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공 석돌이님 무서운 이야기 해주세요

냥공 석돌이님 무서운 이야기 해주세요

작성일 2023.10.19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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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작품성 뛰어난 괴담으로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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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영생어

소금에 절인 생선처럼 모두 축 처진 어느 여름날 저녁. 근무 중인 회사의 본사가 바닷가 근처로 이전된 뒤로는 비린내가 늘 코끝에 맴돌았다. 피부에 혀를 살짝 대면 짠맛이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안 그래도 매립지 위에다 사옥을 지어 놔서 소금 바람 때문에 죽겠는데 그놈의 강아지 낑낑대는 소리까지 들으려니 진짜 집이 집 같지가 않다니까. 어떻게 퇴근을 해도 스트레스가 더 쌓이냐. 아주 미쳐 돌아가시겠다, 그냥."

"심하긴 심한가 봐?"

"야, 혜인아. 네가 담당자 맞지? 어떻게 처리 좀 해 봐."

"어? 어, 어···."

총무부에서 근무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혜인이었지만 오늘 동기 모임의 이야기 주제는 처음 듣는 것이었다. 자신이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 생활관 사옥에 누군가 개를 키우고 있다니. 반려동물은 개나 고양이는 물론이고 햄스터나 관상어조차도 안 된다고 못을 박아 놨는데 누군가 개를 키운다고? 게다가 소음까지?

"수아야, 1동이랬지? 1동 3층이면 누가 살지?"

"몰라. 나야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 아파트에서 출퇴근하니까 모르지. 혜인 언닌 알걸?"

"야야, 내가 1동 3층이야. 정혜인, 301호야. 손모가지 걸고 얘기하는데 301호에 개 키우는 거 확실해."

동기들의 이목이 301호 맞은편에 사는 노총각 동기에게로 집중됐다.

"오빠, 301호 맞아?"

"그래. 제발 어떻게 좀 해 줘라. 내가 찾아가서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도 나와야 말이지. 개 끙끙대는 소리만 더 커진다니까. 아니, 그 개도 불쌍한 게 짖으려면 아예 왈왈 짖던지, 낑낑대니까 더 거슬린다고."

"알았어. 월요일에 출근하면 바로 어떻게든 해 볼게. 최소한 내 전화는 받겠지. 사옥 담당자 전화 오는 건 딱 두 개뿐이잖아. ‘언제 들어오세요?’, ‘언제 나가 주세요.’."

혜인은 그렇게 대충 둘러댄 후 이야기 주제를 서로의 근황과 회사 뒷담화 등으로 돌려놨지만 마음속에 늘어나는 찝찝한 느낌만큼은 해소할 수가 없었다. 사옥 관리 담당자인 혜인은 301호에 누가 사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근’. 낙하산이라는 소문이 무성한 수수께끼의 남자. 일은 잘하지만 인간관계가 영 꽝이라서 3개월 주기로 부서를 옮겨 다니지만 그러면서도 절대로 해고는 당하지 않는 의문투성이 인물.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과 무미건조한 음색에 창백한 혈색까지. 회사 내에서 그의 별명은 ‘로보캅’이었다. 정말 같은 피가 흐르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인간미가 없는 그의 내외적인 모습이 그에게 그런 별명을 붙여 준 것 같았다.

"그 사람은 도대체가 알 수 없는 인물인데··· 어우, 골치 아파. 내일 다시 생각하자."

"그래요, 언니. 한 잔 마셔요."

"야, 생맥주 더 시켜. 시원하게 마셔 보자."

더운 여름에 불어오는 후덥지근한 바람. 거기에 업무 생각까지 더해지자 혜인은 마침내 머릿속이 터져 버린 것처럼 공허해졌다. 시원한 생맥주를 한 잔 더 들이켜자 그제야 혜인은 술맛이 난다고 느꼈다.

(뚜루루루루루─)

"안녕하세요. 사옥 담당자 정혜인입니다. 김정근 대리님, 자리에 안 계신가요? ···아, 출장 중이세요? 여기 휴대폰 변호로 연락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뚝) ···아니, 꼭 본인 찾는 날에만 없다니까. 허수아비도 아니고."

혜인은 툴툴거리며 사내 메신저에 올라와 있는 정근의 전화번호를 검색했다. 하지만

"어? 뭐야. 왜 전화를 돌려?"

곧이어 도착한 문자에는 지금 연락을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한 줄만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아, 진짜. 아니, 누군 할 일 없고 시간이 남아돌아서 이러는 줄 아나. 아, 짜증 나게···."

혜인은 메신저 쪽지로 간단히 용건을 남겼다.

[총무부의 정혜인입니다. 사옥 관련해서 문의드릴 게 있어서요. 쪽지 확인하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혜인은 자리 옆에 잔뜩 쌓인 다른 서류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고 걸고 또 돌려주고. 때로는 갑이, 때로는 을이 되어 업무 관계로 얽히고설킨 수많은 사람들과 한바탕 고군분투하며 정글 같은 회사 생활의 또 하루가 끝이 났다. 반기는 사람 하나 없는 혜인의 원룸. 사옥 관리 담당자가 정작 자신은 사옥에 방이 없어서 멀리서 출퇴근하고 있다는 것이 모순이라면 모순이었다. 조명을 켜자 어둠이 짙게 깔려 있던 방 안이 금세 환한 빛과 시원한 에어컨 바람으로 채워졌다. 오늘도 마음속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고 적적한 마음에 집에 전화라도 해 볼까 하다가 이내 마음을 거뒀다.

"아휴··· 엄마, 또 선보라고 들들 볶겠지."

혜인은 하루의 고단함이 묻어 있는 옷을 훌훌 벗어던진 채 씻지도 않고 침대 위로 뛰어들었다. 피곤하기도 하고 어차피 같이 사는 사람도 없는데 아무렴 어떨까 싶었다. 사랑은 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다 잊어버린 사람처럼. 멋진 사람은 많은데 그렇다고 먼저 나서기는 싫고. 혜인의 마음이 이내 복잡해졌다.

"하··· 어디 진짜 남자다운 남자 없나?"

그렇게 혜인은 오늘 하루는 어떠했구나 곱씹어 볼 틈도 없이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낑낑··· 낑···!)

"바둑아~! 어딨어! 누나 여깄어! 바둑아~! 이리 와!"

어릴 때 잃어버린 강아지가 근처에 있는 것 같은 느낌에 혜인은 바둑이를 계속 불렀지만 낑낑거리는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희미해져 가지만 분명하게 들려오는 그 간절한 외침은 혜인을 더욱 죄책감에 빠지게 했다.

"바둑아! 누나가 갈게! 누나가···! 엇···!"

(첨벙─!)

물거품이 한 번 일더니 그 후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첨벙 소리와 함께 혜인은 물속으로 가라앉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속으로 빠져 들어온 것만 같았다. 코와 잎에서 쉴 새 없이 거품이 나오고 있었지만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 왜 숨이 차지 않는 것일까. 그러다 혜인은 순간 코와 폐를 찌르는 강렬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혜인은 온몸이 땀에 젖은 채로 잠에서 깨어났다.

"씻고 자야지··· 무슨 꿈이 이렇지··· 기분 나빠···."

이상하게도 땀에 젖은 코는 정말로 물에 빠졌다가 나온 사람처럼 쓰라린 느낌이 들었다. 강아지 때문에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지 결국 꿈까지 꾸게 된 것 같았다.

"풋··· 나도 참···."

혜인은 깨끗하게 씻은 뒤 다시 자리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뭐야,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었나? 냉방병인가?"

코만 시큼시큼한 게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혜인은 거실로 나와서 TV를 몇 번 켰다 끄기를 반복했고 그러다 소파 위에서 30분 남짓 얕은 잠을 잤다. 퀭해진 눈을 화장으로 가린 채 출근하는 몸뚱이가 천근만근 묵직했다. 그렇게 출근한 뒤 메신저에 접속조차 돼 있지 않은 정근을 확인한 혜인은 참다못해 정근의 옆자리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봤다. 그런데

"김정근이요? 어우, 말도 마요. 그동안 그렇게 속을 썩이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사표 던져 놓고 무단 조퇴라니까요. 그 이름도 듣기 싫네."

그렇게 전화를 끊은 혜인은 더욱 복잡해진 머리를 부여잡고 잠시 복도로 나가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옥을 언제 비우겠다는 말도 없이 사표부터 쓰다니. 이대로 연락이 두절되면 큰일이었다. 여러 상황들을 가정하며 혜인의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팀장님, 저 출장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 김정근 씨, 그 사람 때문이지? 그래, 다녀오게. 오늘 뭐 급한 거 없잖아. 천천히 생각 정리 좀 하고 와. 안 그래도 자네 얼굴이 요즘 많이 죽었어. 세상 근심 걱정은 혼자 다 짊어진 사람처럼. 내일 연차라도 붙여 쓰든지 해."

"걱정 끼쳐 드려서 죄송해요. 그 인간이 있든 없든 오늘 마스터키 들고 가니까 문 따고 들어가서 정보 좀 캐 올게요. 아니, 도대체 무슨 사람인지 진짜 궁금하네요."

"어? 그럼 주거침입죄 아냐?"

"아마도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크~ 아무튼 혜인 씨 일 처리 하나는 참 화끈하다니까. 조심히 다녀와."

(띵동─ 띵동─)

그렇게 아무리 눌러도 응답이 없자 혜인은 점점 신경질적으로 초인종을 눌러댔고 한참 뒤 인터폰을 타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세요?"

"김 대리님! 저 총무과 정혜인인데요.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요? 그리고 사표 냈단 거 진짜예요?"

"네···."

"그럼 미리 말이라도 해 주시죠. 사옥 나가는 거 모르고 있었잖아요. 짐은 빼셨어요? 언제 나가시는데요?"

"내, 내일 얘기하죠."

"아니, 내일 여기 다시 올 시간이 어딨어요? 사무실 일 처리만 해도 빠듯하다고요. 오늘 꼭 마무리 지어야 되니까 우선 사옥 퇴사 신청서부터 작성해 주세요. 네─?! 아니, 문 좀 열어 보세요!"

"뭐, 상관없습니다."

대체 뭐가 상관이 없다는 것인지. 그 말에 화가 치밀어 오른 혜인은 문이 잠금 해제되자마자 정근이 열어 주기도 전에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구두를 훌렁훌렁 벗어던진 채 거실에 들어선 그녀는 그 순간 비명을 질렀다.

"이, 이게 뭐야···!"

"놀랐나 봐요?"

"아니··· 이게 뭐냐니까요?"

우려와는 달리 방 안은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는데 방 한가운데에 엄청난 크기의 유리 수조가 놓여 있는 것이다. 가로세로, 그리고 높이가 2m는 족히 됨직한 그 수조 안에 10m는 넘어갈 듯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물고기가 몸을 구부린 채 두 눈을 번뜩이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영원히 죽지 않는 신입니다. 이름은 영생어라고 해 둘까요. 이 줄무늬 보이시죠? 이거 하나 생기는 데 천 년이 걸립니다."

그의 말대로 물고기의 몸에는 얼룩말의 그것처럼 줄무늬가 셀 수 없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대, 대체 방 안에서 뭘 키우고 있는 거예요? 반려동물 금지라고 했잖아요. 아, 아니··· 그것보다 강아지 짖는 소리가 났다고 들었는데 그럼 그게 이 물고기 우는 소리였단 거예요?"

"오래전에 수족관에서 일한 적이 있었어요."

"네?"

"지금은 사라진 수족관이지만 그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었어요. 전 그곳에서 직원으로 일했고 관장의 딸을 사랑했죠. 물고기만큼은 내 모든 열과 성을 다해서 착실하게 관리했는데 내 마음을 알아챈 관장은 절 해고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관장은 애초에 물고기엔 애착이 없었어요. 그러니 내가 해고된 후로는 물고기가 하나둘씩 죽어 나갔을 겁니다. 전 처분에 순순히 따르는 대신 이 영생어를 데리고 나왔어요."

거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혜인은 어딘지 모르게 아찔하면서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꼈다.

"대학생 때 고서적에서 본 적이 있어요. 줄무늬 하나에 천 년을 살아온 물고기의 전설. 저는 이 물고기가 바로 그 전설이란 걸 알아봤습니다. 비록 이름 없는 물고기였지만 전 바로 알아봤죠. 전설과 진실은 한 끗 차이에 있었어요."

혜인은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끼며 목을 감싸 쥔 채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 영생하는 물고기가 뭘 먹고 사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평범한 사료는 당연히 아닐 테니까요."

어느샌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혜인은 간신히 정신만을 붙들고 있을 뿐이었다.

"바로 혼입니다, 혼. 혜인 씨에겐 죄송하지만 지금 혜인 씨가 기운이 없는 것도 바로 혼을 흡수당하고 있기 때문이죠."

정근은 혜인이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참, 아까 개 키우냐고 하셨죠? 그동안 성가시게 해 드렸나 보군요. 뭔지 보여 드릴게요. 참고로 영생어는 소리를 못 냅니다."

정근은 혜인을 번쩍 안아 올리더니 함께 베란다로 갔고 다음 순간 혜인의 눈이 번쩍 뜨였다. 손발이 묶이고 눈과 입이 가려진 채 흐느끼고 있는 여인. 그녀가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제 짝사랑입니다. 수족관 관장의 따님이죠."

공포에 휩싸인 혜인이 몸부림치자 정근은 혜인을 휙 하고 바닥에 팽개친 뒤 영생어가 담긴 수조로 다가갔다. 두 사람이 울부짖든 말든 정근은 수조를 손끝으로 천천히 어루만지며 독백을 이어 갔다.

"망해 버린 수족관을 통째로 사들여도, 수족관 관장을 이 세상에 없는 존재로 만들어도 그녀는 내게 마음을 열지 않았어요.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진심을 전해도 받아 주질 않았죠. 제 사랑은 길어 봤자 100년을 못 가는, 남들이 하는 보통 사랑이 아닌데도요. 영생에 걸친 사랑, 생각해 본 적 있어요? 그게 바로 여자들이 바라는 소원 아닙니까? 영생어는 그런 제 진심을 읽고 답을 해 줬어요. 영생어에게 혼을 바쳐온 주인에게 썩지 않는 육체를 주기로 한 거죠. 그녀와 저에게 말입니다. 이제 그녀는 절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저 머나먼 심해 속을 영생어와 함께 그녀와 나 둘이서만 영원히 유영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칠흑빛 바닷속, 영생어의 뺨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을 전등 삼아서 불멸의 육신을 얻은 그녀와 내가 영원히··· 그래, 영원히! 우린 영원히 저 바닷속을 헤엄치는 겁니다! 그 어떤 여자라도 끝내는 절 사랑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역시 하객이 없는 결혼식은 너무 조촐할 것 같았는데 마침 혜인 씨가 와 줬으니까 우리 결혼식에 정식으로 초대할게요."

그리고 정근이 옆에 있던 의자를 집어 들어 수조를 내리치자 유리가 부서지면서 그 안을 가득 채웠던 물이 301호 안에 쏟아져 내렸다. 영생어는 뱀처럼 바닥을 기어서 문밖으로 앞서 나가고 정근은 알 수 없는 괴력으로 두 여자를 들어 올린 채 그 뒤를 따랐는데 그것은 이 세상의 상식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기묘한 광경이었다. 그 길이가 사람 신장의 10배는 훌쩍 넘어 보이는 물고기가 앞으로 기어 나가고 표정 없는 얼굴을 한 남자는 충격과 공포로 얼굴이 일그러진 두 여자를 짊어진 채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었으니 그 행렬이 바다까지 이어지는 것 또한 그들을 더욱 이질적으로 보이게 했다. 마침내 바다에 이르자 영생어는 여인과 정근의 발목 사이를 휘젓고 다니더니 끈처럼 둘을 하나로 묶은 채 바다로 기어 들어갔다. 혜인은 아무런 대꾸도 몸짓도 하지 못한 채 그것을 그저 힘없이 바라보고 있었고 영생어와 두 사람이 시야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기 전 이미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저기 먼 남도의 다도해 바다 어딘가, 해안 경찰 경비정 한 척이 바다에서 실종된 노인 한 명을 찾아 천천히 항해하고 있었다. 쌍안경을 들고 바다를 살피던 정경 한 명이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옆에 있던 선임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저, 박 수경님! 저기 남자 하나랑 여자 하나가 고개를 내밀고 있지 말입니다."

"뭐?"

"정말입니다.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입니다."

"하~ 이 자식, 이거 뭐 잘못 먹었나. 여기 바다 한가운데야. 수온이 얼마인지 알아? 깊이만 해도 수백 미터인데 사람이 바다에 떠 있단 게 말이 되냐? 어디 한번 보자."

"그게··· 지금은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잠을 덜 잔 거냐, 아님 머리가 덜떨어진 거냐. 지금 우리가 찾는 건 할아버지라고. 그분 찾기 전엔 입항 안 한다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하면 그땐 중간에 확 버리고 간다? 알겠냐?"

"죄송합니다."

(낑낑··· 낑···!)

"아나··· 야, 너 때문에 나까지 정신이 이상해진 것 같잖아. 아니, 어디서 자꾸 강아지 앓는 소리가 들려?"

"어···! 박 수경님도 그러십니까?"

"아, 됐어. 그만해. 더 이상 말하지 마. 너나 나나 피곤해서 반쯤 정신을 놓고 있어서 그런 거야. 이제 서로 말하지 말고 할아버지 찾는 데만 집중하자고."

경비정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감에 따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도 서서히 멎어 가고 있었다. 아주 서서히.

냥공 석돌이님 무서운 이야기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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