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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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11.10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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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1. 영국에서 (1편)

제가 영국에 있을 때 겪었던 일을 풀어 보겠습니다. 저는 영국의 예술 학교에서 대학 생활을 했습니다. 학교는 런던의 한복판인 홀본이라는 곳에 있었고 기숙사는 노던 라인 남쪽의 루팅 브로드웨이에 있었죠. 기숙사는 각각의 방과 샤워실 등이 모두 분리돼 있었지만 전체 학생 중에서 여학생의 비중이 훨씬 많았기에 남자와 여자 층을 따로 구분하지는 않았고 샤워실과 화장실을 공동으로 썼습니다. 기숙사 방은 복도를 중심으로 해서 양쪽으로 늘어서 있었고 그 중간에 각종 공동 시설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1학년 기숙사에서 외국 친구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18살에서 26살 사이의 학생들이 모여 있다 보니 개중에 장난이 유독 심한 녀석들이 많았는데요. 새벽에 복도에 소화전 물을 뿌리고 슬라이딩을 하며 놀던 돌아이도 있었고 마리화나를 열심히 뻐끔거리던 소위 뽕 종자들도 많았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요한 기숙사 복도에 이상한 물체가 굴러다녀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렇게 맥주를 마시다 화장실에 가려고 나왔는데 복도에서 웬 자그마한 공이 밝게 빛나며 제 앞으로 통통 튀어오는 게 보였습니다. 저는 어떤 놈이 이런 초딩스러운 짓을 하나 하고 히죽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갔죠. 잠시 후 용변을 보고 복도로 나온 저는 순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예쁜 색으로 빛나던 그 공이 제가 화장실에 막 들어갔을 때 봤던 상태 그대로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겁니다. 술 때문인가 하며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공은 여전히 허공에 둥둥 떠 있었습니다. 그 빛깔이 너무 예뻐서 저도 모르게 공에게 다가가 손을 뻗는 순간 공이 다시 통통 튀면서 복도 끝에 있는 열린 창문으로 쏙 나가 버리는 겁니다. 후다닥 방으로 돌아와서 제가 본 것을 이야기하자 그 자리에 있던 다섯 명의 친구들 모두 한 번씩은 그것을 다 봤다고 하더군요. 공이 아름답게 빛나면서 통통 튀어가는 모습 자체는 딱히 무섭지 않았지만 다들 조금은 찜찜하게 여기는 듯했습니다.

그 이후로 다양한 형체들을 목격했는데 저는 영국에 귀신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친구들이 한 번은 이런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 런던 중심가의 트라팔가 광장에서는 새벽에 로마군이 행군하는데 다리가 없답니다. 옛날 로마 식민지 시대 때 로마군이 밟았던 땅은 저 아래 깊숙이 묻혀 있고 그 위에 런던이 지어져서 그렇다더라 하는 말이 있다더군요. 그리고 눈이 없이 입만 웃고 있는 그림자 귀신을 몇 번 봤는데 그림자가 밖에서 떠돌다가 방문 밑으로 슥 들어오며 방 전체를 덮치곤 했습니다. 아무튼 그 공을 본 이후로 뭔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바쁜 일정과 과제에 치이며 그 존재도 점점 잊혀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까지 과제를 하던 저는 화장실에 가려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방문을 열었습니다. 눈을 부릅뜨고 모니터를 쳐다보다가 책상 아래에서 뭔가를 자르고 붙이고 그야말로 생난리를 치다 보니 눈 상태가 정말 말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저는 복도 맨 끝에 있는 방을 쓰고 있었는데 화장실에 가려면 조리실을 지나서 화장실로 이어지는 통로를 지나가야 했습니다. 조리실의 특성상 밤에도 불이 켜져 있는데 그렇다 보니 조리실 앞쪽을 지날 때면 저도 모르게 그 안을 한 번 슥 둘러보게 됐죠. 그런데 그날은 불이 꺼져 있었고 가로등 불빛이 창문에 비치긴 했지만 실내가 조금 어두운 상태였습니다. 내부를 둘러보니 누군가 등을 돌린 채로 식탁에 앉아 있는 게 보였는데 제가 슬리퍼를 끌고 가는 소리가 들렸던지 뒤를 돌아보며 씨익 웃더군요. 저는 습관적으로 ‘Hi.’ 하고 인사한 후 화장실로 가서 소변을 봤습니다. 그때 갑자기 머리카락이 쭈뼛 서면서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확 드는 겁니다.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눈동자가 마구 돌아갔고 이마에는 식은땀까지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까 조리실에 있던 사람은 눈이 없고 입으로만 웃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곳을 어떻게 다시 지나가야 할까 고민하던 저는 용기를 내서 밖으로 나왔고 조리실 쪽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 채 제 방을 향해 저벅저벅 걷기 시작했습니다. 놈을 보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놈이 하필 입구 쪽 식탁에 앉아 있던 탓에 그 등짝이 옆눈으로 보이는 상황이었죠. 저는 애써 침착하며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이제 방 두 개만 더 지나치면 제 방이 나오는데 사람 심리가 참 묘하더군요. 머리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상황에 결국 뒤를 돌아본 것입니다. 그런데 그놈이 이번에는 조리실 밖 복도에서 있는 겁니다. 그 얼굴에는 여전히 눈이 없고 입만 웃고 있었죠. 저는 바로 앞방에 있는 일본인 친구 타키의 방문을 마구 두드렸습니다. 곁눈으로 살짝 보니 놈이 입으로만 웃으며 저에게 점점 다가오는 겁니다. 발의 움직임 역시 보이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타키가 졸린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열었습니다.

"아─ 참··· 뭔 일 있어? 왜 새벽 3시에 남의 방문을 두드리는 거야···."

그런데 타키가 문을 여는 순간 놈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 쏘리쏘리. 진짜 미안해. 입만 있는 어떤 놈이 날 쫓아왔는데 네가 날 살렸어. 진짜 고맙다."

그런 제 말에 타키는 복도를 한 번 슥 쳐다보더니 별 미친놈을 다 보겠다는 얼굴로 농담하지 말라면서 방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저는 타키의 방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후다닥 제 방으로 뛰어 들어갔고 과제를 다 마친 후에도 해가 뜰 때까지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날 오후, 조리실에서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며 물어보니 절반 이상이 같은 형체를 봤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따라오지는 않았다고 하더군요. 입만 웃고 있었던 그 형체는 대체 뭐였으며 왜 저를 따라왔던 것일까요. 이런 젠장맞을 영국 같으니.

그 사건 이후로 한동안은 별일 없이 잘 지냈습니다. 평소대로 수업을 듣고 과제를 제출하고 가끔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웃고 떠들고 하다 보니 어느새 방학이 됐습니다. 10월에 시작한 학기는 12월 초에 끝이 났고 크리스마스 브레이크를 가지게 됐습니다. 학교는 1년에 3학기로 운영됐는데 부활절 방학 2주와 여름 방학 두 달, 그리고 겨울 방학 3주를 제외하고는 꼬박꼬박 학교에 갔습니다. 방학을 맞아 한국에서 바로 왔거나 다른 지역에서 런던으로 온 동생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친했던 여동생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녀의 남자 친구는 다른 지역에 있다가 동생을 따라 런던으로 왔고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대략 일주일 정도를 제 방에서 지내게 됐습니다. 저와 나이가 같았고 성격이 무척 좋았던 그를 편의상 Y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첫 만남 때 맥주를 마시며 의기투합했고 길지 않은 방학 동안 낮에는 런던 시내를 구경하다 밤이 되면 맥주를 사 들고 와서 수다를 떨었습니다. 영국에 있는 동안 가장 좋았던 게 전 세계의 맛있는 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었죠. 그렇게 3일째 되던 날 밤, Y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절에서 독학을 했고 몸이 건강해진 후로는 집에서 대학을 다녔다고 합니다. 절은 어느 깊은 산골짜기에 있어서 사람의 왕래가 적었고 가끔 고시 준비를 하는 사람이 한두 명 머물다 갔을 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주지 스님은 어린 Y가 귀신의 괴롭힘 때문에 아픈 거라고 하시며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려주셨는데 그때 역학, 명심보감 등 꽤 다양한 분야를 고루 섭렵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재밌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는데 이게 또 장난이 아니더군요.

Y가 17살 때였습니다. 하루는 주지 스님이 고시 공부 중이었던 형과 Y를 부르시더니 5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나무를 가리키셨습니다.

"지금부터 재밌는 걸 하나 보여 주마. 저 나무 밑에 요물이 하나 있는데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면 그것이 보일 거야. 다만 절대 그것과 눈을 마주쳐선 안 되며 그것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듯한 행동을 해서도 안 된다.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그 요물이 너희들 중 하나의 몸에 빙의될 게야."

그런 스님의 말씀에 Y와 고시생 형은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웠답니다. 잠시 후 눈을 뜬 Y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주변이 점점 밝아지며 자세히 보니 나무 밑에 스님이 요물이라 하신 여자 귀신의 형상이 보였던 것입니다. Y와 고시생 형은 신기한 마음에 곁눈질로 힐끔거리며 귀신을 훔쳐봤고 ‘귀신을 내 눈으로 직접 보다니 완전 서프라이즈’ 하며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런데 귀신이 두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나 봅니다. 귀신은 영화 <여고괴담> 1편에서 최강희 귀신이 파바박 앞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까지 다가왔습니다. 귀신은 Y와 눈을 마주치려는 듯 얼굴을 Y의 코앞까지 들이밀었고 고시생 형과 대화하는 척을 하며 귀신을 피하던 그는 결국 애타게 스님을 불렀습니다. 스님의 말씀에 따라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자 그 귀신이 사라졌는데 그 일 이후로 Y는 귀감과 영안 비슷한 게 생겼다고 합니다. 군 복무 중에는 귀신이 선임의 목을 조르는 것을 봤는데 그 선임의 성격이 참 뭣 같은지라 엿 많이 드시라고 모른 척한 적도 있었다더군요.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Y는 제 얼굴을 가만히 보더니 전생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Y는 보이는 그대로 말해 주겠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제 전생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2. 영국에서 (2편)

Y가 알려 준 저의 전생은 중국 진나라 시대에 태어나 몇십만 대군을 이끄는 장군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들한테 자랑하고 싶을 만큼 기분이 좋았는데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제가 탄 말의 꼬리에 사람의 잘린 머리가 열 개 정도 매달려 있고 제 뒤를 따르는 병사들의 손에 들린 창 하나하나에 전부 사람의 머리가 꽂혀 있다는 겁니다. Y는 이웃나라에 쳐들어가서 몇십만 명이 되는 사람들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참수해서 죽인 후 그 머리를 들고 행군하는 장군의 모습이 저에게서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 장군은 지옥에 떨어져서 몇백 년을 고통받은 후 여자로 환생하게 됐는데 이런저런 사람들과 얽히면서 끝내 자살을 했고 그렇게 또다시 지옥에서 몇백 년의 고통을 받은 후 쥐로 환생해 살다가 지금의 저로 다시 환생한 거라고 합니다. 그 모든 전생의 업보를 갚으려면 현생에 많은 덕을 쌓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술기운 탓인지 그의 이야기를 사뭇 진지하게 들으며 어떻게 덕을 쌓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Y가 무심하게 한마디 툭 던지더군요.

"한마디 덧붙이면 네 전생의 업보 때문에 보이지 말아야 할 것들이 좀 보일 거야. 뭐, 우리가 흔히 귀신이라고 부르는 것들. 뭔지 알지?"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니 너무 무섭더군요. 그날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술을 얼마 나들이 부었는지 모릅니다. 이쯤에서 1991년 미국 위스콘신에서의 강렬한 병맛 행동을 짧게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혈기가 넘쳤던 제 나이 스무 살. 1990년에 대학 입시를 치른 후 충남 소재의 대학에 합격까지 했지만 어린 마음에 지방대는 죽어도 가기가 싫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 기분으로 토플 점수 550점을 받고 위스콘신에 있는 주립대에 입학했습니다. 당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기에 기숙사를 이용했는데 그곳은 1층과 3층은 여학생, 2층과 4층은 남학생 층으로 나눠져 있었죠. 각 층의 화장실과 샤워실은 이성의 출입이 철저히 금지됐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미국은 영국과 비교했을 때 꽤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곳이라 생각합니다. 아침에 아무렇지 않게 Hi, Hello 했던 놈이 밤이 되면 저 보고 욕을 하며 너네 집으로 가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인종 차별 외에도 이런저런 비합리적인 부분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위스콘신은 보통 4월에서 5월까지 눈이 오다가 여름인 7월, 8월은 아주 덥고 9월부터 또다시 눈이 오기 시작해서 한겨울에는 영하 30도 아래로 내려가는 곳입니다. 호수는 탱크가 지나가도 멀쩡할 만큼 단단히 얼어붙었고 눈이 한 번 왔다 하면 성인 남성의 허리춤까지 쌓이곤 했죠.

시작은 기숙사에 막 자리를 잡은 여름 랭귀지 스쿨 때부터였습니다. 저는 4층 끝방을 배정받게 됐는데 숙제가 뭐 그리 많은지 밤새우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후 기숙사에 와서 한두 시간 정도 낮잠을 자곤 했죠. 그때가 여름 방학 기간이라 룸메이트 없이 방을 혼자 쓰고 있었는데 자다가 문득 깨 보니 네 명의 백인 남녀가 창밖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어렴풋하게 보였습니다. 잠결에 저도 손을 흔들어 준 후에 다시 눈을 감았는데 Oh, god. 제 방이 4층에 있다는 게 뒤늦게 생각나는 겁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당시 기숙사 지하에는 학생들을 위한 당구장이나 스낵 바 같은 시설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기숙사와 연결된 도서관에서 방으로 가려면 지하 시설을 반드시 통과해야 했습니다. 그날도 도서관을 나와서 지하를 지나가는데 한쪽에 멋진 당구대 하나가 놓여 있는 겁니다. 저는 속으로 ‘오케이, 굿!’ 하고 외쳤고 공사가 그새 끝났나 보다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때 기숙사 관리복을 입은 백인 학생 한 명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관리복을 입은 학생들은 일종의 근로 장학생 같은 것이었는데 그 녀석은 기숙사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었습니다.

"헤이, 이거 완전 짱이지? 한 게임 콜?"

마침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도 쌓였겠다, 저는 옳다구나 하고 대답했습니다.

"와우, 이거 새삥? 해도 되는 거야?"

"그럼! 당근 되지!"

그렇게 저는 큐대를 잡고 30분 정도를 혼자 쳤습니다. 녀석이 자기는 근무자라서 같이 하면 안 된다며 실실 웃으면서 구경을 하더니 이내 순찰을 가야 한다며 휑하니 가 버리더군요. 저는 나름 알차고 재밌는 시간을 보낸 후 방에 가서 숙면을 취했고 다음 날 점심 무렵에 마주친 낯익은 얼굴의 필리핀 근로 학생에게 지하 편의 시설 공사 정말 잘 됐더라 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하는 말이

"뭔 소리야? 거기 아직 공사 중이야. 장난치지 마."

"댓츠 노우노우! 나 어제 포켓볼 쳤다고. 진짜 오늘 새벽 1시에 쳤어."

그런 제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필리핀 학생은 열쇠를 들고 와서 같이 한번 가 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왓 더 헬, 지하는 여전히 공사 중이었고 간밤에 제가 당구를 쳤던 곳에는 다 찢어진 당구대와 두어 개의 공이 지저분하게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저는 졸지에 거짓말쟁이가 돼 버렸고 필리핀 친구는 저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죠. 저는 녀석에게 어제 봤던 백인 근무자의 인상착의를 설명했고 그러자 이 친구가 또다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로비에 한번 가 보자고 했습니다. 로비에는 이전 근무자들의 사진이 붙은 액자가 걸려 있었는데 그중에 눈에 들어오는 학생이 한 명 있었습니다. 제가 사진을 손으로 가리키며 이 사람을 어제 분명히 봤다고 했더니 필리핀 친구가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야, 뻥치지 마. 얘 작년에 죽었어."

놀라운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간밤에 봤던 그 백인 학생을 포함한 네 명의 백인 남녀가 예전에 제 방에서 마약을 하며 놀다가 칼부림이 나서 모두 죽었다는 겁니다. 저는 그제서야 얼마 전에 기숙사 방 창문 밖에서 손을 흔들어대던 그 백인 남녀 넷이 떠올랐습니다. 그 아이들이 사고로 죽었던 학생들이었을까요. 저는 왜 하필 그 방을 배정받았던 것일까요.

다시 영국으로 넘어와서 저와 Y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고 그때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당시 대화 내용은 대충 이랬습니다.

"실은 내가 여기서 통통 튀어 다니는 빛나는 공 모양이랑 얼굴이 없고 입만 웃고 있는 귀신을 본 적이 있어."

"제대로 잘 봤네. 이 기숙사, 귀신들 좀 있는데?"

"으엥? 얼마나?"

"여러 형태들이 있는데 그닥 위험하진 않고 장난을 좀 치려고 드네. 다만 그 입만 웃고 있는 귀신이랑 저기 밖에, 저 큰 나무 있지? 저쪽에 있는 하얀 여자 귀신은 좀 위험하니까 피해야 돼."

"하얀 여자 귀신은 또 뭐야? 난 아직 못 봤는데."

"그럼 못 들은 걸로 해. 알아서 좋을 거 없지, 뭐."

그런데 이야기 중에 Y가 조용히 한곳을 응시하며 말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날 항상 따라다니는 귀신이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검은 그림자 귀신이고 하나는 집안과 관련된 원귀들이야. 그림자 귀신은 말 그대로 그냥 그림자 같은 존재인데 이 집안 관련 원귀들이 문제거든. 이것들은 날 해치려고 해. 그래서 내가 어릴 때 그렇게 아팠고 사찰에도 들어갔던 거지."

"그럼 평생 그렇게 시달려야 되는 거야?"

"내 나이가 서른다섯이 넘어가면 그나마 자유로운 몸이 된다는데 이게 또 자손 대대로 영향을 받는다네. 참 나···."

그 말에 저는 속으로 ‘이 남자 참으로 짠하다’ 하고 등을 두드려 주며 맥주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그때 Y가 갑자기 출입문과 그 위쪽의 공간을 슥 훑더니 저를 보며 씨익 웃었고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며 방을 휙 나가 버렸습니다. 혼자 남은 저는 다채로운 욕설을 외치며 불안에 떨고 있었죠. 잠시 후 방으로 돌아온 Y는 제 기대와는 달리 퇴마에 대한 것은 전혀 모른다고 했습니다. 배울 기회는 있었는데 그때가 검정고시 준비를 했을 때라 시간이 없었고 배워 봐야 딱히 쓸모가 없을 것 같아 관뒀다더군요.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맥주가 똑떨어져서 밤 10시가 다 된 시간에 둘이 술을 사러 나갔는데요. Y가 말한 하얀 여자 귀신이 있다는 나무가 하필 상점으로 가는 길 근처의 잔디밭 쪽에 있었습니다. 긴장하며 그 근처를 지나가고 있는데 Y가 나무에 가까워지는 지점에서 뭔가 크게 놀란 듯하더니 조금 주춤하며 저에게 귓속말을 했습니다.

"야, 나무 쪽 절대 보지 말고 시선 피해라."

"근데 이쁘냐?"

"에이, 씨···. 그건 잘 모르겠고, 며칠 지켜본 바로는 저게 나무 밑둥까지 내려오진 않고 항상 맨 꼭대기에 있었어. 근데 지금 나무 밑둥까지 내려와서 우릴 쳐다보고 있다고."

"설마, 우리 둘 중 한 명한테 관심이 있다거나··· 뭐 그런 거야?"

"아무래도 그렇다고 봐야지. 그동안은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도 그대로 있었는데 지금은 밑둥까지 내려왔으니까."

우리는 나무에 가까워질수록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아무렇지 않은 척 수다를 떨며 걸어갔습니다. 무사히 잘 빠져나간다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Y가 한 번 더 소스라치게 놀라더군요. 우리는 상점 문이 닫히기 전에 술을 샀고 나무가 있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빙 돌아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Y가 어느 시점에서 흠칫 놀라더니 그 후로는 말을 거의 안 하는 겁니다. 우리는 기숙사에 도착할 때까지 말없이 묵묵히 걷기만 했습니다. Y가 크게 놀랐던 그때 귓가와 볼 근처에서 엄청난 한기를 느낀 저 역시 많이 놀랐고 그래서 말문이 턱 막혀 버렸었죠. 기숙사 방에 자리를 잡고 앉아 캔 맥주를 따며 슬쩍 Y를 쳐다보니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이걸 말해? 말아?’ 하는 눈치였습니다.

"야, 아까 걔가 나한테 뭐 했지?"

"뭐··· 음··· 그렇긴 한데 말하기가 좀···. 쓰읍··· 보통 나도 귀신한테 나름 인기쟁이인데 오늘은 네가 이겼다."

그 순간 저는 Y의 말에 숨은 뜻을 단박에 알아차렸습니다. 그 하얀 여자 귀신은 Y의 눈에만 보이는 상황이었는데 우리가 처음 나무 앞을 지나쳐 갔을 때 귀신이 우리 앞에 얼굴을 훅 들이대더랍니다. 귀신은 우리의 얼굴을 스캔하듯 꼼꼼히 쳐다봤는데 돌아오는 길에 보니 이내 저에게 달라붙어서는 두 손과 발로 저를 꽉 감싼 채 Y를 보며 미친 듯이 웃었다는 겁니다. 이 인간이 돌아오는 길에 왜 말없이 앞만 보며 걷기만 할까 생각했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죠. 바로 그 시점에 제 귓불과 얼굴에 아주 시린 느낌이 들면서 소름이 돋았던 것이고요.

"야··· 설마 지금도 있냐···?"

"아까 기숙사 들어오기 전에 떨어졌어. 내 직감엔 그 여자, 원한이 세서 엄청 위험한 귀신인 것 같아."

"헐··· 그럼 나 어떡하냐?"

"뭐··· 정기 조금 뺏긴 거 말곤 딱히 위험한 건 없으니까 걱정 마. 왜, 겁나냐?"

그렇게 우리는 자리를 정리한 후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3. 영국에서 (3편 完)

얼마나 지났을까. 제 방문 앞이 좀 환한 편이라 뭐가 지나가면 문 아래 틈으로 그림자가 다 보였는데 무언가 방문 앞을 왔다 갔다 하더니 그 작은 틈을 지나쳐 방 안으로 훅 들어오는 게 보였습니다. 방 안은 점점 짙은 그림자로 덮여 갔고 저는 경기하듯 놀라며 급히 Y를 깨웠습니다.

"저··· 그, 그림자··· 그림자가 들어왔어···."

"그래? 괜찮으니까 그냥 자···."

"설마 저게 너 따라다닌다는 그···."

"하암─ 맞아···. 진짜 괜찮으니까 걍 자라."

"방 안을 다 뒤덮고 있는데 어떻게 자?! 안 보였으면 몰라도···."

"별일 없을 거야. 그럼 내가 잠깐 여친 방에 갔다 올게."

"어? 그럼 나도 나갈 거야!"

"어디 가려고. 그 왜, 조리실 쪽의 입만 웃고 있는 그놈한테? 하하하···."

저 보고 어쩌라는 걸까요. 영국의 날씨는 참으로 변덕스럽습니다. 주말 아침에 해가 높이 떠서 피크닉 가려고 도시락을 싸고 있으면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오늘 하루는 방콕이다’ 하고 이불 속에 들어가 있으면 어느 순간 맑아진 날씨가 하루 종일 이어지는 경우도 많죠. 그래서 영국이라는 나라는 한 시간에 한 번꼴로 일기 예보를 하고 버버리 같은 레인코트가 잘 팔립니다. 비가 오면 바람도 같이 불어서 우산을 쓰나 마나거든요.

그날도 아침에 날씨가 좋아서 우산 없이 그냥 나갔는데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버스를 한참 기다리다 그냥 뛰었는데 갑자기 천둥번개가 요란하게 치더니 비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져 내렸습니다. 저는 할 수 없이 그 하얀 여자 귀신이 있다는 나무 아래에서 잠시 비를 피했습니다. 이러다 그 여자가 또 아래로 내려오면 어쩌나, 아니 그것보다 나무에 벼락이라도 떨어져서 죽으면 어떡하나 하며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있는데 그때 일본인 친구 타키가 우산을 들고 저벅저벅 걸어오는 게 보였습니다.

"야, 너 미쳤어? 번개 칠 때 나무 밑에 있으면 어떡해!"

"나도 알아! 안 그래도 방금 그 생각했거든? 친구야, 우산 좀 같이 쓰자."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며 저도 모르게 위쪽을 힐끗 보게 됐는데 하얀 얼굴 같은 게 온통 일그러진 표정으로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겁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분명히 보고 말았습니다. 황급히 발을 떼서 타키의 우산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제 발 바로 옆의 불과 한 뼘도 안 되는 곳에 번개가 내리꽂혔고 저는 온 세상이 하얗게 빛나는 기적을 체험하게 됐습니다.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혀 버린 채 타키의 얼굴을 멍하니 보고 있던 그때 저 멀리서 우산을 든 Y가 제 이름을 부르며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이 인간은 학교에 가지 않으니 제 방에 늘어져서 TV를 보다가 낮잠을 자고 있었죠.

"야, 아무리 그래도 하필 거길 들어가냐?! 느낌이 뭔가 싸해서 창밖을 내다봤으니 망정이지. 내가 피하라고 그렇게 말했잖아!"

"나도 모르게 그만···. 근데 그 여자, 이쁘던데?"

"으엉? 봤냐?"

"어어···. 귀신이라도 이쁜 여자와 썸이 있었으니 다행인가?"

"야, 너 지금 그런 농담이 나오냐?"

"얘 완전 죽을 뻔했어."

그때 머나먼 타국에 있는 저를 걱정해 주던 사람은 바로 우리 어머니와 타키였습니다. 아무튼 다 같이 기숙사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Y가 말했습니다.

"비도 오고 기분이 멜랑꼴리해서 창밖을 보고 있는데 그 여자가 나무 위에 서 있다가 갑자기 아래로 쑥 내려가는 거야. 뭐지 하고 아래쪽을 보니까 네가 거기 서 있더라고. 비가 앞이 안 보이게 와서 잠시 피한다는 게 나도 모르게 그랬다. 진짜 타이밍 안 맞았으면 죽을 뻔했네···. 근데 오늘은 왜 안 달라붙고 나를 보기만 했을까?"

"글쎄···. 저것들이 뭔 생각을 하는지 난들 알겠나."

그렇게 일명 번개 사건은 별 탈 없이 지나갔습니다. 그 후로 하루가 지났고 이제 이틀 후면 Y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었습니다. 녀석의 귀국 날짜가 다가올수록 우리가 술을 마시는 양도 점점 늘어났죠.

그렇게 이틀 전 밤, 우리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하얗고 긴 미국식 쌀밥에 한국에서 가져온 김과 각종 즉석 국, 그리고 계란 프라이와 스팸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싸구려 와인을 하나 곁들였는데 그것을 시작으로 맥주로 판을 바꿔서 마구 달리고 있었죠. 늘 그렇듯 그날도 맥주가 모자랐고 상점에 가는 길에 보니 저 멀리 하얀 여자 귀신이 있다는 나무가 보였습니다.

"이제 누가 저 귀신이 해코지할 때 위험하다고 알려 주나···. 친구야, 으흑~."

"하하··· 님아, 저 나무 근처를 가지 마오."

"그지. 안 되는 거 아는데··· 아, 얼굴은 진짜 이쁘던데···."

"거참, 너 그러다 한 방에 훅 간다니까?"

그렇게 웃고 떠들면서 나무 근처로 다가갔는데 이번에는 저와 Y 두 사람 모두 그대로 멈춰라 한 듯 얼음이 돼 버렸습니다. 나무 밑둥 앞에 서 있는 귀신의 형체가 흐릿하게 보였던 겁니다. 물론 Y의 눈이 UHD, 3D급이라면 제 눈은 그저 흑백 브라운관 정도로 보이겠지만 어쨌든 확실히 그 실루엣이 눈에 들어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야··· 나 지금 뭔가 보인다···."

"뭐? 둘 다 보이면 위험한 거야, 일단 튀자!"

그러더니 이 인간, 그간 먹여 주고 재워 준 저를 버리고 혼자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기숙사 방향으로 뛰어가더군요. 저도 곧바로 뛰어갔는데 저기 앞에 우리의 러블리한 타키가 나무 쪽을 향해 걸어가는 게 보였습니다.

"니들 왜 그렇게 뛰어다녀? 뭐가 따라오기라도 하냐?"

"타, 타키야! 너 그쪽 가지 말고 우리 따라와!"

"이잉? 싫어. 나 가게에 뭐 살 거 있어."

그런 녀석의 말에 순간 뚜껑이 확 열리며 저도 모르게 일본어가 튀어나오더군요.

"안 된다고! 저쪽에 귀신이 있단 말이야! 가면 뒤진다고!"

하지만 타키는 제 말을 사뿐히 잡수신 채 저를 지나쳐 갔고 저와 Y는 멀찍이 서서 숨을 고르며 타키를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어어어!!"

귀신이 천천히 움직이더니 타키를 손으로 미는 듯한 행동을 하자 타키가 중심을 잃고 미끄덩 넘어지는 겁니다. 그와 동시에 귀신은 사라져 버렸고 우리는 헐레벌떡 뛰어서 타키에게 갔습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는데 타키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놈이 나 밀쳤어!"

"그러게 내가 가지 말라고 했냐, 안 했냐?"

"너, 뭔가 알고 있는 거 맞지?"

그리하여 우리 셋은 슈퍼까지 동행했고 기숙사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며 그간의 일들을 이야기해 줬습니다. 타키는 연신 못 믿겠다는 얼굴로 이야기를 경청했죠. 술이 약한 타키는 먼저 방으로 가고 저와 Y는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근데 왜 내 눈에도 보였던 거지? 그 여자 귀신도 그렇고 너 따라다닌다는 그림자도 그렇고. 진짜로 전생의 업보 때문인가? 그때 그 나무귀신은 원래 안 보였었잖아."

"뚜~ 뚜루~ 뚜~ 뚜~ 뚜루~ 뚜~"

"야, 농담 아니야!"

"음··· 그러니까 전생에 업보가 참 많으신 너님 같은 분은 귀신에 잘 씐다고 했지? 그래도 현생은 나름 착하게 열심히 잘 살고 있으니 씌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뭔가 좀 보이긴 할 거야."

"그렇지. 나 나름 착하게 살고 있거든."

"아무튼 나 가고 나면 몇 개는 안 보일 거야. 특히 그림자랑 저 나무귀신은 확실히 안 보이겠지. 그쪽으로 기가 좀 있으신 너 같은 양반이 나랑 같이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어."

"뭔가 시원섭섭한 이 느낌적인 느낌 뭐지···. 이뻤는데 말이야."

"어허, 이놈 봐라?"

그로부터 이틀 후 Y는 한국으로 돌아갔고 저 역시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Y와 함께했던 9일 동안 정말 재미있는 일도 많았고 나름 정도 들었는데 이 인간이 여친과 헤어지는 바람에 그 후로는 통 보지 못했죠. Y를 따라간 것인지 그 후로 그림자 귀신은 보이지 않았고 나무 근처를 자주 지나다니기는 했지만 그 여자 귀신 역시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뭐 제가 못 봤다 뿐이지, 또 모르죠. 어느 틈에 저에게 찰싹 달라붙었을지도요. 조리실에 짱박혀 있던 입만 웃는 귀신은 서너 달에 한 번 정도 보였는데 그때는 이미 무뎌진 상태인 데다 보인다 싶으면 냅다 도망쳤으니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빛이 나는 공은 예전에 한 번 봤던 게 전부였는데 대신 그 후로 빛나는 요상한 것들을 몇 번 더 봤습니다. 1학년을 마치고 잠시 한국에 돌아갔다가 다시 나갈 때 어머니께서 부적 같은 것을 주셨는데 그 후로는 어쩌다 한 번씩 보이던 것들도 많이 줄어들었죠. 재미 삼아 어디 가서 점을 보면 저에게 항상 같은 말들을 하더군요.

"전생에 업보가 많으니 현생에 덕을 많이 쌓아야겠구먼."

그러면서 굿이 어쩌고 치성이 어쩌고 하는데 그런 거 하나도 안 하고 그냥 쭉 착하게 살고 있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4. 저는 귀신 잘 붙는 스타일인가 봐요 (<영국에서> 후속편)

원래 저는 한국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다 뜻하지 않게 회사를 그만두게 됐고 요리와 용접 중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 끝에 용접을 선택했죠. 2015년 말에 회사를 그만두고 2016년 3월부터 용접을 배우겠다며 저는 울산에 있는 모 기술 교육원에 갔었습니다. 그곳 주변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고 밤에 기숙사 불을 다 끄면 엄청나게 어두웠습니다. 입소 첫날부터 뭔가 음산함이 느껴졌는데 그날 밤에 불 다 끄고 자다가 결국 식겁하고 말았습니다. 어디선가 비닐 같은 것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 겁니다. 벌떡 일어나서 불을 다 켜고 방을 뒤졌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그때 문득 이불을 싸 들고 왔던 가방이 떠올랐습니다. 가방 재질이 각 잡힌 비닐이었는데 제가 반듯하게 정리해서 책상 위 책꽂이에 올려 뒀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마치 누가 손으로 움켜쥔 것처럼 구겨져서는 옆으로 잡아당긴 듯 삐딱하게 놓여 있는 겁니다. 물론 방에는 저 혼자 있었는데 말이죠. 그날 방에 불을 다 켜 두고 뜬눈으로 밤을 새운 저는 아침 일찍 교육장으로 갔습니다.

당시 교육생들은 저를 포함에 대략 열 명 정도였는데 그중에 유독 눈에 띄는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는 손에 부적 비슷한 문신을 한 동생이었는데 성격이 싹싹하고 살가워서 녀석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저녁에 동생과 술을 한잔하면서 문신에 대해 물어봤더니 동생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이거요? 이런 말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는데 실은 제가 귀신을 잘 봐요. 예전에 동남아에서 지낼 때는 눈알만 굴렸다 하면 귀신이 보였죠. 하도 질려서 귀신 쫓는다는 걸로 아예 문신을 새겨 버렸죠."

"그래? 나도 그런 거 좀 느끼는데."

"진짜요? 와, 까리한데요?"

"근데 넌 용접 왜 배워?"

"전에 여기서 교육받고 현업에서 용접하다가 기술 좀 배우려고 왔어요. 근데 형님, 지금 쓰시는 기숙사 방 바로 앞방 있잖아요."

"어어, 알지. 그 방은 지금 민우가 쓸 텐데."

"예. 제가 예전에 교육받을 때 민우가 쓰는 방을 썼었는데 저 거기서 귀신 봤어요."

"귀신?"

"네. 그게···."

(딱. 딱. 딱. 딱. 딱.)

"밤에 자꾸 이런 소리가 나서 책상 밑을 슬쩍 봤는데 웬 여자 귀신하고 눈이 딱 마주쳤지 뭡니까. 바로 뛰쳐나왔죠."

그런 동생의 말에 저는 입소 첫날에 겪었던 일을 이야기해 줬습니다. 기숙사 방은 원래 2인 1실인데 교육생이 많지 않아서 다들 혼자 쓰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밤에는 동생 방에 가서 잠을 자고 아침에 제 방에 가서 샤워를 하는 식으로 지냈습니다. 이 동생이 독실한 천주교인이라 신부님께 제 방에서 일어났던 일을 말씀드렸다는데요. 영적 능력이 강한 귀신이다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보통 귀신들은 뭔가를 만지거나 움켜잡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3개월 교육 과정의 중간쯤 됐을 때 황당한 일이 터졌습니다. 그날 덕신 시내에서 동생들과 술을 먹다가 제 방으로 가서 컴퓨터를 좀 했는데 침대에서 그대로 잠들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눈을 떠 봤더니 시간이 새벽 2시가 좀 넘어 있었습니다.

"고약한 것···. 감히··· 우리를··· 피해···?"

그 순간 가위에 눌린 듯 몸이 굳어 버리면서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고 손가락 끝부터 움직이려고 힘을 주는 순간

"소용··· 없을 텐데··· 뭐··· 하러···."

그렇게 저에게 띄엄띄엄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겁니다. 미칠 듯한 공포에 힘이 다 빠져나갈 무렵

(삐삐삐삐삐 띠릭─)

제 방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동생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말을 걸었습니다.

"형님, 주무셔야죠. ···!!! 여, 여기서 뭐 하세요?! 빨리 일어나세요!"

우리는 잽싸게 방문을 박차고 나갔고 동생의 방에 들어간 후에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서로를 쳐다봤습니다.

"야, 너 뭐 봤어? 난 보이진 않고 소리만 들렸는데."

"한 열댓 명 있던데요···?! 그것들이 형님 둘러싸고 귀에 뭐라 뭐라 속삭이고 있었어요!"

그 이후로 제 방에서는 가끔 교육생들과 어울려서 술을 마실 때 외에는 아예 잠을 자지 않았고 낮에도 쉬는 날 잠깐 컴퓨터 할 때 빼고는 들어가지 않게 됐습니다. 나중에 동생이 하는 말이 기숙사 건물에 귀신이 있는데 그것들이 특히 제 방과 그 앞방에 많이 머물러 있다고 하더군요. 설마 저의 허접한 기운을 느끼고 괴롭히러 왔던 것일까요.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 귀신이 있는 곳을 알려 준다는 어플을 깔아서 돌려 봤더니 신호가 주로 제 방과 앞방을 중심으로 떠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 둘. 당시 저는 기숙사 4층에 있는 방을 썼는데요. 건물 계단과 계단 사이의 벽에 폭포 그림이 하나씩 걸려 있더군요. 음기가 강한 곳에는 그런 그림들을 붙여 둔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무사히 용접 중급 과정을 마친 저는 CO2 용접, AWS, 3G, 25T 철판 칠페스 잘 때워서 모 플랜텍 라이센스를 땄더랬습니다. 아크 용접도 웬만큼 했었는데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티그 용접은 배웠어도 잘 안 되더군요. 손에 녹이 슬었는지 잘 안 돌아갑니다. 아무튼 저는 오늘도 재밌게 살고 있습니다. 또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면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5. 고딩 때 본 얼굴 귀신 (<영국에서> 후속편)

문득 고등학생 때 본 귀신이 떠올라서 글을 풀어 봅니다. 당시 동작동에 살았던 저는 집에서 스쿨버스를 타고 인천 외고로 통학을 했습니다. 동작동 현충원 뒷산의 언덕배기에 있었던 집은 1층짜리 양옥이었죠.

때는 바야흐로 고등학교 2학년의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 한 동네 사는 친구와 함께 중간고사 시험공부를 핑계로 집에 있는 다락방에 앉아 술 담배를 하면서 소곤소곤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그때 피웠던 백솔, 청솔, 적솔의 맛이 나름 쏠쏠했거든요. 이 담배라는 게 또 인생의 쓴맛을 모를 때 피워 줘야 제맛 아니겠습니까.(미성년자는 절대 따라 하지 마시오.) 아무튼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놀다가 새벽 2시쯤에 옥상 베란다로 나가서 앞산을 바라보며 담배를 한 대 피웠는데 친구가 대뜸

"야, 저기 뭔가 하얀 게 자꾸 지나다닌다."

"뭐가? 잘 안 보이는데."

"아니, 저거 저거! 잘 좀 봐봐. 뭔가 하얀 게 엄청 빠르게 움직이잖아!"

그런 친구의 말에 녀석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유심히 쳐다봤는데 크기가 아주 작고 새하얀 물체가 엄청난 속도로 나무 사이를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그 물체의 움직임을 따라 눈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데 갑자기 슬로모션처럼 그것의 움직임이 천천히 느려지며 온통 새하얀 사람의 형상이 보이는 겁니다. 저와 같은 느낌을 받은 친구는 기분이 이상하다며 그 길로 집에 가 버렸습니다. 저는 방으로 들어가서 공부고 뭐고 팽개치고 불을 끈 후 침대에 누워 바로 잠들었습니다. 그때 창문을 열어 뒀었는데 잠결에 웬 머리카락 같은 게 바람에 날리면서 제 엄지발가락을 자꾸 간질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겁니다. 이게 뭔가 하고 눈을 꿈뻑이며 어두운 방 안을 멍하니 보고 있던 그때 구름이 걷히고 달빛이 비치면서 방 안이 조금 환해졌습니다. 저는 제일 먼저 머리맡에 있는 시계를 봤습니다. 시간은 대략 새벽 3시 7분 정도였고, 대체 발밑에 뭐가 있나 하고 고개를 쑥 빼서 발끝에 시선을 집중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50cm 정도로 보이는 검고 둥그런 물체가 제 발밑에 있었는데 물체 밑으로 늘어진 새까만 것이 바람에 날리면서 제 발가락을 간질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무심코 한마디 했습니다.

"하암─ 이건 뭐냐."

그런데 그게 말을 시킨 꼴이 됐는지 그 검고 둥그런 물체가 천천히 움직이며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뒤에서 누군가 부르면 오른쪽으로 천천히 돌아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억겁의 시간이 지나가듯 온통 검은색이던 물체가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뭔가 하얀 것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고 이게 뭔지 분명히 알 것 같았지만 차마 인정하기는 싫었습니다. 이윽고 검은 물체 안에서 뭔가 하얀 형체의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 제일 먼저 제 눈에 띈 것은 형체 위쪽의 빨간색 점 같은 것이었습니다. 공기마저 슬로모션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들면서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생각과 욕설들이 마구 뒤섞이고 있었죠. 드디어 그 물체가 정면을 향해 완전히 돌아섰고 제 상상대로 그것은 핏기 하나 없는 하얀 얼굴에 새빨간 눈, 검붉은 입술에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귀신이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바람이 계속 불면서 그것의 머리카락이 제 엄지발가락을 계속 간질이고 있었죠.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저는 눈을 감지도 못한 채 그것과 눈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것이 갑자기 스르르 움직이며 벽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져 버렸고 그와 동시에 저는 머리맡에 있는 시계를 집어 들었습니다. 시간은 새벽 3시 9분. 그러니까 이 모든 상황이 불과 2분 남짓한 시간에 일어났던 것입니다. 저는 마루로 내려가서 식구들 틈을 파고들어 겨우 잠을 청했습니다. 그 이후로 미국과 영국, 그리고 가장 최근에 울산에서까지 이런저런 것들을 마주하게 됐죠. 그때 본 그 빨간 눈과 제 발을 간질이던 머리카락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6. 가위의 경과

내가 처음으로 가위에 눌렸던 것은 13살 무렵이었다. 자다가 문득 눈이 뜨였는데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지만 나는 눈앞에 보이는 벽에 시선이 고정된 채 그쪽으로 당겨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됐다. 지금 여기서 깨지 못하면 죽는다는 것을 직감한 나는 죽을힘을 다해 고개를 돌려 간신히 가위를 풀었다. 그때는 그게 가위인 줄도 몰랐고 악몽을 꾼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 심할 때는 일주일 내내 그런 일들이 반복되며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고 나는 내가 정신적인 병을 얻은 거라 생각하며 속으로 혼자 끙끙 앓았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의 경우 가위를 풀려면 머리를 움직여야 했다. 그것도 움직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힘을 줘서 고개를 한 번에 홱 돌려야지만 간신히 깨어날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오차가 있으면 더욱더 심한 가위에 눌렸기 때문에 정말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셀 수 없이 많이 했었다.

집에 있을 때 제일 심했는데 딱히 장소를 가리지는 않았다. 군대에 있을 때도 가위는 어김없이 나를 괴롭혔다. 가위는 한동안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다가 또다시 다른 패턴으로 쭉 이어지곤 했다.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사물의 왜곡된 형상, 즉 옆에서 잠을 자고 있던 사람이 나를 향해 돌아누우면서 씨익 웃는다든지 내 지인 중 한 명이 엄청난 속도로 개구리처럼 뛰어온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그 후로는 사람들의 중얼거림 같은 괴상하고 기이한 목소리들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밤새 중얼거리곤 했다. 눈만 간신히 움직이는 상황에서 그 목소리들은 엄청난 무게로 위에서 나를 짓눌렀다.

그런 일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에는 꿈과 이어지는 가위눌림이 시작됐다. 주로 돌아가신 할머니가 무서운 얼굴로 나를 쫓아오는 꿈이었는데 하루는 너무 괴롭다 못해 악에 받쳐서 할머니를 향해

"할머니! 제발 그만 좀 괴롭히세요! 진짜 지겹단 말이에요!"

그렇게 소리를 질렀었다. 그 이후로 할머니는 내 꿈에 아주 가끔, 그것도 딱히 무섭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할 뿐이었다. 가족들 중 돌아가신 할머니의 괴롭힘을 당했던 사람은 나와 고모뿐이었다. 나름 대처를 한다고 베개 밑에 가위를 넣어 놓기도 했는데 십중팔구는 효과를 봤지만 나머지 하루나 이틀 동안은 몇 배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베개에 가위를 깔아 놓는 방법을 알려 준 사람은 살아생전의 할머니였다. 나를 괴롭히는 가위눌림의 강도가 심해질수록 나 자신이 점점 더 미워졌고 분노가 쌓이고 쌓여 폭발하기 일보 직전의 상태가 돼 버렸다. 나중에는 마구 화를 내며 소리치고 욕설을 하고 발악까지 했는데 그러면 상황이 다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감당이 되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날도 욕설을 내뱉으며 가위에서 풀려났는데 내 얼굴 바로 앞에 훅 하고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은 내 몸을 그대로 통과하며 사라져 버렸고 어떤 말이랄지 소리 같은 것은 들리지 않았지만 그 뜨거운 기운이 온통 악의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어떤 날은 나 홀로 누워 있는 방에서 내가 덮고 있던 이불이 공중으로 확 들리면서 뒤집어지는 것을 봤고 어느 해 겨울에는 밤마다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의 차가운 입김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나름대로 중간중간 대처 방법을 바꿔 보기도 했었지만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고통스럽게 중얼거리는 내 말을 거꾸로 따라 해 가며 나를 노려보던 또 다른 나를 목격한 후로는 그런 방법도 쓰지 않게 됐다. 가위에는 엄나무 가지가 좋다고 해서 묘목을 얻어다 키운 후 그 가지를 잘라서 머리맡에 두고 잔 적도 있었는데 가위가 막 풀리려는 시점에 처음 보는 할머니 세 분이 내 머리맡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본 후로 너무 무서워서 가지까지 버리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또 다른 방법을 쓰고 있는데 이게 효과가 있는지 예전처럼 심한 가위눌림은 겪지 않게 됐다. 그렇게도 살이 찌지 않던 내가 체중이 몇 kg이나 불었으니 말이다. 천성적으로 기가 약해서 이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죽기 전까지는 결코 끝나지 않을 싸움이 될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7. 의경 복무 중 겪었던 소름 실화

저는 공포물은 좋아하지만 무속 신앙이나 귀신은 믿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그런 생각이 바뀌게 됐죠.

의경 후반기 교육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주로 시위 진압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는 의경들은 팀원 간의 협동심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훈련소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친해졌는데 제가 담배를 피우는지라 흡연하는 동기들과 특히 친하게 지냈었죠. 동기 중에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무당이신 녀석이 있었는데 이 친구와 함께 담배를 피우며 많이 친해지게 됐습니다. 이 친구가 하는 말이 보통 신내림은 10대 때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하나뿐인 외아들이 신내림을 받는 것을 원치 않았던 동기 어머니는 동기를 외국으로 보내셨고 녀석은 미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와 입대를 한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때가 되면 언제라도 신내림을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집안 대대로 신줄이라고 할까, 그런 능력이 있다 보니 자기도 어느 정도 신기가 있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무속 신앙과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저는 동기에게 장난을 친다고 지금 우리 주변에 귀신이 있느냐, 나에게 붙어 있는 귀신도 있냐 하는 식으로 동기를 매번 귀찮게 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청소 시간이 되기 전에 담배를 한 대 피우러 갔을 때였는데요. 문제의 그 동기 녀석이 훈련소 사람들 중 한 명인 A를 지목하며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야. A 쟤, 오늘 훈련받다 다쳤냐? 목에 무슨 멍이 저렇게 크게 들었대?"

"읭? 오늘 힘든 거 안 했는데 뭔 소리야? A 닮은 귀신이라도 봤냐?"

"네 눈엔 저거 안 보이냐?"

그렇게 정색을 하며 말하는 녀석에게 저와 다른 친구는 누가 무당 아들 아니랄까 봐 그러냐며 장난 좀 그만 치라고 웃었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녀석은 끝까지 A의 목에 마치 검은 줄이 그어진 것처럼 진한 멍이 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그 친구는 훈련이 끝나는 날까지 A를 걱정했고 그럴 때마다 저는 네가 잘못 본 거라며 애써 동기를 달랬지만 찜찜한 마음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수료를 받고 부대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부대에서는 특정 일수 동안 별 탈 없이 잘 지내면 포상 휴가의 개념을 특박을 받게 되는데요. 대부분 받게 되는 이 특박을 세 개의 부대가 받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자·살 사고 때문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자세한 상황이 몹시 궁금해졌던 저는 수소문 끝에 지방청으로 들어간 동기를 통해서 자초지종을 듣게 됐습니다. 알고 보니 A가 들어갔던 부대에서 사고가 났던 것이었더군요. 제가 알아본 바로는 자살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사고 당사자인 그 친구는 평소 부대 생활도 성실하게 잘 했고 부대원들과의 관계도 원만했으며 모든 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휴가를 나갔다가 집에서 목을 매달았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사고의 당사자가 바로 A였다는 것이었죠. 큰 충격을 받은 저는 훈련소 시절 끝까지 A를 걱정하던 문제의 그 친구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야, 네가 목에 심하게 멍들었었다고 했던 A 있잖아. 결국 자살했대. 너도 알고 있었어?"

그러자 친구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너도 항상 조심해라. 괜히 나서지 말고."

녀석이 A를 그렇게 걱정했던 이유가 바로 이 사고를 예견했기 때문이었을까요. 녀석이 했던 말의 속뜻은 뭐였을까요. 젊은 나이에 짧은 생을 마친 A의 명복을 빕니다.

무서운이야기

엄청엄청엄청 소름돋고 무서운 이야기 해주세요ㅜㅠㅠㅜ 진짜 무서워서 오줌 지릴 정도로 무서운 이야기ㅜㅠㅜㅜ 무서운 이야기 아기방 이야기를 꺼내 보자면 한 10년 전쯤...

무서운이야기

친구들한테 해줄만한 엄청 무서운 이야기 부탁드려요! 내일... 차단합니다 무서운 이야기 1. 왜 없지 저희 남자 국어... 일이라며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선생님은 평소...

무서운이야기 해주세여

딱히 안무서운 이야기 한 3~10개정도 적어주세염 채택!✅️ 무서운 이야기 1. 애처로운 선배 (2ch 괴담) 내 직장 선배에... 그 당시 저는 무서운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도 견디지...

무서운 이야기 해서 속이 안좋음

친구들이랑 아까까지 무서운이야기 해서 속이 안좋아진거 같은데 혹시 심리적으로... 친구들과 무서운 이야기를 해서 속이 안 좋아졌는데,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원래 속이 안...

진짜 지릴만한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ㅣㅣㅣ 무서운 이야기 (2ch 괴담) 예고하는 남자 2년 전의 일입니다. 저는 여름 방학을 맞아 대학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바비큐를 하러 갔습니다. 오랜만에 동아리...

무서운이야기 책 추천좀

무서운이야기 책 추천좀 그림없고 소설로만 됀걸로 많이 부탁드릴께요. 무서운 이야기를 즐기는 것 같네요! 여기 몇 가지 무서운 소설을 추천해 드릴게요 1)"위서...

무서운 이야기

... 무서운이야기 바탕으로 유튜브에 올리려는데 무서운이야기가 도무지 생각이 안나서요!ㅜㅜ 유튜브에 올라와도 되는 무서운 이야기 하나씩이라도 적어주시면 정말 감사할것...

무서운 이야기 해주세요!!

... 무서운 이야기 최대한 많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석공 냥돌이님( •̀ ω •́ )✧ 무서운 이야기 1. 끔찍한 아줌마 귀신 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무서운 이야기

석공냥돌이님 무서운 이야기 해주세요 긴글 5가 정도로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서운 이야기 1. 휴대폰 문자 예전에 어떤 프로젝트 개발의 책임자로 모 회사에 근무할 때의...

짧은 무서운 이야기해주세요!

한 4~5줄 정도 되는 무서운 이야기 해주십쇼! 안녕하세요. 한 4~5줄 정도의 짧은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고요한... 무서운 이야기의 끝에는 항상 질문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