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평가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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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그냥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평범한 학생입니다
소설은 그냥 학교 친구들이 써보라 해서 장난 삼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꽤 재밌더라구요 특히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작품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이요
그래서 한 번 계속 써보려 하는데 제가 잘 쓰고 있는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장르는 BL에 현대 판타지를 추가한 것입니다
해당 장르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뒤로 가시는 걸 추천 드릴게요..!
새벽 1시.
아직 가시지 않은 겨울의 향이 폐 속 깊숙이 눌러앉았다. 벌써 3월이건만, 날씨는 따뜻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안은 찬 공기에 오돌토돌 닭살이 돋은 팔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벤치에 앉았다.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아 있으니, 괜히 센티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런 걸 새벽 감성이라 부르던가. 별도 잘 보이지 않는 까만 하늘을 바라보던 지안은 물티슈를 꺼내 피가 묻은 신발을 닦았다. 몬스터의 피라 그런가, 얼마나 끈적거리는지 닦으면서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신발에 덕지덕지 묻어있던 피를 다 닦은 지안은 자신이 앉은 벤치 근처 쓰레기통에 물티슈를 던져넣었다. 가벼운 것이라 그런지 공중에 부유하는 시간이 길었다.
그 뒤로 지안은 가만히 앉아 멍을 때렸다. 선선한 날씨도 좋았고 한적한 공간도 좋았다. 그러다 문득, 이 새벽에도 열심히 음식을 나르고 있는 개미가 보였다. 왠지 익숙한 모습.
자신보다 큰 음식을 낑낑거리며 옮기는 개미는 어쩐지 익숙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동질감. 그래, 이 감정은 동질감이었다. 지안은 개미에게서 동질감을 느꼈다.
"너도 야근이냐? 나도 야근이다."
작게 중얼거린 소리는 어딘가 허탈해 보였다.
미친 사람처럼 개미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치고 나왔다.
진짜 이 정도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신고해도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일해서 야근 수당 받는 거? 좋아. 좋다고. 근데 잘 자고 있던 사람을 갑자기 불러 일을 시키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망할 헌터 연합. 15살인 자신을 새벽 1시까지 일하게 하다니. 이건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었다. 지안이 헌터만 아니었더라면 말이다. 인권이라곤 존재하지도 않는 거지 같은 직업에 욕이 저절로 나왔다.
사람들에게 많은 존경과 감사를 받고 있는 헌터라는 직업은 사실 개쓰레기 직업이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면 알겠지만 까라면 까야되는 체계를 가지고 있는 구시대적 직업이기도 했다.
야근도 많아, 피 같은 연차나 월차를 쓰지 않으면 쉬는 날도 없어, 심지어 당장 오늘 죽더래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직업이었다. 그만큼 수익이 짭짤하니 괜찮았지만.
괜히 우스갯 소리로 '돈만 아니었어도 헌터 따위 진작 때려치웠을거다.'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높은 등급의 헌터들은 5년 정도만 일하면 평생 먹고 살 돈을 벌었으니까.
지안은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자신은 7년을 일했는데도 헌터를 그만두지 못하고 있었다. 돈 때문이냐고? 아니. 전혀 아니다. 돈 따위 돌아가신 부모님 유산으로도 이미 풍족했다. 그럼 대체 왤까.
'그거야 내가 아직 졸업을 못했으니까.'
헌터들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능력학교에 다니는 이상, 헌터 딱지는 뗄 수 없었다. 애초에 이미 능력을 발현한 아이들만 모아놓고 교육하는 곳이었으니까. 그 학교 학생들은 미래에 모두 헌터가 된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 그냥 자퇴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이 망할 학교에는 자퇴라는 시스템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자퇴했다가 능력 조절 못하면 민간인에게 피해라나 뭐라나. 학생들은 이를 인정했고 헌터라는 자부심에 만족하며 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난 아니란 말이지.'
특수능력학교? 헌터? 개나 주라 그래라. 특수능력학교 아이들은 아직 포탈에 들어가본 적이 없어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 선배들이 그렇게 퇴사 소리를 입에 달며 살리 없었으니까.
그럼 지안은 대체 왜 포탈에 들어가서 몬스터들과 싸우고 학교랑 회사를 병행하냐고?
아주 좋은 질문이다. 이게 바로 S급의 비애였으니까.
세상에 별로 존재하지도 않는 S급인 지안은 무척이나 강한 존재였다. A, B급의 차이보다 S, A급의 차이가 확실히 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A급은 B급이 3명 정도 덤비면 이길 수 있었지만, S급은 A급 10명이 덤벼도 이길까 말까였다.
하여 S급들은 인류를 위해 온몸을 바쳐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의견이었다. 때문에 S급들은 능력 발현 후 한 달 뒤부터 바로 포탈에 투입되는 것이 법으로 지정되었고 말이다.
"다 죽여버릴까보다."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한 지안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사람 하나 죽일 듯 빛났다.
하긴, 지안의 입장에서 인류를 위해 온몸을 바치라는 국민들은 악마와 같았다. 덕분에 8살 때부터 포탈을 들어가게 됐으니까.
처음엔 지안도 자신이 헌터가 된다는 사실에 방방 들떴었다. 심지어 S급이란다. 어찌 설레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남들이 적어도 4년 넘게 배우는 것을 한 달 만에 배우기란 쉽지 않았다. 죽을 듯이 힘들었고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긴 고생 끝에 들어간 포탈도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푸른빛과 보라빛이 영롱하게 빛나는 포탈 안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비위가 상할 것 같은 징그러운 몬스터들과 그를 아무 감흥 없이 죽이는 베테랑 헌터들. 정말이지 8살의 정신건강에는 좋지 못한 광경이었다. 뭐, 결국 자신도 그때의 베테랑 헌터들과 같이 현재는 그 광경에 아무런 감흥이없어졌지만. 그저 빨리 죽이고 퇴근하고 싶을 뿐.
그렇게 7년 동안 학교, 일, 집, 학교, 일, 집을 쳇바퀴 돌리 듯 무한 반복하다 보니 무료했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쉴 시간이 넘쳐난다는 건 아니다. 바빴으면 바빴지 여유롭진 않았다. 그저 매일 똑같은 일상이 질린다는 뜻.
아, 자극이 필요했다. 자신의 무료한 인생에 재미를 줄 무언가가.
헛소리였다. 정신계 헌터라 몬스터와 사람의 생각을 하도 들여다 봤더니 미친 모양이다. 신세한탄은 그만하고 이제 슬슬 집에 가볼까 싶어 자리에 일어서는 순간, 갑자기 5지구가 떠올랐다.
아무리 S급 헌터라 하더라도 미성년자인 이상, 가장 안전한 1지구만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안은 한 번도 5지구에 가본 적이 없었다.
회사 선배들은 5지구를 이렇게 표현했다. 포탈이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곳, 가난에 굶주리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 마른침이 꼴딱 넘어갔다.
한마디로 부촌인 1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곳.
새로운 곳을 탐험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불쑥불쑥 치밀었다. 마침 주말이라 학교를 안 가기도 하고….
"월차 쓴다. 내일. 아니지, 지금 새벽이니까 오늘."
결정은 빨랐다. 신나는 마음으로 현장 1팀 팀장에게 당일 월차라는 빅엿을 선물해주려던 지안은 손목에 걸린 헌터 전용 시계가 크게 진동하는 걸 느끼고 손을 멈췄다. 아, 제발.
삐익- 삐익-!
[1지구 3구역 B급 포탈 발생. C급 이상 인근 헌터들은 출동 바람.]
…이참에 차비나 벌고 가자.
***
헌터의 역사는 40년 전, 어떤 7살짜리 여자아이로부터 시작됐다.
모든 것의 시작점인 그 여자아이는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아이였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평범한 딸. 딱 그정도.
그러던 어느날 아이는 몸에 넘쳐 흐르는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훗날 아이는 인터뷰에서 지금이라면 자신의 부모도 번쩍 들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긴, 지안도 그런 식으로 자신이 헌터가 됐음을 느꼈었다.
'엄마, 아빠! 내가 이 차 들어볼게요!'
아이는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차를 가리키며 외쳤다. 장난기 가득한 아이의 성격을 부모는 알았기에 웃으며 가만히 내버려 뒀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부모도 참 이상한 사람이다. 남의 차를 자식이 함부로 만지는데 말리지 않았다니.
‘남의 차니까 조심해.’
‘네!’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차 뒤에 자리 잡았다. 어차피 못 들 것을 알았기에 부모는 대충 조금 들린 것 같다며 선의의 거짓말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부모의 예상과는 달리 아이는 가볍게 차를 들어올렸다. 그것도 한 손으로. 부모는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아 가만히 얼어 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아이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각종 SNS에 올렸다.
널리 퍼진 아이의 동영상에 사람들은 대부분 웃으며 넘겼다. 헬창 유딩이냐, 주작 아니냐,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다 등의 반응. 대부분 믿지 않는 듯했다. 사실인데도.
아이의 동영상에 대한 흥미가 식을 무렵, 일이 터졌다. 5살에서 15살 사이의 아이들에게 이상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물체를 공중에 띄운다든지, 손에서 불이 피어오른다든지, 상처를 말끔히 치유 한다든지. 그야말로 대혼란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초능력의 탄생이라며 아리바리 하고 있을 때, 나타난 것이다. 포탈이.
전 세계 수도 중간에 떡하니 나타난 3m 가량의 푸른빛 원은 영롱하게 반짝였다. 사람들은 이를 궁금해했고, 새로운 컨텐츠감인 푸른 원에 온갖 스트리머들이 촬영을 하러 나섰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포탈 안에서 인터넷이 터질리가 없었다. 방송은 스트리머들이 포탈에 들어가자마자 끊겼고, 시청자들은 포탈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멍청한 스트리머들을 욕했으나, 그들이 그 욕을 듣게 되는 날은 오지 않았다. 다시 밖으로 돌아오지 못했으니까.
여러 사람을 삼키고도 신비하게 빛을 내는 포탈은 어쩐지 기괴하게 보였다. 저게 대체 뭘까.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푸른 원의 정체를 궁금해 했다.
그러던 중, 포탈 관련 기사에 어떤 사람이 댓글을 단 것이다.
[저거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그거 아님? 지금 우리 상황도 완전 판타지 소설 초입 같잖음.]
사람들은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저게 그 말로만 듣던 포탈, 혹은 게이트구나. 그리고 끝내 인정했다. 이것이 판타지 소설과 같다면 헌터, 헌터가 필요하다고.
각 나라의 정부는 능력을 발현한 어린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들은 이를 수락했다.
능력을 발현한 아이들은 포탈에 들어갔고,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결국 일주일이 지나자 포탈이 터졌고 몬스터들이 잔뜩 몰려 나왔다. 그로 인해 인류의 4분의 1 가량이 죽었다.
사람들은 공포에 숨을 죽였고, 가끔 판타지에 미친 사람들이 몬스터를 구경하겠다고 뛰쳐나가며 신종 자살법을 만들어냈다. 그 때 이상한 사이비 종교들이 많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상한 종교에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불안에 잠식되어 살던 중, 포탈에 들어가지 않았던 강력한 헌터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능력은 화려했으며 강력했다. 맨 손으로 몬스터들을 찢고 때리고 폭발시키고. 사람들은 이에 환호했다. 인류의 희망이 보인다며.
그 말은 얼추 맞아 들었고 인류가 절반 쯤 사라졌을 무렵, 몬스터와의 전쟁은 끝이 났다. 사람들은 강력한 헌터들을 경외 했으며 신망했다.
까지가 현재 일반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
“정말 지랄이지.”
자신의 아이를 포탈에 들여 보낸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많은 사람들이 실종된 그곳에. 조작할 거면 좀 제대로 조작하든가.
특수능력학교에서는 이와 같이 배웠다. 포탈에 겁이 난 정부는 어린 헌터들을 억지로 잡아다가 포탈에 집어 넣었다고. 나중에 나타나 지구와 인류를 지킨 헌터들은 몸을 피신하고 있다가 자신 주변의 사람들을 지키려 어쩔 수 없이 나선 사람들이라고.
많아봐야 15살인 어린 아이들에게 그런 짓을 저지르다니, 거지같은 세상이었다. 물론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자신도 그들과 비슷한 삶을 살았으니. 억울하긴 하지만 이것이 일상이고 인생이었다.
“자, 그럼 5지구에 가볼까.”
귀가 가려운 걸 보니 김 팀장이 자신을 욕하고 있는 모양이다.
소설은 그냥 학교 친구들이 써보라 해서 장난 삼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꽤 재밌더라구요 특히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작품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이요
그래서 한 번 계속 써보려 하는데 제가 잘 쓰고 있는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장르는 BL에 현대 판타지를 추가한 것입니다
해당 장르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뒤로 가시는 걸 추천 드릴게요..!
새벽 1시.
아직 가시지 않은 겨울의 향이 폐 속 깊숙이 눌러앉았다. 벌써 3월이건만, 날씨는 따뜻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안은 찬 공기에 오돌토돌 닭살이 돋은 팔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벤치에 앉았다.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아 있으니, 괜히 센티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런 걸 새벽 감성이라 부르던가. 별도 잘 보이지 않는 까만 하늘을 바라보던 지안은 물티슈를 꺼내 피가 묻은 신발을 닦았다. 몬스터의 피라 그런가, 얼마나 끈적거리는지 닦으면서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신발에 덕지덕지 묻어있던 피를 다 닦은 지안은 자신이 앉은 벤치 근처 쓰레기통에 물티슈를 던져넣었다. 가벼운 것이라 그런지 공중에 부유하는 시간이 길었다.
그 뒤로 지안은 가만히 앉아 멍을 때렸다. 선선한 날씨도 좋았고 한적한 공간도 좋았다. 그러다 문득, 이 새벽에도 열심히 음식을 나르고 있는 개미가 보였다. 왠지 익숙한 모습.
자신보다 큰 음식을 낑낑거리며 옮기는 개미는 어쩐지 익숙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동질감. 그래, 이 감정은 동질감이었다. 지안은 개미에게서 동질감을 느꼈다.
"너도 야근이냐? 나도 야근이다."
작게 중얼거린 소리는 어딘가 허탈해 보였다.
미친 사람처럼 개미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치고 나왔다.
진짜 이 정도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신고해도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일해서 야근 수당 받는 거? 좋아. 좋다고. 근데 잘 자고 있던 사람을 갑자기 불러 일을 시키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망할 헌터 연합. 15살인 자신을 새벽 1시까지 일하게 하다니. 이건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었다. 지안이 헌터만 아니었더라면 말이다. 인권이라곤 존재하지도 않는 거지 같은 직업에 욕이 저절로 나왔다.
사람들에게 많은 존경과 감사를 받고 있는 헌터라는 직업은 사실 개쓰레기 직업이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면 알겠지만 까라면 까야되는 체계를 가지고 있는 구시대적 직업이기도 했다.
야근도 많아, 피 같은 연차나 월차를 쓰지 않으면 쉬는 날도 없어, 심지어 당장 오늘 죽더래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직업이었다. 그만큼 수익이 짭짤하니 괜찮았지만.
괜히 우스갯 소리로 '돈만 아니었어도 헌터 따위 진작 때려치웠을거다.'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높은 등급의 헌터들은 5년 정도만 일하면 평생 먹고 살 돈을 벌었으니까.
지안은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자신은 7년을 일했는데도 헌터를 그만두지 못하고 있었다. 돈 때문이냐고? 아니. 전혀 아니다. 돈 따위 돌아가신 부모님 유산으로도 이미 풍족했다. 그럼 대체 왤까.
'그거야 내가 아직 졸업을 못했으니까.'
헌터들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능력학교에 다니는 이상, 헌터 딱지는 뗄 수 없었다. 애초에 이미 능력을 발현한 아이들만 모아놓고 교육하는 곳이었으니까. 그 학교 학생들은 미래에 모두 헌터가 된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 그냥 자퇴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이 망할 학교에는 자퇴라는 시스템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자퇴했다가 능력 조절 못하면 민간인에게 피해라나 뭐라나. 학생들은 이를 인정했고 헌터라는 자부심에 만족하며 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난 아니란 말이지.'
특수능력학교? 헌터? 개나 주라 그래라. 특수능력학교 아이들은 아직 포탈에 들어가본 적이 없어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 선배들이 그렇게 퇴사 소리를 입에 달며 살리 없었으니까.
그럼 지안은 대체 왜 포탈에 들어가서 몬스터들과 싸우고 학교랑 회사를 병행하냐고?
아주 좋은 질문이다. 이게 바로 S급의 비애였으니까.
세상에 별로 존재하지도 않는 S급인 지안은 무척이나 강한 존재였다. A, B급의 차이보다 S, A급의 차이가 확실히 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A급은 B급이 3명 정도 덤비면 이길 수 있었지만, S급은 A급 10명이 덤벼도 이길까 말까였다.
하여 S급들은 인류를 위해 온몸을 바쳐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의견이었다. 때문에 S급들은 능력 발현 후 한 달 뒤부터 바로 포탈에 투입되는 것이 법으로 지정되었고 말이다.
"다 죽여버릴까보다."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한 지안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사람 하나 죽일 듯 빛났다.
하긴, 지안의 입장에서 인류를 위해 온몸을 바치라는 국민들은 악마와 같았다. 덕분에 8살 때부터 포탈을 들어가게 됐으니까.
처음엔 지안도 자신이 헌터가 된다는 사실에 방방 들떴었다. 심지어 S급이란다. 어찌 설레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남들이 적어도 4년 넘게 배우는 것을 한 달 만에 배우기란 쉽지 않았다. 죽을 듯이 힘들었고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긴 고생 끝에 들어간 포탈도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푸른빛과 보라빛이 영롱하게 빛나는 포탈 안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비위가 상할 것 같은 징그러운 몬스터들과 그를 아무 감흥 없이 죽이는 베테랑 헌터들. 정말이지 8살의 정신건강에는 좋지 못한 광경이었다. 뭐, 결국 자신도 그때의 베테랑 헌터들과 같이 현재는 그 광경에 아무런 감흥이없어졌지만. 그저 빨리 죽이고 퇴근하고 싶을 뿐.
그렇게 7년 동안 학교, 일, 집, 학교, 일, 집을 쳇바퀴 돌리 듯 무한 반복하다 보니 무료했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쉴 시간이 넘쳐난다는 건 아니다. 바빴으면 바빴지 여유롭진 않았다. 그저 매일 똑같은 일상이 질린다는 뜻.
아, 자극이 필요했다. 자신의 무료한 인생에 재미를 줄 무언가가.
헛소리였다. 정신계 헌터라 몬스터와 사람의 생각을 하도 들여다 봤더니 미친 모양이다. 신세한탄은 그만하고 이제 슬슬 집에 가볼까 싶어 자리에 일어서는 순간, 갑자기 5지구가 떠올랐다.
아무리 S급 헌터라 하더라도 미성년자인 이상, 가장 안전한 1지구만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안은 한 번도 5지구에 가본 적이 없었다.
회사 선배들은 5지구를 이렇게 표현했다. 포탈이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곳, 가난에 굶주리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 마른침이 꼴딱 넘어갔다.
한마디로 부촌인 1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곳.
새로운 곳을 탐험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불쑥불쑥 치밀었다. 마침 주말이라 학교를 안 가기도 하고….
"월차 쓴다. 내일. 아니지, 지금 새벽이니까 오늘."
결정은 빨랐다. 신나는 마음으로 현장 1팀 팀장에게 당일 월차라는 빅엿을 선물해주려던 지안은 손목에 걸린 헌터 전용 시계가 크게 진동하는 걸 느끼고 손을 멈췄다. 아, 제발.
삐익- 삐익-!
[1지구 3구역 B급 포탈 발생. C급 이상 인근 헌터들은 출동 바람.]
…이참에 차비나 벌고 가자.
***
헌터의 역사는 40년 전, 어떤 7살짜리 여자아이로부터 시작됐다.
모든 것의 시작점인 그 여자아이는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아이였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평범한 딸. 딱 그정도.
그러던 어느날 아이는 몸에 넘쳐 흐르는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훗날 아이는 인터뷰에서 지금이라면 자신의 부모도 번쩍 들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긴, 지안도 그런 식으로 자신이 헌터가 됐음을 느꼈었다.
'엄마, 아빠! 내가 이 차 들어볼게요!'
아이는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차를 가리키며 외쳤다. 장난기 가득한 아이의 성격을 부모는 알았기에 웃으며 가만히 내버려 뒀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부모도 참 이상한 사람이다. 남의 차를 자식이 함부로 만지는데 말리지 않았다니.
‘남의 차니까 조심해.’
‘네!’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차 뒤에 자리 잡았다. 어차피 못 들 것을 알았기에 부모는 대충 조금 들린 것 같다며 선의의 거짓말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부모의 예상과는 달리 아이는 가볍게 차를 들어올렸다. 그것도 한 손으로. 부모는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아 가만히 얼어 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아이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각종 SNS에 올렸다.
널리 퍼진 아이의 동영상에 사람들은 대부분 웃으며 넘겼다. 헬창 유딩이냐, 주작 아니냐,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다 등의 반응. 대부분 믿지 않는 듯했다. 사실인데도.
아이의 동영상에 대한 흥미가 식을 무렵, 일이 터졌다. 5살에서 15살 사이의 아이들에게 이상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물체를 공중에 띄운다든지, 손에서 불이 피어오른다든지, 상처를 말끔히 치유 한다든지. 그야말로 대혼란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초능력의 탄생이라며 아리바리 하고 있을 때, 나타난 것이다. 포탈이.
전 세계 수도 중간에 떡하니 나타난 3m 가량의 푸른빛 원은 영롱하게 반짝였다. 사람들은 이를 궁금해했고, 새로운 컨텐츠감인 푸른 원에 온갖 스트리머들이 촬영을 하러 나섰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포탈 안에서 인터넷이 터질리가 없었다. 방송은 스트리머들이 포탈에 들어가자마자 끊겼고, 시청자들은 포탈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멍청한 스트리머들을 욕했으나, 그들이 그 욕을 듣게 되는 날은 오지 않았다. 다시 밖으로 돌아오지 못했으니까.
여러 사람을 삼키고도 신비하게 빛을 내는 포탈은 어쩐지 기괴하게 보였다. 저게 대체 뭘까.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푸른 원의 정체를 궁금해 했다.
그러던 중, 포탈 관련 기사에 어떤 사람이 댓글을 단 것이다.
[저거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그거 아님? 지금 우리 상황도 완전 판타지 소설 초입 같잖음.]
사람들은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저게 그 말로만 듣던 포탈, 혹은 게이트구나. 그리고 끝내 인정했다. 이것이 판타지 소설과 같다면 헌터, 헌터가 필요하다고.
각 나라의 정부는 능력을 발현한 어린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들은 이를 수락했다.
능력을 발현한 아이들은 포탈에 들어갔고,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결국 일주일이 지나자 포탈이 터졌고 몬스터들이 잔뜩 몰려 나왔다. 그로 인해 인류의 4분의 1 가량이 죽었다.
사람들은 공포에 숨을 죽였고, 가끔 판타지에 미친 사람들이 몬스터를 구경하겠다고 뛰쳐나가며 신종 자살법을 만들어냈다. 그 때 이상한 사이비 종교들이 많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상한 종교에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불안에 잠식되어 살던 중, 포탈에 들어가지 않았던 강력한 헌터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능력은 화려했으며 강력했다. 맨 손으로 몬스터들을 찢고 때리고 폭발시키고. 사람들은 이에 환호했다. 인류의 희망이 보인다며.
그 말은 얼추 맞아 들었고 인류가 절반 쯤 사라졌을 무렵, 몬스터와의 전쟁은 끝이 났다. 사람들은 강력한 헌터들을 경외 했으며 신망했다.
까지가 현재 일반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
“정말 지랄이지.”
자신의 아이를 포탈에 들여 보낸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많은 사람들이 실종된 그곳에. 조작할 거면 좀 제대로 조작하든가.
특수능력학교에서는 이와 같이 배웠다. 포탈에 겁이 난 정부는 어린 헌터들을 억지로 잡아다가 포탈에 집어 넣었다고. 나중에 나타나 지구와 인류를 지킨 헌터들은 몸을 피신하고 있다가 자신 주변의 사람들을 지키려 어쩔 수 없이 나선 사람들이라고.
많아봐야 15살인 어린 아이들에게 그런 짓을 저지르다니, 거지같은 세상이었다. 물론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자신도 그들과 비슷한 삶을 살았으니. 억울하긴 하지만 이것이 일상이고 인생이었다.
“자, 그럼 5지구에 가볼까.”
귀가 가려운 걸 보니 김 팀장이 자신을 욕하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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