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게 무서운 이야기 알려주세요..!

되게 무서운 이야기 알려주세요..!

작성일 2022.02.11댓글 2건
    게시물 수정 , 삭제는 로그인 필요

최대한 많이요..!



profile_image 익명 작성일 -

무서운 이야기

1. 귀신 보는 친구와 겪은 일 (부제: 붉은 벽돌담의 집)

A는 보통 귀신이 나타나면 내 눈만 뚫어지게 계속 쳐다보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이게 그것에 엮이지 않는 일종의 노하우라고 한다.

때는 내가 군 복무 중에 잠시 휴가를 나왔을 무렵. 우리는 그날 저녁에 만나 집 근처 시장에서 어묵을 사 먹은 뒤 골목을 지나서 집으로 가고 있었다. 한때 즐겨 했던 게임 캐릭터 이야기를 하면서 괜히 벽을 밟고 뛰기도 하고 워낙 어릴 때부터 친한 사이였으니 애들이 놀듯 장난을 치며 떠들고 있었다. 그런데

"아나···. 또 내 눈 쳐다보네. 뭐 있어? 야, 방법이라도 좀 바꿔라. 기분 영 별로거든?"

"그럼 뭐 손이라도 잡을까?"

"뭔 헛소리야?"

"일단 이게 최선이야."

"혹시··· 진짜 뭐 있어?"

"어, 있어. 확실하게."

우리는 붉은색 벽돌담의 집을 지나가고 있었고, A는 갑자기 시선을 돌려서 앞을 보며 걸었다. 서로 별다른 말 없이 걷다 보니 편의점이 나왔고, 내가 담배를 사려고 갔는데 평소의 A는 살 것이 없으면 밖에서 기다리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굳이 편의점 안으로 따라 들어오는 것이다.

"왜. 뭐 사게?"

"밖에 있어."

"헐. 그거? 따라온 거야?"

"그런 것 같은데. 혹시 동네에 죽은 사람 있대?"

"야, 나 지금 군인이야. 우리 집 비번도 모르는데 내가 그걸 알겠수?"

"어쩌지···."

"네가 더 잘 알겠지. 그냥 확 나가서 우리 집까지 뛰어가든가."

"오~. 너희 집에 가둬 두면 되겠네."

"야!"

"그럼 어떡해, 팥 같은 것도 없는데."

"그러게. 그런 건 시장이나 큰 마트 가야 있을 텐데. ···아! 그 인스턴트 팥죽 같은 건 안 되나?"

"와, 임기응변 보소?"

그렇게 우리는 진짜로 인스턴트 팥죽을 사서 편의점 앞에 뿌렸다. 레이저를 쏘며 우리를 노려보는 알바생에게 A는 슬쩍 현금을 건넸고, 알바생은 더 뿌려도 된다며 쿨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팥죽을 여기저기 뿌리던 A가 갑자기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집으로 가려면 아까 전의 그 붉은 벽돌담을 지나가야 하는데 무슨 일인지 A는 다시 시장으로 되돌아갔다.

"하아··· 하아··· 이 자식, 친구 버리고 튀는 거 봐라? 공부하겠다고 일본 유학씩이나 갔는데 인성은 그대로네!"

"하아··· 하··· 아니, 아까 그게 눈이 확 돌아 버린 것 같아서 그랬지."

"아니, 대체 우리가 뭐 했다고?"

"네가 아까 뭔 기술 보여 준다고 벽돌담 밟고 생쇼해서 그런 것 같은데."

"뭐라고? 귀신 주제에 드럽게 쪼잔하네! 망치로 내리친 것도 아니고, 벽을 부순 것도 아니고 그거 한 번 밟았다고 그러는 거야?"

"거기다 나 같은 사람이랑 같이 있으니까 뭔가 오해한 것 같아. 근데 좀 이상하네."

"뭐가?"

"생긴 거 말이야. 키 엄청 크고, 손가락도 장난 아니게 긴데 거기에다 장갑까지 끼고···."

"뭔데, 그게?"

"야. 가 보자."

"어딜? 설마···."

"어디긴 어디야, 거기지."

"너 미쳤냐?"

"중간에 뭔 일 생기면 나 버리고 튀어. 국방의 의무를 지키는 중인데 체력 좋을 거 아냐."

"야, 그건 신병 때나 그렇지. 나 지금 병장 되고 급 살쪄서 몸이 무겁다고."

그렇게 짧은 대화를 마친 우리는 만반의 준비 끝에 문제의 벽돌담 집으로 향했다. A는 담벼락 앞에 서서 심하게 당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 이거 골치 아파지네."

"왜, 왜? 뭐 있는데."

"지금 이 담벼락 벽돌 사이사이에 무슨 눈알 같은 게 박혀 있는데 한 놈이 아닌가 봐. 아까 여기 있을 때 네 눈 쳐다보다가 다시 정면을 본 건 그놈이 네 눈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있어서 무서워서 그런 거야."

"뭐?! 나?!"

"그래. 키가 2m가 넘는 것 같은데 네 옆에서 나란히 걷길래 지켜본 건데 편의점 안까지는 안 들어오더라. 근데 내가 팥죽 뿌리니까 뭔 야생동물처럼 입을 쩍 벌리더니 갑자기 달려들어서 도망쳤다니까."

"진짜? 야, 나 지금 소름 돋아!"

"너한테는 별로 관심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럼 아까 너 먼저 집에 보냈어도 됐겠네."

"근데 왜 가자고 한 거야?"

"네가 따라온다고 했잖아."

"와, 진짜···."

결국 우리는 문제의 벽돌담 집 내부를 살펴보기로 했는데 초인종은 이미 고장 났는지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었고, 문도 잠겨 있었다.

"주인 없는 집에서 이래도 되나?"

"담 넘어가 볼까?"

"야, 나 군인이라고. 주거침입죄 적발되면 바로 영창 간다니까? 주인이 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어쩌려고?"

"어차피 여기서는 사람 못 살아. 빨리 와."

우리는 집 안에서 반응이 없는 것을 몇 번 더 확인한 뒤 담 아래쪽에 있는 화단을 밟고 담을 넘어갔다. 오래된 옛날식 현관문은 열쇠로 잠그는 방식이었는데 이미 열려 있었고, 문에 달린 유리도 전부 다 깨져 있었다.

"와─ 분위기 살벌하네."

"저놈이 도발하는데."

"어, 어떻게?"

"단발머리 여자앤데 초등학생 정도 돼 보여. 들어오라고 자꾸 손짓하는데 눈이 없는데?"

"돌겠네, 진짜!"

"죽은 지 꽤 오래된 걸 보니 가면 100% 씌겠다. 차림새가 완전히 옛날 사람이야. ···어? 없어졌다. 야, 들어가자."

조심스레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각종 살림살이와 옷들이 지저분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그런데

"아─ 큰일 났다···."

A는 그 말을 함과 동시에 현관문을 닫았고, 어디서 난 건지 독특하게 생긴 깃털 장식 같은 것을 문 손잡이에 걸었다. 집 안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사방에서 한기가 느껴지니 아무것도 안 보이는 나조차도 귀신이 있는 것처럼 생각될 정도였다.

"아, 뒷골 땡겨···."

"겁먹지 마. 그러다 놈들 다 들어와."

"아니, 도대체 이 상황에서 어떻게 겁을 안 먹어?"

나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지만 이게 추위에 워낙 약해서 그런지 배터리가 순삭되어 금방 꺼져 버렸고, 그 와중에 A 녀석은 옷가지를 주워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야, 너 미쳤어?!"

"잠자코 따라와."

A는 불이 붙은 옷을 휘저으며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고, 우리는 재빨리 담벼락을 넘어서 밖으로 탈출할 수가 있었다.

"하··· 진짜 간 떨어지겠네. 너 그러다 불나면 어쩌려고 그랬어? 콩밥이 그렇게도 먹고 싶냐?"

"뭔 소리야? 물속에는 귀신이 있어도 불속에는 없어."

"그, 그런가? 아무튼 빨리 뛰자!"

"걸어가도 돼. 그새 쫄았냐?"

"근데 이런 폐가 들어가서 물건 잘못 건드리면 안 된다며. 그리고 아까 그 깃털 같은 건 뭐야?"

"아까는 별 수 없었어. 너 오늘 집에 가지 말고 우리 집에서 잘래? 아, 아니다. 그냥 바로 우리 엄마한테 가자."

안 그래도 불안했던 차에 나는 좋다고 A를 따라나섰고, 우리는 A 어머니의 신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 걸으면 걸을수록 속이 심하게 울렁거리는 것이다.

"콜록! 커헉···! 이 타이밍에 왜 멀미가 나지?"

"미안하다, 친구야. 벌써 붙은 것 같아."

"나, 나한테?!"

"어···. 그냥 살짝 보고만 나오려고 했는데 나도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 미안해. 네가 놀랄까 봐 말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일단 빨리 우리 엄마한테 가자."

그렇게 겨우 A 어머니의 신당에 도착하고 보니 온 세상이 빙빙 돌면서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왔다. 나는 이내 중심을 잃고 쓰러졌고, A 어머니의 넓은 손바닥이 내 등에 내리꽂혔다.

"으이그~ 이 정신 나간 놈들아! 이 녀석들이 머리 컸다고 아주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하고 다니네?"

"하··· 진짜···. 주둥이 확 찢어 버리기 전에 닥쳐! 네까짓 게 뭔데 쳐 지껄여대는 거야?!"

그런 A 어머니의 호통에 나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고, 놀랍게도 어머니에게 생전 들어 보지도 못한 욕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머리로는 내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당장 멈춰야지 했는데 이상하게 점점 더 화가 나면서 계속 욕을 하고 나중에는 어머니를 때리려고까지 하는 것이다. A의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아유~ 지랄 났다, 지랄 났어."

"닥치라고, 이 잡것아! 팔다리를 확 꺾어 버릴라!"

"아, 여보세요. 거기 치킨집이죠? 네. 여기 시장 지나서 파란 대문 집인데요. 예, 예. 치킨 한 마리 좀 빨리 갖다주세요."

A의 어머니는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치킨 배달 주문을 했고, 통화를 마친 뒤 나를 살살 달래기 시작했다.

"일단 우리가 잘못해서 미안하고, 맛있는 거 줄 테니까 그만 나가 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하구나. 이건 아니지. 그렇지?"

그렇게 말하는 A 어머니의 눈빛은 평소의 나를 보는 것과는 180도 다른 느낌이었는데 꼭 흉기를 든 살인마가 내 바로 앞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단순히 귀신을 봐서 무서운 게 아니라 실제로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기분이었달까. 마치 영화 신세계에서 중구가 살려는 드릴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얼마 후 치킨이 도착했고, A의 어머니는 내 앞에 치킨과 각종 과자들을 내어 줬다. 나는 그걸 보자마자 낚아채듯이 빼앗아서 허겁지겁 먹었는데 이게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는 것이다. 근데 진짜 웃긴 게 음식을 입속에 욱여넣는 것처럼 마구 먹으면서도 화가 계속 났다. 나는 중간중간 A와 그의 어머니에게 계속 욕을 내뱉었다. 머리로는 분명히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 싶었고, 당장 멈추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배가 그냥 고픈 것이 아니라 허기가 지는 상태에서 음식은 계속 먹히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계속 화가 나지, 진짜 너무 답답하고 죄송했다.

"휴··· 이제 한 놈 남았네."

그러면서 A의 어머니는 거실 한켠에 있는 서랍에서 무슨 장난감 같은 것을 꺼냈고, 그 이후로는 기억이 없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내가 방석에 정좌로 앉아 있었고, A의 어머니는 깃털이 빼곡하게 달린 커다란 부채 같은 물건으로 내 몸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부드러운 깃털이 피부에 닿는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며 나른해졌고, 나는 갑자기 히죽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헤헤헤헤, 흐헤헤헤헤! 아줌마, 이거 뭔데 이렇게 기분이 좋아요?"

"하··· 이제 다 끝났다."

그 말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놀랍게도 아침 6시가 다 되어 있었다.

"헐···. 뭐야, 날 샌 거야? 아줌마, A 어디 있어요?"

"자기 건 자기가 떼어야지. 자기가 잘못했는데. 너는 좀 괜찮니?"

그러면서 A의 어머니는 방문 쪽을 가리켰고, 그 안에서 A가 통곡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이놈이 나한테 미안해서 그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A에게도 귀신이 붙어서 어머니가 직접 처리하라고 하신 것이었다.

"엄마가 평소에 몸가짐 바르게 단단히 하라고 했잖아. 아무 잘못도 없는 친구까지 끌어들여서 이게 뭐 하는 짓이니? 네가 벌인 일은 네가 책임져. 이 정도도 못하면 어디 가서 무속인이라 하지 말고, 내 아들이라고 하지도 마. 창피해."

그날 A는 갖은 고생 끝에 겨우 붙은 것을 떼어냈다고 한다.

다음 날, 나는 부대에 복귀하기 전에 A를 만났다. 얼굴이 완전히 초췌해진 녀석은 나에게 다시는 그런 데 가지 말자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근데 너도 씌었었냐?"

"어. 그 현관 쪽에서 봤던 단발머리 여자애가 눈이 파이기 전의 모습들이 보이더라고."

"그러니까, 눈이 없는 게 아니라 파인 거라고?"

"어···. 걔 엄마가 그렇게 한 거였어."

2. 목격자를 찾습니다.

같이 일하는 알바생이 뺑소니를 봤다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뒤에 차를 몰고 집으로 가던 중 흰색 승용차 운전자가 차 앞에 쓰러진 여자를 급하게 트렁크로 넣는 장면을 우연히 봤다는데 트렁크에 여자를 넣으면서도 비틀비틀거리는 게 음주 운전을 해서 그런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왜 신고를 안 했냐는 말에 자기도 음주운전한 거 걸릴까 봐 그랬다고 말하는 게 참 한심해 보였다.

이후 알바가 끝나고 집으로 가던 도중 뺑소니 사건의 목격자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발견했다. 어젯밤 1시경에 흰색 아우디가 25세 은행원 김 모 씨를 치고 시체를 몰래 트렁크에 싣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아래 번호로 전화를 달라고 쓰여 있었다. 아마도 녀석이 봤다는 사건이 이것인 것 같아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는 녀석에게 메시지를 보내 네가 본 게 바로 이거 아니냐고 물었다. 잠시 후 답장으로 맞는 것 같은데 음주운전한 게 걸릴 것 같으니 전화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왔다. 답장을 본 나는

[네가 처벌받는다고 해도 그놈보다 적게 받고, 네가 신고 안 하면 피해자 가족은 영원히 고통받으면서 살 거야. 잘 생각해 봐.]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그 이후, 다시 답장이 왔다.

[알았어요. 일단 전화해 볼게요.]

전단지에 쓰인 번호로 일단 신고는 하려는 모양이다. 녀석의 운전면허증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옳은 일을 하게 한 것이니 좋게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다음 날 녀석이 알바를 안 나왔다. 아무리 전화를 해 봐도 집 전화도, 휴대폰도 받질 않는다. 그다음 날이 돼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전단지는 피해자와 경찰만이 붙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3. 미국 그리즐리 베어에게 쫓긴 실화

이 이야기는 제가 미국에서 겪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여름 방학을 맞아 어머니와 함게 미국 몬태나주에 있는 이모 댁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그곳은 한국으로 치면 강원도 산골 마을 정도 되는 시골입니다. 이모네 가족은 어린 딸과 함께 소를 방목하여 키우는 목장주로 살고 계시죠. 이모네 집 주변에는 광활한 대평원과 산맥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미국에 간다고 해서 나름 기대했던 저는 그런 점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저는 짐을 풀고 집 구경을 하다가 앞으로 제가 머물게 될 방으로 가는 복도 한쪽에서 금고 하나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장난삼아서 비밀번호를 풀었는데 거짓말처럼 금고가 열렸고, 안에서 커다란 리볼버 권총 하나와 총알이 든 상자가 나왔습니다. 당시 철없는 중학교 2학년이었던 저는 그것들을 슬쩍 빼낸 후 금고를 잠갔습니다. 저는 방으로 들어가서 총을 만지작거리다 총알을 다섯 발 정도 장전한 후 총을 주머니에 넣고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총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으니 제가 마치 어떤 대단한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한참을 걷던 저는 하늘이 어두워지자 이모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그때.

"음머어어어─"

어디선가 소 울음소리 비슷한 게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했습니다. 제가 알던 평온한 느낌의 울음소리가 아닌 뭔가 쥐어짜는 듯, 울부짖는 듯한 소리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다가가 봤습니다. 그리고 언덕 아래쪽을 슬쩍 내려다보니 아주 커다란 무언가가 땅에 딱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의 울음소리는 엄청난 고통과 죽음의 공포가 뒤섞인 절규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본능적으로 주머니에 든 총에 손을 가져다 댔습니다. 당장 안전한 곳으로 도망쳐야 하는 것은 알았지만 그놈의 호기심이 뭔지, 몸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의문의 형체에게 천천히 다가간 저는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습니다. 소가 몸통이 뒤집어진 채 멍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고, 그 위에는 아주 거대하고 육중한 곰이 소를 산 채로 뜯어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와 눈이 마주친 곰은 저를 향해 몸을 천천히 움직였고, 저는 그대로 굳어 버린 채 덜덜 떨고만 있었습니다. 입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다가오는 곰의 모습은 실제로 보니 정말 괴수 그 자체였죠. 저는 떨리는 몸을 겨우 움직여서 주머니에 있는 총을 빼 든 후 심하게 떨리는 손으로 곰의 머리 쪽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그때는 정말 살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탕─!"

총소리와 함께 저는 엄청난 반동으로 총을 놓쳐 버렸습니다. 균형을 잃고 넘어진 저는 곧바로 일어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렸습니다. 언덕을 넘어가며 살짝 뒤를 돌아보니 거대한 몸집의 곰이 저를 마구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잡히면 죽는다는 생각에 근육이 마구 꼬이고 뒤틀렸지만 그래도 저는 이를 악물고 달렸습니다. 하늘이 도왔던 건지 그렇게 저는 간신히 이모네 집에 도착했습니다. 한참이 지나도 제가 돌아오지 않자 어른들 모두 집 밖에 나와 계셨습니다. 저는 사실대로 모두 털어놨고, 어른들에게 호되게 혼이 났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이모부와 함께 곰을 처음 봤던 곳으로 가 봤더니 근처에 권총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m 떨어진 곳에는 참혹하게 뜯어먹힌 소의 사체가 있었습니다.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고, 눈이 있어야 할 자리 역시 심하게 파먹힌 상태였죠. 이모부는 소의 상태를 보시더니 수컷 그리즐리일 확률이 높다 하셨고, 정말로 큰일 날 뻔했다며 제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셨습니다.

나중에 나이를 더 먹고 곰이 달리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제가 그때 어떻게 도망칠 수 있었던 건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 제가 그때 도망치지 못했더라면 저는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4. 소름 돋는 그 아이

예전에 학원 영어 선생님께 들었던 이야기다. 당시 25살의 대학생이었던 선생님은 활발한 성격에 기독교가 모태 신앙이라서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선생님은 교회에서 어린아이들에게 찬송가를 불러 주고, 맛있는 것도 사 주며 아이들을 이끌고 전도하는 역할을 하셨는데 하루는 예배하는 아이들 틈에 처음 보는 꼬마 애가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저 아이는 예전에 교회에 다녔었는데 정신적으로 심하게 불안해서 치료를 받는다고 한동안 오지 않다가 아주 오랜만에 온 거라고 했다고 한다. 그 말에 선생님은 처음 보는 그 아이가 달갑지 않았지만 어린아이가 설마 무슨 짓을 하겠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예배를 마친 후, 아이들이 찬송가를 부르기 위해 선생님 주변으로 둘러앉았다. 그때 함께 교회를 다녔던 선생님 친구분께서 눈을 감고 기도를 이끌었는데 선생님의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고 한다. 눈을 살며시 떠 보니 모두가 고개를 숙인 채 기도하는 사이에서 그 아이가 선생님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 모습에 놀란 선생님은 애써 모른 체 눈을 감았고,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아 서둘러 교회를 빠져나왔다. 그런데 그날따라 하필 비가 심하게 내리는 것이다. 갑작스레 내리는 비에 선생님은 우산도 없이 후다닥 정류장으로 뛰어갔다.

그날따라 버스도 오지 않고 초조해하고 있던 그때, 저 멀리 빗속에서 누군가가 정류장 쪽을 향해 마구 뛰어오는 게 보였다. 자세히 보니까 오랜만에 교회에 왔다던 그 꼬마 아이였다. 왜,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들은 뭐 하나에 꽂히면 그걸 끝까지 쫓는다는 말이 있잖은가. 문득 자신이 아이의 타깃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선생님은 정류장에 선 버스를 무작정 타 버렸다고 한다. 그때까지도 그 아이는 선생님을 계속 주시했다. 그 사이 버스가 출발을 하긴 했는데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차가 심하게 막혔던 듯하다. 창밖을 멍하니 보며 낙서를 하던 선생님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유리창 너머에 아까 그 아이가 서서는 눈을 부릅뜬 채로 선생님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은 애써 태연한 척 가만히 앉아 있다가 다음 정류장의 문이 열리는 순간 후다닥 뛰어내렸다. 다행히 주변에는 낯선 사람들뿐이었고, 선생님은 마침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친구에게 들러서 비도 피할 겸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그때는 휴대폰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을 때라 선생님은 정류장 근처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로 들어갔다. 친구에게 오늘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으니 우산 좀 가지고 나와 달라고 말을 하고 있었는데 전화기 옆쪽에서 어른거리는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다고 한다. 옆을 휙 돌아본 순간 선생님은 다리에 힘이 쫙 풀리고 말았다. 그 아이가 밖에 서서 그 비를 다 맞아 가며 공중전화 박스에 귀를 대고는 대화 내용을 엿듣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는 여전히 눈을 부릅뜬 상태로 두 손을 모아서 귀를 대고는 필사적으로 대화를 엿들으려 하고 있었다. 그 길로 공중전화 박스를 뛰쳐나간 선생님은 큰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시내 한 바퀴를 쭉 돌다가 겨우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다음 날 선생님은 교회 목사님께 사정을 설명했고, 그 후로 일부러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교회에 다니셨다고 한다.

5. 그녀는 왜

어떤 교회에서 강원도 쪽에 있는 어느 강가로 수련회를 갔다고 합니다.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날 자유 시간에 교회 사람들은 여기까지 왔는데 물놀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냐며 물놀이하기 딱 좋은 적당한 깊이의 장소를 찾아서 갔습니다. 다들 젖어도 되는 옷으로 갈아입고 물에 들어갔는데 여자분 한 분이 물에 들어갈 생각은 않고 그냥 멍하니 물만 쳐다보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사람이 같이 좀 들어가자며 끌고 당기고 했는데 여자분이 자기는 물도 무섭고 들어갈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서 극구 사양을 하더랍니다. 제발 구경만 하게 해 달라고. 사람들은 싫다는데 억지로 데려가 봐야 재미도 없을 테고 해서 그럼 그늘에서 그냥 쉬라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금 찜찜하긴 했다는군요. 왜냐하면 그 여자분이 자꾸 귀신 같은 게 보여서 힘들다며 교회에 나오게 된 분이셨기 때문이라네요. 사람들은 그 여자분이 보고 있으니 사고가 나도 구해 주거나 신고해 줄 사람이 있으니 마음을 놓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신나게 놀던 중에 뒷정리를 하시던 분들이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분들도 옷을 갈아입고 물에 들어갈 준비를 했답니다. 그리고 물에 들어가려 하는데 갑자기 여자분이 물에 들어가려던 한 분의 이름을 부르면서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고 하더랍니다. 위험할 거라며 말이죠. 그분은 괜찮다며 물에 들어가려 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그 여자분이 소리를 있는 대로 크게 질러 대며 그분 이름을 부르면서 제발 좀 들어가지 말라고 울고불고 생난리를 치더랍니다. 그 여자분이 너무 심하게 소리 지르고 하니까 물에 들어가려던 그분은 다른 분들에게 먼저들 놀고 있으라고 말하고 그 여자분한테 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보러 갔답니다.

가서 물어보니 그 여자분이 한다는 말이, 자기는 귀신들이 보인다며 말을 하는데 자기가 물가에 와서 보니 수많은 귀신들이 수면에 머리만 내놓고 있더랍니다. 그런데 그 귀신들이 자기 일행이나 귀신을 알아보는 자신한테도 전혀 무관심하게 그냥 마네킹처럼 멍하게 있길래 전혀 위험할 것 같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은 수영하게 놔뒀다네요. 그래서 물에 들어가려던 그 사람이 그럼 왜 나만 못 들어가게 했냐고 물어보니 그 여자분의 말이, 당신이 물에 발을 넣으니까 그 귀신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당신만을 쳐다봤다’고 하더랍니다. 자기는 그걸 보고 ‘당신이 물에 들어가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못 들어가게 막은 것’이라고. 그리고 ‘그 귀신들, 아직까지도 당신만 쳐다보고 있다.’라고 했다더군요.

6. 위기일발

[숙, 숙, 숙]

사키는 익숙하지 않은 소리에 눈을 떴다. 침낭의 지퍼를 열고 몸을 일으킨 사키는 멍한 머리로 방금 자신이 들었던 그 소리가 꿈속의 것인지 현실의 것인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슥, 슥, 스윽]

그런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텐트가 안쪽으로 크게 휘어졌다. 당황한 사키는 침낭에서 빠져나와 텐트 밖으로 뛰쳐나갔다. 바깥에서 여러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요즘 같은 세상에 여자 혼자 여행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던 사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잠시 후, 캠프장 관리소에 도착한 사키는 앞에 설치된 긴급 전화로 경찰에 신고한 뒤 관리소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걸어 잠갔다. 십여 분 만에 도착한 두 명의 경찰과 함께 텐트로 돌아가 봤지만 텐트는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했다. 그때, 손전등을 들고 텐트 주변을 살펴보던 경찰관 한 명이 사키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진짜 위기일발이었던 것 같습니다."

"네···? 그, 그렇게 위험했던 건가요···?"

사키의 떨리는 목소리에 경찰관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예. 상당히 위험했던 것 같아요."

경찰관은 텐트에 손전등을 비추었고, 자세히 보니 텐트에 작게 갈라진 여러 개의 틈이 보였다.

"뭐라고 해야 할지···. 혹시, 통에 플라스틱 칼을 꽂다 보면 해적이 튀어 오르는 [해적 룰렛] 게임 아시죠?"

"네?! 어, 네···."

"그것을 진짜 칼로 하려고 했던 것 같네요."

7. 기묘한 여자 친구

내 여자 친구는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 녀석이 소개해 줬는데 오빠 동생 사이로 어느 정도 알고 지내다 사귀게 됐다.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의 일이다.

그녀는 아주 예쁘고 차분하며 내 의견을 존중해 주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가 하는 행동들이 보통 사람과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애 초반에는 밥 먹고 영화 보고 차 마신 후에 헤어지는 정도로 데이트를 했는데 서로 점점 가까워지자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 갔다.

하루는 해운대로 놀러 가서 함께 모래사장을 걷고 있었는데 그녀가 걷다 말고 갑자기 말도 없이 멈춰 서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녀가 웃으면서 금방 갈 테니 저쪽에 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있으라고 했다. 그래서 또 왜? 하고 물었더니 다른 사람이 뒤에서 자기를 잡고 있어서 이야기를 좀 하고 가겠다는 것이다. 그녀는 한 손은 내 손을 잡고 있었고, 한 손은 뒤로 뻗은 채 서 있었다. 물론 그녀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장난치지 말고 얼른 가자고 했는데 그녀가 말하기를, 뒤에서 다른 것이 잡고 있어서 못 움직이겠다며 못 믿겠으면 한번 당겨 보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손을 힘껏 잡아당겼는데 정말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부탁이니까 잠깐만 가 달라며 금방 따라가겠다고 했고, 나는 멀찍이 서서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그녀는 그 자세 그대로 어떤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진짜로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녀는 웃으며 내게 걸어왔고, 이제 됐으니 가자며 내 팔을 잡아끌었다. 얘가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이상하긴 했지만 내가 그런 쪽으로는 워낙 무디다 보니 그때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그녀가 ‘참으로 신박한 장난을 치는구나’ 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며칠 후, 밤에 그녀와 함께 차를 몰고 인적이 드문 산길 드라이브를 가고 있었다.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그녀와 기분 좋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녀가 대뜸 차를 세우라고 했다. ‘우리 귀염둥이, 볼일이 급한가 보다’ 하고 센스 있게 갓길로 조용히 차를 세웠는데 차가 서자마자 나에게 한다는 말이 빨리 내려서 저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으라고 하는 것이다. 다짜고짜 그러는데 정말 황당했다. 왜 그러냐고 물어도 그녀는 빨리 나가라며 소리만 질러댔고, 순간 당황한 나는 차에서 후다닥 내려 멀찍이 떨어졌다. 차 안을 유심히 지켜보니 그녀는 해운대 바닷가에서 했던 그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차 안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듯한 행동 말이다. 그제서야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돌이켜 생각해 보니 조금 이상했던 상황이 몇 번 더 있었다. 그녀는 가끔 나와 대화를 하다가도 이내 입을 꾹 다물고 천장 한쪽 구석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그 외의 다른 몇 가지 일들이 떠오르자 소름이 확 돋았다.

그날 나는 서둘러 그녀를 집에 데려다준 후 인터넷 메신저에 접속했다. 마침 그녀를 소개해 줬던 그 친구 녀석이 접속해 있길래 쪽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바로 답장이 왔다. 나는 그녀와 있었던 기이한 일들을 털어놓으며 그녀가 아무래도 평범한 사람 같지 않다고 했다. 친구는 내 쪽지를 보기만 하고 한동안 말이 없더니 이런 내용의 답장을 보내왔다.

[저, 미안한데··· 그 친구 어머니가 무당이셔···. 집안 내력인지는 몰라도 걔 어릴 때부터 귀신 보고 이상한 행동 하고 그래서 친구들이 좀 피했었거든. 몇몇 친구들은 도움을 받기도 했는데 나도 그중 한 명이야. 그리고 걔, 조만간 신내림도 받을 거야. 그전에 평범한 연애를 해 보고 싶다 해서 너를 소개해 준 거고. 내 주변 사람들은 걔가 어떤 애인지 다 알고, 내가 믿을 만한 사람도 너뿐이라서 말이야···. 솔직히 말 못 해서 미안해.]

지금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름 이런저런 일을 다 겪은지라 선입견이나 편견 같은 것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때는 친구란 놈이 나를 속였다는 생각에 별의별 욕을 다 했던 것 같다. 놀라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자판으로 욕을 마구 치다가 제풀에 지쳐 컴퓨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그때

"띵딩,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하나 왔다.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확인한 나는 온몸의 피가 차게 얼어붙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숨이 턱 막히며 심장이 멎어 버릴 것만 같았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여자 친구가 보낸 문자였는데 이런 내용이었다.

[야. 너 내 얘기 하고 있었지?]

8. 데자뷰

때는 2002년, 고3 여름. 여름 방학이 수능 점수를 좌우한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에 한창 수능에 열을 올리고 있던 시기였다. 동네 도서관 한 달을 끊고 진짜 식음을 전폐하고 공부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내 미칠 듯한 학구열 때문에 자정이 넘어갈 때까지 공부하고 있었다. 열심히 수학 문제를 풀다가 듣고 있던 CD 노래가 끝나서 음악 CD를 다른 것으로 바꾸려고 고개를 확 돌렸는데··· 순간 데자뷰. 한 마디로 그날 아침에 꿈에서 봤던 것과 똑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확 떠올랐다. CD 플레이어와 녹차컵의 위치, 내가 풀고 있던 문제, 내 시선이 돌아가는 그 순서까지 정말 하나같이 똑같았다.

그런데 그 다음 상황이 문제였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꿈에서 본 대로 흘러간다면 고개를 들어 내 왼쪽 창문을 쳐다보면 그 창문에 반사되어 내 뒤쪽에 귀신이 서 있는 장면이 보이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니, 도저히 들 수가 없었다. 정말 굉장한 공포감. 그리고 그대로 1분간 굳어 있었다. 너무 무서웠다. 더 이상 못 참을 것 같았다. 용기를 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땅바닥만 쳐다보며 뛰어나왔다. 남자방을 겨우 빠져나와 총무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을 때의 그 안도감이란···. 나는 그날 내 자리 사물함도 못 잠그고 전등도 못 끄고 집에 왔을 정도로 엄청난 공포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난다. 몇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왼쪽 창문을 보지 않은 게 너무 다행스럽다·····.

9. 네잎클로버

"선생님, 이거 봐요!"

사키를 올려다보며 타쿠야가 손을 내밀었다. 그 손안에는 작은 잎이 달린 풀이 1개 쥐어져 있었다.

"이게 뭐니?"

"네잎클로버예요!"

자세히 보니 확실히 클로버였다. 게다가 정말로 잎이 네 개.

"이야~ 진짜네! 대단하구나. 너한테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야."

타쿠야는 자랑스러운 듯 웃었다.

"이거 엄청 많이 있어요. 제가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곳을 알고 있어요."

"아, 그래? 그럼 우리 다 같이 가볼까?"

그리하여 기자키 초등학교의 1학년 3반 학생들은 야외 수업으로 네잎클로버를 찾으러 오게 된 것이었다. 장소는 거리에서 약간 벗어난 바닷가에 근접한 산기슭의 들판. 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은 앞다투어 들판에 네잎클로버를 찾으러 달려나갔다. 사키는 들판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들판 한구석에 앉았다. 그러는 순간

"선생님! 이거 봐요! 네잎클로버!"

미치코가 네잎클로버를 가지고 달려왔다.

"대단하네! 눈 깜짝할 사이에 찾아냈구나!"

"네, 여기에 가득 있어요."

"그럼 네잎클로버만으로 왕관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네, 만들래요!"

그렇게 말하고 미치코는 다시 달려가 버렸다. 그 직후에는 고지가 달려왔다.

"봐요, 여기 네잎클로버!"

"우와, 대단하구나."

"선생님, 제 것도 봐요. 네잎클로버만 가져왔어요!"

요헤이가 양손에 굉장히 많은 클로버를 가지고 왔다. 확실히 모두 네잎클로버였다. 하지만 네잎클로버가 이렇게나 많이 발견되는 것이었던가···.

"선생님, 다섯 개 잎이 달린 클로버에요!"

사나에가 열 개 정도의 클로버를 가지고 왔다.

"그렇게나 많이?"

하지만 자세히 보니 전부 잎이 다섯 개인 클로버였다.

"선생님, 잎 여섯 개 클로버요."

"나는 일곱 개야!"

"나는 여덟 개!"

"아홉 개 있다!"

"열 개!"

차례로 아이들이 많은 잎이 달린 클로버를 찾아왔다. 열 개의 잎이 달린 클로버는 줄기가 비틀어져 그 줄기에 나선형으로 잎이 붙어 있었다. 사키는 곧 자신이 앉아 있는 곳 주변을 보았다. 전부 다 네잎클로버였다.

"저쪽에 가면 잎이 훨씬 많이 붙은 것이 있어요."

요쿠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사키는 발밑의 클로버를 보았다. 네잎클로버가 무리 지은 곳을 지나가면 서서히 다섯 개~일곱 개의 잎이 나타났다. 열 개를 지날 때가 되자 들판의 모습이 바뀌었다. 클로버들은 모두 비틀어져 지면에 붙은 듯 쓰러져 몸부림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걸어가다 보면 11~13개로 마구 클로버의 잎이 늘어나 이미 클로버라고는 볼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찌부러진 지네 같았다. 줄기가 구불구불 자라고 그 양옆으로 잎이 나열해 있다. 만지는 것조차 주저하게 되는 어쩐지 기분 나쁜 모습이었다.

"선생님, 이거 봐요. 잎이 21개나 돼요!"

그 목소리에 발밑에서 얼굴을 든 사키의 눈에 어쩐지 기분 나쁜 클로버를 가진 아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아이의 뒤편에 있는 산기슭에 세워진 저 거대한 건물. 원자력 발전소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10. 돌아가는 길

이 이야기는 내가 군대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이야기다. 군대를 전역하고 열심히 한번 살아 보겠다고 아등바등 일에만 전념하고 있을 때 친구가 전화를 해왔다. 나는 ‘이 녀석, 또 술 사 달라고 전화 걸었구나.’ 하고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자기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며 우는 것이었다. 이 친구는 할머니 밑에서 자란 친구였다. 그래서 일이 끝나자마자 내 애마를 끌고 친구를 만나러 갔다. 그렇게 친구를 만나 장례식 끝날 때까지 장례식장에서 먹고 자고 하며 일을 도와서 거의 일주일 가까이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장례식이 끝나고 우리도 돌아가는 길이었다. 장례식장은 정말 외진 산 중턱에 있었고, 내려오는 길에는 가로등이 세 개 정도밖에 없었다. 그때가 10월 중순이었는데 갑자기 비가 내렸다. 다행히도 나와 같이 상을 도왔던 친구가 보조석에 있어서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는데 이 녀석이 장례식장에서 술을 많이 마시는 바람에 거의 반 수면 상태였다. 나는 무서워서 계속 깨웠다.

그렇게 가다가 두 번째 가로등을 지날 때쯤이었는데 그 밑에 두 명의 여자아이들이 있는 것이었다. 한 명은 쭈그려 앉아서 무릎 사이로 얼굴을 푹 숙이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그냥 고개만 숙이고 있는데 참 처량해 보였다. 사람 된 도리로 비도 오는데 태워야 될 것 같았다. 친구도 태워서 가자고 했다. 친구가 보조석 창을 내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어이고, 얘들아. 비 오는데 여기서 뭐 해? 어서 타. 우리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그런데 아이들은 그냥 무시했다. 내가 말했다.

"야, 멍청아. 네 얼굴 보고 무서워서 저러는 거잖냐."

그런데 갑자기 친구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야, 야···! 빠, 빨리 가자!"

"무슨 소리야, 애들 태워야지. 비 오는데 그냥 두고 가라고?"

그리고 내가 아이들을 부르려고 하는데 갑자기 이 녀석이 나한테 욕을 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야, 이 멍청한 새*야! 빨리 밟으라고!!"

이 친구가 평소에는 욕을 전혀 하지 않는 성격인데 갑자기 나한테 욕설을 해대니 당황스럽고도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라 나는 친구가 열어 두었던 보조석 창문까지 몸을 빼서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얘들아. 그렇게 비 맞고만 있지 말고 빨리 타라니까."

그런데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자아이의 다리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뭔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통 사람이면 대꾸는 않더라도 작은 반응은 보여야 정상인데 이 아이들은 전혀 그런 게 없었다. 처음부터 계속 같은 자세, 같은 모습으로 꿋꿋하고 야무지게 한결같이 있었다. 순간 놀라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넋이 나간 채 있는데 친구가 미친 듯이 소리를 쳐서 그걸 듣고 정신을 차렸다.

"야, 이 멍청한 자식아! 밟으라고, 빨리!!"

친구의 고함 소리에 정신이 든 나는 그제서야 액셀을 밟았다. 그 어둡고 험한 산길에서 무려 80km/h는 밟은 것 같았다.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졌을 때 문득 안정이 찾아왔다. 그래서 친구한테 물었다.

"민성아···. 이제 괜찮아?"

물론 친구가 괜찮냐고 물어본 건 아니고 귀신과 멀리 떨어진 게 맞냐고 물어본 것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완전 얼어붙어서는 거의 눈을 뒤집으려고 했다. 그래서 사이드미러로 확인해 보니 아까 그 귀신 중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자아이가 허공에서 몸을 흔들며 차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액셀을 거세게 밟았고, 그것은 고속도로에 진입한 후에야 끝났다. 친구는 그 일이 있은 후로 반년 동안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 70kg이 나갔던 친구의 몸무게는 그때 53kg까지 내려갔었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되었는지 친구한테 물었다. 그런데 친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사실 처음 차에 타라고 했을 때 그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었다고···. 그 눈은 살아 있는 사람의 눈과 확연히 다른 눈이었는데 그 눈이 계속해서 보였다고 한다.

지금도 TV에서 누가 죽었을 때 장례식 모습이 보이면 가끔씩 그때의 일을 생각해 보곤 한다. 다행히도 친구는 게임장에서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정상적으로 잘 살고 있다. 그날 우리가 본 그 아이들은 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러고 있었을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은 짓을 하진 않았을까·····.

profile_image 익명 작성일 -

벽을 두드렸을 때 울리면 안에 시체가 들어있는 것이다.

화장실에 있는데 갑자기 어두워지거나 목이 간지러워 져도 위를 보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의 머리카락때문에 간지럽고 실루엣이 전등을 가려 어두워진 것이다.

어두운 방 안에서 모서리를 쳐다보지 말아야 한다. 모서리는 귀신이 좋아하는 공간이라 많이 몰려있다.

물이 많은 곳으로 가면 안된다. 귀신은 음침하고 습한곳을 좋아해 물가에 많이 있다.

거울을 오래 보면 안된다. 거울은 보통 다른 세계를 보여주거나 연결하는 매체가 되는데 나를 대신할 무언가와 위치가 바뀔 수 있다.

중고나 누군가가 쓰던 물건을 집으로 가져오면 안된다. 그 물건에 붙은 혼까지 같이 가져오게 된다.

너무 뻔한얘기들이지만 최대한 오싹한걸로 가져와봤습니다..!

무서운 이야기 알려주세요

... 그래서 괴담 같은 느낌 말고 적당히 무섭고 으스스한 이야기 알려주세요! 귀신 이야기보단 실제로 일어날 법한 걸로 부탁드립니다:) 무서운 이야기 죽을 뻔한 실화 제가 지금...

무서운 이야기 알려주세요

엄청 무서운 이야기 알려주세요. 막 잠에 잠 못잘 정도로 무서운 이야기요! 친구들한테 이야기 해주고, 사실 저도 무서운 이야기 마니아거등요! 막 거울을 보고 가위바위보...

되게 무서운 이야기 알려주세요..!

... 무서운 이야기 1. 귀신 보는 친구와 겪은 일 (부제: 붉은... 치킨 한 마리 좀 빨리 갖다주세요." A의 어머니는 갑자기... 저는 사실대로 모두 털어놨고, 어른들에게 호되게 혼이...

짧고 무서운이야기 알려주세요 ! 장난

짧고 무서운이야기 알려주세요 ! 장난으로 말하는가말고 1분정도로 말할수있는갈로요... 이번에는 되게 인자하게 생긴 하얀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니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아이...

무서운이야기알려주세요

겁나 막 지릴정도로 무서운이야기 알려주세요 https://blog.naver.com/tlfldrkt/222933044109 https://blog.naver.com/tlfldrkt/222805400697 https://blog....

아주아주 무서운 이야기알려주세요~

제가 무서운 이야기를 아주 많이 알고있거든요... 그래서 뻔한 스토리 말고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걸로 해주세요.(내공70) 글들 무섭네요. 아래는 실화입니다....

무서운 이야기 알려주세요

무서운 이야기 알려주세요 안녕하세요 무서운 이야기 해드립니다 1.삼일절 어느 동네에 ○○영어학원에 다니는 A가 있었다. A는 오늘도 매일같이 학원 셔틀을 타러 학교 앞...

무서운이야기 알려주세요!

무서운이야기 알려주세요! 300자 정도로요! 이것은 제가 만든 이야기 입니다. 역할:주인공:A,친구:B 저는 학원을 마치고 친구 B와 불닭을 먹기로 약속 했어요.그래서 학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