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이 꿈인 고등학생인데요..-고민좀 들어주세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답해 보겠습니다.

 

 

1.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화감독에게 필요한 소양과 자질을 갖춰나가야겠죠. 질문자님은 영화에 관한 책도 읽고 아직 해본 적은 없지만 포트폴리오도 만들어보겠다고 하셨는데요. 그러한 것들은 감독이 되기 위한 준비에 있어서 빙산의 일각과도 같은 거겠죠. 

책은 영화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수 많은 책을 읽어야 할 겁니다. 왜냐하면 영화감독이란 작가이기도 하니까요. 프랑스 영화비평가들이 논했던 '작가주의'까지 예를 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 영화를 만들면 감독은 자신의 관점과 세계관으로 자신을 표현하게 된다는 의미에서의 작가를 말하는 것입니다. 또한 실제적 의미에서도 모든 감독은 크레짓에 자기의 이름을 올리든 올리지 않든 작가의 역할을 합니다. 시나리오 개발 단계에서 찰영에 들어가기까지 감독은 당연히 시나리오 작업을 합니다. 작가가 있으면 작가와 같이, 없으면 자신이 스스로 작가가 되어서. 한국영화 대다수의 감독들 촬영하기 전에 시나리오 작업을 합니다. 질문자님은 아직 고등학생이니 앞으로 많은 날이 앞에 놓여있고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므로 많은 독서를 통해서 자신의 관점과 세계관을 정립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포트폴리오는 현재에는 그렇게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영화감독이 되기 위한 포트폴리오가 만약 필요한 게 있다면 상업영화인 경우 많은 자본이 투자되기 때문에 감독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것인데, 보통은 독립단편영화나 시나리오의 우수성을 증명한 신인 영화감독을 선택하게 되겠죠. 수많은 스텝과 배우들을 지휘할 수 있는 통제능력과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악력을 검토하는 겁니다. 그러므로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이제 막 영화에 대한 관심과 영화감독이 되려는 준비단계에 있는 질문자님이 벌써부터 포트폴리오를 만들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이네요.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서전이 출간되자 스필버그 엄마에게 기자가 아들에 대해 논평 부탁한다고 하자 그 엄마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스필버그는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자기 방에 들어가 문 걸어잠그고 뭔가를 뚝딱거리면서 나오지도 않는 거에요. 공부는 안하고요. 그때 전 이렇게 생각하고 내버려 뒀어요. 지도 무슨 생각이 있겠지..."

"그랬는데... 이렇게 유명한 감독이 될 줄 알았으면... 그때 공부 좀 시킬 걸 그랬어요."

스필버그 엄마의 유머에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스필버그 어머니가 영화감독이 뭔가에 대해서 촌철살인으로 꿰뚫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공부 안 해도 좋은 감독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공부 많이 해도 좋은 감독이 될 수 있다는 것. 문 닫아걸고 스필버그는 그 방 안에서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스필버그는 11살 때 자기가 만든 영화를 만들어 동네에서 상영을 했죠. 그리고 여동생을 시켜서 입장료를 걷게 해서 흥행에 성공한 사람입니다.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비프'라는 덩어리 캐릭터가 있죠. 스필버그가 어릴 때 '비프' 같은 녀석한테 항상 시달리다가 그놈을 자기 영화에 캐스팅해 버림으로써 자기 밑에 둬버리게 됐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스필버그가 타고난 영화감독 재능과 기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이죠. 위에서 언급한 통제능력과 장악력입니다.

어린 나이에도 시나리오 쓸 줄 알고 자기의 영화를 제작하는 추진력과 돌파력, 그리고 동네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 본전을 뽑고 다음 영화를 준비하는 비즈니스 능력... 이런 것들을 학교에서 가르쳐 줄까요? 단순히 공부만으로 될까요?

스스로가 좋아하는 게 뭔지를 계속 질문하고, 잘할 수 있는 게 뭔지를 계속 찾고, 수 많은 관심사에 대한 탐사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인간형. 많은 것을 경험하고 관찰하고 도전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면 꿈이 영화감독이든 또다른 무엇이든 결국 자기가 되고 싶은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을까요? 그 방법은 스스로의 길찾기에서 찾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2. 대학 영화과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한예종, 중대, 한대, 동대, 건대, 단대, 국민대, 세종대, 서울예대 등등 수많은 대학에 영화 연출과가 있죠. 모두 경쟁률이 대단합니다. 들어가기가 쉽지 않죠. 중대나 한대, 동대는 내신등급이나 수능실력이 상위권이어야 하죠. 한예종은 필답고사를 보는데 수능을 뛰어넘는 창의적 사고와 지식을 체크하는 시험입니다. 많은 독서와 글쓰기 훈련이 필요하죠. 국민대는 영화감상문 쓰기를 잘해야 합니다. 단순한 감상문이 아니라 '영화읽기'가 되는지 테스트하는 비평문 쓰기입니다. 세종대는 구성안-시놉시스 쓰기 시험을 봅니다. 제시문(사자성어 등)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죠. 시험장에서 즉석으로 시나리오를 압축한 시놉시스를 잘 써야 합격할  수 있어요. 서울예대는 수십 컷의 제시된 사진을 보고 그 가운데 몇 개의 스틸을 선택해 이야기를 연결하는 구성안 쓰기 시험을 봅니다. 거기서 통과된 후 당일날 보는 면접을 잘 봐야 합니다. 재작년인가 면접에서 수험생에게 이런 질문을 했더군요. "홍상수 감독이 즐겨쓰는 촬영 테크닉이 뭐지?" 대답 못한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정답은 '줌'이었습니다.

이렇게 길게 쓴 이유는, 영화과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가 광범위하다는 걸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영화감독이 자질과 소양을 갖춘다는 게 이와 같이 광범위합니다. 다만 질문자님이 대학의 영화과 그것도 연출과를 들어가겠다면 각 대학이 시험에서 요구하는 바를 잘 준비하면 되겠죠. 수시 경우 여러 학교에 원서를 내게 되는데 이처럼 광범위한 능력을 테스트하지만 사실은 "독서 능력, 사고 능력, 글쓰기 능력'으로 좁힐 수 있습니다. 결국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보는 겁니다.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열심히 공부하면 도움되는 것도 분명 있죠. 우선 중대나 한대 등에 응시할 기회를 얻을 수 있죠. 다음으로는 고교 교육과정을 통해서 위에 언급한 독서, 사고, 작문 훈련도 하게 되죠.

교과과정에 흥미가 없다면 독학을 하면 됩니다. 다방면의 책을 읽고, 다양한 좋은 영화를 많이 보고, 많은 생각과 사고훈련을 스스로 하는 겁니다. 스필버그나 루카스 같은 감독들이 갔던 길이죠. 그들도 영화학교 출신입니다.

 

학교 공부가 됐든 독학 공부가 되었든,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라면 많은 것을 보고 배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이 때로는 힘들더라도 재미있다면, 질문자님은 틀림없는 미래의 감독입니다. 

   

 

안녕하세요ㅎㅎ

저도 영화감독을 꿈꾸는 올해 대학교 영화과 입학하는 학생인데요.

저는 솔직히 꿈을 늦게 가져서 고등학교 때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했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답변을 써요.

 

우선 영화감독이 되고 싶으시다면 무조건 1순위로는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진짜 영화 많이보세요! 최근에 반향을 일으킨 영화들, 인기절정의 영화들, 등등 최신 개봉작들부터 해서

각 년도를 풍미했던 그 해의 영화들과..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고전명작들..등등 최대한 가리지 말고 두루두루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영화를 많이 보면 그만큼 영화 보는 눈도 길러진다고 생각해요!

 

또 영화과가 성적을 그렇게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성적 미반영 전형도 있고..그래도, 일단 어느정도

수능이든 내신이든 성적이 좋을수록 유리하니까요..

제가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진 못하지만, 그래도 제가 아는 한에서 설명을 드리자면..

질문자님 성적 정도면 웬만한 좋은 영화과는 무난하게 가실 것 같아요..일단 성적만으론요!

그 성적 수능 끝날때까지 쭉 유지하시면 될 것 같구요. 보통 영화과가 언어랑 외국어를 주로 보고..

사탐은 들어가는 데가 있고, 없는데도 있고 그런데..수리 반영하는 곳ㅇ ㅣ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ㅠㅠ

여튼 지금 나오는 성적 정도만 유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ㅎㅎ화이팅!

 

보통 영화과는 실기, 면접 보는 학교가 대부분이잖아요..그런면에서 실기와 면접을 준비하셔야 하는데,

천천히 준비하셔도 되지만 어느 정도만이라도 조금씩 준비해도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해요.

 

우선 학교에 영화나 영상 제작하는 동아리나 그런 활동이 있다면 참가하시면 좋겠죠?

면접 볼 때 '영화 찍어본 경험'이 있으면 굉장히 플러스 요인이 될 수가 있어요..

기회가 되신다면 단편영화 같은 것들 찍어보시면 좋구요.

요샌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찾아보면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데에 출품한다거나..입상경력이 있다면 더더욱..좋겠죠!

 

또..실기와 면접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영화이론' 공부인데요. 영화 이론은 수능 끝나고 과외나 학원을 다니시거나..혼자서 공부하실수도 있구요. 저는 그전에 영화이론에 대해 어느정도 알 수 있는 책들을 몇권 추천해 드릴게요.

 

<영화제작 매스터북 - 박지훈> 서울예대 영화과 교수님이 쓰신 이론책인데 굉장히 두껍고 분량이 많아요. 좀 부담 되실수도 있는..분량인데, 그만큼 자세하고 친절하게 잘 설명이 되어있어요.

<샷의 기법 - 제레미 바인야드> 이건 영화 기법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에요. 샷 사이즈부터 시작해서 카메라 무빙이나 카메라 각도 등등..기초적인 영화 기법에 대해 그림이랑 설명이 쉽고 간단하게 나와있어요. 얇아요!

<청소년 영화 따라잡기 - 문홍식> 이건 초보자를 위한 영화 전반적인..그러니까 시나리오부터 해서 영화 제작하는 과정까지..잘 정리된 책이에요. 사실 전 안읽어봤는데 읽어본 친구들이 좋다고해서..

 

대충 이런 책들이 있구, 찾아보면 영화 관련 책들도 많으니 본인에게 맞는 책들 많이 읽으시면 도움 되실 것 같아요.

 

아, 영화잡지 씨네21 아시나요? 그것도 구독하시면 좋을 것 같구..재밌어요~

 

영화과 실기들이 보통 이미지구성이나, 시나리오 쓰기 등 이야기 만드는 것이 대부분인걸로 아는데..

그걸 고려해서 평소에 본인이 이야기나 소재거리를 찾아서 짤막하게나마 이야기들을 많이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정말로 도움이 많이 됩니다ㅠㅠ. 단편영화, 단편소설 많이 찾아 보시는 것도 이야기 구성하고 쓰는데에 도움이 많이 되어요.

 

www.youefo.com 단편영화 볼 수 있는 사이트에요, 들어가면 재밌고 볼만한 단편영화들이 많아요!

 

 

음..이정도면 학교생활 하시면서 틈틈이 짬짬이 영화공부 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도움이 되셨을지 모르겠지만..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다면 좋겠어요!

더 궁금한 점 있으시면 쪽지나 추가질문 해주시면 최대한 아는만큼 성실하게 답변 드릴게요~

그럼 공부 열심히 하셔서 꼭 원하시는 대학 영화과 진학하시길 바랄게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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