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사시사 아침~밤의 흐름

어부사시사 아침~밤의 흐름

작성일 2014.09.30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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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사시사가 각 계절당 10수씩 청 40수가있잖아요
근데 어부사시사 시안에서 시간의 아침~밤의 흐름이있는데,
1수~10수까지가 아침부터 밤의 흐름이라고 나와있어서요ㅠ
1수~10수까지가 춘사 아닌가요? 시의 단편만 봐서 전체내용부분을
잘모르겠어요.

1. 1수~10수까지가 춘사고 10수~20수가 하사 .. 이렇게 나누어지는건가요?



profile_image 익명 작성일 -

예 맞습니다.

1수부터 10수까지가 춘사1~춘사10

11수부터 20수까지가 하사1~하사10 이렇게 나갑니다.


필요하실까바 어부사시사 전체 문구와 해석붙여드립니다.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윤선도(尹善道)

  1

춘사(春詞). 1

압개예 안개 것고 뒫뫼희  비췬다.

 떠라  떠라

밤물은 거의 디고 낟믈이 미러 온다.

至匊悤(지국총) 至匊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江강村촌 온갓 고지 먼 빗치 더욱 됴타.

 

(춘사1 - 강 마을의 봄 풍경)

앞 포구에 안개가 걷히고 뒷산에 해가 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썰물은 거의 빠지고 밀물이 밀려 온다.

찌그덩 찌그덩 어여차

강 마을의 온갖 꽃들이 먼 빛으로 바라보니 더욱 좋구나.

 

[1] 썰물과 더불어 한밤이 지나고 밀물과 함께 새 날이 밝아 오는 봄날에, 만경 창파에 배를 띄워 어부의 하루의 생활이 시작됨을 서곡으로, 이 어부사시사가 시작이 된다. 때는 바야흐로 봄, 온갖 꽃이 만발한 경치도 좋거니와 안개 걷힌 강마을의 원경은 더욱 좋다. 어부의 낙이 고기잡이에만 있겠느냐. 원수 화경(遠峀花景 : 멀리 보이는 산과 꽃의 경치)이 어부의 생활에 더욱 흥취를 자아내게 한다. 초장과 중장은 각각 대구법으로 이루어졌으며, '압개'와 '딧뫼' '밤물'과 '낟물'은 서로 대조적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제재 : 봄날 강촌(江村)

주제 : 봄날 아침 출범하는 광경

 

 

[春詞 2]

날이덥도다 물우희 고기다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먹이 둘식셋싯 오락가락 고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아희야 낙 쥐여잇다 濁酒甁(탁주병) 시럿냐

 

해석

날이 따뜻해졌도다. 물 위로 고기 뛰논다. (닻을 들어올려라, 닻을 들어올려라.) 갈매기 둘씩 셋씩 오락가락하는구나. 낚시대는 손에 쥐어져 있다. 막걸리 병은 실었느냐?

 

감상

 

봄이 되어서 날씨가 따뜻해졌다. 지상의 세계인 물 속에서는 움츠렸던 물고기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본격적인 산란철을 맞아 수초 많은 냇가지대로 몰려든다. 하늘의 세계인 공중에서는 갈매기가 떼지어 짝짓기에 열중이다. 비로소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고 식물뿐 아니라 동물의 세계에서도 생산을 위한 활기가 넘친다. 그 속에서 한가하게 낚시를 하는 강호한정(江湖閑情)의 정서가 보인다. 낚시는 물욕(物慾)의 상징인 그물과 달라서 자연의 생태계를 그대로 간직할 수 있는 인간의 범우주적 물애주의(생존을 위하여 최소한으로 자연에 간섭하는 경우로 그것은 자연의 생존법칙에 준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막걸리라는 서민의 술을 찾는 것을 통하여서도 욕심이 없는 삶을 추구하고 거기에서 만족을 느끼는 소박한 삶이 정겹다.

 

 

 

[春詞 3]

東風(동풍)이 검듣 부니 믉결이 고이인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東湖(동호) 도라보며 西湖(서호)로 가쟈스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두어라 압뫼히 지나가고 뒷뫼히 나아온다

 

해석

동풍이 문득 부니. 물결이 곱게 일어난다.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동호를 돌아보며 서호로 가자꾸나,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타난다

감상

순풍에 돛을 달고 완도 보길도 근처의 바다를 미끄러지듯이 경쾌하게 배가 나아가는 장면은 한 폭 의 산수화다. 강호(江湖)의 한정(閑情)을 즐기는 풍류객으로서 유유 자적(悠悠自適)하는 심경이 잘 드러나 있다. 순풍에 돛을 달고 바람 부는 대로 배를 내 맡겨 둔다. 바람이 자면 노를 저어 나타나는 주위의 경치를 보면서 자연을 즐기는 것이다. 동풍과 여음(餘音)이 잘 호응되고, 중·종장은 대구법을 썼다. 종장은 서서히 경쾌하게 그려 생동감이 넘치게 하였다.

 

제재 : 동풍, 물결

주제 : 출범하여 달리는 흥취

 

춘사(春詞). 4

우 거시 벅구기가, 프른 거시 버들숩가,

이어라, 이어라

漁村(어촌) 두어 집이 속의 나락들락.

至匊悤(지국총) 至匊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말가 기픈 소희 온갇 고기 노다.

 

(춘사4 - 배에서 바라본 어촌의 풍경)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드나무 숲인가.

노 저어라 노 저어라.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하는구나.

-후렴구-

맑고 깊은 못에 온갖 고기 뛰논다.(생동감)

 

이어라 : (노를) 저어라

 속의 : 안개 속에. 옅게 깔린 구름 속에

소희 : 못에

우 거시 벅구기가, 프른 거시 버들숩가, : 평화로운 봄 경치가 잘 드러나 있으며, 시각적 심상과 청각적 심상이 묘한 짝을 이루고 있다.

이어라, 이어라 : (노를) 저어라, (노를) 저어라

漁村(어촌) 두어 집이 속의 나락들락. : 안개 속에서 어촌의 두어 집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정경을 말한다. 강호연파(江湖煙波)의 강촌의 풍경을 그려 주고 있다.

至匊悤(지국총) 至匊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 ‘지국총 지국총’은 노 젓는 소리를 나타낸 의성어. ‘어사와’는 노를 저으며 어기어차 어기어차 외치는 소리의 음차(音借)이다.

말가 기픈 소희 온갇 고기 노다. : 뛰노는 물고기의 심상을 통해 약동(躍動)하는 봄의 생기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4] 어부사시사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이 노래는, 순수 국어 사용으로 언어의 조탁이 참신하며, 표현면에서도 다양한 기교를 나타내어 수작(秀作)으로 일컬어진다. 버들숲은 흐드러지게 춘색을 자랑하는데, 뻐꾸기도 춘흥(春興)에 겨워 노래한다는 초장은 대구로 깊어 가는 봄 정경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이 부분은 '우난 거시 벅구기가'의 청각적 이면서 동적(動的) 표현에, '프른 거시 버들숩가'의 시각적이면서 정적(靜的) 표현이 조화를 이루어 시적 감흥을 더해 주고 있다. 중장에서 강호연파(江湖煙波)의 강촌의 원경과 종장에서의 맑은 강의 뛰노는 고기도 표현의 미를 이루고 있다. 강촌의 춘경을 '벅구기, 버들숩, '와 같은 평범한 소재로 한 폭의 동양화처럼 그려 놓았다. 이와 같이 윤선도는 평이한 소재들을 가지고 고유어의 묘미를 살려 시심(詩心)을 승화시켰던 것이다.

 

제재 : 뻐꾸기, 버들숲, 안개

주제 : 출항 후 멀리 보이는 강촌의 아름다운 풍경

 

 

[春詞 5]

고은볏치 는되 물결이 기름다

배저어라 배 저어라

구물을 주어두랴 낙시를 노흘일가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아희야 濯纓歌(탁영가)의 興(흥)이나니 고기도 이즐노다

 

해석

고운 햇빛이 내리 쬐니, 물결이 기름처럼 반짝인다 (노를 저어라, 노를 저어라.) 그물을 넣어 볼 것인가? 낚시를 드리워 볼 것인가? 탁영가의 흥취가 일어나니 고기 잡을 생각도 잊겠도다.

 

감상

지은이의 인생관이 투영된 시이다. 환해(宦海) 풍파(風波)를 거친 윤선도가 지겨운 벼슬사회의 당쟁을 피해, 또는 귀양을 와서 느끼는 정서는 참담함이고 한 때의 영광이 먼지와 같고 더러운 속세의 갈등과 모략, 음모 등이 지겨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물을 물에 담궈 고기를 많이 잡는 것도 낚시를 통해 하나씩 잡는 것조차도 욕심에 해당한 것이 아니냐는 깨달음을 얻는 듯하다. 문득 집착했던 낚시도 물욕으로 느껴져 갓끈을 씻지 않고 세상의 먼지를 털어 버리겠다는 다짐이 보인다.

 

 

[春詞 6]

夕陽(석양)의 빗겨시니 그만여 도라가쟈

돛 내려라 돛 내려라

岸柳汀花(안류정화) 고븨고븨 롭고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엇더타 三公(삼공)을 불를소냐 만를 각랴

 

해석

석양 빛이 비치니 그만하고 돌아가자꾸나. (돛을 내려라 돛을 내려라.) 언덕 위의 버들과 물가의 꽃들은 굽이굽이 새롭구나. 삼공(벼슬)을 부러워할쏘냐? 세상 만사 생각해 무엇하리

 

감상

역시 윤선도의 인생관이 나타난 시이다 그 당시 어지러운 세태도 유추할 수 있다. 벼슬만능과 물질만능과 권력이 무소불유의 힘을 과시하던 때에 권력의 힘에 밀려 귀양을 와 있는 윤선도가 벼슬사회에 염증을 느낄 것은 뻔한 이치이다. 부귀와 공명을 포기하고 자연과 벗하면서 지내는 날들이 점점 더 익숙해지고 이젠 더 이상 벼슬사회에 대한 미련이 깨끗이 사라진다. 지금은 오히려 명예욕이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그래서 좋은 경치를 완상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 나의 일과이지만 벼슬을 동경하는 일이 차라리 세세하고 작은 하찮은 일로 비추어 지기 시작한 것이다.

 

[春詞 7]

芳草(방초)를 라보며 蘭芷(난지)도 더보쟈

배 세워라 배 세워라

一葉扁舟(일엽편주)에 시른거시 무스것고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두어라 갈제 내이오 올제  이로다

 

해석

고운 풀을 밟아 보며. 난초와 지초도 뜯어 보자.

(배 멈춰라. 배를 멈춰라.)

한 조각 거룻배에다 실은 것이 무엇인고

갈 때는 나뿐이었는데, 올 때는 달이 함께 한다.

 

감상

물외 한정(物外閑情)을 읊은 노래로 탈속의 경지를 나타내었다. 본디 '漁父'란 '漁夫(고기잡이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와는 달리, 세월을 낚고, 자연을 낚으며 인생을 낚는 풍류객이므로 번거로운 세속에 쫓김이 없이 유유 자적(悠悠自適)하게 자연을 벗할 뿐이다. 춘정(春情)에 못 이겨 배를 세우고 꽃다운 풀도 밟아 보고, 난초와 지초를 뜯어 향기도 맡아 보며, 한 조각 거룻배에는 출범할 때 가득 실었던 안개가 걷히고, 돌아오는 길에는 청강(淸江)에 쏟아지듯 비치는 달빛을 한아름 싣고서 돌아온다. 내가 자연이고, 자연이 나인 주객 일체, 물심 일여(物心一如)의 경지라 할 수 있다. 이 노래는 어부사시사의 전형적인 표현 수법인 대구법(초장과 종장)과, 환경 변화와 시간의 추이(推移)에 따른 시상 전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제재 : 달

주제 : 고기잡이를 끝내고 귀향하는 흥취

 

[春詞 8]

醉(취)하야 누엇다가 여흘아 리거다

배 매어라 배 매어라

落紅(낙홍)이 흘너오니 桃源(도원)이 갓갑도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아희야 人世紅塵(인세홍진)이 언나 가렷니

 

해석

술에 취해 누웠다가 여울 아래 내려간다. (배를 매어라. 배를 매어라.) 떨어진 꽃잎이 떠내려 오니 무룽도원이 가까이 있는 듯, 인간 세상의 더러움이 얼마나 내 눈을 가렸던고.

 

감상

초중장에서 경치가 좋고 살기 좋은 이상향 같은 자연에서의 삶에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종장의 인간세상을 비판하고 있는데 옛날에는 부귀와 공명심에 빠져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가를 알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즉 욕심에 빠져 무릉도원이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지 못했다는 자탄(自歎)과 이제나마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만족감이 보인다.

 

 

[春詞 9]

낙시줄 거더노코 篷窓(봉창)의 을보쟈

닻 내려라 닻 내려라

 밤들거냐 子規(자규)소 게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두어라 남은 興(흥)이 無窮(무궁)니 갈길흘 이젓다

 

해석

낚시줄을 걷어놓고 봉창을 통해 달을 보자. (닻을 내려라, 닻을 내려라.) 벌써 밤이 깊었는가, 소쩍새 소리 맑게 들리는구나. 남은 흥취가 끝이 없으니(돌아) 갈 길도 잊었구나.

 

감상

집으로 돌아와서 포구에 닻을 내리면서도 밤 경치를 더 즐기고 싶은 아쉬움이 밀려든다. 밤경치도 수려하여 흥취를 돋구니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 어린 시절 밤늦게 엄마의 꾸중을 듣고도 더 놀고 싶던 기억이 새롭다.

 

 

[春詞10]

來日(내일)이 업스랴 봄밤이 엿덧리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낙로 막삼고 柴扉(시비)를 쟈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두어라 漁父生涯(어부생애) 이렁구러 지노라

 

해석

내일이란 날이 또 없으랴. 봄밤이 바로 샐 것이다. (배를 붙여라, 배를 붙여라.) 낚싯대로 지팡이를 삼고 우리 집 사립문을 찾아가자. 어부의 한평생은 이럭저럭 지내노라.

 

감상

시간이 쫓기는 현대인은 오랜만에 만나게 된 봄밤의 경치가 아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작자 자신도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잠시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이내 여유로움을 찾는다. 왜냐하면 치열한 경쟁을 하는 벼슬사회를 떠나 강호한정(江湖閑情)을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일도 시간이 지천으로 남아있다. 오늘은 아쉽더라도 놀고 싶은 욕망을 접고 내일 일찍 다시 놀이를 나가자는 내용으로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모습과 여유 있는 태도가 돋보인다. 어부의 생애가 이럭저럭 지낸다고 소박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가장 여유 있음을 보여주고 '이렇게 살아'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 속에 은근한 자부심과 자랑이 숨어 있는 것이다. 마치 현대인들에게 '부럽지'라고 놀리는 것 같다.

 

 

 

하사(夏詞). 1

구즌비 머저 가고 시낻물이 아 온다.

 떠라  떠라

낫대 두러메니 기픈 興(흥)을 禁(금) 못돠.

至匊悤(지국총) 至匊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煙江(연강) 疊嶂(쳡쟝)은 뉘라셔 그려 낸고.

 

해석

(하사1 - 비 갠 뒤의 아름다운 경치)

궂은비가 점차 멎어 가고 시냇물도 맑아 온다.

낚싯대를 둘러메니 솟구치는 흥겨움을 참을 길이 없구나.

-후렴구-

안개가 자욱한 강과 겹겹이 싸인 산봉우리는 누가 그려 낸 그림인가?

감상

[1] 어부사시사 중 여름을 노래한 하사(夏詞) 의 첫째수로, 여름비 갠 뒤 고기 낚으러 떠날 때의 넘치는 흥과 강촌의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했다.

[1] 지리하던 여름 장마가 개고 시냇물은 점차 맑아 오는데, 어찌 풍류객인 작자로 하여금 방안에서 헛되이 지낼 수 있으랴. 낚싯대를 둘러메니 마음속에서는 벌써 흥(興)부터 일어난다. 안개 걷힌 강과 첩첩이 둘러 있는 산봉우리는 한 폭의 그림과 같아 비온 뒤에 더욱 아름답다. 초장은 대구법으로 이루어졌고, 종장의 '연강첩장(煙江疊 )'은 왕진경의 '연강첩장도(煙江疊 圖)'를 연상한 말이다.

제재 : 시냇물, 낚시대, 안개 긴 산봉우리

주제 : 비 갠 뒤 출범(出帆)의 흥취

 

 

하사(夏詞). 2

년닙희 밥싸 두고 반찬으란 쟝만마라.

닫 드러라 닫 드러라

靑쳥蒻약笠립은 써 잇노라, 綠녹蓑사衣의 가져오냐.

至匊悤(지국총) 至匊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無무心심 白鷗구 내 좃가, 제 좃가.

 

(하사2 - 배 위에서의 흥취)

연잎에 밥을 싸고 반찬은 준비하지 마라.

닻 올려라 닻 올려라.

삿갓은 이미 쓰고 있노라, 도롱이를 가져 오느냐.

-후렴구-

무심한 갈매기는 내가 저를 좇아가는가, 제가 나를 좇아오는가?

 

청약립(靑蒻笠) : 푸른 갈대로 만든 갓

녹사의(綠蓑衣) : 짚이나 띠 따위로 엮어 어깨에 걸쳐 두르던 재래식 우장의 한 가지. 도롱이

년닙희 밥싸 두고 반찬으란 쟝만마라. : 소박하고 건강한 어부의 생활이 넉넉한 여유 속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삶의 모습과 서민들의 삶이 그려져 있다.

無무心심 白鷗구 내 좃가, 제 좃가. : 갈매기와 화자가 완전히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보여 주고 있다.

 

 

[夏詞 3]

마람닙희 람나니 篷窓(봉창)이 셔코야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녀름람 뎡소냐 가로 시겨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아희야 北浦南江(북포남강)이 어아니 됴흘너니

 

해석

마른 풀잎 위로 바람 부니 봉창이 서늘하구나. 여름 바람이 일정하게만 불겠느냐? 그냥 배 가는 대로 두어라. 북쪽 포구나 남쪽 강, 어디든 좋지 않겠는가?

 

감상

어떤 목적이 있어서 급히 가는 길이 아니고 또 고기를 잡아서 반찬거리나 먹을거리로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풍광을 즐기면 그뿐이다. 특정한 목적지가 있는 항해도 아닌 것이다. 그래서 바람이 이리 저리 불어 배가 왔다 갔다 제멋대로 움직여도 힘들여 돛의 방향을 잡을 필요도 없는 곳이다 북쪽 포구로 가든 남쪽으로 흘러가든 상관이 없이 경치를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유유자적(悠悠自適;여유를 가지고 스스로 간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夏詞 4]

물결이 흐리거든 발을씻다 엇더리

배 저어라 배 저어라

吳江(오강)의 가쟈니 千年怒濤(천년노도) 슬풀노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두어라 楚江(초강)의 가자니 魚腹忠魂(어복충혼)낫글세라

 

해석

물이 흐리다면 발을 씻는 것이 어떠하리.

오강으로 가려 하니 천 년의 성난 파도가 슬프도다.

초강으로 가려 하니 고기 뱃속의 충혼(굴원의 넋)을 낚을가 두렵다.

 

감상

어부사시사 하사(夏詞)의 넷째 수로, 푸른 강물에 배를 띄우고 오자서(伍子胥)의 원혼( 魂)과 굴원 (屈原)의 충혼(忠魂)을 생각하면서 연군(戀君)에 젖는 정경이다.

[4] 창파(滄波)에 배를 띄운 후에 느끼는 심회를 나타내었다. 오자서의 시체를 강물에 던졌을 때 일었다는 노도(怒濤)에서 지은이의 우국 일념(憂國一念)을 읽을 수 있으며, 어복충혼(魚腹忠魂)이 되고자 돌을 안고 강물에 뛰어 든 굴원(屈原)에 대한 추모(追慕)에서는 지은이의 충정(忠情)을 읽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자연과 더불어 유유 자적의 풍류 생활에 젖어 있으면서도 우국 충정(憂國 忠情)을 잊지 않은 것은 당시의 유학자(儒學者)들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초장과 중장은 대구법에 암인법(暗引法)을 곁들였으며, 종장은 내용상 역설적 표현이다.

제재 : 천년노도, 어복충혼

주제 : 배 위에서 느끼는 우국 충정

 

 

[夏詞 5]

萬柳綠陰(만류녹음) 어릔그 一片苔磯(일편태기) 奇特(기특)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리에 다거든 漁人爭渡(어인쟁도)허물마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해석

가다가 鶴髮老翁(학발노옹) 맛나거든 雷澤效居效則(뇌택효거효즉)쟈

푸른 버들 우거진 곳에 이끼 낀 물가가 마음에 드는구나. 다리에 닿거든 낚시꾼들의 먼저 건너려는 몸싸움을 허물 마라. 백발머리 노인을 만나거든 뇌택이 집을 양보한 옛일을 본받자꾸나.

 

감상

푸른 버드나무 숲 밑에 맑은 물 속에 이끼 낀 여울돌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생존경쟁을 하는 어부들에게 그 욕심됨을 탓하지 말라고 한다. 살기 위해서 먼저 가고자 하는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젊은이끼리는 욕심을 갖고 다투더라고 최소한 어른을 만나거든 옛날에 순임금에게 그 지방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했듯이 양보하자 그 정신을 본받자는 내용으로 미풍양속에 대한 다짐과 권유의 시이다.

순임금에게 그 지방사람들이 양보했다는 고사가 전하는 '뇌택'이라는 장소가 지금 이 시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수양버들 나무 가지에 맑은 물이끼 낀 경치였던 것 같다. 이끼가 있어야 고기가 모여있고 그곳이 낚시의 포인트이다. 낚시 포인트를 양보했듯이 우리 어부들도 양보를 하자는 내용이다.

 

 

[夏詞 6]

긴날이 져므는줄 興(흥)의미쳐 모로도다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대를 두두리고 水調歌(수조가)를 블너보쟈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엇더타 款乃聲中(관내성중)에 萬古心(만고심)을 긔 뉘알고

 

해석

긴 여름날이 저무는 줄을 흥에 겨워 미처 몰랐도다. 뱃전을 두드리며 뱃노래를 불러 보자. 뱃노래 소리에 배어 있는 옛사람의 마음을 그 누가 알겠는가?

 

감상

여름날 긴 해를 다 보내도록 유람 나와 술을 먹고 뱃전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그것을 보고 세상 사람들은 팔자 좋고 아무 생각 없이 유희만을 즐기는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알기 쉽다. 그러나 나의 그 노래 속에는 잘못된 세태에 대한 한탄도 들어 있고 삭막한 정치현실과 어려운 나라사정에 대한 걱정과 간신에 대한 울분 등 그의 세태비판과 우국충정이 다 들어 있는 것이다. 겉으로 유희낙낙하지만 속으로는 속이 시커멓게 타고 있는 우국지사의 울분을 볼 수 있다.

 

 

[夏詞 7] 夕

陽(석양)이 됴타마 黃昏(황혼)이 갓갑거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바회우희에 구분길 솔아 빗겨잇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어셔 碧樹鶯聲(벽수앵성)이 곳곳이 들이다

 

해석

석양이 좋다만 어느덧 황혼이 가깝구나. 바위 위 굽은 길이 소나무 아래로 비스듬히 나 있다. 푸른 숲 속 꾀꼬리 우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구나.

 

감상

저녁이 되기 바로 직전은 사양(斜陽)빛이 좋은 여름 오후 6-7시쯤이다. 경치가 좋고 아직 빛이 있어 구경할 수 있겠으나 금방 날이 어두워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여름은 낮이 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보니 벌써 황혼이 가깝다고 표현하고 있다. 강호에서의 삶이 즐겁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夏詞 8]

모래우희 금을널고 밋틔 누어쉬쟈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모긔를 뮙다야 蒼蠅(창승)이 엇더이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眞實(진실)로 담안 勤心(근심)은 桑大夫(상대부) 혀들을 쎼라

 

해석

모래 위에 그물을 널고 둠(배의 지붕) 밑에 누워 쉬자 모기 밉다지만, 쉬파리와 견주어 어떠한가? 다만 한 가지 근심은 상대부(소인배)가 이런 말을 듣지나 않을까 두렵도다.

 

감상

저녁 무렵 포구에 도착하여 그물을 말리고 어구를 정리하는 동안 급할 것이 없기에 천천히 그 시간을 즐긴다. 즉, 사양빛에 눈부심을 피하여 배지붕 밑에 들어가 누워서 할 일 없이 한가하게 누워 있는데 모기와 쉬파리가 귀찮게 달려드니 그들은 쫓느라고 여념이 없다. 모든 것이 편안해서 거칠 것이 없는데 다만 모기와 파리가 귀찮게 한다. 너무 한가해서 모기와 파리가 달려드는 것이 귀찮다. 세상에 중요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작자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있다면 모기와 파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출세와 공명에 물들어 목숨을 걸고 반란을 꾀하고 결국 죽음을 맞는 상홍양과 같은 야심가가 보면 모기와 파리를 가지고 근심하는 나를 어떻게 볼 것이냐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두 인생관이 보인다. 부귀와 공명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인생을 비웃는 화자의 모습이 역역하다.

 

 

[夏詞 9]

밤이 風浪(풍랑)닐을 밀이어이 斟酌(짐작)리

닻 내려라 닻 내려라

夜渡橫舟(야도횡주)를 뉘라셔 닐럿는고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어즙어 澗邊幽草(간변유초)는 眞實(진실)로 보기죠홰라

해석

밤사이 풍랑이 일 줄을 어찌 미리 짐작할 수 있겠는가? 들녘 나루터에 배가 가로놓여 있노라 누가 말하였는가? 계곡 가에 우거진 풀도 참으로 애처롭구나.

 

감상

평정하던 날씨가 갑자기 바뀐 것이다. 바람이 불지 않고 좋았던 날씨가 변해 바람이 불고 풍랑이 친다. 그래서 초장에는 약간, 잠시 당황한 빛이 보인다. 그러나 중장에 와서 그것이 오히려 선선하고 나름대로 빠른 속도로 스피드를 즐기는 것이 낮의 유희와는 또 다른 맛과 멋을 느낀다. '아! 누군가 언젠가 이야기했던 그 야도횡주가 이런 것이구나' 새삼 새로운 기분을 맛 본 것이다. 새로 찾은 기쁨 속에서 본 수풀도 아름답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그 발견의 기쁨이 새로운 것을 보게 만드는 만든다. 이른바 개안(開眼)이요, 발견의 기쁨이다.

 

 

[夏詞 10]

蝸室(와실)을 라보니 白雲(백운)이 둘너있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부들부 로쥐고 石逕(석경)으로 올라가쟈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아마도 漁翁(어옹)이 閑暇(한가)터냐 이거시 구실이라

 

해석

좁은 내 집을 바라보니 흰 구름이 둘러 있구나. 부들부채를 가로쥐고 돌길로 올라가자. 늙은 어부의 생활이 그리 한가하더냐. 이것이 어부의 직분이렷다.

 

감상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멀리 보이는 내 안식처 집이 작아 보인다. 마치 달팽이집을 엎어놓은 것 같다. 해운이 깔려 운치가 더욱 좋다. 홈, 홈 스위트홈 이제 아늑한 집안의 분위기를 상상하며 집을 향한다. 배를 정박한 후에 집으로 오르는 돌밭 언덕길 올라가자. 오를 때 부채를 가로쥔다는 것은 부채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즉 급하게 뛰어오르지 않겠다는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 보통사람은 저녁 늦은 시간에 귀가를 서두르겠지만 어옹은 원래 한가한 법이니까 늦어도 괜찮다 생활의 여유 마음의 여유가 돋보인다.

 

 

추사(秋詞). 1

物外(물외)예 조 일이 漁父生涯(어부생애) 아니러냐.

 떠라  떠라

漁翁(어옹) 욷디마라, 그림마다 그렷더라.

至匊悤(지국총) 至匊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四時興(사시 흥)이 가지나 秋江(추강)이 읃듬이라.

 

해석

(추사1 - 추강에 배 띄우는 흥취)

세속을 떠난 곳에서 좋은 일이 어부와 생활이 아니더냐.

배 띄워라 배 띄워라.

고기 잡는 늙은이를 비웃지 마라, 그림마다 그렸더라

-후렴구-

사계절의 흥취가 다 좋지만 그 중에도 가을 강이 제일이라.

 

감상

'어부사시사' 중 가을철을 노래한 '추사(秋詞)'의 첫째 수로, 추강(秋江)에서의 물외 한정(物外閑情)인 어부 생활(漁父生活)의 흥취를 노래했다.

번거로운 속세를 벗어나 몸도 마음도 청빈(淸貧)한 생활이 어부(漁父)의 생애가 아니겠느냐. 그런데도, 세속 인심은 그 뜻을 몰라 비웃기도 하고 손가락질하기도 하지 않는가. 그러나, 예로부터 전해 오는 동양화의 그림마다 낚싯대를 든 늙은이의 그림이 많지 않던가. 세속에 물든 인심이야 명리(名利)에 쫓겨 자신을 돌아볼 겨를조차 잊었겠지만, 이 대자연이야 말로 영원함이며 그것이 곧 진리로 통하는 길이 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그들은, 우리 선인들이 즐겨 찾으려 했던 어옹(漁翁)의 인생관을 왜 모른다는 것인가. 초, 중장은 마치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의 첫머리인 '紅塵에 뭇친 분네 이 내 生涯 엇더한고∼' 하는 서사(序詞) 부분을 연상케 한다. 대자연의 주인으로서, 추강(秋江)에서 맛보는 홍취를 여 실히 나타내고 있다 .

제재 : 어부 생애, 추강

주제 : 추강에 배를 띄우는 흥취

 

 

추사(秋詞). 2

水슈國국의 히 드니 고기마다 져 읻다.

닫 드러라 닫 드러라

萬만頃경 澄딩波파의 슬지 容용與여쟈.

至匊悤(지국총) 至匊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人인間간을 도라보니 머도록 더옥 됴타.

 

해석

(추사2 - 속세를 떠난 즐거움)

보길도(유배된 작자가 거처하는 섬)에 가을이 되니 고기마다 살쪄 있다.

닻 올려라 닻 올려라.

넓고 맑은 물에서 마음껏 놀아 보자.

-후렴구-

인간 세상을 돌아보니 멀수록 더욱 좋구나.

 

감상

바닷가마을에 바닷가 세상에 가을이 되니 고기마다 살이 쪄 있다. 풍성함과 만족과 여유의 계절이 되었다 넓은 바다 시원한 파도를 실컷 즐기고 여유로운 삶을 가져보자

이런 재미를 모르고 인간세상에서는 오늘도 입신 출세를 위하여 서로 헐뜯고 모함하고 싸우고 있겠지 그런 더러운 세상은 멀수록 더욱 좋다.

 

 

[秋詞 3]

白雲(백운)이 이러나니 나무치 흔덕인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밀물에 東湖(동호)가고 혈믈의 西湖(서호)가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아희야 넌 그물거더 서리고 닷츨 들고 돛츨 놉히 다라스라

 

해석

흰 구름 피어나니 바람에 나무 끝이 흔들린다. 밀물 때는 동호로 갔다가, 썰물 때는 서호로 가자. 넌 그물 걷어 서려 놓고, 닻을 들고 돛을 높이 달아라.

 

감상

백운이 일어난다는 것은 바람이 불어 구름이 갑자기 나타난다는 뜻이다. 구름의 이동이 눈에 띄게 보인다는 것은 바람이 제법 거세게 분다는 뜻이다. 이 때를 놓치지 말고 돛을 올려 바람에 배를 맡겨 스피드를 즐겨보자는 뜻이다. 중장에서는 밀물을 이용해 동호로 쏜살같이 달려갔다가 바람이 반대로 불게 되면 썰물을 이용해 서호 쪽으로 또 달려가자는 것이다.

때마침 바닷가 절벽 해안에만 피는 흰 마름꽃과 붉은 여뀌 꽃이 조화롭게 아우러져 있다.

 

 

추사(秋詞). 4

그려기 떳 밧긔 못 보던 뫼 뵈고야.

이어라 이어라

낙시질도 려니와 取취 거시 이 興흥이라.

至匊悤(지국총) 至匊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夕석陽양 니 天쳔山산이 錦금繡슈ㅣ로다.

 

해석

(추사4 - 새로운 자연을 대하는 즐거움)

기러기는 날아가는 밖에 못 보던 산이 보이는구나.

노 저어라 노 저어라.

낚시질도 하겠지마는 내가 취하려는 것이 바로 새로운 자연을 즐기는 흥취라.

-후렴구-

석양이 비치니 온 산이 수 놓은 비단이로구나.

 

떳 밧긔 : 떠 있는 밖에. 떠 있는 저 멀리 / 니 : 비치니. 눈부시니

금수(錦繡) : 수를 놓은 비단

 

감상

'추사(秋詞)' 가운데 넷째 수로,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배 위에서 바라보는 먼 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그렸다.

한 폭의 운산첩장도(雲山疊 圖)이다. 배에서 멀리 바라보는 먼 산의 금수 가경(錦繡佳景)을 능숙하게 묘사했다. 가을 하늘은 특별히 맑아 원경을 조망하기에 더욱 좋다. 하늘에 기러기가 떠 있다는 표현은 계절이 가을임을 말해 주며, '못 보던 뫼 뵈난고야'는 높고 맑게 갠 가을 하늘 때문이다. 중장의 '이 興'은 못 보던 산 구경과 금수 강산을 구경하는 홍을 말하며, 종장은 석양빛을 받아 모든 산의 단풍이 아름답게 빛남을 표현한 것이다. '기러기, 낚시질, 석양(夕陽)'을 연결하는 이미지는 대체로 외로움, 고적감 등을 나타내고 있으나, 윤선도는 이를 연결하여 가을의 홍취를 더욱 실감 있게 표현함으로써 시상의 기발함을 보여 주고 있다.

제재 : 기러기, 천산 / 주제 : 배에서 바라본 원산(遠山)의 가경(佳景)

 

 

[秋詞 5]

銀唇玉尺(은순옥척)이 몃치나 걸년니

배 저어라 배 저어라

蘆花(노화)에 불부러 여 구어노코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아희야 질병을 거우러로혀 박국이에 부어다고

 

해석

살찌고 좋은 물고기가 몇 마리나 걸렸느냐 갈꽃에 불 붙여, 가려서 구워 놓고, 술병을 기울여 표주박 술잔에 부어다오.

 

감상

물고기를 은순옥척이라고 애써 어려운 비유를 한 것은 물고기 비늘이 반짝이는 심상을 고려한 것이다.

물고기 비늘이 하얗게 빛난다는 것은 물고기가 생생하다는 내용이다. 생생하다라고 표현한 것은 원래 싱싱하다는 것은 죽은 물고기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을 말하는 것이기에 싱싱하다라고 1표현하지 못함. 여기에서는 퍼덕이며 살아있는 그래서 맛이 기가 막힌 물고기를 말한다.

생고기를 불에 즉시 직접 구워 먹는 것은 천하 제일미(第一味)이다. 그리고 거기에 서민의 생활을 소박하게 담고 있는 질병과 표주박 잔으로 한 잔을 마신다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이다.

 

 

[秋詞 6]

녑람 고이분이 은돗게 돌아왓다

돛 내려라 돛 내려라

瞑色(명색)은 나아오되 淸興(청흥)이 멀어잇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어인지 綠樹淸江(녹수청강)이 슬믜지도 아녜라

 

해석

옆바람 고이 부니 매달아 놓은 돛으로 돌아왔다. 어둠은 짙어 가는데 맑은 흥취는 아직 남았도다. 단풍든 나무, 맑은 강은 언제 봐도 미워지지 않는구나.

 

감상

시간이 어느덧 지나가 저녁 무렵이 되었을 때 마침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바람이 옆에서 불어와 돛의 방향을 바꿔 집으로 향한다. 바람도 평소와 달리 광풍이 아니고 곱게 불어 적당한 속도로 집으로 올 수 있게 된 것이다. 해가 져서 빛이 점점 어두워 옴에 따라 비례해서 흥취도 조금씩 조금씩 차분하게 가라않는구나 외부공간(배경)의 빛의 변화와 내부공간(마음)의 흥취가 가라앉는 것을 대조법으로 보여주고 있다. 낮에 하던 발산적 사고가 어둠이 오면서 서서히 수렴적 사고로 바뀌어 기분이 차분하게 가라않는 것을 시각적으로 느끼게 해준다(탁월한 표현이다. 실제로도 인간에 빛에 따라 생활이 많이 지배당한다)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시각적으로 대비하여 보여준 것이다.

원래 저녁때는 마음이 차분해 지기도 하지만 낙조 속에서 소멸과 감상 그리고 죽음의 이미지를 무의식적으로 느끼게 되어 왠지 슬프다 그러나 오늘은 황금을 닮음 빛에 반사된 단풍 든 숲과 푸른 숲이 슬프게 느껴지지를 않고 좋다

 

 

 

[秋詞 7]

흰이슬 빗겨 은 도다온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鳳凰樓(봉황루) 渺然(묘연)니 淸光(청광)을 눌을줄고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어듸셔 玉免(옥토)의 藥(약)을 豪客(호객)을 먹이고쟈

 

해석

흰 이슬이 내릴 즈음에 밝은 달이 떠오른다. 봉황루 아득하니 맑은 달빛을 누구에게 줄까? 옥토끼가 찧은 약을 속세를 등진 호객에게 먹이고 싶구나.

 

감상

밤안개가 물위로 피어오르고 시간이 흐르고 밤안개가 어느덧 서서히 걷히면서 바다위로 밝은 달이 뜬다 보름달이었으면 더욱 운치가 있겠다. 맑은 달빛은 사랑을 상징한다. 그래서 달빛을 걷어다가 사랑하는 님의 베개 맡에 비추겠다는 표현이 고전 작품에 많이 나온다. 사랑의 표현으로 임금님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드리고 싶지만 간신들의 발호로 제대로 뜻이 전달되지 못할 것 같다(봉황루가 아득하다) 달나라에서 옥토끼가 찧는 다는 신비의 명약(부귀 공명에 대한 욕심을 없애고 청정한 마음을 갖게 하는 명약)을 호탕한 사람(윤선도 자신)에게 먹이고 싶구나 (나는 계속해서 자연과 더불어 소박한 선비의 생활을 해 나가겠다)

 

 

[秋詞 8]

乾坤(건곤)이 제곰인가 이거시 어듸메오

배 매어라 배 매어라

서풍진 못미츠니 부체야 무엇리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두어라 드른말이 업서시니 귀씨셔 무엇리

 

해석

하늘과 땅이 제각각인가? 여기가 어디인가? 속세의 먼지가 못 미치니 부채질하여 무엇하리. 언짢은 말을 들은 바 없으니 귀를 씻어 무엇하리.

 

감상

하늘과 땅이 제각기라고 한 것은 어두움이 깔리면서 바다도 하늘도 뿌옇게 보이니 어디가 하늘인지 어디가 바다인지 어디가 땅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을 보고 하늘과 땅의 낮의 세계에서처럼 확연히 구별되는 세계가 아니고 하나의 세계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반대로 묻기를 '하늘과 땅이 원래 제각기 존재하는 것이 맞는 것이야'라고 자문해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늘과 땅이 구별되지 않은 시각적 착각을 강조한 말이다. 그 어둑한 세계 속에서 자기의 위치를 순간적으로 착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 표현은 은근한 비유가 들어 있다. 중장 종장의 내용으로 보아서 부귀와 공명을 추구하는 세계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세계를 암유한 것이다. 예전에는 자연에 살면서도 속세의 벼슬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남아 있어 그 쪽의 소식에 귀를 곤두세웠는데 그것은 아무래도 미련이 남아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의 이원적 세계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에 추호의 갈등이 없어졌다 비로소 하나의 세계만 의식될 뿐이다. 그러니 지금은 유량과 같은 간신배가 권력을 남용한다는 소식이 들리지도 않고 또한 듣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 애써 왕도처럼 부채로 먼지를 가리고 날려버릴 필요도 없다. 욕심에 의한 번뇌가 일체 개입하지 않은 무념 무상의 무욕의 경지이다. 또한 그리 더러운 세계에 나오라는 소리를 듣고 황급히 귀를 씻을 필요도 없이 속세의 세계와는 절연된 상태이니 허유처럼 귀를 씻고 난리를 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즉 부귀와 공명을 탐하는 속세를 완전하게 잊었다는 뜻이다.

 

 

[秋詞 9]

옷우희 셔리오되 치운줄 몰올노다

닻 내려라 닻 내려라

釣舡(조강) 좃다나 浮世(부세)와 엇더니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두어라 來日(내일)도 이러고 모뢰도 이러리라

 

해석

옷 위에 서리가 내려도 추운 줄을 모르겠도다.

낚싯배가 좁다 하나 덧없는 세상과 견주어 어떠하더냐.

내일도 이렇게 하고 모레도 이렇게 지내려 한다.

 

감상

'추사(秋詞)'의 아흡 번째 수로, 가을 서리를 맞으며 배 위에서 밤을 새는 감회를 노래했다.

강바람을 실은 서리가 왜 춥지 않겠는가마는 자연과 한 덩어리가 된 물아 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서 어찌 추위가 느껴지랴. 좁은 낚싯배이지만 마음만은 이 대자연을 품에 안고 있어, 번거로운 욕심에 마음 빼앗기는 세상과 어찌 비교하랴. 윤선도의 인생을 관조한 듯한 풍모를 발견할 수 있는 노래로, 번거롭던 세상에서 떠나 자연과 더불어 유유 자적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제재 : 서리

주제 : 찬 서리 맞으며 배 위에서 밤을 새는 감회

 

 

[秋詞10]

松間石室(송간석실)의 가 曉月(잔월)을 보쟈니

배 붙여라 배 붙여라

空山落葉(공산낙엽)의 길흘 엇지 아라볼고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아희야 白雲(백운)이 조오니 女蘿衣(여라의) 무겁고야

 

해석

소나무 숲속 돌집으로 돌아가 새벽달을 보려 하니 적막한 산에 낙엽이 쌓여 길을 어찌 알아볼꼬. 흰구름이 드러나니 여라의(풀을 엮어 지은 옷)가 무거워지는구나.

 

감상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처연한 달'은 예로부터 동양화의 소재가 될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이다. 그래서 관동팔경에도 월송정이 있고 관광지에서 파는 수건 중에도 이 풍경이 자주 등장한다. 하물며 수건회사 중에 송월타월이 있으니....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보기 위해 움직이면서 엄살을 떨고 있다. 낙엽 때문에 길을 못 찾으면 어떡하나, 백운이 쫓아오니 꽤 높은 곳이고 그 정도 되면 가벼운 풀로 만든 옷도 무겁게 느껴진다. 바빠서 놀러가지 못하는 사람을 약 올리는 듯하다.

여라의를 입고 있다는 것은 속세를 잊고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는 것이다.

 

 

[冬詞 1]

굴음이 거든後(후)에 빗치 둑겁거다 구름이 걷히고 나니 햇볕이 두텁게 내리쬔다.

天地閉塞(천지폐색)되 바다흔 依舊(의구)다 천지가 온통 생기를 잃었으나 바다만은 여전하구나.

업고 업슨 물이 깁편는듯 여라끝없는 물결이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다.

 

감상

'어부사시사' 중 겨울을 노래한 '동사(冬詞)'의 첫째 수로, 눈 갠 겨울 바다에 배를 띄우는 정경을 노래했다.

겨울철 눈이 갠 날 아침의 강촌(江村)의 경물은 한마디로 선경(仙景)이다. 산야(山野)는 온통 은백색으로 물들었는가 하면, 바다는 한결 더 푸르다. 고운 비단을 한없이 펼쳐 놓은 듯한 끝없이 넓은 바다 를 바라보며 풍류객인 지은이로서 어찌 가만히 앉아 있으랴. 겨울철 어부(漁父)로서의 풍류는 눈[雪]과 더불어 그 진미를 더해 줄 것이다. 은백의 설경은 마음 속까지 후련히 씻어 주는 청량감을 만끽하게 하는데, 눈이 내린 후 두텁게 내리 쬐이는 햇볕을 받으며 만경창파(萬頃蒼波)에 배를 띄우는 운치 있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초장은 눈 갠 후 눈부시게 내리쬐이는 햇볕을 묘사하면서 '두터운 햇빛'이란 표현으로 시어의 참신성을 느낄 수 있으며, 중장은 '天地閉塞'과 '바다는 의구(依舊)하다'가 서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제재 : 겨울 바다 / 주제 : 눈 갠 겨울 바다의 배 띄우는 정경

 

 

[冬詞 2]

주대도 다슬이고 밥을 박앗는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瀟湘洞庭(소상동정)은 그물이 언다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암아도 잇 漁釣(어조)야 이만듸 잇시랴

 

해석

낚싯줄과 낚싯대를 손질하고 뱃밥도 박았느냐? 겨울에 소상강과 동정호는 그물이 언다고 하더라. 이런 때 낚시질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도다.

 

감상

언뜻 보면 겨울에는 낚시를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윤선도는 낚싯줄을 정비하고 낚싯대를 고친다. 그리고 배에 뱃밥도 끼어 넣어 배도 수선을 하고 있다. 중국의 동정호와 소상강이 어는 것을 보았느냐고 묻고 있다. 뻔히 답을 알면서 얼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자강 남쪽에 있는 강남지방은 겨울이래야 겨울이 아니고 그래서 물이 얼지 않는다. 내가 있는 보길도 앞바다도 동정호와 소상강처럼 경치가 좋고 따뜻하여 물이 얼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동정호와 소상강의 원관념은 보길도 앞 바다 즉 지은이가 지금 있는 곳을 말한다. 물이 얼지 않으니 낚시를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니 한 수 더 나아가 지금이 의외로 쏠쏠히 재미를 볼 수 있는 낚시철이 아니냐는 것이다.

 

 

동사(冬詞). 3

여튼 갣 고기들히 먼 소 다 갇니

돋 라라, 돋 라라

져근덛 날 됴흔제 바탕의 나가보쟈.

至匊悤(지국총) 至匊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밋기 곧다오면 굴근 고기 믄다 다.

 

해석

날씨가 추워지니 물이 얕은 포구의 고기들이 깊은 못으로 다 갔구나.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잠시 날씨가 좋은 때에 일터에 나가 보자. -후렴구-

미끼가 아름다우면 굵은 고기가 문다고 한다.

 

여튼 갣 : 옅은 개[浦]의 / 져근덛 : 잠깐. 잠시 동안

바탕의 : 일터[어장(漁場)]에 / 곧다오면 : 향기로우면. 좋으면

 

감상

'동사(冬詞)'의 셋째 수로, 겨울날의 고기잡이의 요도(要道)가 잘 나타나 있는 노래이다.

겨울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면 고기는 따뜻한 깊은 소[淵]로 들어갔다가 날씨가 따뜻하면 수면(水面) 가까이 올라오기 때문에, 어부는 어장에 나가 가을 동안에 자란 굵고 살찐 고기를 잡자는 어부의 생황이 잘 그려진 사실적(寫實的)인 표현이 한충 돋보인다. 종장에서의 '밋기 곧다오면'과 같은 시어의 조탁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껏 발휘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윤선도 자신이 엄동설한(嚴冬雪寒)에 직접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은 경험에서 쓴 글인지는 확언하기 곤란하나, 아마도 고기잡이 요도(要道)를 보고 듣고 하여 잘 파악한 듯하며, 또한 국어로 이만큼 엮어서 이만한 어부 생활의 진미를 나타낸 능숙한 기교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제재 : 고기 / 주제 : 겨울날의 고기잡이

 

 

동사(冬詞). 4

간밤의 눈 갠 後후에 景경物물이 달랃고야.

이어라 이어라

압희 萬만頃경 琉류璃리 뒤희 千쳔疊텁 玉옥山산.

至匊悤(지국총) 至匊悤(지국총) 於思臥(어사와)

仙션界계ㄴ가 彿불界계ㄴ가, 人인間간이 아니로다.

 

해석

(동사4 - 눈 덮인 강촌의 아름다움)

지난 밤 눈이 갠 후에 경치가 달라졌구나.

노 저어라 노 저어라.

앞에는 넓고 맑은 바다, 뒤에는 겹겹이 둘러 있는 흰 산

-후렴구-

선계(신선의 세계)인지 불계(부처의 세계)인지 속세는 아니로다.

 

감상

눈이 온 뒤 달라진 바다와 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경탄하고 있다. 특히 눈 덮인 강촌의 아름다움을 통해 이상향으로서의 자연을 예찬하고 있다.

 

초장의 경치는 <송강가사>의 '경요굴 은세계'와 흡사하고, 중장은 이현보의 '어부가' 중 둘째 수의 초장 '구버난 천심녹수 도라보니 만첩청산'에서 따와 새로 고쳐 쓴 표현으로 보이며 그 우아함에도 손색이 없다.

 

 

[冬詞 5]

금을 낙씨두고 를 두드린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압내를 건너봇야 몃番(번)인아 혜여본고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어듸셔 無端(무단) 된람이 여 안이 불어올

 

해석

그물과 낚시도 잊고 뱃전을 두드리며 흥겨워 한다. 앞 개울을 건너 이 곳에 오려고 몇 번이나 생각했던가 느닷없는 강풍이 행여 불어올까 걱정이다

 

감상

처음에는 낚시를 목적으로 나왔다가 경치에 취해서 그 목적을 잊어버린 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낚시 자체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탓이리라 기분이 좋아 뱃전을 타악기 삼아 노래를 부르며 즐긴다. 꽤 자주 오던 곳이니 몇 번이나 왔나를 할 일없이 헤아려 본다. 한가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쓸데없이 광풍이 불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冬詞 6]

날아가는 가마괴들이 몃친아 지나건이

돛 내려라 돛 내려라

압이 어두온이 暮雪(모설)이 자졌다

찌그덩 찌그덩 어야차

뉘라셔 그 죠흔 鵝鴨池(아압지)에 草本苦(초본고)을 쌋건이\

 

해석

자러 가는 까마귀 몇 마리 지나간다. 앞길이 어두워지니 저녁 눈이 점차 잦아들었다. 아압지를 누가 쳐서 부끄러움을 씻어볼까?

 

감상

날이 어두워지고 까마귀가 몇 마리가 지나갔는지 모른다. 꽤 여러 마리가 집을 찾아간다. 날은 어둡고 눈발은 더욱 거세게 내리니 마음이 급해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바다에 까마귀가 수없이 많이 날아가고 있는 광경이 옛날 아압지 고사가 생각이 난 것이다. 지금 벼슬을 하지 않고 낙향에 살고 있지만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러므로 아압지의 오리떼를 이용하여 성을 함락했듯이 많이 날고 있는 까마귀를 이용하여 오랑캐를 물리치어 병자호란의 치욕을 씻을 수 없을까 즉 아직도 나라를 사랑하는 충성심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冬詞 7]

丹崖翠壁(단안취벽)이 畵屛(화병)치 둘너듸

배 세워라 배 세워라

巨口細鱗(거구세린)을 낫그나 못낫그나

찌그덩 찌그덩 어야차

아희야 孤舟簑笠(고주사립)에 興(흥)겨워 안잣노라

 

해석

울긋불긋 절벽이 그림 병풍처럼 둘러 있는데, 꺽저기를 낚나 못 낚나 어디 한번 해 보자꾸나. 외딴 배에 도롱이, 삿갓 쓰고 흥에 겨워 앉았노라.

 

감상

바닷가에 절벽지대가 나타나니 경치가 더욱 좋다. 경치를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어 원래 낚시를 하러 왔다가 그 목적을 잊어 버렸다. 경치구경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놓치기 아까운 경치이기 때문이다.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경치에 취해 넋을 잃고 경치를 바라보는 윤선도가 화면 안에 클로즈업 되어 보이는 듯하다.

 

 

[冬詞 8]

믉의 외로온 솔 혼자어이 싁싁고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머흔구룸 恨(한)티마라 世上(세상)을 리온다

찌그덩 찌그덩 어야차

波浪聲(파랑성)을 厭(염)티마라 塵喧(진훤)을 막다

 

해석

물가의 외로운 소나무 어이 홀로 씩씩하게 서 있는가. 험한 구름을 원망하지 마라, 인간 세상을 가려 준다. 파도 소리 꺼리지 마라, 속세의 더러움과 소음을 막아 준다.

 

감상

물가에 외로이 서 있는 절개의 상징인 소나무는 윤선도 자신의 표상인 듯하다. 어이하여 부귀와 공명을 마다하고 독야청청하는가, 명예를 쫓는 일반인의 눈으로 보아서는 자신의 철학과 삶이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뜻이다. 외로워도 올바른 길이라는 은근한 자부가 보인다. 그리고 이어서 겉으로 보이는 시커먼 구름과 거센 파도는 일반인은 부정적 이미지로 보이겠지만 식견 있는 사람이 보면, 뒤집어 생각해 보면 긍정적이라는 논리다. 자신의 삶이 겉으로 보기에 외로워 보이지만 결국 훌륭한 삶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冬詞 9]

滄洲(창주)에 울이道(도)를 녜붓터 닐럿는이

닻 내려라 닻 내려라

七里羊裘(칠리양구)는 긔 엇더 이런고

찌그덩 찌그덩 어야차

모름이 三千六百(삼천육백) 낙씨는 손곱을 어잇턴고

 

해석

강호에서 사는 것이 우리의 도임을 옛부터 일렀더라. 칠리 여울에서 양피옷을 쓰고 낚시질하던 이는 어떠한가? 삼천육백 날 낚시질하며 손꼽아 때를 기다리던 심정은 어땠을까?

감상

은자(隱者)들이 산다는 창주에서, 시골에서 유유자적하면서 선비의 도리를 지키는 우리네들의 삶은 옛날부터 선인들이 부러워하고 또 실천하던 삶이 아닌가 옛날 현군이라던 후한의 광무제 그 태평성대 시절에도 벼슬이 싫어 밭이나 갈면서 살았다는 엄자릉의 삶을 칭찬하며 은근히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과 긍지를 내비치고 있다.

또한 재주를 숨기고 때를 기다리어 주지육림(酒池肉林)의 어려운 때 백성이 도탄에 빠진 시기에 주 무왕을 도와 천하를 이룩한 혁명공신인 강태공의 삶이 어떠한가 나 또한 백성이 도탄에 빠진 지금은 시골에서 묻혀 살지만 때가 되면 올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분연히 강태공처럼 일어나겠다는 윤선도의 다짐이 보이는 듯하다.

 

 

[冬詞10]

어화 졈을어간다 偃息(언식)이 맛당토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은눈 인길 興(흥)침여 돌아와셔

찌그덩 찌그덩 어야차

西峰(서봉)에 넘어 가도록 竹窓(죽창)에 빗겨잇노라

 

해석

아아! 날이 저물어 가니 편히 쉼이 마땅하도다. 가는 눈이 뿌려진 길에 석양이 비쳐 붉어 보이는 데를 흥겹게 걸어간다. 눈 내리는 밤 달이 서쪽 봉우리를 넘도록 소나무 창가에 기대어 즐기자꾸나.

 

감상

벌써 날이 저물었고 지칠 만큼 놀았으니 밥 먹고 쉬는 것(누워서 쉬는 것)도 마땅할 것이다. 그야말로 놀고 와서 또 쉬는 것이다. 노는 것이 힘들었으니 쉬자는 논리다. 누굴 약올리는 것이지

눈 내리고 혹시 동백꽃이라도 피어서 붉은 (선운사가 생각나네요) 길을 흥얼거리며 집으로 간다. 눈이 내려 하얀 배경에 눈 갠 후 노란 달이 분위기를 처연하게 만들어 준다. 집에 돌아와 창문을 보니 소나무가 가로로 길게 늘여있는 사이로 흰눈 덮인 산과 노란 달이 창문에 걸렸구나 비스듬히 누워서 완상을 해본다.

 

 

[핵심 정리]

지은이 - 윤선도(尹善道, 1587-1671) 조선 선조-현종 때의 문신. 호는 고산(孤山). 송강 정철과 국문학사상 쌍벽을 이룬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발휘하였으나 속화(俗化)된 자연을 시로써 승화시켰다. 작품으로는 ‘견회요’와 ‘우후요(雨後謠)’, ‘산중신곡(山中新曲)’, ‘산중속신곡(山中續新曲)’ 등이 있다.

갈래 - 평시조. 연시조

성격 - 한정가(閑情歌). 어부가(漁父歌)

표현 - 대구법. 반복법. 의성법.

주제 -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살아가는 여유와 즐거움

 

 

<참고> ‘어부사시사’의 구성상 특징

어부사시사’는 자신이 은거하던 보길도의 춘하추동 각 계절의 경치를 노래하였다. 각 작품에는 계절마다 펼쳐지는 어촌의 아름다운 경치와 어부 생활의 흥취가 여음(餘音)과 더불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초장과 중장 다음에 여음이 들어 있는데, 중장 다음에 나오는 여음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는 전편(全篇)이 일정하나, 초장 다음의 여음은 각 계절의 10수가 모두 다음과 같다.

1수 :  라,  라

2수 : 닫 드러라, 닫 드러라

3수 : 돋 라라, 돋 라라

4수 : 이어라, 이어라

5수 : 이어라, 이어라

6수 : 돋 디여라, 돋 디여라

7수 :  셰여라,  셰여라

8수 :  여라,  여라

9수 : 닫 디여라, 닫 디여라

10수 :  브텨라,  브텨라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을 알기 위해서는 '어부(漁夫)'아닌 '어부(漁父)'의 생활이 멋스럽고도 활달하게 그려진 것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 '어부(漁父)'는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는 사람으로 '어부(漁夫)'는 생계를 위해서 고기를 잡는 사람이지만, '어부(漁父)'는 강태공처럼 자연을 즐기고 세월을 낚는 은사를 나타내는 말로 '어옹(漁翁)'과 같이 쓰이고, 취미로 고기잡이를 하는 풍류객으로 보면 된다.

일설에 의하면 태어날 때 '죽은 용'을 태몽으로 하고 태어났다고 한다. 그러자 그의 집안에서는 일생이 복잡하겠구나 했다고 하는데 사실 정치적으로 그는 복잡한 삶을 살았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정치적으로 기복이 심했던 윤선도가 정계와 멀리하면서 자연 속에 묻혀 살고자 했던 열망이 담긴 작품이다. 물론 윤선도는 끊임없이 관직과 인연을 맺으면서 유배와 추방을 거듭 당했다. 그런 그의 일부 삶이 담긴 작품으로 이 작품은 고려 때부터 전하여 온 어부사를 중종 때 이현보가 어부가 9장으로 개작하였고, 이것을 다시 고산이 후렴구만 그대로 넣어 40수로 고친 것이다. 이현보의 어부가에서 시상을 빌어 왔다고 하나, 후렴만 떼고 나면 완전한 3장 6구의 시조 형식을 지니면서, 전혀 새로운 자기의 언어로써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는 시조이다.

-봄-

봄 아침에 어부들이 고기잡이 배를 띄우고 강촌을 떠나가는 광경을 노래한 것이다. 앞 포구에는 안개가 걷히고, 뒷산에는 햇살이 비치며, 밤 사이의 썰물이 물러가고 밀물이 밀려온다. 생기가 돋고 희망에 넘치는 분위기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이윽고 배가 바다로 밀려 나가자 멀리 보이는 강촌의 경치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봄이 돌아오자 산과 들은 파랗게 물들기 시작하고, 싱그렇고 맑은 대기 속에서 제일 먼저 우는 것은 뻐꾸기다. 이 뻐꾸기는 신록이 한창 우거질 때까지 계속해서 우짖는다. 어촌의 춘경을 노래하되, 첫 구절에 뻐꾸기를 등장시켜 어촌(그것은 농촌이라도 좋다의 봄 풍경을 노래한 것은 작가만이 나타낼 수 있는 예리한 감각이다. 특히 문장에 도치법을 써서 표현의 모를 더욱 더 살려 놓았다. 그리고, '안개 속에 나락들락하는 어촌의 두어 집','온갖 고기가 뛰노는 맑은 소' 등 티끌 세상과는 완전히 절연한, 선경과도 같은 어촌으로 부각해 놓아,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하게 한다. 끝 구절 첫마디에서 '맑은'으로 하지 않고 '말가한'이라고 한 것은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여름-

궂은 비는 멎어 가고 시냇물이 맑아 오는데 집 안에만 있을 수 없다. 낚싯대를 둘러메고 나서니 벌써 마음이 흥겨워진다. 마치 왕 진경이 그리고 소 동파가 찬을 쓴, 그 그림 같은 저 경치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첫여름의 아름다움 풍경 속에 낚시질을 나서니 어부의 흥취가 넘치고 있다.

초강의 흐린 물에 발을 씻는다는 것은, 곧 당세의 정계가 부패하여 맑은 물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암시한 것으로, 굴원의 어부사에 나오는 '창랑지수'의 노래에서 암인한 것이다. 중장의 천년노도와 종장의 어복 충혼은 중국 고사를 연상하면서 작자 자신의 충의심을 나타낸 것이다. 이 노래는 윤선도의 다른 작품에 비하여 한자 어구와 중국 고사가 남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내용도 다듬어지지 않아 다른 것에 비해 많이 뒤지는 작품이다.

-가을-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생활은, 속세를 멀리 떠난 곳에서 낚시질하는 어부의 생활이다. 그것을 모르고 명리에 허덕이는 세속 사람들은 어부의 생활을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웃고들 있지만, 예로부터 많은 그림에 어옹의 그림이 있음은 무엇을 뜻하는가? 고고한 은사들은 낚싯대를 드리우고 관조의 세계에 잠기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생활로 동경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연 친화의 길이요, 진세에서 초연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뿐만 아니라 시문에서도 어부의 생활을 찬양한 것을 수 없이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조에서는 이와 같은 어부의 생활을 찬양하고, 특히 가을 낚시의 흥겨움을 노래했다.

가을밤이 깊어 서리가 내리고 있지만 작자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낚싯배가 비좁지만 싸움과 시비가 끊이지 않는 속세의 집보다는 훨씬 낫게 생각된다. 바로 지척에 집이 있건만 거기도 속세이어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오늘 뿐만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이렇게 속세와 떨어진 곳에서 살고 싶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작자는 물아일체나 유유자적을 노래했다기보다는 불우한 정객으로서의 비감을 노래한 것으로 보아진다. 작자는 강직한 성격으로 많은 정적을 가지고 있어 유배지를 전전하기 20여 년에, 은거 생활도 19년이나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부세에 대한 절망도 컸을 것이다. 그래서 비좁은 낚싯배에서 살지언정 부세에는 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지사비추'의 심경을 노래한 것이다.

-겨울-

구름이 걷히고 날씨가 개자 햇볕이 따사롭다. 온 세상이 눈에 덮이고 꽁꽁 얼어붙어서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겨울철이지만, 바다는 사계절에 걸쳐 변함이 없고, 끝없이 맑은 물이 마치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아름답다. 삭막한 물의 경치에 비하여 언제나 변함없는 바다의 아름다움을 찬양한 노래다.

겨울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면 고기는 깊은 소로 갔다가 날씨가 따뜻한 날이면 수면 가까이 올라온다. 이 때에 어부들은 고기를 낚기 위하여 어장으로 나가는데 미끼만 좋으면 살지고 큰 고기를 잡을 수 있다. 이러한 겨울 낚시의 요도(要道)가 잘 나타나 있는 시조다.

 

 

이해와 감상

1651년(효종 2) 윤선도(尹善道)가 지은 단가(短歌). 보길도(甫吉島)를 배경으로 지은 40수의 단가로, ≪고산유고 孤山遺稿≫에 실려 전한다. 이 노래는 작자와 제작연대 미상인 고려 후기의 〈어부가 漁父歌〉(이 계통의 노래 가운데 현전하는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됨)와 직접적 전승관계에 놓인 이현보(李賢輔)의 〈어부사 漁父詞〉에 그 창작 연원이 맞닿아 있다. 작자 미상의 〈어부가〉는 ≪악장가사 樂章歌詞≫에 수록되어 있으며 이현보의 〈어부사〉는 〈어부가〉를 창작적으로 개작한 것이다.

춘하추동에 따라 각 10수씩, 총 40수로 되어 있고, 작품마다 여음(餘音)이 삽입되어 있는데, 이 여음은 출범에서 귀선까지의 과정을 조리정연하게 보여준다. 즉, 먼저 배를 띄우고, 닻을 들고, 돛을 달아놓고 노를 저으며 노래를 읊는다. 그러다가 돛을 내리고 배를 세우고, 배를 매어 놓고, 닻을 내리고, 배를 뭍으로 붙여놓는 것으로 여음이 짜여 있다.

우리의 고전시가에 ‘어부가’ 계열의 시가가 상당수 전해지는데, 고산의 〈어부사시사〉가 지닌 시적 감각은 다른 작품들에 비하여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되어 왔다. 〈어부가〉와 〈어부사〉는 모두 자연을 관조하고 그것을 완상하며 즐기는 관찰자 시점, 혹은 유람자 관점으로 어부생활을 읊은 것이다. 이들 작품이 표방하는 어부는 고기잡이를 생존의 수단으로 삼는 진짜 어부가 아니라 강호자연을 즐기는 사대부계층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부생활을 통한 생계유지 혹은 생명의 위협 같은 것은 작품에 나타나지 않는다.

윤선도도 이러한 어부가 계열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가어옹(假漁翁)의 입장에서 〈어부사시사〉를 재창작하였기에 관찰자 혹은 강호한미를 누리는 사람으로서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자연에서 추상된 관념의 내포, 즉 의미를 찾는 탐구자적 관심도 상당히 드러낸다. 그리하여 이 작품에는 아름답게 파악된 자연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서경 지향성이 상당히 높다.

“우는거시 벅구기가 프른거시 버들숩가/이어라 이어라/漁村(어촌) 두어집이 냇속의 나락들락/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말가한 기픈소희 온갇고기 뛰노나다.”(春詞, 제4연)

여기서 ‘뻐꾸기’, ‘버들 숲’, ‘어촌(漁村) 두어 집’, ‘맑고 깊은 소(沼)’, ‘온갖 물고기’ 등의 시어는 구상적 자연을 형상할 뿐, 그것이 시적 화자인 ‘나’에게 뭐 어떻다는 심정의 표출 따위는 아예 배제되어 있다.

또 “人間(인간)을 도라보니 머도록 더옥됴타.”(秋詞, 제2연)와 같이, 거기에는 자연의 아름다운 서경만이 존재하고 인간의 존재는 부정되는 듯하다. 그리하여 우리는 “孤舟侶笠(고주사립)에 興(흥) 계워”(冬詞, 제7연) 앉아 있는 화자와 마주치기도 한다.

화자는 무심(無心)의 낙(樂)·흥(興)에 젖을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강호자연에 노니는 한가한 ‘흥’이 현실과 완전히 단절되는 것은 아니어서, 이러한 생활 역시 임금의 은혜로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윤선도는 〈산중신곡 山中新曲〉 중의 〈만흥 漫興〉을 이 작품의 여음(이때의 여음은 가창방식상의 여음이다.)으로 답변확정하여 각 편의 끝에 노래부르게 하였다. 즉 “江山(강산)이 됴타한들 내分(분)으로 누얻나냐/님군 恩惠(은혜)를 이제 더옥 아노이다/아무리 갑고쟈 하야도 하올일이 업세라”라는 〈만흥〉의 여음이 〈어부사시사〉의 가창 끝에 놓임으로써, 이 작품에 보이는 현실과의 단절이 참다운 의미의 단절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결국, 이 작품은 자연과 인간 사회의 조화와 합일을 추구하고 있다 하겠다.

 

 

 

'어부사시사'의 흥겨움에 대하여

'어부사시사' 40수 가운데 '興'은 무려 9회나 등장한다. 이것은 예사로이 넘길 일이 아니다. 물론 '興'의 시적 의의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오래 전부터 중시되어 왔다. 의미 실질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지만, 詩經의 육의(六義)에 '興'이 들어 왔고, 공자는 "興於詩의, 立於禮, 成於樂"과 "詩可以興"을 말했다. 한시에 관한 담론에서 "因物起興"이라든가 "興趣"를 거론하는 것도 드물지 않은 현상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부사시사'에서의 '흥'이라는 어휘에 각별히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우선 그 출현 빈도가 비상하게 높을 뿐 아니라, 이를 산출한 모종의 시적 태도를 해명하는 지렛점이 될 만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어부사시사' 전체를 장악하는 정서적 기축으로서의 흥은 그러면 어떤 성격 내지 심적 지향을 지닌 것인가?

이미 지적한 것처럼 농암 이현보의 '어부가'의 작품의 主旨는 '세속으로부터의 초월, 강호에서의 평정과 自樂'이지만, 그 내면에는 수기치인의 완성이라는 유가적 이상의 한 부분을 포기 또는 유보할 수밖에 없는 데 대한 탄식이 지워지지 않는 심적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농암 어부가'의 어부는 마음을 다 터놓고 강호의 즐거움에 몰입하지 못한 채, 근심의 빛깔이 서린 자기 억제에의 풍모를 간직했던 것이다.

'어부사시사'의 드높은 흥은 바로 이 정치적 이상주의의 견인력이 약화되는 한편, 강호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서의 古雅한 즐거움의 향유라는 측면이 강화·확대된 결과라고 이해된다. 다시 말해서, '혼탁한 정치 현실-淸淨한 강호'라는 양분법적 의식을 공유하면서도, 윤선도의 경우는 강호 저편의 세계에 대한 근원적 책무라는 '뒤에서 잡아당기는 심리적 구속'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강호에서의 '미적 감흥과 기쁨의 직접성'이 더 강하게 작용했던 것이다.이 점은 '어부사시사'의 자연 묘사 및 행위 표현이 매우 구체적이며 생생하다는 사실과도 연관이 있지 않은가 한다. '어부사시사'에는 자연 경관 및 사물의 묘사가 예사로운 慣用性을 훨씬 뛰어 넘어 卽物的인 참신함을 보여 주는 것들이 많다. 색채 배합 및 대비의 선명함이 종종 구사되는 점도 유의할 만하다. 漁翁의 거동과 심리를 보여 주는 다채로운 표현들도 이 전의 어부가에서 보아 온 전경, 원경 위주의 시적 인식과는 구체성의 정도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표현상의 특질이 그 지역의 실제 경관이나 작자의 남다른 시적 형상력에 기인한 것이라고만 보아 넘긴다면 불충분하다. 역사적 이해의 평면에서 볼 때 그것은 강호 시가의 시대적 변모라는 커다란 흐름과 유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성찰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부사시사'에서 시적 자아의 고양된 감흥이 중추적 비중을 차지하고, 자연 景物 인식의 즉물적 구체성 또한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시사하는 것일까?

본고의 논의 범위에서 충분히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기는 하나, 필자는 일단 16세기와 17세기의 정치사적 차이 및 그와 관련된 사대부층의 의식 변화를 포괄적 설명 근거로 상정해 보고자 한다. 정치사적으로 볼 때 이 두 시대는 宣祖年間(1567∼1608)을 사이에 두고 士林 대 勳舊 세력의 대립기(16세기)와, 중앙 정계를 장악한 사림 출신 세력의 분화·갈등 시기(16세기말∼17세기)로 대조된다. 윤선도 자신이 南人 정파의 주요 인물 중 하나로서 여러 차례의 정치적 파란을 겪은 사실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요컨대 '농암 어부가'와 '어부사시사'는 각기 앞뒤 시대의 산물로서 그 시대의 역사적 刻印을 지녔을 터이며, 이 점은 위에서 거론한 변별적 양상과도 관련이 있으리라고 보는 것이다.

16세게 전·중반의 상황에서 강호는 天人, 性命의 이치를 탐구하고 至治의 이상을 키우는 '이념적 닦음(修)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주축으로 詩化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16세기 말 이후에는 현실 정치의 혼탁함으로부터 떠나 자연의 아름다움과 넉넉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심미적 충족·해방과 드높은 흥취의 공간'이라는 의미가 좀더 중요한 몫을 차지하게 된 것으로 믿어진다. '어부사시사'에 9회나 나타나는 '흥'이라는 어휘 및 이와 관련하여 위에 거론한 시적 특징들은 우발적인 현상이 아니라 그러한 역사적 추이의 시적 相關物로서의 의미를 지닌다.[출처 : 김흥규, '어부사시사에서의 興의 성격', "한국고전시가작품론2"(집문당, 1995)]

 

▶ 작품 해설

이 작품의 시적 관심은 강호의 생활에서 누리는 나날의 여유로움과 아름다움에 집중되어 있다. 이로 인해 고양된 기쁨과 충족감은 ‘흥(興)’이라는 말에 압축되어 나타난다. 이 작품에서 ‘흥’은 구체적인 생활의 정황과 화자의 행위, 그리고 자연의 묘사 과정에서 일어나는 강렬한 도취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이는 조선 후기에 이르러 현실 정치의 혼탁함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의 아름다움과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자 하는 작자의 현실관이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특히, 심미적(審美的) 충족과 풍부한 흥취의 공간의 형상화가 참신한 느낌을 주는 것은 자연적 대상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과 자연 경관 및 사물에 대한 묘사가 관습적이지 않은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는 효종 4년(1653), 작자 나이 67세 이후 전남 보길도의 부용동(芙蓉洞)에 은거하면서 지은 것으로, 춘하추동 네 계절을 각각 10수씩으로 읊은 40수로 된 연시조이다. 고려 때부터 전하여 온 ‘어부사(漁父詞)’를, 명종 때 이현보(李賢輔)가 ‘어부가(漁父歌)’ 9장으로 개작하였고, 이것을 다시 고산이 후렴구만 그대로 넣어 40수로 고친 것이다.

이현보의 어부가에서 시상(詩想)을 빌려 왔다고는 하나, 후렴구만 떼고 나면 완전한 3장 6구의 시조 형식을 지니면서 완전히 새로운 자기 언어로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어 고산의 국문학사에서 지니는 위치를 점쳐 볼 수 있게 된다.

 

 

<참고> 이현보의 ‘어부가’와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이현보가 살았던 16세기는 정치적으로 당쟁이 있었던 혼탁한 시대였다. 그래서 시적 자아는 강호에 있으면서도 정치 현실을 완전히 망각하고 안주할 수 없었기에, 강호의 삶과 즐거움을 노래하는 경우에도 지나친 자연미에 대한 탄상이나 감흥은 스스로 억제하였다.

그러나, 윤선도가 살았던 16세기 말 - 17세기의 강호 시가는 사림의 정치적 승리 이후 이념의 도덕적 변별 가치가 약화되고, 정치적 쟁투에 혐오적인 사대부들에 의해 창작되었다. 그렇기에 ‘어부사시사’와 같은 강호 시가는 현실 정치의 혼탁함으로부터 떠나 자연의 아름다움과 넉넉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심미적 공간과 흥취의 공간을 노래하고 있다.

이처럼 같은 강호 시가라고 하더라도 그 정치적 배경에 따라 시적 자아의 태도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그래서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의 시적 관심은 강호에서 누리는 넉넉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속에서의 기쁨과 흥(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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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나온것들 다 설명해주세요

... ⑦흐름(유동성): 고정(정지) ⑧생성 : 소멸, ⑨삶 : 죽음, ⑩긍정 : 부정, 지향 : 거부... 예) 상춘곡, 면앙정가, 성산별곡, 어부사시사, 남으로 창을 내겠소 등등 17. 자아와...

이 시들 이름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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