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이야기

무서운이야기

작성일 2022.01.31댓글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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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해주세요! 많이 길게 써주신분한데 작지만 내공드
닙니당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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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1. 상자녀

이 이야기는 작년 3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 전의 일이다.

대학에 붙은 친구들이 하나둘 우리 지방을 떠나 대학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그중 한 명의 집에 놀러 가기 위해서 나는 고속버스를 타러 갔다. 간선 도로 근처의 고속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6시쯤이었다. 이미 근처는 어둑해졌고, 인적도 없이 한산했다. 평일 밤이라 그런지 정류장 안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정류장 안에는 서너 명은 앉을 만한 기다란 벤치가 있었는데 그 끝 쪽에 박스가 놓여 있었다. 헬멧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크기, 모서리는 다 닳아서 너덜너덜하고 참 더러운 박스였다. 나는 그 박스를 한 번 힐끗 보고 박스와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 벤치에 앉았다. 티켓에 적혀 있는 출발 시간을 봤더니 버스가 올 때까지는 15분가량 남아 있었다.

그렇게 혼자 기다리는데 언뜻 박스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돌아봤지만 딱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기분 탓인가. 다시 티켓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자

"저기요···.​"

이번에는 확실히 들렸다. 그것도 여자의 목소리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크기의 상자에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여차하면 도망갈 준비를 하고 박스를 쳐다봤다.

"안녕하세요. 어느 쪽으로 가세요?​"

여자의 목소리. 혼란스러운 가운데, 나는 생각을 재빠르게 정리했다. 누군가 박스 안에 스피커를 넣어 두고 어딘가에서 지켜보며 장난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장단을 맞춰 주지.

"안녕하세요. 저는 종점까지 가는데요."

"그러시구나. 우연이네요. 저도 종점까지 가요. 사실은 나쁜 사람한테 당해서 이 상자 안에 있게 되었거든요."

살해를 당해서 목만 들어가 있다는 설정인가.

"아─ 그러세요? 그것 참 큰일이네요. 그럼 버스 오면 제가 버스 안까지 옮겨 드릴게요."

"아, 정말요? 진짜 감사드려요. 꼭 부탁드릴게요."

이렇게 박스에 속아넘어가는 척 대화를 지속했다. 어디선가 이상한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박스 주위에서 그 악취가 심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세히 살펴봤더니 박스 끄트머리에서 거무스름한 액체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줄줄 새어 나오던 그 액체는 점차 뚝 뚝 벤치를 타고 흘러넘쳤다.

"장난을 치는 데도 정도가 있지, 이건 너무 심하잖아!"

냄새는 점점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해져 갔다.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짐을 전부 챙겨 그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런데 박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장난이 아니야! 아니라고, 도망가지 마! 버스에 실어주기로 했잖아, 약속했잖아!​"

무시하고 나가려는 내 옷을 누군가 붙잡았다. 정류장 안에는 나밖에 없었는데. 내 뒤에 있는 것은 오로지 박스뿐이다. 설마·····. 나는 천천히 뒤돌아봤다. 내 뒤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어떻게 봐도 사람이 들어가기란 불가능해 보이는 그 박스. 그 안에서 사람의 손이 나와 내 옷을 잡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박스의 내용물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그 후로는 기억이 없다. 정신이 들고 보니 나는 버스 안에 있었다. 그 박스를 양손으로 고이 든 채. 악취가 나는 액체로 범벅이던 그 상자는 흔적도 없이 깨끗했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할 용기는 없었다. 나는 그대로 박스를 버스에 두고 내려 집으로 달아났다. 그날 이후 아직까지 나에게 별다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버스에 실어 주겠다는 약속을 지켰으니 무사할 수 있는 것일까.

2. 경찰입니다 문 열어 봐요

각종 커뮤니티를 보면 누군가 여자 혼자 사는 집 문을 막 열려고 했다더라’ 이런 글이 많다. 요즘은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데 내가 실제로 그런 일을 겪게 될 줄은 몰랐다.

우리 가족은 부모님과 나, 여동생 이렇게 네 명인데 한번은 집안에 일이 있어서 부모님이 2주일 정도 집을 비우셨던 적이 있다. 나는 그야말로 ‘우리 집 잉여 인간 나야 나~ 나야 나~’를 외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는 내가 마침 잉여의 장인 혹은 잉여력 만렙으로 절정에 치달았을 때라 오전 6시쯤에 잠들었다가 오후에 일어나서 밖에 나가 놀다 온 후에 집에 와서 또 컴퓨터를 하다 잠에 드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똑똑똑똑, 띵동, 똑똑똑똑, 띵동, 띵동"

누군가 아침 댓바람부터 우리 집 대문을 미친 듯이 두드리더니 초인종까지 눌러대며 장난을 치는 것이다. 짜증이 확 올라와서 인상을 쓰며 시계를 봤더니 아침 10시 정도 돼 있었다.

"아, 진짜 누구세요!"

"경찰입니다."

그 말에 걸쇠를 걸고 문을 살짝 열어 봤더니 웬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무지 기분 나쁜 눈빛으로 나를 한번 스윽 훑어보더니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무슨 일인데요?"

"지명 수배자 집 주소가 이쪽으로 돼 있어서 왔으니 수사 협조 좀 해 주시죠. 김원주 씨 여기 계시죠?"

"그런 사람 없는데요?"

"그러면 진짜 안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야 되니까 여기 이 고리 빼고 문부터 열어 주세요."

이건 누가 봐도 아주 이상한 상황이었다. 자신을 경찰이라고 밝힌 남자는 정복이 아닌 추리닝을 입고 있었다. 복장이야 뭐, 형사라면 그럴 수 있다 쳐도 경찰이라는 사람이 협조를 안 해 주면 나중에 불이익을 당해도 도와줄 수 없다면서 뭔가 강압적이고 위협적인 말투로 계속 문을 열어 달라 하는 것이다.

"거참, 아가씨가 의심도 많네. 자, 봐요, 봐요! 여기 신분증 안 보입니까? 이래도 못 믿겠어요? 시간 없으니까 문 좀 열어 봐요, 빨리."

"저기요. 나는 경찰 신분증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도 없고요,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요즘 세상에 제가 아저씨 뭘 믿고 문을 열어 주냐고요. 김원주라는 사람 없으니까 가세요."

"뭐요? 그럼 주민번호 좀 불러 봐요. 그쪽 신분 조회부터 해 보게."

"아저씨가 뭔데 제 개인 정보를 물어요? 경찰이라도 그렇게 막 물어보는 거, 불법인 거 몰라요?"

"뭐라고요? 빨리 문 열어요!"

"아, 진짜 왜 자꾸 이래요!!"

성격상 공권력 따위에 겁먹을 위인이 아니었던 나는 후다닥 뛰어가서 휴대폰을 가져다 그 남자가 보는 앞에서 112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지금 이러이러한 상황인데 내가 믿을 수 없으니 수사든 뭐든 볼일이 있다면 정복 입은 경찰이 경찰차 타고 직접 오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자

"이런 미친···!"

문 밖에서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남자가 완전히 벌레 씹은 얼굴로 욕을 하더니 씨익 웃으면서 뒤돌아 가 버리는 것이다. 그때는 너무 짜증 나고, 잠도 오고, 춥고 해서 당장 출동한다는 경찰분한테 안 오셔도 된다고 했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너무 후회됐다. 그날 일이 너무 무섭고 찜찜해서 동생한테 앞으로는 집에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절대 문 열어 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던 기억이 난다.

아, 맞다. 경찰분들 보면 휴대폰으로 신원 조회 같은 것을 하는데 그 남자도 비슷한 화면을 보여 주면서 ‘이게 경찰들만 쓰는 프로그램이다. 사진 속의 이 아줌마가 지명 수배된 김원주라는 사람이다. 이래도 못 믿겠냐’ 이런 개똥 같은 드립을 시전했다. 그래서 내가 ‘그럼 내 것도 한번 조회해 봐라. 내 사진도 뜨는지 한번 보자.’ 하니까 프로그램이 갑자기 안 된다며 내 눈치를 슬쩍슬쩍 봤다. 아무튼 남녀노소 불문하고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친구나 가족이 아닌 이상 되도록 문을 열지 말기를 바란다. 경찰도 사칭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3. 그들은 모르고 있다

빌 러프넥은 깜짝 놀랐다. 어젯밤, 자신의 침대에서 잠든 것이 분명하게 기억나는데 일어나 보니 엉뚱한 곳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손에는 죄수들이 찰 법한 쇠고랑이 채워져 있었다. 어리둥절한 빌은 일어나 주위를 살펴보고는 이곳이 자신이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곳이라고 단정 지었다. 어두운 회백색 콘크리트로 지어진 벽이 삼면을 막은 작은 방이었다. 방에는 변기와 터무니없이 얇은 매트리스가 얹어진 작은 쇠침대만이 있었다. 손바닥 두 짝을 붙여 놓은 듯한 크기의 작은 창문에는 쇠창살까지 달려 있었다. 나가는 문은 두꺼운 철문이었는데 아래에는 작은 구멍과 그 여닫이가 보였다. 빌은 자연스럽게 이곳을 감옥이라고 생각했다.

빌은 철문을 두드리며 사람들을 불렀다. 두드린 지 한참이 지나고 흰옷을 입은 사람 하나가 다가왔다.

"저기, 이봐요! 왜 내가 여기 있는 거요?"

흰옷을 입은 사람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얇은 반무테안경을 쓴 그는 날카로운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왜 내가 여기 있는 거냐니까?!"

그 사람은 빌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한마디를 내뱉었다.

"*** *****?"

"뭐라고?"

"***** *** ***"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마치 4~5살의 어린아이들이 간혹 횡설수설 지껄이는 듯한 말 같았다. 혹은 아기들의 옹알이 같다고나 할까. 귀로 듣는다고 이해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꼬마들의 장난같이 웅얼웅얼대는, 빌이 전혀 들어 본 적 없는 괴상한 소리였다. 그리고 그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린 사람은 그 소리를 끝으로 빌의 방 앞을 지나쳐 갔다.

"이봐! 기다려!!"

빌은 낙담해서 계속해서 철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대답은 앞이 아니라 옆에서 들려왔다.

"보아하니 새로 들어온 모양이군."

묵직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침대 옆에 있는 벽에서 들려오자 빌은 번개같이 달려와 벽에 귀를 가져다 댔다. 혼자가 아니란 것에 묘하게 안도한 빌은 다시 말했다.

"당신은 누구요? 나처럼 갇혀 있는 거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과 이렇게 대화할 일도 없겠지."

빌은 상대가 말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이어지듯 빠르게 물었다.

"우리가 왜 이 감옥에 갇힌 거요? 나는 잘못을 저지른 적 없소. 평범하게 살고 있었단 말이오."

벽 너머에서의 대답은 금방 왔다.

"이봐, 친구. 나 또한 잘못을 한 적이 없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말이야."

"그럼 대체 이곳은 어디고, 왜 우리를 가두고 있는 거냐는 말이오?"

빌은 딱딱한 침대 위에서 계속 물었다.

"친구, 이름은 뭐지?"

상대는 급할 것 없다는 어조로 느긋하게 물어왔다.

"빌···. 빌 러프넥."

빌은 마음이 초조해지는 것을 느끼고 손톱을 물어뜯었다.

"좋아, 빌. 잘 듣는 게 좋을 거야. 우선, 나도 많은 것을 아는 건 아냐. 왜 우리를 가두고 있는지 나도 잘 몰라. 나 또한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생활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이었으니까. 다만 분명한 건··· 아까 대화해 봤을 테지? 그놈들과."

빌은 금방 생각해 냈다.

"그래, 흰옷을 입은 사람들 말이지."

"그래. 그 흰옷 입은 친구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면 알겠지만 전혀 우리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이상한 헛소리만 지껄여댄다고. 그리고 우리가 말하는 것도 그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해. 다행인 것은 그놈들이 적어도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는 거야. 이 방에 가둬 두고는 있지만 적어도 아침·점심·저녁 식사는 꼬박꼬박 가져다주지. 뭐, 그렇다고 메뉴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상대는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한, 아이러니한 여유가 담긴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여기가 어딘지 따위는 궁금하지 않소, 나는 나가야 된다고!"

옆방에서는 잠시 침묵이 있었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이봐, 친구. ···아니, 빌이라고 했나? 빌, 잘 들어 둬. 나는 이곳에서 벌써 근 2년 남짓을 보냈어. 내 오른쪽 방에 자네가 있고, 왼쪽 방에는 또 다른 녀석이 있어. 이름은 ‘케플러라고 하지. 어쨌든 나가려는 생각은 접는 게 좋아. 케플러는 나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는군. 그런데 그의 말에 의하면 적어도 감옥에서 나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거야."

빌은 멍해졌다. 꾹 억눌려 있던 좌절감과 원망이 머릿속을 가득 매웠다. 그는 더 이상 입을 여는 것을 포기하고 차가운 매트리스 위에 누웠다. 옆방의 남자 또한 그의 심정을 이해한 것처럼 그 이상 말이 없었다. 그의 다른 곳에서의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옆방 남자의 이름은 제임스 헤더웨이라고 했다. 갇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서로 대화만 할 수 있고,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그는 건장한 흑인이라고 했고 그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빌은 이 감옥에서 유일한 유흥거리는 대화뿐이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매번 식사를 넣어 줄 때나 아니면 감옥 앞의 복도를 지나갈 때 보이는 흰색 옷의 사람들은 보통 사람과 다를 것이 없었지만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가 말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듯했고, 역으로 그들이 말하는 것을 우리도 알아듣지 못했다.

한 달에 한 번은 그들이 감옥 앞에 앉아서 빌에게 말을 걸었다. 녹음기 같은 것을 가지고 와서 이것저것 물었지만 그는 그 괴상한 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고, 반대로 빌이 여러 가지 말을 해도 그들 역시 알아듣지 못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들이 그를 놀리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진지하고 심각했다. 또 그들이 말하는 것을 살필 때마다 진심인 듯한 감정이 표정에 드러났으므로 빌은 그들이 거짓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뱉는 말은 적어도 문명을 지닌 사람들이 만들어 낸 문자를 가진 언어가 아니었다. 그저 횡설수설 지껄여대는 것에 불과했고, 그가 알고 있는 어떤 말과 비슷한 발음이나 문장을 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언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은 빌은 마침내 그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포기했다.

가끔은 감옥 앞을 지나가는 흰옷을 입은 여자들이 보였다. 빌은 그녀들에게 성적인 농담을 내뱉는 것을 일상의 취미로 삼았는데 물론 그녀들은 빌의 상스러운 농담을 전혀 알아듣는 눈치가 아니었다. 심지어 노골적으로 가슴이나 다리에 관한 이야기를 크게 외쳐도 그녀들은 의아해했고, 우습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간혹 동정심이나 연민, 두려움 같은 감정들도 그녀들의 눈에서 읽을 수 있었는데 그녀들과도 대화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 후부터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빌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생활에 서서히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흰옷 입은 자들의 질문 공세를 들어야 하는 날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지겨운 날이었는데 어느덧 빌의 감옥 앞에 의자가 놓이고, 잠시 뒤에 어떤 남자가 그 의자에 앉고는 빌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

물론 당연하다는 듯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하나도 없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시점에서부터 빌은 그들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저 멍청한 중얼거림을 계속하는 그들에게, 그리고 항상 반복되는 지겨운 이 일과에 짜증이 솟은 빌은 자신이 그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려고 매트리스 위로 올라가 과장된 동작으로 양팔을 들어 올려 귀를 막았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우스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계속하는 그들의 모습에 화가 난 빌은 몸을 거칠게 뒤로 돌리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침대에서 거꾸로 떨어지고 말았다. 천장이 순식간에 기울어졌다. 다리는 침대에 걸쳐진 상태에서 머리만이 수직으로 허공에서부터 바닥으로 추락했다. 눈앞에 번갯불이 번쩍했다. 뒤통수가 불에 닿은 듯 뜨겁다가 이내 전기가 오른 듯 찌릿했다. 빌은 눈앞이 천천히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의식이 어둠 속에 잠기고 있었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에 빌이 눈을 뜨자 익숙한 자신의 방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굉장히 배가 고팠다. 하지만 이곳은 식사를 주는 시간이 엄격하게 정해진 곳이었다. 작은 쇠창살 사이의 하늘을 보건대, 식사를 하려면 대략 세 시간쯤 남은 것 같았다. 빌은 자신이 의식을 잃고 얼마나 흐른지 궁금하여 자신의 옆방을 두드렸다.

"이봐, 제임스. 내가 아무 말도 없던 때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빌은 짜증스럽게 다시 벽을 두드렸다.

"내가 기절하고 얼마나 지났는지 몰라?"

그때였다.

"으히히히히··· 으헤헤헤헤헷··· 히히히히히···"

큰 남성의 웃음소리가 옆방에서 들려왔다. 빌은 미간을 찌푸렸다.

"누구지? 제임스가 아닌가? 당신 누구야?"

"헤헤헤헤흐흐흐흣, 히히히히힛···!"

다시 한번 실성한 것 같은 웃음소리가 퍼졌다. 불안해진 빌은 철창문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지만 적어도 옆방에 있는 친구가 이상하다는 것을 몸으로라도 알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또 무슨 일인가요, 러프넥 씨? 다친 머리가 아픈가요?"

너무나 놀란 까닭에 오히려 반응이 빠르게 오지 않았다. 빌이 듣고 있는 것은 명확한 발음의 영어였다. 그는 말을 한 상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짜증스럽고 귀찮다는 듯한 얼굴을 가진 한 여자가 서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말하고 있는 언어였다.

"아니, 당신··· 말할 수 있는 거요?"

빌이 겨우 한마디 하자 쇠문 앞에 서 있는 그녀의 눈에도 놀라움이 번지는 것이 보였다.

"러, 러프넥 씨! 제 말을 알아들으시겠어요?"

그 말에 빌이 겨우 한 마디 꺼내려는 찰나, 그녀가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 러프넥 씨가 정신이 돌아왔어요!!"

그 말에 멀리서부터 허겁지겁 뛰어오는 발소리와 함께 빌이 전에 본 적 있던 안경을 쓴 날카로운 눈매의 중년 남성이 문 앞으로 달려왔다.

"뭐라고?! 러프넥 씨가 완치되었다는 말인가?!"

"예! 그런 것 같아요!"

중년 남성은 철창 안으로 보이는 빌에게 말을 걸었다.

"러프넥 씨, 제 말이 들립니까? 제 말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들립니다. 대체 이게 무슨···."

빌의 말은 다시 한 번 끊겼다.

"이거 정말 놀랍군! 머리를 부딪히는 강한 충격을 받고 난 뒤에 극히 희박한 확률로 정신이 돌아온 건가?"

빌은 도저히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봐요,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나는 이곳에 억울하게 1년가량을 갇혀 있었어요. 당신들 정체가 대체 무엇이오?"

그러자 갑자기 앞에 있던 남녀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침착한 손놀림으로 안경을 벗어 다리를 접고 윗옷 주머니로 집어넣은 중년 남자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러프넥 씨, 지금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당신은 가족들의 입원 동의서로 인해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 겁니다. 그러나 거의 가망이 없다고 여겨져서 정상적으로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들만 특별 수용하는 이 중환자 수용소로 옮겨진 것이지요."

빌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 내 몸은 멀쩡합니다. 얼마 전에 다친 이 머리를 제외하고는. 대체 여기는 무슨 병원입니까?"

중년의 의사는 품안에서 작은 스크린이 있는 기기를 꺼냈다.

"직접 보는 것이 빠를 겁니다."

빌은 충격에 휩싸였다. 작은 기기의 화면에는 도저히 정상인으로 보이지 않는 자신의 모습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미친 사람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소리와 몸짓들. 하지만 스크린 내에서 보이는 사람은 분명히 그였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빌을 한 번 쳐다본 뒤에 그 의사가 말을 이었다.

"이곳은 정신병원입니다. 그동안 당신은 우리 의료진들과도 의사소통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환자였지요. 지금 이렇게 기적적인 확률로 치유되기 전까지 말입니다. 물론 이곳에 수용된 모든 환자들이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의 중증 환자들이긴 하지만···."

빌은 갑자기 밀려오는 오한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내가 겪었던 것은 대체 무엇인가? 나는 과연 지금도 정상인가? 그때의 내가 정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모든 이들에게 지금이라도 다시 물을 수만 있다면···. 정신병자는 지금 당신들이 아닌가? 아니면 단지 모든 게 내 스스로 만들어 낸 환각인 것인가?

그는 확인해야만 했다.

"저, 혹시··· 옆방에 있는 환자의 이름이 제임스 헤더웨이가 아닙니까?"

간호사와 의사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어떻게 그것을···?!"

"옆방에서 그가 직접 말해 줬습니다."

의사는 빠르게 말했다.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누군가 당신에게 알려 줬겠지, 헤더웨이 씨는 현재 자신의 이름조차 말하지 못하는 중증 환자입니다."

그랬다. 그들은 모르고 있다. 그들은 미치지 않았다. 다만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

우린 어디에 살고 있는가? 이곳은 정상인들의 세계인가? 아니면 아직도 완전히 각성하지 못한, 스스로 정상인이라고 믿고 있는 또 다른 정신병자들의 세계인가·····.

4. 공포의 건물 터

지금으로부터 대략 10년 전, 제가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의 일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저는 출퇴근 문제 때문에 회사 근처에서 자취를 하게 되었습니다. 나름 저렴하면서 무난한 방을 구했는데 건물 1층에 호프집이 있어서 종종 시끄러울 때가 있었죠. 3층에는 30대 중후반의 남자가 혼자서 살고 있었는데 부동산 아주머니 말씀이, 그분은 우울증 비슷한 것을 앓고 있는 데다가 여러모로 힘들게 사는 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취방을 오가면서도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었죠.

자취방에 자리를 잡은 지 3개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저는 바쁜 업무를 마치고 퇴근 후에 집에서 간단히 맥주를 마신 후 잠이 들었습니다. 침대 바로 옆에는 창문이 있어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는데 평소 머리만 대면 금방 잠이 들고, 또 한 번 잠이 들면 잘 깨지 않는 편이라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눈이 번쩍 뜨이는 겁니다. 휴대폰을 보니 시간은 새벽 4시였고, 갑자기 기분이 너무 이상해서 집 안의 모든 불을 켜고 화장실까지 샅샅이 살펴봤지만 이상한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기분 탓인가 하고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새벽에 한번 깨는 바람에 피로와 짜증이 겹쳤던 저는 침대에 앉은 채로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고, 아래쪽을 내려다봤습니다. 그런데 마치 일부러 부어 놓은 듯한 새빨간 피가 인도에 잔뜩 펼쳐져 있는 겁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봤던 사람 모양의 하얀색 마킹. 그 둘레에는 노란색 폴리스 라인이 둘러져 있었습니다. 저는 곧바로 창문을 닫은 후 서둘러 회사로 향했습니다. 너무 당황해서 머릿속이 멍해진 저는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근무를 했죠. 그런데 사람 심리라는 게 무섭고 끔찍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저는 퇴근길에 부동산에 들러서 아주머니께 자초지종을 물어봤습니다.

"아이고, 총각도 봤나? 왜, 그 3층 살던 남자 있잖아. 새벽에 옥상에 올라가서 투신했다나 봐···. 아예 작정하고 올라갔는지 머리가 바닥에 바로 떨어져서 즉사했다고 하대···. 조용한 동네에서 이게 무슨 일인지 참···."

그 말을 듣고 있자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새벽에 한번 깼을 때 내가 창문을 열어 봤다면, 한 번이라도 집 밖을 살펴봤다면 사람 목숨 하나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분은 홀로 얼마나 외롭게 죽어 갔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참 괴로웠습니다. 저는 회사 일에 집중하며 그 일을 애써 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난 후, 그전까지는 문제없이 작동하던 현관 신발장의 센서 등이 자꾸만 오작동을 냈습니다. 퇴근 후 집에 가서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고 있으면 현관 쪽의 센서 등이 계속 켜지는 겁니다. 끔찍한 사건이 있은 후에 이런 일이 생기니까 괜히 깜짝깜짝 놀라면서 무서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며칠 동안을 참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집주인에게 연락을 하니 역시나 수리를 해 주지 않고 조명을 아예 떼 버리더군요. 자신의 집에 세 들어 살던 사람이 죽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저까지 사소한 일로 트집을 잡는다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 후로 한동안은 별일 없이 잘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사내 커플 사이인 직장 동료 두 명과 제 자취방에서 간단히 술을 마시게 되었죠. 세 명이서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여자 동료에게 질문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이건 이래저래 해서 이렇게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물었는데 그 순간

"아닌데·····."

이런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남자 동료의 목소리는 확실히 아니었습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진 저는 옆에 있던 남자 동료를 쳐다봤습니다. 눈치를 보니 그는 아무것도 못 들은 것 같았고, 여자 동료를 쳐다보는 순간 그녀는 긴가민가한 얼굴로 저를 빤히 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하던 이야기를 마무리한 후 술자리를 정리했습니다. 대충 청소를 하고 자리에 누웠는데 온갖 잡생각이 다 들더군요. 저는 술김에 잘못 들은 거라며 스스로를 달랬고, 밤새 잠을 설쳤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한 달 후. 당직 근무를 위해 토요일에 출근해서 퇴근까지 30여 분을 남겨 두고 업무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외근을 나갔던 직원이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우리 집에 불이 났다는 겁니다. 회사로 복귀하면서 차로 우리 집 앞을 지나쳐 왔는데 건물 앞에 소방차가 와 있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집을 향해 급히 뛰어갔습니다. 정말로 제 자취방이 있는 건물에 온통 연기가 가득했고, 불을 끄려는 소방관과 근처에 모여든 주민들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1층 호프집에서 불이 났는데 문득 얼마 전 3층에 사시던 분이 투신했던 그 자리가 호프집 출입구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소방관님과 함께 2층에 있는 제 방으로 가서 문을 열었습니다. 방 안에는 이미 매캐한 연기가 가득 찬 상태였고, 저는 밖으로 나와서 불이 완전히 꺼지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후에야 화재가 모두 진압되었고, 소방차도 철수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벽과 바닥, 옷가지와 가구에 온통 새카만 먼지가 들어앉아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 돼 있었습니다.

3층의 투신 사고와 1층 화재 사고. 그럼 다음은 내 차례인가 싶어서 살짝 겁이 났습니다. 저는 부모님께 전화해서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을 털어놨습니다. 제 이야기를 다 들으신 어머니는 당장 짐을 싸서 본가로 오라 하셨고, 다시는 그 집에 발을 들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다음 날 저는 퇴근 후 부동산에 가서 내가 추가 비용을 다 부담할 테니 방을 빨리 빼 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방은 며칠 내로 금방 빠지더군요.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올 다음 세입자에게 조금 미안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저는 그렇게 그 집과의 악연을 끊게 되었습니다. 비록 너무 무섭고 두려운 기억이긴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외롭게 숨을 거두었을 그분의 명복을 빕니다.

5. 흉가 체험

지금으로부터 21년 전, 내가 군대를 막 제대했던 2001년경에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일명 카페라는 소모임이 유행처럼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시기였다. 나 역시 내가 흥미 있는 분야와 관련된 카페 10여 곳에 가입을 했는데 그중에 한 곳이 바로 [귀사모]라는 심령 카페였다. 평소 귀신 경험담이나 심령사진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심령 카페에 방문하여 활동을 했고, 그 해 여름에는 카페에서 주최하는 1박 2일 흉가 체험에도 참석하게 되었다. 참석자는 선착순, 소수로 모집했는데 장소는 충남 태안에 있는 만리포 해수욕장 근처의 어느 민박집이었다. 정말 가고 싶었지만 혼자 가기 민망했던 나는 오랜만에 고등학교 때 친구인 상훈에게 연락했다.

"상훈아. 나랑 같이 1박 2일로 흉가 체험 안 갈래?"

그런 나의 제안을 녀석은 흔쾌히 수락했고, 나는 상훈이를 급히 카페에 가입시켜 1박 2일 흉가 체험에 참석 글을 올렸다.

드디어 약속한 당일, 우리는 남부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런데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천둥번개가 쳤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합실에 있는 TV 뉴스에서는 강력한 태풍이 올라온다며 기상 특보가 보도되었고, 우리는 흉가 체험에 딱 어울리는 분위기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목적지인 태안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야─ 비 내리는 거 봐라. 끝장 난다, 진짜."

"그러게. 오늘 흉가 체험 대박 나겠는데?"

비는 서울에서 출발했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난 기세로 내리고 있었고, 나와 상훈은 젊은 혈기에 잔뜩 들떠 있었다. 카페 운영자에게 전화를 걸자 그분이 정류장으로 우리를 데리러 왔고, 나와 상훈은 운영자 형님과 함께 숙소인 만리포 해수욕장 근처 민박집으로 이동했다.

"민박집이 좀 낡았는데 오늘 같이 흉가 체험하는 모임 장소로는 괜찮을 겁니다."

"아, 괜찮습니다. 저희 제대한 지도 얼마 안 됐고, 뭐 들판에 있는 텐트라도 문제없습니다. 하하하."

민박집은 기역 자 형태의 전형적인 시골집으로, 운영자 형의 말처럼 꽤나 낡은 집이었다. 먼저 도착한 회원들이 마당 가운데에 천막을 쳐 놓고 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들은 사람 좋은 웃음으로 우리를 반겨 주었다. 우리는 바로 짐을 풀고 자리에 합류했고, 모임에 참석한 인원들은 남자 스무 명과 여자 열 명이었다. 그중에 운영진은 다섯 명 정도가 있었는데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제주도까지 전국 각지의 회원들이 참석한 자리였다. 나는 각 지방의 특색 있는 사투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무척이나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평소 닉네임으로만 알던 회원들을 실제로 만나니 기분이 정말 묘했는데 당시 열심히 활동하던 여성 회원의 미모가 상당했다. 그녀는 남성 회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야. 승아천사 님, 완전 여신 아니냐?"

"어. 진짜 이번 모임, 참석하기 잘한 것 같다. 고맙다, 친구야."

회원들이 모두 도착하고 슬슬 날이 어두워졌지만 밖은 여전히 거센 빗줄기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안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자기소개를 한 뒤 돌아가면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며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우리는 밤 9시 무렵에 근처에 있는 흉가로 이동했다. 그곳은 마을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운영진의 말로는, 고시 공부를 위해 도시에서 내려온 젊은 학생이 그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흉가가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자 바짝 긴장되었다.

"2인 1조로 한 조씩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제비뽑기로 두 명씩 짝을 정하게 되었는데 나는 모든 남자 회원의 관심을 받고 있는 ‘승아천사’라는 여자 회원과 짝이 되었다.

"자, 자, 다들 짝이 정해졌으니 운영진들이 사전에 나눠 드린 쪽지 있죠? 거기에 적힌 물건을 파트너와 함께 흉가에서 찾아야 됩니다."

흉가 체험은 조별로 순서를 정해서 차례대로 흉가를 둘러본 뒤 낮에 운영진이 몰래 숨겨 둔 물건을 찾아오는 미션을 실행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나와 승아천사 님은 순서상 마지막 조였다. 그렇게 처음으로 출발한 조가 떠난 후 한참이 지났을 때 여자 회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우리는 사뭇 긴장한 상태로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 후로 계속되는 회원들의 도전과 비명소리, 그리고 체험이 끝난 후 회원들의 소감과 무용담이 어두운 숲속을 가득 채웠다.

드디어 마지막 조인 우리 차례가 되었고, 나는 승아천사 님과 함께 짙은 어둠에 잠긴 오솔길을 걷기 시작했다.

"오빠, 무서워서 그러는데 우리 손잡고 가요."

"어, 그럼··· 그렇게 할까?"

그런 그녀의 말에 뛸 듯이 기뻤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잔뜩 긴장했는지 손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고, 나는 쿵쾅대는 심장 소리가 그녀에게 들리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렇게 흉가 정문 앞까지 도착한 그때

"하아, 하아··· 같이 가요!"

뒤에서 누군가 우리를 부르며 소리쳤고, 고개를 돌려보니 검은 뿔테안경을 쓴 남자가 뛰어왔다.

"하아···. 안녕하세요. 제가 방금 도착해서요, 운영자분이 마지막 조랑 같이 동행하라고 하네요."

그 말에 나는 내심 짜증이 났고, 괜히 곁눈질로 승아천사 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많이 긴장했는지 새로운 회원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내가 새로운 회원에게 눈짓을 하며 미소 짓자 그가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내 반대쪽 손을 잡았다. 오늘 처음 만난 그녀와 왠지 특별한 사이라도 된 것처럼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우리가 흉가 안에서 찾아야 할 물건은 작은방 서랍에 있는 액자였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거센 빗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

손전등 불빛에 의지한 채 조심스레 방 안을 살피고 있는데 승아천사 님이 구석에서 튀어나온 벌레를 보고 크게 놀라 버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방 안에는 노끈에 묶인 책 꾸러미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책상은 손수 만든 것처럼 보였다. 서랍을 순서대로 열어 보니 맨 마지막 칸에 손바닥만 한 작은 액자가 들어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쿵 쿵"

누군가 밖에서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에 우리는 깜짝 놀라서 황급히 액자를 챙겨 밖으로 뛰어나갔다.

"흉가 체험 클리어 축하합니다! 하하하~"

그리고 문밖에는 운영자 두 명이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

"아, 간 떨어질 뻔했잖아요!"

"하하하, 미안합니다. 마지막 조 특별 서비스라고 생각하세요. 많이 늦었으니 이제 숙소로 들어갑시다."

시간은 어느덧 11시가 다 되어 있었고, 우리는 운영진과 함께 오솔길을 걸어 회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공터에 도착했다.

"야, 승아천사 님이랑 둘이 체험해서 좋았냐?"

"에이, 그냥 뭐···. 늦게 도착한 회원이 한 명 있어서 세 명이서 돌아다녔거든."

"그게 뭔 소리야?"

"늦게 도착한 회원 한 명이 추가로 합류했다고. ·····어?"

나는 뒤늦게 도착한 남자 회원을 찾아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나는 승아천사 님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 승아천사 님. 아까 마지막에 합류했던 남자분 어디 갔어요?"

"에이, 무섭게 왜 그러세요~. 계속 우리 둘만 있었잖아요. 중간에 들어가서도 무섭게 혼자 중얼거리더니, 장난치지 마세요."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분명 남자 회원이 합류해서 세 명이 동시에 건물 안에 들어갔는데 그녀는 애초에 다른 사람은 전혀 없었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나의 이야기는 회원들 사이에서 큰 이슈거리가 되었는데 내가 정말로 귀신을 본 것이라는 소수의 의견도 있었지만 내가 관심을 끌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 대부분이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뒤풀이를 하는 동안에도 남자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고, 상훈과 다른 남자 회원들이 사실대로 말하라며 억지로 술을 먹이기도 했지만 없는 사실을 지어서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음 날, 우리는 집으로 가기 위해 정오 무렵에 각자의 짐을 챙겼다. 비가 그친 하늘에는 먹구름만 잔뜩 끼어 있었고, 짐을 챙기던 나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크게 놀라서 마구 소리를 질렀다. 흉가에서 가지고 온 액자가 내 가방 속에 들어 있었는데 액자 속에는 놀랍게도 나중에 합류했던 문제의 그 뿔테안경을 쓴 남자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운영진들에게 액자를 돌려주며 말했다.

"여기 이 사람이에요! 어제 제가 본 사람요! 이 사람··· 운영진 맞죠?"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사진 속의 남자가 개인 사정으로 먼저 돌아간 운영진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 그건 우리가 갖다 놓은 액자가 아닌데···. 그리고 그쪽은 흉가 체험 하지도 않았잖아요."

"예?! 무슨 말이에요? 어제 승아천사 님이랑 마지막 조로 갔잖아요."

하지만 그녀 역시 보이지 않았고, 운영진이 하는 말에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저기, 그쪽은 회원들 흉가 체험 다 끝나고 나서 혼자 밤늦게 여기 도착했어요. 멍하니 허공에 대고 혼잣말하길래 술에 많이 취한 줄 알았는데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카페 회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함께 흉가 체험을 한 카페 회원들의 얼굴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친구 상훈이 역시 보이지 않았는데 나는 그제서야 잊고 있었던 사실 하나를 떠올렸다.

"아, 아···. 상훈이··· 1년 전에 자살했었지·····."

6. 귀신 보는 친구와의 혼숨

예전에 귀신 보는 친구와 같이 [나 홀로 숨바꼭질]을 한 적이 있다. 여기서 [나 홀로 숨바꼭질]이란, 일정의 강령술인데 오컬트나 공포 장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그날 토익 시험을 보고 멘탈이 와장창 깨져 버린 나는 오늘은 좀 놀아야 된다며 친구 A에게 연락했다. 이 녀석은 영안이 있어서 귀신 같은 것을 가끔 보곤 했는데 종종 A와 함께 당구도 치고 PC방도 가고 했다. 마침 그날 A네 집이 비어 있다고 해서 오랜만에 A네 집에 놀러 가 치킨을 먹으며 TV를 봤는데 갑자기 너무 심심했다. 그래서 내가 그 혼숨이라는 것을 해 보자고 했다.

"야. 우리 심심한데 [나 홀로 숨바꼭질] 해 볼까?"

"어? 그 [히토리 카쿠렌보(ひとりかくれんぼ)]?"

"그게 뭔데?"

"아~ 이게 원래 일본에서 온 거거든. 저주랑 관련된 전통 민속이 약간 변형된 거래."

"그래? 아무튼 심심한데 그거 해 보자."

"어··· 둘이서 하기는 좀 애매하긴 한데, 할 수는 있어. 근데 너, 나 말고 다른 친구랑은 하지 마."

"알았어. 빨리 하자."

사실 이 친구 집이 무속인 집안이라 집에 무속과 관련된 이런저런 물건들이 꽤 있었는데 실이나 바늘, 인형 같은 것도 있었다.

"와~ 신기하다. 이런 걸로 하면 더 잘 되나?"

"야, 그런 건 안 돼. 사연이 있는 물건도 있고, 진짜 위험해질 수도 있단 말이야. 있어 봐. 방에서 인형 아무거나 가져올게."

그러면서 A는 작은 흰색 곰인형을 가져왔고, 우리는 새벽 2시가 다 된 시간에 혼숨을 시작했다. A가 하는 방법을 다 알고 있으니 자기가 알아서 했고, 나는 옆에서 가만히 지켜봤는데 인형의 배를 가르고 그 안에 쌀과 각자의 손톱을 넣은 뒤 붉은 실로 배를 꿰매고 인형을 물에 적시고···.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방법대로 했다. 그런데 기분 탓인지 괜히 등골이 오싹한 게 한기가 느껴져서 친구에게 같이 숨자고 했다.

내가 첫 번째 술래를 하기로 했고, 내 이름을 외친 뒤 바가지에 인형을 넣고 집 안의 불을 다 껐다. TV는 444번을 틀었는데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지만 분위기를 잡으려고 일부러 그 번호로 틀어 놨다. 숫자를 센 후 인형을 향해 찾았다’ 하고 말하고 칼로 찔렀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는데 귀신 이름은 ‘민들레’로 지었다. 이름이라도 조금 덜 무서우라고 말이다.

"다음은 민들레가 술래다. 민들레, 네가 술래야. 네가 찾아야 돼. ···야, 가자."

"이제 어디로 숨어?"

"내 방 가서 문 잠그고 있으면 되지."

"아~. 근데 이거, 그냥 어두운 곳에서 시간만 버리는 거 아니냐?"

"쉿. 조용히 하고 따라와."

그러더니 녀석은 자신의 방문을 잠근 후 나를 안방으로 데려갔다. A는 안방 문을 열어 둔 상태에서 안방 깊숙한 곳 창가의 커튼 뒤에 숨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일부러 인형이 들으라고 자기 방으로 간다고 말하고 안방으로 간 것 같다.

"야. 근데 이거,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자기 자신을 저주하는 거라고, 엄청 위험하다고 하던데 괜찮은 거야?"

"네가 하자며."

"뭐, 그거야 심심해서 그랬지."

"여기서 졸면 지는 거야."

솔직히 혼숨을 하자고 했을 때 나는 A가 말릴 거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영적인 분야는 나보다 더 잘 알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 녀석이 자기가 나서서 다 준비하면서 주도하니까 더 무서운 것이다. ‘이거 진짜로 되는 거 아냐?’ 싶었다. 어두운 곳에 계속 있어서 그런지 괜히 뭐가 있는 것 같고, 누군가 구석에서 나를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똑똑똑"

"어···! 야, 나 방금 환청 들은 것···!"

"쉿···! 조용히 해···!"

A는 나에게 소금물을 내밀었고, 나는 그것을 입에 머금었다. 소금을 얼마나 넣었는지 엄청나게 짰지만 A가 절대로 뱉으면 안 된다고 해서 꾹 참고 있었다. 그리고

"똑똑똑"

또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고, 그와 동시에 A가 곧바로 달려나가서 소금물을 뱉었다. 왜, 옛날에 망나니가 춤을 추면서 칼에 물을 뿌리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커튼 뒤에 조용히 숨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집 안의 모든 불이 다 켜졌고, A는 소금물을 머금은 상태로 방문 쪽으로 오라고 했다.

"야, 너도 와서 소금물 뱉어. 인형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금물이 다 닿게. 나처럼 하면 돼."

"으하···."

"잘했어."

"아우, 짜! 근데 뭐야? 이게 노크한 거야?"

"아니."

"뭐야, 그럼 내가 환청 들은 거야?"

"저쪽 봐."

그러면서 A는 자기 방을 가리켰는데 놀랍게도 그 앞에는 온갖 인형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공룡 인형부터 마론 인형, 허스키 인형 등등 갖가지 인형들이 잠겨 있는 A의 방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 뭐야, 저거!"

"글쎄, 뭘까."

"야, 무서워서 안 되겠다. 나 집까지 좀 데려다줘."

"안 돼. 나 지금 나가면 큰일 나."

"어?! 아─ 진짜···."

결국 나는 홀로 집으로 향했고, 너무 무서워서 주변을 계속 둘러보며 마구 뛰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A가 했던 말이 아직도 가끔 생각난다.

"뭐, 굳이 알려진 과정들을 다 안 지켜도 상관없어. TV 같은 것도 안 틀어도 전혀 문제없고. 귀신이 무조건 오는 것도 아니고, 보통 사람들이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야. 솔직히 네가 귀신이라도 나처럼 귀신 좀 볼 줄 알고 말 통하는 사람이 해야 상대할 맛이 나지 않겠냐? 너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하면 귀신도 뭔 재미가 있겠어? 근데 만약 몸이 엄청 피곤한 상태거나 이전에 인생을 포기할 마음을 먹고 실제로 시도까지 했던 사람이 이걸 한다고 하면 나는 무조건 말린다. 너도 알다시피 이게 자기 자신을 저주하는 행위인데 그 말인즉슨, 귀신한테 내 몸을 넘겨 주겠다는 것과 똑같은 의미거든. 이게 그냥 단순한 놀이가 아니란 말이지. 그러니까 이제 절대 하지 마."

7. 모르는 편이 좋은 것도 있다

오랜만에 시골에 있는 친가에 돌아가려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것은 아버지였다.

"여보세요?"

"아버지, 저예요."

"오~ 그래! 잘 지냈니?"

"네. 저, 내일이랑 모레에 갑자기 휴가가 나와서 집에 좀 가려고요."

"그래그래, 알았다. 엄마한테도 말해 둘게. 조심히 오거라~."

그렇게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기쁜 듯이 들떠 있었다. 차로 가면 한 시간 반이 걸리는 나의 친가는 세 방향이 산으로 둘러쌓인 곳이다.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반가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는데 바로 어릴 때부터 함께 놀던 친구였다. 녀석은 나를 반갑게 맞아 주며 웃는 얼굴로 말을 걸었다.

"야~ 오랜만이다!"

"여어~ 잘 있었냐?"

"어. 돌아온 거야?"

"간만에 휴가가 나와서 왔어. 너희 집이 이 근처였나? 어서 타, 같이 가자."

"고마워. 그럼 신세 좀 질게."

마을 입구에서 집까지 가는 5분 동안 나는 친구와 이런저런 추억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다녀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오, 그래. 잘 왔구나. 마침 산의 광장에서 축제를 하고 있으니까 친구랑 같이 다녀오거라."

아버지는 어딘지 모르게 무표정한 얼굴로 나와 시선을 맞추지 않았고, 딱딱한 말투로 그렇게 말씀하셨다.

"야! 가자, 가자!"

"어어?"

친구 녀석이 신나게 떠들어대며 나를 잡아끄는 바람에 얼떨결에 가게 됐지만 그 광장은 어릴 때부터 들어가면 안 되는 곳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어느새 산기슭에 도착해 있었고, 친구는 산 위로 내달렸다. 녀석의 뒤를 쫓아 도착한 곳은 광장이었는데 그곳은 숲이 열린 것처럼 보이는 장소였다. 광장의 가장 안쪽에는 일종의 신사 같은 건물이 있었는데 근방이 몹시 고요했고, 마침 해가 지기 시작하자 기분이 슬슬 나빠졌다.

"뭐야. 축제는 안 하는 건가?"

그런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앞에 있는 신사에서 신주가 나왔다. 신주는 눈을 감고 큰 소리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읊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북과 피리 소리도 들려왔다. 너무 놀라서 그것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나무 그림자 사이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화려한 의상을 걸치고 있었던 그들은 모두 기묘한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그들이 우리를 둘러싸며 원을 만들더니 횃불에 불을 붙이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 이게 다 뭐야!"

"와~ 헤헤헤헤헷!"

마치 영상을 빨리 감기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의 춤이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괴상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만 가자···. 야, 돌아가자고!"

"아, 왜? 헤헤, 으헤헤헤헤···."

당장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친구는 두 눈을 반짝이며 몹시 즐거운 듯 그 춤을 지켜볼 뿐이었다.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 사이에 작은 틈이 보였고, 나는 친구에게 빨리 나오라고 소리치며 원 밖으로 뛰쳐나갔다. 쏜살같이 달려서 겨우 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친구는 나를 따라오지 않았다. 도저히 그곳에 다시 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나는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곧장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 보니 아버지가 현관 앞에 서 있었다.

"하아··· 하아··· 아버지, 큰일 났어요! 친구가··· 그, 그 녀석이···!"

"허어··· 아무래도 무사히 끝난 모양이구나."

"네···? 뭐가요?"

"너, 그 녀석 이름이 뭔지 말할 수 있겠니?"

나는 그런 아버지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고, 친구의 이름도 말하지 못했다. 심지어 방금 전까지 함께 있었는데도 나는 녀석의 얼굴조차 떠올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옛날부터 이 땅에 깃들어 있는 신 같은 거야. 아까 네가 집에 왔을 때 내 눈에 보인 그것은 어린아이의 모습이었어.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응하려고 노력했는데 역시 내 자식의 일이다 보니 태연하게 행동할 수가 없더구나. 그 신은 기본적으로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너처럼 외부에서 마을로 돌아온 사람에게는 씌여 버리지."

"예?! 그게 무슨···."

"그놈이 해를 끼치는 조건은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홀린 사람이 스스로 그것을 깨닫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을 밖으로 나가는 것이지.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다만, 이 마을 자체가 하나의 결계와도 같은 구조라고 하더구나. 그래서 그 둘 중 하나를 무심코 저지르면 신이 그 사람을 다른 세계로 데려가서 평생 동안 친구로 삼는다고 해."

"그러니까, 제가 그 신에 홀렸다고 생각해서 저를 광장으로 보내신 거예요? 그럼 아까 그 신주와 의식 같은 것도···."

"그래. 내가 전화해서 부탁한 거야. 신주의 집안은 대대로 너처럼 홀린 사람들을 그곳에서 도와줬어. 그 양반은 그걸 꽤 무서워하지만 말이지."

"그래서 의식을 할 때 눈을 감고 있었던 거군요."

"신은 축제와 같이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지. 그래서 북이나 피리 소리 같은 것을 내서 현혹시키는 거야."

"그럼 그 기묘한 가면을 쓴 사람들은 어디서 온 거예요?"

"가면을 쓴 사람들? 거기에는 신주 양반 한 명뿐일 텐데···."

그런 아버지의 말씀에 나는 광장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털어놓았다.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가면을 쓴 자들은 놀러 나온 신을 데리러 온 존재였을 것이라고 한다.

"때로는 모르는 편이 더 좋은 일도 있지. 신주 양반에게는 비밀로 해야겠구나. 아마 그 양반이 들으면 놀라 자빠질 거야. 하하하~."

다음 날, 나는 도시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어제 친구를 만났던 마을 입구에는 작은 지장보살이 놓여 있었다. 전날에 겪은 그 일 때문인지 지장보살이 짓궂게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profile_image 익명 작성일 -

어떤 가족이 있었습니다

그 가족은 아이 한명과 어머니, 아버지로 이루어진 단촐한 3인가구였습니다

가족의 어머니는 평소에 무를 좋아했고 그것때문에 일요일마다 무를잔뜩 사가지고 냉장고에 넣어놨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어머니는 그날 사온 무 하나가 생긴게 이상하다는걸 발견했습니다.

그 무는 우는 얼굴처럼 파여있던것입니다.

어머니는 말했습니다.

"무가 이상하게 생겼네. 내일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야겠어"

그리고선 우는것처럼 생긴 무를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그날 밤. 그 집에 아이가 불현듯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방문 너머에서 우는소리를 들은 아이는 우는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 찾아보러갔습니다

우는소린 주방에서 들리던 소리였습니다.

주방에서 어디에서 소리가 나는지 찾던 아이는 냉장고문을 열었고,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그 속에 우는 얼굴을 한 무가 내일 버려진다는 소식을 듣고 일어서서 슬피 울고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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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이야기

엄청엄청엄청 소름돋고 무서운 이야기 해주세요ㅜㅠㅠㅜ 진짜 무서워서 오줌 지릴 정도로 무서운 이야기ㅜㅠㅜㅜ 무서운 이야기 아기방 이야기를 꺼내 보자면 한 10년 전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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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들려주세요ㅎㅎ 흔한거 말구 도시괴담쪽으로여 도시괴담은 아니지만... 저는 보컬학원을 다니고 있는데요,보컬 선생님께서 무서운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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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공 냥돌이님 무서운 이야기 써주실수 있나요? 무서운 이야기 그래도 의심은 해 봐 때는 내가 군대를 전역했던 2013년의 어느 날. 그날 밤 나는 친구와 함께 의정부 흥선지하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