 느낌

시의 느낌 좀 적어주세요 많이 말구요 기형도 시 빈집 느낌 시의 느낌 좀 적어주세요 많이 말구요 1)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인한 슬픔을 드러낸 시로, 마지막에는 화자...

기형도 시 중 '엄마걱정'과 비슷한...

기형도 시 중 '엄마걱정'과 비슷한 내용을 가진 시 좀 찾아주세요.(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담긴 시 같은거요) 최대한 빨리 해주세여 기형도 시 중 '엄마걱정'과 비슷한 내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