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음악 퀄리티 가사 악기 질문

이런 식의 질문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일단 저도 팬임을 밝혀두고요.

(흥분해서 팬들끼리만 쓰는 은어가 나오지 않도록 많이 자제할 거지만^^;;)

보통은 음악에 대한 얘기보다는 엉뚱한 질문들이 많았기에 반갑기도 하네요.

 

 

1. 음악의 퀄리티는 일단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8집과 9집으로 오면서

 

'음'을 어디까지 쪼갤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실험하려는 건가 싶을 정도로 치밀하고 촘촘하게

 

얽혀있어서 잘 조립된 하나의 정밀기계나 건축물을 연상하게 된달까, 보통은 잡아내기 힘든 부분까지

 

세세하게 신경쓰는 걸 보면 곡 하나, 음반 하나 만드는 데 얼마나 공 들이는지 전율이 일 지경이랄까요?

 

다만 익숙하지 않은 음악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잘 안 맞는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생각하지만

 

20년 지난 '시대유감'도 라이브를 북돋는 걸 보면 시대를 앞서 가되 혼자만 먼저 멀리 가버리는게 아니라

 

어느만큼 간 다음 잠시 멈춰 기다려준다는 느낌이랄까요? 시대를 이끈다는건 그런게 아닐까 합니다. ^-^

 

서태지 씨가 모 방송에 'RC 가 본업, 음악이 취미'라고 농담(?)처럼 말했는데, 그렇게 만들고 조립하는걸

 

좋아하고 즐기는 성향이 음악 할때도 반영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서태지 씨에게는

 

따로 장르를 규정지을 수 없는 '서태지 장르'가 따로 있다 생각되구요. 근본엔 락이 있지만 그걸 바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다는 느낌입니다. 데뷔 23년차인데 정규 음반은 9장 뿐이라 적은 느낌도 들지만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기에 납득할 수 있고, 앞으로 나올 10번째 음반도 기대하며 기다리는 중

 

 

2. 서태지 씨의 가사에는 특정한 해석이 따로 없습니다. 아마 '내 생각은 이런데 너희는 어떠냐?' 라고

 

팬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준다는 느낌이랄까요?? 아이들 시절에는 젊기도 했고 좀 더 직구로 던진다는

 

느낌이었지만 솔로로 발표한 5집 이후부터는 비유와 은유를 폭 넓게 담고 목소리도 '악기'의 하나로서

 

듣는 이들에게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지 말고, 머리로 생각하라'하는 거죠. 그리고 음악으로만 들었을때

 

모호한 부분은 뮤직비디오를 통해 힌트를 주기도 하구요. 네2버에 '서태지 해석'으로 검색하면 많이 나옴

 

가사들이 그야말로 한편의 시와 같아 그대로 시집으로 내도 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요.  정말 멋지다고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하고 싶은 메세지는 일관적이라는 생각도요.

 

환상에서 깨어나 자신을 직시하고 - 환상 속의 그대 (1집)

 

자신의 유일함을 알고, 실패하고 쓰러져도 일어날 수 있으니 도전해라 - 수시아 (2집)

 

잘못된 게 있다면 남이 바꿔주길 바라지 말고 스스로 깨어 행동하고 - 교실이데아 (3집)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으니, 가슴에 맺힌 한을 풀려면 부딪혀 깨지더라도 덤벼보고 - 시대유감(4집)

 

끝 모를 어둠 속에 있더라도 눈을 감지 말고 깨어 있어라 - Take Three (5집)

 

영웅이란 존재는 이미 오래전 죽었으며 오늘의 영웅은 바로 너다 - 울트라맨이아 (6집)

 

세상에 찌들어 로보트가 되지 말고, 설렌 마음을 되찾아 함께 싸우자, 절망 끝엔 내가 서있을테니 겁내지 말아라 - 로보트, 라이브와이어, Watch out (7집)

 

물론 자의적인 해석이니 얼마든지 다른 의견도 나올 수 있습니다. ^^;;)

 

 

3. 트윈기타는 외국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국내에선 잘 시도되지 않았죠. 아마도 음악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맡았던 걸로 생각되지만 8집 이후부터는 그 역할을 키보드가 담당하게 된 것 같네요.

 

아마 앨범에 따라 적절하게 악기를 쓰는 거고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음악'을 위한 일인거죠.

 

라이브에서는 옛날 노래도 하는데다 녹음실과 달리 방음이 안 되는 공간이라 어느 정도의 음 손실 부분을

 

감안해 트윈기타를 답변확정한 것 아닐까 싶지만...그냥 양쪽에서 연주하면 멋있으니까, 는 아닐테고...(농담)

 

 

4. 저도 완성도 높은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얼핏 들으면 경쾌하지만 사실은 '잔혹동화'를 담고 있달까...

 

뮤직비디오를 보면 좀 더 확실해지죠. 서태지 씨 음악은 음악만 들어도 좋지만 뮤직비디오와 함께 할때

 

좀 더 의미가 분명해진달까요?? 물론 그쪽에도 은유와 상징이 넘쳐나서 해석이 필요하긴 하지만요. ^^;;

 

서태지 씨의 음악에서 중요한 테마는 '자아의 분열과 충돌' 이라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이중인격,

 

정신분열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이니 오해가 없으시길 -_-;;) 쉽게 말하자면 3집에 수록되어 있는

 

'제킬박사와 하이드' 라는 곡에서 볼 수 있듯, 한 개인으로는 짊어지기 버거울 만큼 커져버린 '서태지' 와

 

끊임없이 내면에서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정현철' 의 자아랄까요?? 누구든지 세상에 내보이는 모습과

 

이른바 '본성' 이랄 수 있는 진짜 모습은 다르겠지만, 서태지 씨는 그런걸 '음악' 으로 풀어내고 있는거죠.

 

7집에서 뭔가를 '극복한' 듯이 느껴졌고 8집에서는 '여행'을 통해 많은 걸 내려놓고 편안해진 느낌이었죠.

 

그렇게 9집에선 좀 더 서태지 씨 자신의 내면을 내보일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그렇게 짐작하고 있습니다.

 

마음 속 괴물(?!)을 무리하게 억누르거나 외면하지 않고, 모든걸 끌어안고 가겠다는  그런 각오랄까요??

 

그리고 악기를 따로따로 들어보면 얼마나 복잡한 곡인지가 실감난달까...웬만한 아마추어 밴드 실력으론

 

커버하기도 힘들다고 하네요. 밴드 멤버들 모두 세계에서도 손 꼽히는 테크니션들이니 당연한거겠지만...

 

물론 전 음악하는 사람이 아니니 이렇다저렇다 말하기엔 부족할지 모르지만, 느낌대로 말한 것 뿐입니다.

 

 

* 결론

 

1. 음악의 퀄리티는 무척 높다. 다만 처음에는 취향을 탈 수도 있다.

 

2. 정해진 해석은 없으니 직접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서태지 해석' 으로 검색해보자

( http://blog.naver.com/dia8211/120024560599 로보트+Heffy End 해석)

 

3. 트윈기타는 음악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 답변확정했을 것이다

 

4. 크리스 말로윈은 연주는 어렵지만 듣기엔 좋은 곡이다.

 

 

 

(긴장해 다들~ 답변확정해주실 건가요?? ^^;;)

이제 서태지팬들도 나이가 들고 음악적으로 깊이가 생기다보니 질문하는 내용도 수준이 높아지는거 같네요.
ㅎㅎㅎ

1. 음악이란게 우열을 가릴 수가 없고 지극히 개개인의 주관과 취향에 따라 평가되는거라 퀄리티를 따진다는게 어렵긴 하지만.

곡 한곡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공을 많이 들였나가 퀄리티의 기준이 된다면 서태지의 곡은 초초고퀄리티의 곡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서태지 곡은 편곡이 정말 잘 되어있습니다. 가사, 멜로디, 곡의 구성, 악기 연주. 거의 모든 것들이 한 방향으로 컨셉에 맞게 정밀하게 잘 짜여져 있죠. 이런 곡의 퀄리티?는 아이들 시절보다 최근 발표된 곡들이 더 우수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2. 한국 가수들 중에서 가사는 진짜 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온사인 덫을 뒤로 등진건 내가 벗어두고 온 날의 저항 같았어 떠나오는 내내 숱한 변명의 노를 저어 내 헛된 마음을 해체시켜본다' 가사만 놓고 봐도 죽이는 표현이죠.

'화려한 삶을 뒤로하고 떠난건 마치 내 과거의 억압된 것들에 대한 저항 같은 거였지. 여행을 떠나며 이런저런 변명들과 복잡한 심경들을 노를 저으며 해체시키고 있어'

서태지 곡에는 굉장히 함축적이고 시적인 표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멜로디를 붙이기 어려운 표현과 단어들에도 그에 맞는 멜로디를 붙여버리죠.

저는 개인적으로 서태지의 자기 고백이 담긴 제로라는 곡을 제일 좋아합니다. 가사도 예술이고 멜로디와 곡의 웅장함도 최고.

3. 펑크음악을 하는 밴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밴드들은 기본적으로 기타를 2대 씁니다. 많이 쓰면 3대도 쓰고요.

보통 기타 2대 구성이면 한 대는 코드나 반복되는 리프를 치고 한 대는 약간의 변주가 있는 리프와 솔로를 맡아서 하는데 서태지 곡의 트윈기타는 안 그런게 많은편이죠. 워낙 독특한 구성을 좋아하다보니...원래 서태지가 베이시스트로 음악을 시작해서 그럴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서태지 곡 중에서 트윈기타가 제일 재미있고 훌륭한 곡은 라이브와이어인거 같아요. 보통 트윈 기타면 한대는 좀 단순한 진행이 많은데 라이브 와이어는 기타 두대가 멜로디를 치면서 서로 주고 받으며 진행되거든요.

서태지 곡들중에 워낙 훌륭한 곡들이 많지만 기타소리로만 치면 라이브와이어가 제일 좋은것 같아요. 기타톤도 그렇고 단순히 개인취향.ㅎ

4. 크리스말로윈. 굉장히 어렵고 괴상한 곡이죠.

서태지는 정말 곡의 테마를 잘 잡고 그 테마에 맞게 편곡을 잘하는 것 같습니다. 서태지 본인도 그랬지만 본인은 병맛같은 음악을 좋아한다고.ㅋ 그런 취향이 크리스말로윈같은 기괴한 음악을 만들었네요.

일단 베이스가 뽕짝 리듬이죠. 드럼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비트를 촘촘히 나누고 있고.
키보드는 할로윈스러운 느낌으로 연주 계속하고 기타는 그리 튀지 않는 형식으로 소리를 넣어주고 있고.
곳곳에 샘플링 사운드들. 히치콕영화에 나오는 기괴한 사운드도 넣어 곡 긴장감도 끌어올리고.

적절하게 랩도 섞어서 결국에는 정체불명의 짬뽕트로트캐롤록으로 만들어버립니다.ㅎㅎㅎ

가사도 현시대를 풍자하며 비유와 함축이 잘되어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후렴부 랩 끝난후에 모든 사운드폭발하면서 닥스킴 뿅뿅 솔로하는 부분을 제일 좋아합니다.

요즘 음악을 잘 듣지못하지만 2014년에 들은 음악중에는 최고의 음악이었던 것 같네요.

참 계속 들을수록 느끼는거지만 서태지 음악은 시간이 지나도 새롭고 질리지가 않네요.ㅎ

반갑습니다 ㅋㅋ 일단 저도 서태지 팬이고요 ㅎㅎ

1. 퀄리티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높은 편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은 최근에 와서 더 두드러지는 것 같은데요. 8집 때부터 나타난 느낌인데, 뭔가 부담감을 덜고
음악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개인적으로 표절은 절대 아니지만 과거, 특히 아이들 시절 음악은 뭔가 분명한 지향점이나 레퍼런스가 보이는 느낌이라면 8집과 9집은 그런 느낌이 많이 줄었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인터넷 같은 매체가 발달하다 보니 더 이상 사람들이 음악 장르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도 줄었고... 8, 9집, 특히 9집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관한 얘기를 많이 꺼낸 것 같고요.
또 우리나라 대중음악계는 과거보다 다양성의 측면에서 많이 후퇴한 것 같습니다. 이런 시점에 다양성의 충족이라는 측면에서 서태지 같은 아티스트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실험적인 곡도 많이 내고요.
또 사회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죠. 하지만 서태지라는 사람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하며 하고 있고, 그 결과물로 대중과 교감하죠. 이런 모험정신도 본받을 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2. 사실 저는 가사의 해석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라...
아이들 시절 노래들의 가사는 주제가 비교적 명확하게 보였죠.
난 알아요나 하여가, 교실이데아, 발해를 꿈꾸며, 컴백홈 등등
(뭐 이 시절에도 환상 속의 그대 같은 가사가 나오기도 했었지만요)
하지만 솔로 활동 때부터는 좀 더 매니아틱한 음악을 시도해서인지 가사도 더 꼬아서 말하는 면이 강해졌죠. 당장 떠올려봐도 솔로 활동을 하며 내놓은 음악 중에 주제가 딱 보인다고 할 만한 가사는 없는 것 같아요. (그나마 쉬운게 heffy end같은 곡이죠...)
이럴 수록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욱 다양한 해석이 나오게 됩니다. 정답은 없다고 봐요. 작품이라는 건 대중에게 다가선 순간 아티스트보다 대중의 것이 되니까요. 전 보통 그 해석들을 많이, 다양하게 읽어보고 저만의 기준을 세우곤 합니다. 자신의 기준과 의견을 정하고,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는게 생각을 넓히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ㅎㅎ

3. 트윈기타 자체는 뭐 특별한 요소는 아니죠. 당장 외국으로 눈을 돌리면 메탈 밴드 같은 곳에서는 기타를 세대씩 돌리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트윈기타는 사운드적인 측면이라고 봐요. 8집부터 밴드 체제가 트윈기타에서 원기타 원키보드로 바뀌면서 나타난 부분인데요, 8, 9집 라이브에서 과거 곡들의 편곡을 보면 그 전까지 기타 한대가 하던 일을 키보드가 할때가 많죠. 하지만 아무래도 키보드에서 나는 기타 소리는 실제 트윈기타보다 박력이 떨어지는 느낌이죠. 그럴때 트윈기타+키보드로 가게 되면 6집 같은 뉴메탈 곡들은 사운드가 훨씬 살아나는 느낌이 나죠.

4. 일단 굉장히 흥겹죠 ㅎㅎㅎ 또 소리도 겹겹이 쌓아올린게 들으면서 분석할 여지도 많고요.
사실 저도 많이 아는게 아니기 때문에 완전 새로운 음악이라고 단정 짓지는 못하겠네요.
하지만 분명한건 우리나라 안에서는 신선하다는 점이죠. 또 주목할 만한 게, 이런 음악을 컴퓨터가 아니라 밴드가 라이브 퍼포먼스를 할 수 있도록 구현한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9집도 굉장히 좋아하긴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소격동이나 크리스말로윈 같은 싱글들보다 수록곡들에 집중을 많이 했어요. 90s Icon이나 다른 곡들에서 기존과는 다르게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전에 했던 음악들이 타인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 혹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 자체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9집 곡들은 자기 자신에 관한 음악을 했다는 느낌이 더 강해져서 좋았습니다.


쓰고 보니 주저리주저리네요.....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ㅎㅎ